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손(실화) - 中

Mio 작성일 08.05.17 18: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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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르등, 따르르릉~'


 

이른 아침부터 읍사무소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딸칵'

 


이윽고 누군가 수화기를 들었다. 그렇다, 울 큰이모였다.

 

왠지 모르게 많이 수척해진 모습, 창백한 얼굴, 가느다른 팔목에 입술은 이따금씩 떨리고 있었다.

 


동료직원 : "혜숙씨, 괜찮아? 요즘 너무 안색이 안좋아보여..;;"

 

큰이모 : "아냐.. 괜찮아, 방옮기고나서 적응이 아직 안되서 그러나봐.."

 


언제나 활기에 넘쳐서 사무소에 항상 생기를 돌게 만들었던 사람이 바로 큰이모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통 웃지도 않고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넋을 놓고 있을때가 부쩍 늘었다.

 

마치 비에 젖어 오돌오돌 떠는 생쥐 마냥 그렇게 힘이 없어보였다.


이제 그방에서 생활한지 4일째... 정확히는 생활이라기보다 그냥 잠만 잤다고 하는 표현이 더 옳을지도..

 

약 여섯평 남짓한 크기의 그 방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대체 무엇이 항상 활기에 넘치던

 

큰이모를 이렇게 만든 것일까.. 그것도 4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오늘 무슨 업무를 했는지 조차 잘 파악이 안되는 상태에서 어느덧 시간은 저녁무렵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퇴근길에 오르는 큰이모의 새하얀 얼굴이 저녁노을에 비쳤다.

 

그러나 웃고 있어야할 그 얼굴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채 마치 환자의 그것같아 보였다.


 

'끼이이익'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방문 앞에 선 큰이모를 맞이하는 것은 역시 예의 그 기분나쁜 마찰음.

 

방안은 뜨뜻미지근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언제나 느끼는거지만 그 기분나쁘고 탁한 공기와 함께..

 

아마도 주인 아주머니가 큰이모의 퇴근시간에 맞추어 미리 불을 지펴놨으리라.

 

섭씨30도를 웃도는 삼복 더위에 열대야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는 판국에 구들장에 불을 떼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 방은 다르다. 이렇게 불이라도 지펴놓지 않으면 누구도 들어갈 수 없을 정도의 한기가 서려있는것이다.

 

방바닥에 발을 한번 대보았다. 그런대로 미지근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저쪽에서 장작이 힘차게 활활 타들어가는 소리는

 

이 방바닥이 미지근한 정도에서 그치고 있다는 사실이 무언가 잘못되가고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주인 아주머니 : "아가씨 저기...방은 좀 어때? 맘에 들어...? 잠은 잘만하고?"

 


저녁식사를 하면서 주인 아주머니가 살짝 걱정섞인 음성으로 말을 꺼냈다.

 


큰이모 : "...........네.... 뭐 그럭저럭이요..."

 

주인 아주머니 : "...다행이네, 얼굴이 좀 많이 안좋아보여서 혹시 또 무슨 일이 있나해서 말이지"

 

큰이모 : "아뇨 그냥 아직 방에 적응이 덜된것 뿐이에요..."

 


큰이모는 문득 주인 아주머니의 눈에서 뭔가 불안한 낌새를 느낀건지,

 


"근데 아주머니 저 방은 평소에도 저렇게 춥나요? 여름인데도 담요를 두어장씩 겹쳐서 덮고자야되요..;;"

 


주인 아주머니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잠시 동안 그 초점이 먼 허공을 향하는가 싶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주인 아주머니 : "지금이라도 계약없었던 걸로 하고 방뺀다고 하면 내 말리지 않을거야, 아가씨 편한대로 해도 좋아"

 

큰이모 : "아니 제가 언제 방을 빼겠다고 했어요,, 그냥 방이 왜 저렇게 비정상적으로 추운건지 그것만 여쭤본건데"

 

주인 아주머니 : "아가씨 안색도 그렇고.. 저 방에서 생활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을수도 있지 않을까해서 그래"

 

큰이모 : "그냥 추운 것 빼면 아무 문제 없어요, 좀 불편해도 불 떼가면서 생활하면 되죠뭐, 걱정마세요"

 

주인 아주머니 : "........................."


