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국회에 처녀귀신이?… 임기말 국회 ‘귀신 괴담’</H1>
2008년 5월 23일(금) 11:22 [헤럴드생생뉴스]
“정말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생생해요. 그날 이후로 무서워서 밤에는 회관에 남아 있지도 못한다니까요.”17대 임기 말 국회에 때 이른 ‘귀신 괴담’이 나돌고 있다. 한 국회의원 보좌진이 이달 중순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귀신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의원회관 안팎에 전해지면서 국회 종사자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하고 있다.
국회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청문회 둘째 날인 지난 14일 새벽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7층 한 의원실. 철야 작업 중 잠시 휴식을 취하던 A 비서관은 평생 잊지 못할 ‘공포감’을 맛봐야 했다.
18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지난 4년간 사용한 각종 서류와 책자 등 자료를 정리 중이던 그는 새벽 1시50분쯤 의자를 뒤로 젖히고 책상 위에 다리를 걸쳐 잠시 눈을 감았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잠이 채 들기도 전, 그는 누가 지나가는 느낌과 함께 “집에 들어가 잠이나 자라”는 소리를 들었다. 눈을 뜨자 앞에는 파티션(칸막이) 위로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한 여인이 사무실 내 국회의원 집무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소리를 듣고 처음에는 같은 의원실에서 근무하는 여직원인 줄 알았던 그는 새벽 시간에 다른 직원이 남아 있을 리 없다는 생각에 여인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곳에 여인은 없었다. 빈 의자와 책상, 탁자만이 숨결없는 공허함과 무거운 침묵 속에 놓여 있었던 것.
그의 등골에는 식은 땀이 주르륵 흘렀다. 평소 특별한 종교가 없고 심신이 건강하다고 자부해온 A비서관은 “귀신을 본 것 같다”고 확신하고 있다.
“가볍게 눈을 감고 있었지만 잠이 든 건 아니었어요. 평소에 잘 꿈도 꾸지 않거든요. 사람이 지나가는 느낌이나 음성이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생생해요.”그는 이 일이 있고 나서 같은 의원실 다른 비서가 심령사진의 진위를 파악하는데 활용하는 수맥탐지용 ‘엘로드(L-rod)’를 갖고 와 사무실 안에서 실험을 해봤더니 “막대가 심하게 흔들렸다”고 전했다.
의원회관 내 귀신 목격담은 국회가 위치한 여의도의 유래와 맞물려 더욱 흥미를 끈다.
지금의 여의도 국회의사당 터는 한때 조선시대 궁녀들의 화장터가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일부에서 “여인들의 한이 많이 서려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까닭이다. 18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회사무처가 의사당 뒤편에 65t이 넘는 거석(巨石)을 설치한 것도 이러한 지세(地勢)를 누르기 위한 ‘남근석’으로 알려졌다.
귀신 괴담을 접한 국회 근무자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한 보좌관은 “초여름 무더위를 앞두고 등골이 오싹한 얘기를 들으니 시원하다”고 너스레를 떨었고, 다른 이는 “국회에 대한 경고가 아니겠느냐”는 촌평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