이건 예전에 다른 곳에 올렸던 졸문(拙文)을 아주 약간 손본 것입니다.
좀 다른 것에 관해 쓴 글이었고, 지금은 저때보다 훨씬 더 무서운 사실들(ㄱ-;)을 알게 되어서 입장에 좀 변화가 있습니다만, 기본적인 이해에는 도움이 될 듯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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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동이에 대한 두 가지 논의를 보고 시작하겠습니다. (이 분들보다 더 잘 정리할 능력같은 거 없습니다.)
[ taishign 님의 「선진시대 동이에 대한 고고학적 분석」] (링크)
http://kin.na★ver.com/open100/db_detail.php?d1id=11&dir_id=110107&eid=HHiiiPvu41lS7XMuykU08Va6tRZd4TSL&qb=vLHB+L3DtOsgtb/AzA==
[ 무지랭이 님의 「고대 중국인이 인식한 '동이'의 나라」] (링크)
예. 이미 인터넷상에도 잘 알려져 있지만 (물론 격렬히 반발하는 세력이 있지만) 선진시대의 동이와 진한 이후의 동이가 같지 않다는 얘기죠. 간단히 정리하면
1. 선진시대의 동이 (이하 동이 i) = 산동, 회수 유역에 살던 이민족으로, 진(秦)대에 한족에 동화된 고대 민족
2. 진한 이후의 동이 (이하 동이 ii) = 중국 동쪽에 살던 여러 민족(고조선, 여진, 일본 등).
라는 것으로, 어떤 것에 의하더라도 동이는 특정 민족(우리 민족)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후한서 동이전의 서문이 꽤 애매하게 언급하고 넘어갔기에, 선진시대의 동이와 진한 이후의 동이는 혼동되는 경우가 잦았으며, 근세에 와서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지요. 대표적으로 단재의 <조선상고사>도 그런 부류에 속하겠습니다만...
그러나 동이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자 동이 i 과 동이 ii 가 다른 것임이 밝혀지게 됩니다. 단재와 마찬가지로 민족사학자로 분류되는 장도빈 선생 역시 이 점을 지적하고 있지요. (그런고로 「동이 i 과 동이 ii를 구분하면 강단사학」이라는 주장은 아무 의미가 없게 되지요.)
그럼 여기서 논의를 잠깐 접고, 재야의 동이 i = 동이 ii = 우리민족설로 넘어가봅시다.
재야사학의 아버지 문정창은 대만의 학자 서량지의 학설을 가져다가 '동이 i = 우리민족' 이며, 우리가 동이 i 의 마지막 남은 순혈민족이고, 동이 i 의 역사는 전부 우리 민족의 역사라는 주장을 펴게 됩니다.
<중국사전사화>에서 서량지가 다루는 동이는 동이 i (중국의 동이) 인데, 그는 여기에 요동, 한반도까지 영역을 확대하여 우리 민족도 동이 i (서량지의 표현을 빌자면 「동방족」= 「동이 i + 우리민족」이겠네요.) 로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이의 논거로 들만한 것을 추려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1. 산해경 대황동경과 열자 탕문편을 근거로 동이 i 의 맹주 소호가 요동에서 시작, 산동으로 넘어왔을 거라는 것
2. 순임금의 아들이 막인데, 이것은 맥과 발음이 유사하니 순임금은 맥족이었을 거라는 것
3. 고구려, 신라가 난생설화를 갖고 있는데 이것은 동이 i의 난생설화와 흡사하다는 것
4. 고구려가 동이 i 의 신화적 인물인 제곡고신씨의 후예를 자처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동이 i 의 특징으로 들고 있는 것들이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1. 봉황 (새) 토템
2. 난생설화
3. 역법 등 선진적 문화
...
그러나 서량지의 이런 논의들을 수용하기엔 무리가 따릅니다. 일단 서량지가 다루고 있는 시대는 「석기시대의 중국선사시대」인데, 각종 문헌들을 역사시대의 그것을 다루듯 다루고 있으며 (신화시대인물들을 거의 실존인물처럼 다루고 있죠.) 단지 발음이 유사하다는 것만으로 순의 아들 막을 민족의 호칭으로 연결시키도 어렵고, 난생설화도 워낙 보편적인 것이라 그것만으로는 동이 i과 우리민족간의 친연성을 나타내는 어떤 근거도 될 수 없다는 것이겠습니다만...
가장 큰 문제는 서량지는 뚜렷한 목적성을 드러내는 사람이었다는데 있습니다.
