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뺑소니,머리전구,두남녀...

브라이언메이 작성일 09.07.23 18: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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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x이트에서 퍼온거긴한데 원래 원출처는 -웃대-라고하네요~~

 

혹시~라도 중복이면 댓글로알려주세요~

 

 

 

 

 

(첫번째) 뺑소니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밟았는데, 속력이 너무 높았던지라 별 소용이 없었다.


“끼이이익!! 쿵!!”


신나게 달리던 자동차는 결국 차 앞을 지나가던 어떤 물체와 부딪히며 둔탁한 충돌소리를 냈다.

그 기분 나쁜 소리는 차를 멈춘 후에도 귓가에 윙윙거리려 날 괴롭혔고, 그 괴로움 뒤에 맞닥뜨린

두려움과 당혹스러움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들부들 떨려오는 두 손을 애써 진정시키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방금 뭐였지? 사람이었나?’


고개를 억지로라도 일으켜 나가떨어진 그 어떤 물체를 쳐다보려고 했지만 고개를 들기가 참으로 힘들었다.

행여나 사람이라도 쳤다면, 또 그 사람이 죽었다면 내 인생은 말 그대로 끝나는 것이기에 더욱 힘들었다.

4초? 5초 정도의 갈등을 깨고 고개를 들어 앞을 봤다. 내 바람과는 다르게 하얗게 비추는 헤드라이트

너머에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애석하게도 죽었는지 미동도 하지 않고 차가운 아스팔트에

누워있었다.


‘설마 죽은 거야?’


나는 차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밖으로 나가, 그 사람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서자 핏물이 점차 번지는

아스팔트 위에 누워있는 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팔다리의 관절이 뒤틀렸는지 제각각 놀고 있는

몸뚱이와 피를 철철 흘리는 머리통.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생기 없는 눈동자. 죽은 게 틀림없었다.

나는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고, 차로 들어갔다.


“신발”


초보운전 주제에 스피드 좀 내보겠다고, 늦은 밤에 나와서 달리는 게 아니었다.

자동차 할부도 안 끝난 주제에, 겁 없이 밤거리를 질주하던 내 모습이 한심스러웠다.

있는 힘껏 자동차 핸들에 머리를 박았다.


“빡!!”


이상하리만큼 머리가 아프지 않았다.

나는 핸들에 머리를 맞댄 상태로, 짧은 시간동안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나? 119를 불러야하나?’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감옥에 잡혀갈까?’


어쩔 줄 몰라 고민하고 있는 순간, 머릿속에 더러운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고개를 돌려 다시금 주위를 살폈다. 시간이 꽤나 늦은 시간이고, 인적도 드문 도로라 사람도 없고,

지나가는 차도 없었다. 아무도 못 봤을 거라는 생각에, 이러면 안 되지만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나는 재빨리 차에 시동을 걸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엔진소리에 가슴이 끓어올랐다.

나는 재빨리 쓰러져 있는 사람을 지나쳐, 차를 반대 차선으로 돌렸다.

뺑소니,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뺑소니를 내가 직접 한다는 생각에 심장이 터질 거 같았다.

차를 완벽하게 돌리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순간 사이드미러로 할아버지 하나가 보였다.


‘아까는 분명히 아무도 없었는데’


그 할아버지는 어스름한 가로등 불빛 아래 서있었는데, 꼭 내 차번호를 외우고 있는 거 같이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발, 분명히 사람이 없었는데”


잠시나마 차를 돌려야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온갖 잡생각에 어지럽기까지 했다.

다시 한 번 내 머리에 아주 지독한 생각이 떠올라 버렸다.

사실, 지금 내가 돌아가서 차에 치인 사람을 병원에 데려다주더라도 할아버지의 증언 한 방에

파렴치범으로 몰릴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냥 이대로 뺑소니를 하더라도 저 목격자인, 할아버지가 있는

이상, 잡히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렇다. 모든 문제는 사고를 목격한 할아버지였다.

