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가서 생애 처음으로 지른 비명

entos 작성일 09.07.01 21:4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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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는 맞는데 헛것에 대한건 아니구요.

 

실제하고 주위에 있는 것들에 대한 공포이야기입니다.

 

 

해마다 가을이면 벌초하러 친척분들과 고향을 찾습니다.

 

고향은 경북 상주군에 있는 작은 마을인데,

 

최근엔 산에 장뇌삼을 심고 밭엔 인삼을 키우면서 약간씩 활력을 띄고 있는 중입니다.

 

 

할아버지,할머니께서 묻혀계신 곳은 길가에서 얼마 멀지도 않고, 바로 아래까지 차량진입이 가능한 곳이라,

 

대부분의 친척분들은 여기서 벌초를 하고,

 

증조할아버지께서 계신 곳은 나즈막한 산의 정상에 위치하고 있어서 젊은 사람들(비교적) 2~3명만 따로 갑니다.

 

그 젊은 사람들 중엔 항상 제가 포함되고, 나머지 두 분은 삼촌들입니다.

 

 

 

작년이었습니다.

 

해마다 그랬듯이 삼촌들과 저는 휴대용예초기, 낫, 톱을 챙기고 간단히 음료수와 제를 지낼 먹거리등을 가방에 싸서

 

출발했습니다.

 

산을 오르기 시작할 무렵부터 예전에 존재하던 길이 없어져서 이리저리 둘러서 가며, 다른분의 무덤도 지나치고 하는데,

 

큰 나무밑을 지나가다 위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삼촌께서 나즈막히 외칩니다.

 

"숙여"

 

 

 

사실 외칠 필요도 없었죠.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즉시 세명 모두 바닥에 업드렸으니까요.

 

 

 

우리 머리 위엔 잘익은 수박 3통을 합친 것보다 더 큰 거대한 말벌집이 있었고,

 

그 주위를 녀석들이 쉴세없이 붕붕거리고 경계를 취하고 있더군요.

 

 

세사람은 조심스럽게 그 밑을 지나가서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고,

 

삼촌들은 아까 말벌집정도면 꽤 돈이 되는 거니, 생각있으면 잡아봐라하면서 농담도 하고 수풀을 헤쳐나갔습니다.

 

 

 

정상으로 올라가 벌초를 끝내고 제를 올리고, 내려오는 길.

 

이상하게 앞으로 뭔가 일이 터질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긴장감이 밀려옵니다.

 

담배 한 대 피면 좋겠는데,

 

아무리 장가가서 애기도 있지만 조카가 삼촌앞에서 담배를 꼬나물 수는 없는 법.

 

일단 소변 좀 보고 갈테니 먼저 내려가시라고 말씀드린 후,

 

서로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만큼 간격을 유지하면서 담배를 물고 내려갑니다.

 

 

산을 거의 다 내려올 무렵 담배를 끄고 삼촌들을 따라잡기 위해 서둘러서 가는데,

 

 

아까 그 말벌집이 보입니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최대한 몸을 숙여서 살금살금 업드려 기다시피 지나가는데,

 

 

 

 

 

 

 

따끔

 

 

 

 

뒤통수에서 바늘로 찌른 것같은 통증이 갑자기 밀려옵니다.

 

 

 

 

쏘였다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두번째, 세번째 통증이 뒤통수의 다른 부분과 어깨에서 느껴집니다.

 

 

 

 

 

생애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때문에 저절로 비명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우아아~

 

 

 

너무 놀란 나머지 발이 미끄러져 앞으로 주저앉습니다.

 

 

 

 

연이어 몸의 여기저기서 따끔거리는 통증이 느껴집니다.

 

 

 

그 상황에서 통증은 별거 아닙니다.

 

귓가에 들리는 온통 붕붕거리는 소리가 더욱 공포에 떨게 만듭니다.

 

 

 

 

지금 정신차리고 달리지않으면 죽는다

 

생각이 퍼뜩 듭니다.

 

 

 

 

손을 머리 위로 휘저으며 뛰기 시작합니다.

 

휘저으면서 모자를 쳐버려 날리고, 메고 있던 가방도 벗겨집니다.

 

 

 

 

처음 질렀던 비명은, 이후로 삼촌들이 보이는 꽤 먼거리까지 달려가면서 멈추어지지 않습니다.

 

 

 

 

앞장서가던 삼촌들은 비명소리를 듣고 놀라서 제가 달려오는 모습을 보시더니 몸을 숙이면서,

 

 

"계속 내려가" 하십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두 마리가 거기까지 계속 따라왔답니다.

 

 

 

 

한참을 달려내려가다보니 어느정도 진정이 되어서 주위를 보니 따라오는 녀석도 없고해서

 

삼촌들을 기다렸습니다.

 

 

 

 

조금있다 내려오셔서 가방과 모자를 두고 왔다는걸 알고 되돌아가 말벌집 바로밑에서

 

가방과 모자를 주어오십니다.

 

삼촌들의 용감함에 존경심과 위대함을 한꺼번에 느낍니다.

 

 

 

숨을 좀 고르고 여기저기 몸을 확인해보니,

 

쏘인 곳은 머리와 어깨 등, 팔, 손등, 허벅지 등등 대충 열군데정도고,

 

넘어지면서 손이 삐고 까진 것 이외엔 괜찮더군요.

 

열군데 중에 머리를 세 방이나 맞았는데, 모자를 쓰고 있는 상태에서 뚫고 들어온 녀석들의

 

독함에 치가 떨립니다.

 

쏘인 곳이 약간씩 부풀긴했으나 별다른 이상증후가 없어서

 

일단 하산합니다.

 

 

 

 

이후론 식구들 앞에서 괜히 난리피우면 더 걱정할까봐,

 

일부러 침착하게 행동하며 집으로 복귀하였습니다.

 

 

 

 

 

 

그 날 저녁 집에서 낮의 일을 회상하니,

 

 

 

오늘 저녁을 집이 아닌 영안실에서 보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온 몸이 부르르 떨리더군요.

 

 

 

 

 

부풀어오른건 며칠지나니 없어졌는데 또다른 문제가 생겼는데,

 

 

 

그 이후로 벌처럼 생긴 것만 보면 심하게 몸이 움츠려들고 떨립니다.

 

심지어 똥파리 큰 놈만 봐도 소름이 끼치도록 싫습니다.

 

 

 

 

이 증상은 현재까지도 계속 진행되고 있어서 올해 벌초하러 갈 생각하니 꿈만 같구요.

 

 

 

 

 

야산에 갈 때 벌조심하세요.

 

 

 

큰일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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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미지는 제 기억과 비슷한 사진을 퍼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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