[taishign님의 「서량지, 엄문명은 누구?」] (링크)
http://kin.na★ver.com/detail/detail.php?d1id=11&dir_id=110107&eid=Nm6HcIdMADsY4YtUPN2iODvNs8WBooln&qb=vK23rsH2IL72ua647Q==
예, 「夷夏大一統」의 열렬한 신봉자입니다. 게다가 taishign님은 서량지의 주장과 「자재적민족」설 간의 관계에 대해 추론을 제시하셨을 뿐입니다만, 사실 서량지는 아예 같은 얘기를 동(同) 서적에서 하기도 했었지요.
...용(龍)·봉(鳳) 토템의 통일은, 즉 이하(夷夏)부족의 통일이란 것이다 ; 즉 중국민족구성의 기간과 부족민주실시의 전형이 되었다는 것이다 ; 또한 이러한 설명을 할 수 있다 : 중국은 멀리 신석기시대의 황제, 소호의 시대에 , 이미 부족민주적정치생활을 실행하고 있었던 것이고, 중국민족 구성의 기반을 다졌다는 것이다. 이에 또한 하나의 좋은 시작을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바꿔말하면 : 인류의 정치적으로 숭고한 이상과, 아울러 우리 역사의 대일통적 정치관, '안에 있으면 제하(諸夏), 밖에 있으면 이적(夷狄)'의 민족관이, 특히 '이적(夷狄)이 중국에 들어오면 중국이 되고, 중국이 이적(夷狄)으로 몰락하면 이적이 된다'는 위대(偉大)하고 무사(無私)한 가르침이, 그 씨앗이, 멀리 중국 선사시대에 이미 뿌려졌다는 것이다. ...
서량지, <중국사전사화> pp.6~7
그렇습니다. 동북공정과 똑같은 소리를 하는 사람 이었던겁니다. 게다가 서량지가 들고있는 논거 중 4번은 현재도 동북공정에서 잘 써먹고 있습지요.
...그런데
재야사학의 아버지께서는 이게 무슨 얘기인지를 몰라서 (아예 한문을 거의 읽으실 수 없다시피한 분이었으니) 이걸 가져다가 현재 재야사학의 「동이 i = 우리민족」 설의 입론을 세우고 방향을 바꾼 후에 조금 더 살을 붙여서 「사실 우리는 동이 i 의 마지막 남은 순혈종족이고, 동이 i 의 역사가 (일제와 식민사학자가 말살한) 진짜 우리 역사」란 괴설을 만들어내신 거지요.
그러므로 재야사학이 동이 i 의 역사가 우리민족의 역사라는 것을 주장하려면, 서량지가 편 논의들을 긍정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겁니다.
우리 민족의 토템은 봉황이어야 하고, 난생설화가 민족을 구분하는 징표여야 하며, 산해경을 역사서로 인정해야 하고, 중국신화시대의 인물들의 실존을 인정해야 하며....
이런 것들은 어떤 학문적 결과가 아니라, 당위적 주장인겁니다.
서량지가 보여준 「동이 i 의 사전사」 (중국 문화의 상당수가 동이 i 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를 우리민족의 역사로 소유하고픈 강렬한 욕망에, 스스로 중화화(中華化)의 길을 택한 것이죠.
동북공정같은 소리를 하는 학자를 비조(鼻祖)로 떠받들며, 우리민족의 진짜 역사를 알려준 양심적학자니 뭐니 하며 칭송해가면서 말이죠. (이상한 일화까지 만들어내고)
이걸 안호상이 베끼고, 박시인이 베끼고, 나중에 북한쪽의 鳥夷설이 들어오고, 부사년이 들러붙고, 더 나아가 각종 종교(대종교, 증산도)에 유입되고, 언론에 의해 유포되고, 계속 방송을 타고, 그렇게 거듭 재생산되고...
....
그러니까 이들이 종종 동북공정과 "소름끼치도록" 똑같은 소리를 하는 건, 단순한 우연의 일치가 아니란 겁니다.
처음부터 재야사학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인거죠.
기존 사학계를 식민강단사학으로 몰아 척결하고, 이런 논의로 우리 역사를 새로 쓰려고...
덤.
ps i. 재야사학의 아버지가 동이 i 과 우리민족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논거로 드는 다른 학자, 임혜상의 경우는 아예 동이 i 과 동이 ii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학자이므로 다룰 필요조차 느끼지 않음.
ps ii. "소름끼치도록" 에서 웃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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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요약 : 서량지는 동북공정틱한 목적으로 한민족을 동이( 동이 i )에 포함시켰다
...게이버 링크안되는거 갯자증 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