나는 다시금 차를 돌려 할아버지를 향하게 했다. 이번에는 확실히 주위를 살피고,

사람이 없음을 확인했다. 어느새 할아버지는 도로를 가로질러 차에 치인 시체 옆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나는 고의적으로 그 할아버지를 향해 달렸다.



“쿵”



아까와 비슷한 충돌소리와 함께 할아버지가 공중으로 날아갔다.

다만 방금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속도를 줄일 마음이 전혀 없었다는 것과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는 점이다.

도로에 내팽겨진 할아버지를 뒤로 하고 냅다 달렸다. 룸미러로 부러진 지팡이와 함께,

바닥에 처박힌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지끈거리던 두통이 말끔히 가셨다.


‘즉사했겠지?’


이로써 목격자 따위는 없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자, 발바닥에서부터 전해오는

야릇한 안도감에 온몸이 바르르 떨려왔다. 그리고 그 떨림은 집에서까지 계속되었다.










며칠 뒤, 집에 경찰이 찾아왔다. 그리고는 나를 뺑소니 범이라며 잡아갔다.










“이 새끼 악질입니다. 악질! 고의적인 뺑소니라고요, 살인을 즐기는 사이코패스에요!”


입에 담배를 문 형사하나가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중얼거렸다. 사람을 저렇게까지 몰아가나?

따지고 보면 엄연한 나의 실수였다. 감시카메라에 찍힌 줄도 모르고 혼자 쇼를 해댔다.

인적이 드문 곳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다니, 제대로 당했다.

하지만 감시카메라보다 나를 화나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그것덕분에 나는 실수로 사고를 저지른 뺑소니 범에서 고의로 사람을 죽이는 악질 살인마가 되어 버렸다.

그 할아버지만 죽이지 않았어도, 죄가 이렇게 무겁지는 않을 텐데.

사실 그것은 할아버지의 잘못이 크다.



‘장님 주제에, 밤에 도로 주변을 싸돌아다니다니, 그러니까 차에 치이지. 신발’

 

 


 





(두번째) 머리전구


민수는 일반 남학생들에 비해 꽤나 우월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아기처럼 뽀얀 피부주먹만 한 얼굴,

영화배우에 버금가는 갸름한 턱선, 커다란 눈망울에 높은 콧대 그리고 얇고 긴 팔다리를 보면

순정만화에 나오는 주인공이 생각난다. 처음 같은 반이 되었을 때, 민수의 외모만 보고 연예인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수는 그런 외모가 무색할 정도로 비정상적이었다.

민수와 같은 초등학교를 나온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민수는 영락없는 변태사이코다.

학급에서 키우던 병아리의 머리통을 면도칼로 썰어 내거나, 학급친구들의 인형을 빼앗아 머리통을

뽑아내는 행동은 결코 정상정인 초등학생의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

사실 처음에는 친구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민수와 같은 반이 된 지금, 내가 보기에

민수의 잔인함과 폭력성은 초등학교 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나아지지 않았다.

내가 그것을 확신하는 이유는 최근에 민수와 내가 짝꿍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참 불행한 일이다.

오늘도 민수는 수업시간 내내 자신의 빨간 펜으로 교과서에 있는 인물들의 목을 도려내고,

뿜어져 나오는 피를 그린다. 실실 웃으면서 펜을 휘둘러대는 민수의 모습은 끔찍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수업시간 내내 그 모습을 봐야 하는 것은 내게 크나큰 곤욕이다.










“조별로 숙제를 내주겠어요, 다음 시간까지 조별로 모여서 다음 시간에 배울 내용을 커다란 전지에 요약해 오세요, 꼭 조원 모두가 협력해서 하세요.”



머리가 지끈거렸다. 물론 옆에서 히죽거리며 사이코 짓을 하는 민수가 머리를 지끈거리는데 크게

한 몫을 했지만, 무엇보다 선생님의 말씀이 신경 쓰였다. 조별숙제라니, 조별숙제라고하면 조원들이

모두 모여서 다 같이 하는 것인데, 공교롭게도 나는 민수와 같은 조였다.

