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접하지만 군대에서 제가 겪은 실화랍니다.

오후2시2분 작성일 09.06.20 09:5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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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한지는 13년 정도 됐습니다.

 

저는 공병이라, 공사가 있으면 이곳 저곳 중대나 소대 단위로 파견 근무를 했었더랬습니다.

 

자대는 원당에 있었지만,

 

마침 자유로 성토작업에 대대 2개 중대가 파견을 나갔던 터라, 문산에 간이 막사를 세우고 파견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미 완공된지 오래인 자유로 인터체인지 (램프) 가 바로 제가 군시절 만든 거 랍니다...(?) --

 

96년 여름이었습니다. 비가 엄청나게 퍼부어대서 문산 읍내까지 물난리가 났었지요.

 

그때 물난리가 정말 지대로 나서 임진강도 다 넘치고,

 

하여간 제 생애 처음 홍수를 겪었었지요.

 

 

저는 그날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합니다.

 

제가 생일이 7월 말일이라, 그날이 바로 제 생일 하루 전인 30일 이었습니다.

 

비가 그칠줄 모르고, 막사 입구까지 물이 차오르려고 했었지요.

 

중대장과 인사계(행정보급관)의 특단(?)으로 소대별 1명씩만 막사에 남아 상황을 체크하기로 하고 중대원 모두

 

피난(?)을...

 

당시 수송부와 행정병(공사계,보급계등)이 대부분이었던 본부중대와 제가 속한 2중대

 

이렇게 두개 중대가 생활하고 있었고, 우리 중대엔 다시 3개 소대가 있었습니다.

 

각 소대별로 한명씩만 남는다는 특단으로

 

당연 제가 남게 되었지요.

 

제가 완전 꼬인 군번이라 상병 이었는데도 불구 저희 소대에는 이등병(전입한지 1달도 안된-_-;;) 2명이 제 소대 쫄따구들 전부였습니다.

 

제 동기들이 당시 6명(중대 통틀어서)

 

고참들이 너희들끼리 잘 뽑아봐라... 미안허다(-_-)  ...

 

제비를 뽑았으나, 원래 재수없는건 잘걸리는 제 팔자(?)... (우리 동기 6명중 2명 남고 소대장 한명-중사- 남았습니다)

 

 

하여튼 우리 중대에서 3명이 남았고, 나머지 중대원들은 다찌, 카고, 덤프(당시 공병이라 토취 작업때문에 15톤 덤프가 있었슴) 등등에 올라타고,

 

군장에 이것저것 살림 꾸려서 자대인 원당으로 이동했죠.. 

 

우리 3명만 남겨두고...  -_-

 

처음에 제비 뽑기에 걸렸을땐, 장난처럼 떠들어 댔는데,

 

막상 중대원들 다 떠나는 모습 보니까, 웬지 기분도 더럽고, 정말 뭔일 나는건 아닌지, 마음 찹찹해지더군요.

 

물은 이미 막사 바로 앞 농구대 있는 곳 까지 차오르고 있었습니다.

 

수송부 차량을 세워 두던 저 아래 공터는 이미 유류고까지 물이 꽉 차 올라서, 시커먼 기름이 간간히 섞여 소용돌이 치는 물살은

 

웬지 살벌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남은 우리는 막사 지붕에 쪼그리고 앉아서, 기다란 막대기로 물이 차오르는 걸 찍어서 체크(?), 내심 불안함을 담배로나마

 

죽이며 그칠줄 모르는 비만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엎친데 덥친 겪으로 막사 뒤 야산에서 흙더미 까지 쏟아져, 온통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산사태라고 까지 비유할건 아니지만, 막사 뒤 둔덕에서 쏟아진 흙더미가 꽤 많아서 하마터면 제 동기가 막사 지붕 아래로

 

떨어질 뻔 하였습니다.

 

흙을 대충 치우고 수습하느라 전투화도 다 흙 범벅이 되고.....

 

나중엔 손으로 흙더미들을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제 손에 뭔가 물컹 하는게 잡히는 느낌....

 

처음엔 모지?  .... 하는 생각으로 흙더미들을 휘저어 봤는데,

 

물컹 했던 건

 

바로....

 

 

 

 

아기의 팔.....

