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사 진급 기념으로
제가 겪은 실화 하나 올립니다.
몇년 전에 소규모 친목 동호회에 한 번 올린 적이 있는 글인데,
이렇게 공개된 곳에는 처음 올리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귀신을 믿습니다.
왜냐하면 제 두 눈으로 직접 보았기 때문이죠.
물론 귀신이 아니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너무도 설명하기 어려운 경험이었기에 저는 귀신이라고 믿습니다.
살면서 무서운 경험을 여러번 했는데
그중 확실히 귀신과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두 번 경험했습니다.
첫번째는 지금 소개하는 고등학교 시절,
두번째는 군대 시절인데
군대 이야기는 본 게시판에 제 경험과 흡사한 내용이 많기 때문에....
글이 깁니다. 스크롤 때문에 2편으로 나눌까 했지만
절단신공은 사용하지 않겠사오니 양해해 주십시오.
시간 많을 때, 밤에 심심하실 때 차분히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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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8x년, 내가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이던 해의 일이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서울 변두리의 산자락에 위치한 고등학교였다.
등교시에는 약 15분-20분간 지루한 오르막길을 올라야했고
학교 건물 뒷편에는 그리 높지 않은 산이 하나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통학버스를 타고다니면 오르막길을 생략하고 편하게 다닐 수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돈을 아껴 lp(레코드판)를 사야했던 나는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운동삼아 그 길을 다녔고, 두 달 정도 지나자 등교길은 가벼운 운동거리도 안되었다.
(새벽 5시 반쯤 일어나서 학교에 도착하면 6시 반쯤 되었음)
그러다가 나와 같은 동네에 사는 b라는 친구와 점점 친해졌고
처음으로 함께 집에 가던 날 그 친구 덕분에 새로운 통학로를 알게 되었다.
학교 건물 뒷편으로 나있는 산길을 타고 내려가는 길이었는데
5분 정도만 가면 바로 버스정류장이 나와서 훨씬 빠른 길이었다.
더구나 그곳은 학생부 선생님들이나 선도부들이 지키고 있지 않아서
복장불량, 두발불량 등의 단속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결정적 이점도 있었다.
그러나 단속을 피할 수 있고 빠르다는 이점이 있던 만큼 그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다.
학교 건물 뒷쪽의 운동장에서 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절벽과 맞닿아 있었고
절벽 쪽으로 철조망이 쳐있긴 했지만 거의 있으나마나한 허름하고 녹슨 철조망이었다.
게다가 철조망을 쳐놓기 전에는 여럿 실족하여 떨어져 죽기도 했던 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물론 나는 당시 그런 얘기를 학생들이 그곳으로 통학하지 않도록 선생님들이 꾸며낸 얘기로 믿었다.
내가 직접 여러 차례 다녀본 결과 제정신으로 똑바로 걷기만 한다면 안전해 보였기 때문이다.
절벽 외에도 그 산길이 쉽지 않았던 또 한 가지 이유를 대자면......
왠지 모를 음산한 기운이 있어서였다.
학교 뒷산에는 동네 아저씨들이 만들어 놓은 투견장이 있었는데 (거무튀튀한 원형 철망으로 세워놓은)
낮에 할일 없는 아저씨들이 돈을 걸고 개싸움을 붙이던 그 투견장과 절벽 산길은 불과 20-30미터 거리였다.
가끔 일찍 끝나는 날엔 사납게 울부짖는 개소리와 아저씨들의 고함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어둑어둑해지는 저녁시간에는 나뭇잎을 스쳐가는 바람소리만 들릴 뿐 적막한 길이었는데
어느날 투견장을 직접 보고 온 뒤로는 그 바람소리에 피비린내가 섞인 것 같기도 하고
개 울음소리가 환청처럼 들리기도 했다.
투견장이 뭔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사진 첨부합니다.
위에 둥그런 투견장이 실제 학교 뒷산에 있던 투견장과 거의 똑같이 생겼습니다.
1980~90년대초만 해도 동네 야산에 저런 투견장이 있어서 공공연히 도박이 행해졌습니다.
아래 사진은 단속반에 적발된 모습.
다행인 것은 친구 b와 늘 함께 다녔기 때문에 별로 무섭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 친구 b는 입학할 때부터 그 길로 다녔고
나는 1학년 1학기 중간고사가 있던 5월부터 그 친구와 함께 다녔다.
산길로 다니는 것이 아주 익숙해졌을 무렵 여름방학을 맞았다.
2학기가 시작되고 한 달 후,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드디어 1학년들도 야간자율학습을 시작한 것이다.