수업시간이 끝나고, 나와 같은 조인 지혜와 예나가 내 자리로 찾아왔다.



“민철아, 조별숙제 어떻게 할 거야?”



지혜가 내게 물었다.



“아, 몰라”



학교이외의 공간에서 민수를 봐야한다는 사실이 불쾌했다. 나는 얼굴을 두 손으로 쓰다듬으며 민수를

째려봤다. 민수가 정상적인 표정을 하고 있었다. 상당히 기복이 큰 녀석이다. 정상적일 때는 지극히

정상적이다가도 언제 사이코로 변할지 모른다.



“시간 끌지 말고, 오늘 하면 좋겠는데”



지혜 옆에 있던 예나가 입을 열었다. 예나는 민수만큼이나 우리 학교에서 뛰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는

여학생인데, 주변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연예기획사에서 명함을 받을 정도란다. 사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분명 눈의 띄게 예쁘게 생기기는 했다.



“오늘 하자고? 그것도 괜찮은데 시간이 될까?”



“난 괜찮아”



긍정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숙제는 빨리 해치우는 편이 좋으니까.



“나도”



민수도 옆에서 거들었다. 역시나 정상적인 말투였다.



“그럼 어디서 하지? 우리 집은 멀어서 곤란할 텐데”



“우리 집에서 하자”



민수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민수를 쳐다봤다.



“괜찮겠어?”



내가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 나는 민수의 집에 가는 게 꺼림칙했다. 집에 가는 동안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민수의 음침한 방이 상상되어 불쾌했다.



“괜찮아, 우리 집은 학교에서도 가까운 걸? 수업 끝나고 다 같이 가자”



민수는 예나를 보며 명랑하게 말했다. 다른 사람의 눈을 저렇게 초롱초롱하게 보다니,

보기 드믄 민수의 모습이었다. 옆에 예쁜 여자가 있다고 이렇게 바뀌는 녀석이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민수의 모습은 낯설었다.










학교 수업이 모두 끝나고, 우리 조는 모두 모여서 민수를 따라 민수의 집으로 향했다.

민수의 말대로 민수네 집은 학교에서 가까운 편이었다. 비록 인적이 드믄 지역에 있는 집이었지만

영화에서 보던 저택같이 커다란 외관에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널따란 정원에는 돌길을 따라 풀과 꽃이

있었고, 그 주변에는 하얀 울타리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저택 옆에는 커다란 창고도 있어, 더욱 집이 커보였다.



“이 집이 진짜 너네 집이야?”



예나가 놀라서 커다래진 눈으로 민수를 쳐다보며 물었다.



“응, 빨리 들어가자”



민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우리는 꽃으로 장식된 돌길을 걸어 현관에 다다랐다.

현관 역시 꽤나 기품 있게 장식되어 웅장해보였다.



“쿵, 쿵, 쿵!”



민수가 문을 거세게 두드리며 말했다.



“엄마 저 왔어요.”



“철컥”



문이 열리고, 안에서는 얼굴을 천으로 감싼 누군가가 나타났다.

눈조차 천으로 덮은 그 사람은 민수를 보며 말했다.



“어, 민수니? 뒤에는 누구?”



얼굴을 천으로 감싼 그 사람은 민수의 어머니인 듯했다.



“아, 친구들이에요. 조별 숙제 때문에 방으로 올라갈게요. 맛있는 것 좀 가져다주세요.”



민수는 그렇게 말하고는 우리를 데리고 자신이 방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민수네 집의 내관은 외관만큼이나 훌륭했다. 도대체 이렇게 좋은 집에서 사는 녀석이 어째서 이상한

짓을 하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우와, 민수네 집 진짜 크다”



지혜가 민수의 방에 가방을 풀며 말했다.