 

너무나 좋은 조건으로 방을 얻게된 큰이모는 주인 아주머니가 이제와서 방을 값싸게 준 것을 후회하고 있는 것이라고

 

넘겨짚고 말았다. 그렇다, 착각.....이었다...


 

어느덧 깊은 밤이 되었다. 큰이모는 방 '한가운데'에 모포를 세 겹으로 깔고 그 위에 누웠다. 물론 겹겹이 담요도 빼놓지

 

않고 덮었다.

 

큰이모는 누워서 생각했다.


 

'내일은 꼭 '이자리(한가운데)'에서 눈을 떠야지.. 기필코...'


 

여기서 참고로 말하자면 큰이모는 어릴때부터 잠버릇이 곱기로 유명했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잠들때의 위치와 자세등을

 

일어날때까지 그대로 유지해왔던 것. 또 한번 잠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이 잠에 빠지는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그랬던 수면습관이 이 방에서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180도 달라졌다.

 

 

'어! 내가 왜 여기서.....!?'

 


첫날밤을 지새운 후 아침에 눈을 뜬 큰이모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분명 전날밤에 곱게

 

방한가운데에 이부자리를 깔고 누웠던 자신이 지금은 방 한쪽 벽에 완전 밀착되어 새우잠을 자는 형태가 되어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큰이모는 난생 처음 겪어보는 자신의 잠버릇에 의아하면서도 그럴 수도 있지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고 만다.

 

그리고 오늘이 4일째 밤을 맞이하는 것.

 

 


 

깊은 밤, 숨막힐듯한 정적만이 감돌고 있는 어두운 방안에서 문득 큰이모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방의 한쪽 벽..


 

'내일 아침에도 과연 내가 저 벽에 붙은 채로 잠에서 깰것인가...'

 


작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에 비쳐 어슴푸레하게 보이는 그 벽은 어딘지 모르게 참 묘하고 기분나빴다.

 

잠결이라 그런지 모르지만 좌우로 흔들흔들 움직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아 내가 요즘 통 잠을 편하게 못잤나보다.. 쓸데없는게 눈에 보이고 잠버릇도 심해지고...'

 


큰이모는 이내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하루동안 고단했던 몸을 이 음산한 방에 맡기는 순간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부스럭...슥슥...슥....스윽스윽.......슥'

 


어디선가 소리가 들린다. 뭔가가 기어가는 소리...? 어르신들이 새끼를 꼬는 소리? 뭔가 길쭉한 끈같은 것이 바닥을

 

헤집고 다닐때 날듯한 소리...

 


'사악....삭삭.....슥......스윽사악.......'

 


아까도 언급했지만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지는 타입인 큰이모의 눈이 별안간 휘둥그레 떠졌다.

 

소리를 들은 것인가. 그러나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안간힘을 써도 안된다.

 

큰이모는 눈을 뜨자마자 어둠 속에서 소리의 진원지를 찾기 위해 부지런히 눈동자를 굴렸다.

 

그러다 어느 한곳에서 시선이 멈춰지는 것을 느꼈다. 아니 멈춰진 것이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그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곳에 뭔가가 있었다.

 

뭔가 검은 것.... 무엇인지는 확실히 알수가 없으나 검은 것이었다.


 

'저게 뭐야, 뱀?'

 


큰이모가 뱀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 그 검은 것은 바로 그 벽, 그 기분나쁜 벽 위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움직여지지 않는 몸, 그나마 눈동자만 간신히 움직일 수 있는 상태였던 큰이모는 그 물체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저 공포에

 

떨며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삭사악...슥...슥슥슥.....쓰윽...'

