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바디앤바디님의 글을 읽다보니 잃어버렸던 어릴적의 기억이 나네요.
비슷하지만 다른 경험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다가, 혹은 책을 보다가 아무 이유없이 문득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
맞벌이하시는 부모님께서 잘못되면 그 땐 어떻게 해야 하나?
몇십억년 후엔 지구전체가 사막이 되어버린다는데 그 땐 암것도 살아남지 못하겠지?
지구가 생을 마감하고 사라져버려서 내가 알고있는 모든 것들이 없어져버린 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런 공상에 빠지다가 그게 현실이 되어버린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이 때부터 기분은 급격히 우울해지고
주위의 밝게 웃는 사람들이 무척 불쌍해지고
보이는 모든것이 흑백으로 느껴집니다.
이럴 땐 사람이 많은 동네시장을 찾아가거나, 친구를 만나러 나가서 운동장에서 뛰어논다든가 했는데,
아마도 활기찬 분위기를 느껴서 지금의 우울함을 떨쳐버리려고 그런 것 같습니다.
암튼,
예나 지금이나 개인적으로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귀신도, 정체모를 괴물도, 바닥의 끝을 알 수없는 시퍼런 호수도, 가끔씩 출몰하는 외계의 생명체도 아닌,
언젠간 나와 내 가족이 죽어 없어진다는 것.
언젠간 인간이라는 생물이 멸종한다는 것.
언젠간 세상이 사라진다는 것.
언젠간 지구가 수명을 다하고
태양이 때가 되어 그 빛이 꺼진다는 것.
無
가장 무섭고 가장 생각하기 싫어하는 것이죠.
바로, 어릴 때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던 주된 이유이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