“전혀 몰랐어, 이렇게 잘 사는지”



예나 역시 감탄하며 말했다.



“뭘, 그냥 그렇지. 그럼 숙제나 해볼까?”



민수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나는 그런 민수의 모습이 보기 안 좋았다.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면서 흡족해하는 민수의 역겨운 표정연기도, 민수의 괴팍한 성격은 고려하지 않은 채

민수의 커다란 집과 민수의 외모에 반해 감탄을 연발하는 여자애들도 보기 싫었다.



“똑, 똑”



닫혀있던 방문으로 누군가 노크를 했다. 문이 열리고 민수의 어머니께서 음료와 간식거리를 가져 오셨다.

물론 민수의 어머니는 아직도 머리에 천을 감싸고 있었다.

어머니는 우리들에게 음료를 나눠주며 말씀하셨다.



“우리 민수가 참 부족한 아이인데, 학교에서 잘 좀 대해줬으면 아줌마가 정말 좋을 거 같다. 혹시나 우리 민수가 이상한 행동하면 잘 타일러줘, 알겠지?”



“네”



우리의 대답을 들은 어머니는 흡족해하시며 방문을 나섰다.



“그럼 맛있게들 먹고, 숙제 열심히 해”



“네, 잘 먹겠습니다.”



민수의 어머니가 나가시고, 민수에게 어머니가 왜 얼굴을 가리시는지 묻고 싶었지만

예의가 아닌 거 같아 포기했다. 그리고는 어머니가 가져다주신 오렌지주스를 들이켰다.

달콤한 오렌지주스의 뒷맛이 왠지 모르게 씁쓸했다.

서로 잡담도 하고, 숙제도 하면서 꽤나 시간이 흘렀다.



“민수야, 화장실이 어디야?”



지혜가 물었다.



“2층에 복도 끝에 가봐,”



“응, 고마워”



“지혜야, 나도 같이 가자”



예나는 화장실을 가는 지혜를 따라나섰다.

둘이 나가고 방안에 민수와 단 둘이 남게 되자 뭔가 어색해서 아무 말이나 집어던졌다.



“여자애들은 왜 화장실을 같이 가나 모르겠어? 그치?”



“그러게”



내가 생각해도 참 영양가 없는 말이었다. 나는 어색함을 못 견디고 일어나서 민수의 방을 구경했다.

동생과 내 방을 합친 것보다 더 큰 방의 크기에 부러웠지만 나름 아담한 방이 좋다고 합리화를 했다.

고개를 돌리자, 민수의 침대 맡에 놓인 유리로 된 상자가 보였다.

그곳에는 조그만 거북이 한마리가 들어있었다.



“이야, 거북이 네가 키우는 거야? 목 진짜 길다”



나는 거북이의 늘어진 목을 보며 중얼거렸다.



“거북이가 머리를 내밀었다고?!”



순간 민수가 크게 소리치며 말했다. 그러더니 나를 밀쳐내며 상자 앞으로 다가섰다.

덕분에 나는 옆으로 밀리며 의자에 쓰러졌다.



“무슨 짓이야?”



“잠깐!!”



순간 민수의 표정이 변했다. 사이코 짓을 할 때의 그 표정이었다. 민수의 돌변한 모습에

몸이 굳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민수는 오른손의 검지와 엄지로 거북이의 머리를 잡아 모가지를 억지로 쭈욱 빼냈다.

그리고는 왼손으로 책상을 더듬더니, 이내 날이 시퍼런 가위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쭉 뽑아낸 거북의 모가지에 가위의 양날을 갔다댔다.

끔찍한 광경에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민수는 히죽 웃더니, 외손아귀에 힘을 바짝 주어 가위를 눌렀다.



“찌억”



괴상한 소리와 함께 거북의 머리가 잘려나갔다.

거북의 모가지에서는 거무죽죽한 피가 걸쭉하게 흘러내렸다.

민수는 왼손에 쥐고 있던 피 묻은 가위를 침대에 내팽겨 쳤다.