원래 2학년이 되어야 실시하던 야간자율학습과 스터디그룹을
그해부터는 1학년 2학기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꾸었다.
다행인 것은 자율학습이 말 그대로 자율학습이었다는 점.
원치 않는 학생들은 정규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집에 갈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당시 음악듣는 것을 제외하고는 공부에 열중하였던 모범생이었으므로 ^^;;
스터디그룹과 야간자율학습을 모두 신청했고, 친구 b는 어느 것도 신청하지 않았다.
따라서 1학기 내내 이어져오던 우리들의 절벽 산길 동반 하교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5시에 정규수업이 끝나면 6시반부터 8시까지 스터디그룹, 그리고 밤 11시반까지 야간자율학습이었다.
그 시간까지 남아서 자율학습을 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 통학버스를 이용하거나
집이 바로 근처인 아이들이었는데 나는 믿는 구석(산길)이 있었으므로
막차시간인 11시 45분까지는 시간이 매우 넉넉했다. (정문으로 내려가면 버스를 놓치고 걸어가야 됨)
드디어 야간자율학습 첫날이 끝나고 나는 여유있게 운동장을 뒤로 돌아 산길로 향했다.
그러나 밤에 가는 산길을 너무 우습게 보았던가......
저녁에도 그 길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있어서 철조망 군데군데 백열등을 켜놓은 게 있긴 했지만
불빛이 너무 위에 달려 있어 길 아래가 잘 보이지 않아서 내려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더구나 혼자 어두운 산길을 가자니 조금 무섭기도 했다.
그때까지의 나는 귀신 따위는 믿지 않는 철저한 유물론자였기에 귀신이 무서웠던 게 아니라
본드 불고 있는 깡패들이나 이상한 사람(?)을 만날까봐 무서웠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사이 시간은 흘러갔고 나는 버스를 놓칠까봐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래~ 눈 딱 감고... 아니 눈 크게 뜨고 가는 거야. 5분만 가면 되는데 뭘~'
이렇게 마음 먹은 나는 첫 발을 내렸고 산길로 접어들었다.
다행히 예상했던 것보다는 길이 잘 보였다.
두 번째 세 번째 백열등부터는 철조망 아래로 좀 더 낮게 달려 있어 길을 더욱 잘 비추고 있었다.
게다가 1학기와 2학기 초까지 몇 달 동안 다녔던 길이라서 비록 밤길이었지만
나무 뿌리나 뾰족한 돌이 튀어나와있는 부분도 잘 알고 있기에 익숙하게 내려가고 있었다.
가끔씩 우웅- 우웅- 하는 바람소리와 스삭- 스삭- 거리는 나뭇잎 소리만이 귓가를 스쳤다.
산길을 3분의 2쯤 내려왔을 무렵 나는 손목시계를 내려다 보았다.
옆에 버튼을 눌러 노란색 불이 켜지는 디지털 손목시계... 그때 시각은 11시 40분.
1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건만 아직도 그때의 시각을 정확히 기억한다.
'음~ 이 정도면 거의 딱 맞게 막차를 탈 수 있겠군...'
이러한 생각을 하며 고개를 들고 앞쪽을 보는 순간.......
'헉!'
나는 심장이 멎는 듯 그 자리에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실제 그랬다.)
내 앞쪽으로 약 10미터 되는 거리에 조그만 여자아이 한 명이 서 있었다.
8-9살쯤 되어보였고 백열등 불빛 뒤쪽에 있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입고 있는 상의와 하의는 똑똑이 보였다.
그때는 9월 중순이 지나고 있을 무렵이었고 비록 밤이었지만 날씨는 여전히 더웠다.
그런데 그 여자아이는 밝은 분홍색 오버코트를 목까지 다 채운 채 입고 있었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여자아이의 뒤쪽을 보았다. 뒤에 따라오는 부모님이 계신가 해서였다.
시간은 밤 11시 40분... 이 산길을 여자아이가 혼자 지나가고 있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설령 부모님이 함께 있더라도 왜 이 늦은 밤 어린 아이를 데리고 이 험한 길을 간단 말인가.
내가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서 꼼짝도 못하고 있을 때 그 여자아이는 점점 더 내 앞으로 다가왔다.
5미터 정도 앞까지 다가왔을 때 나는 그 아이의 뒤에 아무도 없음을 알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맛보는 극도의 공포로 인해 내 온몸의 털은 모두 곤두섰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으나 목 안에서는 끅끅거리는 소리만 날 뿐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저 그곳에 서서 점점 더 그 여자애가 가까이 오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 아이가 바로 내 앞까지 왔을 때 또렷하게 보이는 그 여자애의 얼굴을 보고서 나는 눈을 감아버렸다.