 


예의 그 기분나쁜  소리가 점점 분주해져가는 듯 했다. 그와 함께 그 검은 그림자도 점점 형체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유난히도 밝았던 달빛 탓인지 그 형체가 창문으로 새어들어오는 달빛에 어렴풋이 비춰지는 순간 큰이모는 기절할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 저게 뭐야!!! 손?? 손인가!!'

 


그 검은 물체는 손의 형상을 하고 있는듯해 보였다. 끊임없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상하좌우로 흔들리고 있는..

 

그것은 그렇게 허공에서 한참을 흔들리더니 갑자기 방바닥으로 쑥 꺼졌다.

 

그리고 다시 그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스윽....슥.....삭....슥스윽슥....'

 


큰이모는 젖먹던 힘을 다해서 방바닥 쪽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시선이 닿은 곳에서 검은 손 그리고 검은 팔뚝을 갖춘 소름끼치는 것이 마치 무언가를 찾는듯한 움직임으로 계속해서

 

손을 폈다 쥐었다 좌우로 휙휙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 그 기분나쁜 벽의 중간쯤에서 움직임을 보이던 이것은 어느덧 큰이모가 누워있는 방의 가운데 쪽으로 거침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역시 공중에서 사방을 향해 이리저리 휘젓다가 별안간 방바닥으로 내려온 후 바닥을 기며 뭔가를 찾는 듯한 그 모습이 계속

 

반복되었다.


 

'어...으....아... 저,저게 뭐야... 저게 뭐.....'

 


시시각각 큰이모가 누워있는 쪽을 향하여 다가오고 있는 그 검은 손을 보며 큰이모는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였다.

 

그때였다, 갑자기 검은손이 시야에서 사라진 것은.

 

그리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큰이모가 자신의 몸이 식은땀으로 뒤범벅이 되있다는 것을 알아채는 찰나 갑자기

 

큰이모의 얼굴 위 허공에서 그것이 나타났다. 더욱더 빠르고 분주하게 상하좌우를 훑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큰이모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바로 눈 앞 불과 1미터도 안되는 허공에서 상상할 수 조차 없는 기분나쁜 것이 움직이고 있으니 나라도 제 정신이

 

붙어있긴 힘들었을거다.

 

마지막 힘을 짜내어 그것을 응시하고 있던 큰이모는 또다시 시야에서 그것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서서히...

 

느린속도로 그것은 사라져갔다...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걸까 하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뼛속까지 전해질 정도로 차디차고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나쁜 느낌의 뭔가가 큰이모의 목덜미를 어루만지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 극도의 공포가 전신을 휘감음과 동시에

 

큰이모는 그대로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어둠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짹짹,, 짹'

 


아침을 알리는 참새들의 지저귐소리가 창문을 통하여 수선스럽게 들려왔다.

 

깨질듯한 두통과 참새소리에 큰이모의 눈이 반쯤떠졌다. 눈이 떠지자마자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바로 그 벽!!! 벽이었다.

 

역시나 그 벽에 몸이 바싹 붙은 채 새우잠을 자는 형태로 벽을 향하여 모로 누워있었던 것이다.

 

큰이모는 반사적으로 구르다시피 그 벽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졌다.

 

아침이지만 작은 창문이 빛이 들어오는 유일한 공간이었던 탓에 방안은 아직 어두웠다.

 

기분나쁘다 못해 귀기까지 서려있는 듯한 그 벽을 큰이모는 하염없이 노려보고 있었다.


 

'냐옹~'

 


그때 어디선가 고양이 소리가 들렸다. 저쪽 벽 너머에서 들리는듯 했다. 벽 너머에서....

 

 

 

 

 

오늘은 이쯤에서 中편을 끝내야겠네요. 시간이 많이 없어서 자주 글을 못쓰게 되네요. 죄송합니다.

 

마무리되는 下편은 금방 써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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