그리고는 거북의 잘려나간 머리통을 보며 헤죽거렸다.

잘려나간 머리통에서 거북의 두터운 눈꺼풀이 껌뻑거렸다.



“꺄악!!!”



순간 바깥에서 지혜와 예나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듣고,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나는 방문을 잡았다.



“퍽!”



뒤통수에서 커다란 충격이 왔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자 민수의 손에 깨진 유리컵이 보였다.

서서히 정신이 아득해졌다.










눈을 뜨자, 끔찍한 몰골이 보였다. 살갗은 썩어 문드러졌고, 얼굴 곳곳에는 고름이 돋아 있었다.

그 흉측한 얼굴을 본 나는 숨을 헐떡거렸다.



“헤엑,,”



“어, 민철아, 일어났구나?”



민수가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표정은 여전히 사이코 같은 표정이었다.

일어나려고 했지만 온몸이 꽁꽁 묶여있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민철아, 고마워 덕분에 거북이 머리도 잘라냈어. 평소에는 겁먹어서 고개를 내놓지 않는 녀석이었거든 크크크”



민수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내며, 내 앞에 뭔가를 던졌다. 잘려나간 거북의 머리통이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주변에는 모가지가 잘려나간 머리통들이 벽에 걸린 채, 전시되어 있었다.

강아지대가리며 새대가리며 고양이대가리며 심지어는 사람까지.



“엄마, 누가 예쁘냐니까?”



민수가 그 흉측한 얼굴을 한 사람에게 말했다. 어머니인 거 같았다.



“흠, 이쪽이 더 예쁘다”



그 흉측한 얼굴을 한 어머니는 기절해있는 예나를 가리켰다.

순간 민수가 커다란 도끼를 집어 들더니 예나의 모가지를 사정없이 내려쳤다.

잘려나간 예나의 머리통은 피를 분수같이 뿜어내며, 땅에 통통 튀이더니

민수의 어머니 발 앞에 뚝 떨어졌다. 어머니는 예나의 머리통을 집어 들더니,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예쁘네, 옛날 내 모습보다는 아니지만 호호호”



기분 나쁜 웃음소리였다.



“엄마가 더 예뻐”



“근데 쟤는 어떡할 거야?”



민수의 어머니가 흉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거북이 모가지 자르는 것도 도와줬는데 살려줄까?”



민수가 중얼거렸다.



“저기 장식하면 딱 좋겠는데”



민수 어머니가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는 누르스름한 빛을 뿜은 전구가 있었다.



“응, 그러면 좋겠다. 엄마



민수는 내 앞에서 도끼를 고쳐 쥐었다. 그리고는 도끼를 높게 들었다가 내 모가지를 향해 내리찍었다.





그날 밤, 민수네 창고 안, 누르스름한 전구의 빛이 내 입에서 새어나왔다.



        (세번째) 두남녀




그들의 눈앞에 놓인 것은 뒤에서 남자여자를 끌어안은 모양을 하고 있는,

꼭 붙어있는 두 남녀의 시체였다.

두 남녀의 시체는 1층 거실에 있었고,

식탁에는 그들의 최후의 만찬인 것 같은 먹다 남은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그 시체를 한동안 바라보던 두꺼운 콧수염을 매만지던 형사가

옆에 있는 장발을 한 갈색머리의 사내에게 물었다.



“이봐, 어떻게 생각해? 동반자살이겠지?”



형사의 질문에 그 사내는 얼굴을 살짝 갸우뚱하며 말했다.



“동반자살이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형사는 다시 한 번 콧수염을 쓰다듬고 그의 물음에 대답했다.



“조사결과, 이 둘은 큰 빚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였어.”



“그래서요?”



“그래서라니? 이 둘은 빚에 시달리다가 결국 동반자살은 한 것이라고,

이미 부엌에서 증거물로 독약도 찾았어.”