 

 

너무 놀라 그자리에서 미끄러져... 막사 지붕 아래로 떨어져  물에 빠졌습니다.

 

비명까지 지르며 허둥대자 _  소대장이 소리치며, 정신 차리라고 윽박 지르는데...

 

실은 물이 낮으니까, 진정하라고 소리친 거였습니다.

 

저는 사실 물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느라 소리친게 아니라

 

방금 만졌던, 그리고 보았던 아기의 팔... 때문인데...

 

 

너무 긴장했던 저는, 물깊이가 허리 정도 밖에 안되는 곳인데도, 물까지 먹어가며 허우적 거리고 있었죠.

 

 

제 동기가 뛰어들어 제 몸을 잡아채며 제가 떠내려 갈까봐 붙잡고

 

 

잠시뒤 다시 막사 지붕에 올라가서 쭈그리고 앉아 담배 한대 물면서

 

벌벌 떨고 있자, 소대장이 괜찮냐고 자기 입고 있던 판초의 까지 덮어주며 묻는데, 순간 얼 빠진 사람마냥 아무 대꾸도 할수 없었습니다.

 

 

좀더 시간이 지난뒤 우리는 문산 소방서에서 나온 소방대원들의 도움으로

 

고무 보트(사실은 고무 다라에 가까운)를 타고 막사를 빠져 나오게 되었습니다.

 

 

"김상병이... 허리도 안차는 물에서 죽을까봐 겁났었냐...."

 

본대인 원당으로 향하는 다찌 안에서 조수석에 앉은 소대장이 뒷칸에 앉은 저를 보며 농담처럼 얘기했을때도, 저는

 

아무 대꾸도 못하고, 아까 만졌던 물컹했던 아기 팔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2주정도 지난 뒤...

 

다시 문산의 파견 막사를 찾았을땐, 온통 흙더미에 간이막사도 군데군데 쓰러져

 

흡사 폐허 같은 분위기  었습니다.

 

 

막사 안 내무반을 치우는데 흙더미가 너무 많아 하루이틀 치울 정도의 양이 아니었습니다.

 

그간 동기들이나, 고참들, 아니 모두에게 제 얘기를 해도 아무도 믿지 않고,

 

설마설마 했지만, 실은 모두 약간은 깨름찍하게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막사 청소를 시작한지 3일째, 식당과 취사장으로 쓰던 막사에서 흙더미를 치우다

 

아기 팔을 발견했는데.

 

그건 다름아닌 아이들이 갖고 노는 인형이었습니다.

 

고무재질로 돼서 조금은 물컹한....-_-

 

두고두고 놀림감이 된 저는, 내심 다행이다 싶기도 하면서도, 그 찜찜함이란....

 

 

'내가 본건 분명 사람의 팔이었다구......'

 

 

그리고

 

그간의 물난리도 어느덧 수습이 되어 가던 그때....

 

 

저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홍수가 나기 며칠전

 

근처 마을에서 5~6세의 여자 아기를 잃어버렸고, 홍수가 나는 그때까지 끝내 찾지를 못했다는 , 

 

그리고 그 아기가 마지막으로 목격되었던게, 저희 막사 뒤에 있던 야산 인근 이었다는 것...

 

 

 

그리고

 

나중에 발견된 한 여자 아이의 시체,

 

그 아이는 평소 좋아라 하던 인형을 꼭 끌어 안고 있었는데, 인형 팔 한 쪽만 없었다고 합니다.

 

아이의 시체는 막사를 뒤덮은 흙더미 (덤프에 실어서 치웠는데 거의 덤프 3대는 족히 넘었음)에서 발견 되었는데,

 

알아볼수 없을 만큼 물에 불고 부패해서,

 

나중에 수사를 한다는 얘기.....

 

 

과연 그 시체가 없어졌던 그 여자 아이 였는지는

 

끝내 들은바가 없고,

 

내가 만졌던 그 물컹한 팔도 과연 그 여자 아이였는지, 아님 인형 팔이였는지,

 

밝혀진바 없습니다.

 

 

지금도 저는 그때 생각하면 소름이 끼칩니다.

 

정말 제가 봤던건,

 

만졌던건,

 

아기의 팔 ?  인형의 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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