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의 가위, 마주친 그녀[경험담] (2)

작성일 09.08.05 17:2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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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에 도착하여 감독님의 아는 지인을 만나기 위해 시내로 나와서

 

같이 저녁도 먹고 술도 먹을 겸 이리저리 돌아다녔습니다. 본인은 술을 잘 못하여

 

조금만 마시고 노래방에서 신나게 놀다가 보니 많이 늦었기에 서둘러 인근 모텔에

 

방을 잡고 들어와 자기 위해 분주히 준비했습니다.

 

 

모텔방은 큰 직사각형 형태로 3인이 자기에 공간은 충분했지만 짐을 놓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크기여서 하는 수 없이 짐 가방을 자신의 발 아래 두고 잤습니다.

 

제가 중앙에 누워있었고 제 기준으로 우측에 감독이, 좌측엔 형이 이불을 깔고 누워 잠을 청했습니다.

 

이때까지 아무런 문제도 없었죠.

 

깊히 잠이 드나 싶더니 몸을 뒤척이던 것에 슬며시 눈이 뜨였습니다. 정자세로 자고 있던 제가

 

좌측에 있던 형을 보고 모로 누워있었죠. 형은 술에 취해 코까지 골며 자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자세가 불편해서 몸을 뒤척이는데 몸을 틀다가 무심코 바라 본 발밑에 무언가가 있었죠.

 

하지만 잠결이었기에 무시하고 감독님 쪽으로 몸을 돌렸습니다. 감독님은 대자로 누워서 뻗어있더군요.

 

다시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 감는데, 갑자기 눈이 뜨였습니다.

 

' 응 ? 형이랑 감독님은 자고 있는데.. ? '

 

그리고는 다시 몸을 틀어 정면을 향해 밑을 내려다보니 분명 '누군가' 가 있더군요.

 

그것도 제 발 밑에 놓인 짐가방에 말이죠.

 

들었던 고개를 내려 고민했습니다. '도둑인가, 누구지 ?' 생각만 하다가 그냥 잡고 보자라는

 

심정으로 다시 고개를 들어 보려는 순간 마치 무언가에 맞은 듯이 정신이 멍해지며 굳어버렸습니다.

 

이때가 되서야 제가 손을 가슴쪽으로 모아 무언가 쥐고 있는 듯이 움크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바로 전과 같은 포즈로 고개만 든 체로 가위에 눌린 것이지요.

 

아무렇지도 않던 상황이 한순간에 공포로 물들어버렸습니다. 당황한 까닭에 소리만 지르고 있었습니다.

 

그저 가위를 빨리 벗어나고 싶은 상황에 전과 같이 두 손에 힘을 주었지만 이번엔 잘 되지 않았습니다.

 

한번, 두번, 세번, 네번, 다섯번, 실패가 계속되니 힘이 빠져 두손조차 움직일 수 없을 때 즈음, 발 밑의

 

누군가가 눈에 들어왔지요. 무릎을 굽히고 쪼그려 앉아있는 상태로 제 짐가방을 뒤지고 있는 사람을요.

 

천천히, 천천히 가방 지퍼를 열고는 안의 내용물을 하나하나 꺼내기 시작합니다. 아무런 말도 못하고

 

정체모를 누군가가 제 바로 코앞에 있으니 무섭기만 했습니다. 서늘한 한기 때문인지 공포 때문인지

 

부들부들 떨렸고, (제 몸은 안떨고 있더군요.) 그 사람은 제 짐가방에서 옷이며, 소지품이요, 하나하나

 

들어서 얼굴에 가져댄 다음에 바닥에 떨어뜨리고 있었습니다.

 

툭, 툭, 툭, 스윽 -

 

한참을 그렇게 가방을 뒤적거리던 그 사람의 두 손이 순간적으로 멈추며 천천히 고개를 돌리더군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게 머리와 몸이 마치 따로 노는 듯 미동도 없는 몸과 기이하게 꺾인 목,

 

저를 바라보는 두 눈동자, 순간 숨이 턱 막히며 온 몸에 힘이 빠짐을 느꼈지만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에 무작정 다시 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스윽 -

 

긴머리가 얼굴에 덮히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우고는 몸을 저에게로 돌렸습니다. 그전까지 목은 비틀어져

 

저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순간적으로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는 힘을 주었지만 쉬이 손가락은 움직여

 

주질 않았습니다.

 

쩌억, 쩍.

 

바닥에서 발이 떨어지자 끔찍한 소리와 함께 천천히 다가오는 그것의 모습에 몸서리를 쳤고, 그것은 점점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의 발이 저의 발끝에 닿는 순간, 너무나도 차갑고 무서워서 정신이

 

아찔하기까지 했죠. 그리고는 몸을 숙이고 팔을 제에게로 쭉  뻗더군요.

 

잡겠다는 듯이, 붙잡겠다는 듯이 내밀던 팔은 아직도 끔찍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것의 손이 저의 목까지 길게 늘어지던 것, 잡히기 직전에 이번에도 움직여준 고마운 저의 두 주먹에 감사하며

 

가위에서 깨어났습니다. 하지만 전과는 달리 가위에 눌렸던 모습과 똑같이 하고 있는 제 모습에 놀랐습니다.

 

'휴, 살았..'

 

안심하고 숨을 고르는데 전과 마찬가지로 방안을 감싼 이질감, 누군가가 돌아다니는 기척들이 느껴졌습니다.

 

생각을 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형을 깨워 밖으로 도망치듯이 나왔습니다.

 

방안, 천장, 벽할 것 없이 움직이는 그 기척이 너무나도 소름이 끼쳤기에 뒤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을 나서는 것과 동시에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제 바로 뒤를 따라오는 기척...

 

모텔의 복도는 온통 붉은 양탄자가 깔려있어 그 분위기나 느끼는 감정들이 심했죠. 형은 잠에서 깨지 못해

 

"왜그러는거야 ? 뭔데 ?" 라고 물었지만 저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뒤에 바짝 따라붙은 기운때문이지요.

 

방은 2층, 1층으로 가기 위해서는 ㄷ자형의 계단을 내려가야하는데 반쯤 내려갔을 때, 더이상 그 기운이

 

따라오지 않음을 느꼈으나, 누군가가 노려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발걸음이 무거워졌지만 온 힘을

 

다해 움직였습니다. 왠지 봐야된다는, 봐야만 한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도저히 못보겠어서 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체 걸어나왔습니다.

 

무서운 마음을 잊기 위해 형과 피씨방에 들어가 노래를 들으며 게임을 했고, 형은 영문도 모르고 그저

 

같이 게임을 즐겨주었습니다. 그렇게 밤이 새고 아침이 밝을 무렵 형과 함께 다시 모텔로 향했는데

 

다행히도 제가 느꼈던 그것은 느껴지지 않고 평온한 아침이 시작되었지요..

 

' 아.. 찝찝해.. '

 

너무도 놀란 나머지 아무에게도 얘기를 못했습니다. 감독님이나 형한테도요. 그저 개똥 밟았다 생각하고

 

목적지인 문산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마지막일꺼라며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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