형사는 증거로 찾아낸 독극물이 담긴 작은 병을 갈색머리의 사내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독으로 인해 죽은 것은 남자뿐이야, 그래서 나머지는 내가 추리해냈지.”



“그 추리가 뭔지 궁금한데요?”



사내의 궁금해 하는 표정에 형사는 들뜬 표정을 지었다.


그는 그의 외투를 매만지면서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우선 남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먼저 죽였다. 그리고 독약을 마시고 자신도 따라 죽었다.

사랑하는 그녀를 꼭 껴안으면서. 참 안타까운 남녀지?”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뿌듯해하는 형사를 보고 물었다.



“왜 여자는 독극물을 마시지 않았을까요?”



형사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거야,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독약을 먹일 수 없어서 그랬겠지. 어때 내 추리가?”



사내는 갈색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단호하게 말했다.



“틀리셨네요.”



형사는 얼굴을 붉히며, 사내에게 따졌다.



“뭐가 틀렸다는 거지?”



사내는 두 남녀의 시체로 시선을 돌린 채 말을 이었다.



“크게 2가지가 틀리셨네요. 우선은 죽은 순서.”



“그럼 자네는 남자가 먼저 죽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사내는 침착하게 하던 말을 이었다.



“우선 여자는 남자에게 독약을 먹여 살해했어요.

힘으로 제압할 수 없는 상대에게는 독약만큼 좋은 것이 없죠.

살해용으로 쓸 만한 무기도 그녀에겐 없었을 테니,”



“잠깐, 그렇게 되면 여자는 누구한테 살해당했다는 건가?”



형사의 물음에 사내는 손가락으로 죽은 남자의 시체를 가리켰다.



“설마 귀신이 죽였다는 것은 아니겠지?”



형사는 노골적으로 비꼬는 말투로 사내에게 말했다.

하지만 사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독약을 먹고 죽은 남자의 시체를 제거해야 했어요. 그녀는 일단 주변을 치웠겠죠.

그리고 시체를 옮기는 데 필요한 짐들을 준비했죠. 모든 준비를 마친 그녀는 힘겹지만 본인보다 큰 남자를

등에 짊었죠. 그렇지만 이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죠. 그것은 그녀의 무릎에 난 멍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사내의 말대로 여자의 무릎에는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다.



“시체의 사후경직은 그 상황에서 시작되었어요. 형사님도 아시다시피 튼튼한 근육일수록 경직이 강하게 일

어나죠. 그녀가 들쳐 매고 있던 남자의 두꺼운 팔이 그녀의 목을 조르고, 딱딱하게 굳어가는 남자의 무거

운 몸뚱이가 그녀의 몸을 짓눌러 그녀를 죽였어요.”



형사는 아직도 의문이 안 풀렸다는 듯이 사내에게 물었다.



“무릎의 멍은 우연히 넘어져서 생길수도 있는 것이고, 사내가 먼저 죽은 그녀를 끌어안고 죽어서 경직됐

을 가능성도 있지 않는가?”



사내는 형사의 질문을 듣고, 시체 쪽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시체를 아주 자세히 보면 보여요, 물론 정밀검사를 하면 밝혀지겠지만.”



“뭐가 보인다는 거지?”



“남자의 팔뚝에 묻은 여자의 매니큐어와 여자의 손톱에 긁혀 있는 남자팔뚝의 살점, 죽은 여자가 남자의

팔뚝을 붙잡을 가능성은 없겠죠?”



말을 마친 사내는 더 이상 말이 없는 형사를 지나서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그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던 형사는 문득 한 가지가 더 떠올랐다.







“죽은 순서 말고 또 하나 내가 틀린 것은 무엇인가?”






사내는 형사의 물음에 뒤를 슬며시 바라보며, 쓸쓸한 미소를 지은 채 대답했다.











“그 두 남녀는 서로 사랑하지 않아요.”






출처 - 웃대

 


(공포소설)뺑소니,머리전구,두남녀<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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