전설의 고향에서나 보던 핏기없는 얼굴에 뻣뻣한 긴 머리...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퀭하니 뭔가 다른 덩어리 같은게 있었다.
반팔 교복을 입고 있던 내 오른쪽 팔꿈치를 스쳐가는 뻣뻣한 털코트의 감촉을 느끼고서
나는 반사적으로 으악! 소리를 지르며 크게 앞으로 펄쩍 뛰었다.
그때 내 얼굴 앞으로 다가온 것은 철조망의 날카로운 부분......
나는 코와 뺨이 철조망에 긁혀 찢어지는 느낌을 느끼고 정신이 번쩍 들어 눈을 뜨고는
내가 가파른 절벽에 아슬아슬 쳐져있는 철조망을 부둥켜 안고 있음을 알았다.
아직도 두 발에는 감각이 돌아오지 않아서 움직일 수가 없었고 나는 가까스로 고개를 돌려
그 여자애가 지나간 방향을 보았다. 그런데.......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그저 컴컴한 산길이 누런 백열등 불빛을 반사하고 있을 뿐...
몇초 되지 않는 찰나의 순간이었는데도 그 여자아이는 감쪽같이 그 길 위에서 사라져 버렸다.
나는 그순간 온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빨리 이 길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감각이 없던 두 발이 그때부터 움직여졌고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그 험한 산길을 뛰어내려갔다.
저 앞 산 아래 동네의 불빛이 보였고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에서였을까...
쪽팔리지만 내 눈에선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나왔다.
어쩌면 내가 그때까지 확고히 믿어왔던 세계 중 일부가 무너져내린 것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거의 실성한 듯한 상태에서 버스를 탔고 집으로 가는 내내 쿵쿵거리는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날밤은 한숨도 잠을 못잤고 새벽까지 방에 불을 켜놓고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채로 밤을 지샜다.
다음날 아침 학교에서 b와 마주쳤다.
내 얼굴에는 반창고가 3개 붙어있었고 b는 그 이유를 물었다.
나는 어젯밤에 겪었던 일을 사실대로 얘기해 주었다.
내 친구 b는 (지금도 그렇지만) 매우 순수하고 진실한 친구이다.
그는 내 말을 다 믿어주었다.
그후 정신없이 일주일이 지나갔다.
나는 그 기간동안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서 다른 아이들과 섞여 정문으로 내려갔다.
그리고는 숨이 턱에 차오를만큼 전력질주로 내리막길을 5분 안에 뛰어내려가 버스 막차를 탔다.
(걸어가면 15분-20분 걸리니까 죽어라고 뛸수밖에)
하지만 그날 밤에 내가 본 것을 떠올릴 때마다 무서워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내가 일주일 동안 고생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친구 b는 내게 야간자율학습을 그만둘 것을 권했다.
그때의 나는 b만큼 순수하지 못해서 친구에게 결코 약해보이기 싫은 마음에 오기를 부리고
꿋꿋이 야간자율학습을 계속했다. 그러자 얼마 안 있어 결국 b가 야간자율학습을 신청했다.
다시 b와 나의 동반 하교가 재개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당연히 그 산길로는 가지 않았다. 아침에도......
b는 한동안 자율학습이 끝나고 정문에서 버스정류장까지의 그 지루한 내리막길을 나와 같이 뛰어주었다.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나고 10월말이 됐을 무렵, 나는 어느 정도 그때의 충격에서 벗어났고
어느날 야간자율학습이 끝난 뒤 b와 함께 오랜만에 그 산길을 찾았다.
산길 입구에 다다르자 다시 한 번 그날밤의 충격적인 형상이 기억났지만
옆에 든든한 친구 b가 있었기에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발걸음을 내디뎠다.
b는 내가 심리적으로 불안한 나머지 실족할까봐 나를 산쪽으로 세웠고 자기가 절벽 쪽으로 걸었다.
그 산길은 굉장히 좁아서 2명이 나란히 서서 걸으면 남는 공간이 별로 없다.
우리 둘이 팔짱을 끼고 워낙 찰싹 붙어서 걸어갔기에 옆에서 보면 게이처럼 보였을 것이다.
다행히 그날밤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 뒤로는 며칠에 한 번씩은 산길로 내려갔다.
그리고 2학년이 되고부터는 학교 통학버스를 타고 다녔으므로 산길을 이용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그 산길에 대한 공포를 다시금 떠올리게 된 것은 졸업한 지 2년이 지난 겨울이었다.
