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수는 영조때의 인물로 영의정 까지 지닌 인물이지만
보통 암행어사때의 이미지로 다소 과장되서 많이 알려졌죠..
그래선지 박문수에 얽힌 괴담이 많은데 또 하나 올려 봅니다..
박문수가 장홍군으로 왔을때의 일입니다..
날이 어두어지자 잘곳을 찾는 박문수는 정씨성을 가진
선달(과거에 급제 했지만 관직을 받지 않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집에
귀신이 나온다는 소리를 듣고 그집으로 찾아갑니다..
정선달의 집은 제법 컸지만 귀신이 나오는터라 밤이 되면 정선달외엔
하인들도 정선달이 따로 밖에 마련해준 행랑체(하인들이 지내는 방)에서
잤기 때문에 집의 분위기는 고요하기만 했습니다..
정선달은 박문수가 이집에서 묶는걸 반대했지만 박문수는 아랑곳 않고
무슨 사연 이기에 귀신이 나타나는걸 알면서도 집에 남아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정선달은 한숨을 내쉬며 넋두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휴우..그 귀신이 바로 내여식이요.."
"아니..따님이 왜 손말명(처녀 혹은 젊은 여자 귀신을 높여 부르는 말)
이 되었답니까.."
"말도 마시요..10년전에 옆고을의 윤가의 아들과 혼인 시켰는데 첫날밤을 보내지도
않고 딸을 소박넣고 떠났지 뭐요..
내 여식은 그날 충격으로 별당
(집의 중앙 외곽에 위치한 방으로 보통 누부부가 묶었으나
신혼 부부가 첫날밤을 지내는데 쓰이기도 했습니다)
에서 목을 매달고 귀신에 되서 매번 울어대니 이 원통함을 어디 풀일이 있어야지요"
정선달은 오랜한을 풀려고 하는듯 술을 마시다 취해서 쓰러졌고..
박문수는 그런 정선달을 측은히 여긴체 뜬눈으로 지내다
자시(밤11시~1시)가 되자 별당으로 향했습니다..
박문수가 별당문을 열고 들어가자 별당안은 상당히 어수선 했으나
정선달이 한번씩 방을 치운듯
어느정도는 정리되 있었습니다..
박문수는 심호흡을 하며 방한가운데 앉아있다가
자기도 모르게 잠시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순간 누군가가 들어오는 인기척이 느껴지기에 잠에서 깨어 소리쳤습니다..
"이 야밤에 누구냐.."
그러나 아무도 없기에 박문수는 의아해하며 주위를 둘러 보다가 갑자가 그의 눈에 뭔가
이상한 형상이 보이기 시작 했습니다..
바로 한 여자가 울면서 목을 매달고 있기에
박문수는 귀신이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여자의 몸을 붙들고 여자의 죽음을 막으려고 했지만
여자의 몸은 마치 송장처럼 뻣뻣이 굳은체 미동도 없었습니다..
"이보게,,정신차리게..
박문수가 계속 말을 걸자 목을 매달고 있는 여인이 눈을 뜨고는
원한 맺힌 눈으로 박문수를 쳐다 봤으나 박문수는 계속 말을 걸었습니다..
"무슨이윤지 모르겠으나 나에게 말을 하게나..그럼 내가 원한을 풀어주겠네.."
박문수가 계속 여인의 넋을 달래자 여인은 한맺힌 물음을 터트리며 방의
한쪽에 있는 벽장을 가리키며
그대로 사라졌습니다..
그순간 잠에서 깬 박문수는 잠시 정신이 없었으나 곧 정신을 차리고는 꿈에서 여인이 가리킨 벽장으로
다가가서 살피자 옥함(조선시대 여자들이 노리개 같은 장식품을 보관하던 작은 상자)이 나왔고
그것을 열자 그안엔 종이가 있었고 종이엔 피로 쓴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소녀 억울하옵니다..
소녀가 잠이 들었을때 방에 들어온 서방님이 저를 깨우시고는 옥함에 있던
옥가락지를 보여주며 누가 준거냐고 묻기에
소녀 겁이 나서 진수가 준거라고 사실대로 얘기 했나이다..
그러자 서방님은 절 내치며 나가 버렸습니다..
아아 억울합니다..진수는 저의 사촌 여동생의 이름이건만 어찌 제말을 체 듣지도 않고 나가버리니..
소녀 이 억울함을 어떻게 풀겠습니까..'
다음날 박문수는 정선달에게 자초지정을 설명하고 사람을 보내고
딸을 소박 넣은 남편에 대해 알아 보게 했습니다..
그후 그의 행적에 대해 연락이 오자..
박문수는 그대로 고홍군의 현감(지방 군은 다스리던 직책)을 찾아갔습니다..
현감이 여기에 무슨일로 찾아 왔냐고 묻자..박문수는 넌지시 말을 걸었습니다..
"윤현감은 한 10년전에 정씨정을 가진 처녀랑 혼인한적 있지않소?"
"아니..어사또 그걸 어떻게.."
"다 아는 바가 있지요,,무슨 일로 정씨 처녀를 소박 놓았소.."
"흥,,서방 외에 남자가 있던 부정한 여자를 소박 논게 무슨 문제요..그 얘긴 하기도 싫소"
"무슨 근거로 딴 남자가 있었다는 거요?"
박문수가 제차 묻자 현감은 화를 내며 역정을 내며 말했습니다..
"그녀의 옥함에 가락지가 있고 물어보니까 진수란 남자가 줬다 하더이다..
그럼 남자가 있다는건 아니요.."
"이 답답한 사람아..진수란 이름이 꼭 남자이름이라는 법이 있답니까..
이걸 보시요.."
박문수는 정여인의 한맺힌 유서를 보여줬고 그걸 본 현감의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기 시작 했습니다..
"이럴수가..내가 그만 질투에 눈이 멀어서.."
유서를 본 현감은 그제서야 자신의 잘못을 알고 후회했고 정선달의 집으로 찾아가
천도제를 했고 더이상 그집에 정여인의 원귀가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쩝 옛날식 말투는 쓸때마다 어색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