정식 동창회는 아니고 고등학교 때 친했던 애들끼리 전화 연락을 주고받아
(인터넷이나 아이러브스쿨은 한참 뒤에 생김) 고등학교 교정에서 만났다.
졸업하고서 처음으로 찾은 학교였기에 여기저기 둘러보며 감회에 젖었다.
여기저기 달라진 곳들도 많이 눈에 띄었고 바로 옆에는 같은 재단의 종합대학교 (말만 종합)가
공사를 한참 진행중이었다. 그 공사의 여파로 산의 절벽이 많이 깎여 있었고 산길로 내려가는 길은 막혀 있었다.
친구들과 학교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 받던 중 b와 내가 그 여자아이 귀신 얘기를 했더니
아이들은 코웃음을 치며 뻥치지 말라고 욕을 했다. 뭐, 당연했겠지만...
그런데 그중 한 놈만은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그게 진짜냐고 물었다.
그래서 뻥이든 진짜든 지금 와서는 별 상관없다고 말했더니 그 놈은 충격적인 얘기를 내게 들려주었다.
걔는 어렸을 때부터 학교 바로 앞에 살던 애였는데 자기가 고등학교 입학 전에 들었던 사건이 있다고 했다.
우리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2년 전쯤에 산 투견장 근처에 움막을 짓고 사는 한 이상한(?) 놈이 살았는데
그 미췬 놈이 기르던 개가 엄청 사나워서 투견장에서 꽤 악명이 높았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겨울날 산 밑에 살던 한 여자아이가 그 사나운 개에 놀라서 도망가다가
절벽 산길 낭떠러지로 떨어져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실 이 얘기를 해준 친구녀석은 여기까지밖에 몰랐고
자세한 내용은 내가 이후 관할 파출소에 가서 직접 물어봐서 알아낸 것이다.)
그 개와 여자아이가 동시에 실종이 됐는데 몇시간 후 경찰 수색 결과
여자아이의 시신이 낭떠러지 아래쪽에서 발견되었고 시신은 무언가에 물어뜯겨
특히 얼굴 부위가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 여자아이가 떨어진 후에
미췬 개가 그 아래로 내려가 시신을 훼손한 것 같다는 경찰들의 말을 듣고서 나는 온몸이 떨려왔다.
그 개주인은 정신이 온전치 못하여 어떤 책임을 물을 수도 없었다고 한다.
당시 사건에 참여했던 경찰로부터 어렵게 전해 들은 그 여자아이의 인상착의는
내가 그날밤 보았던 바로 그 상태였다. 분홍색 코트에 갈색 골덴바지......
그 사건 이후로 그 절벽 길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조망이 쳐지게 되었다.
나는 이 사건 이후로 귀신이라는 존재를 믿게 되었고
내가 알고 있는 알량한 지식의 잣대로 이 세상을 판단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이후 군대라는 곳에 가서 비슷한 경험을 한차례 더했고
그 이후로는 귀신을 직접 목격한 경험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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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에 정말 오랜만에 모교를 다시 찾았습니다.
뜻밖에 그리 많이 변하지는 않았더군요.
그리고 그 산길을 다시 가보았습니다.
일요일 한낮이었기 때문에 그리 무섭진 않았지만
음산한 기운은 여전했습니다. (그냥 제 느낌상 그랬을지도...)
그때 찍은 사진 몇 장 첨부합니다.
산길로 진입하는 입구에 공사 적재물. (졸업 후 마지막으로 찾아왔던 때에도 이랬는데)
예전 투견장이 있었던 길로 들어가는 곳은 이와 같이 막혀 있었음.
이런 개구멍을 통과해야 아래로 내려가는 산길이 나옴. (아직도 변함없음)
이렇듯 풀이 무성하여 사람이 이용하지 않은지 한참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음.
실제로 이거 헤집고 내려오는데 뭐가 내 셔츠를 확 잡아당겨서 식겁했음.
다 내려와서 보니까 웬 가시들이 온 어깨와 팔에 촘촘이 박혀있어서 옷벗고 떼냈음.
다 내려오면 아래와 같은 입구가 보임. 당시 죽어라고 뛰었던 기억이 되살아남.
지금은 주민들을 위해 이렇게 멋진 계단이 만들어져 있음.
툴툴거리며 옷에 박힌 가시들을 떼내고 있는데,
한 어르신이 손주를 데리고 계단을 올라가시려 하기에 이 계단이 어디로 통하냐고 여쭤봤더니
계단으로 올라가서 산을 통해 학교로 넘어간다고. 옆에 절벽길은 이제 아무도 안 다닌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