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귀신과는 관련 없는 이야기입니다. 제 친구가 술자리에서 해준 이야기입니다.

글쓰는 편의상 그냥 제가 겪은일 처럼 적을게요.

친구 ㅇㅇ는 중학교때 만난녀석인데 상당히 괴짜였습니다. 어느날은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손을 씻고 있는데 학생주임선생님이 소변을 보고 손을 씻지 않은채 그녀석 어깨를 주무르면서

"ㅇㅇ야 공부 열심히해라."

라고 말했는데

"그 더러운손 치워!"

라고 말해서 정말 아~사람이 이정도는 맞아도 사는구나.를 깨우치게 해준 녀석이죠. 중학교를 졸업하고 한동안 못봤다가

대학교 축제때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둘다 입대가 얼마 안남은 시점이라 걱정반 한숨반으로 새벽까지 술을 마셨습니

다. 여전히 유쾌하고 재밌더군요. 군대 가서도 계속 연락하자고 자기 집 전화번호를 알려주더군요. 군대가서 내가 자신의 집

에 전화를 해서 어머니한테 주소를 알려주라고요. 그럼 서로 편지라도 교환할 수 있으닌까 말이죠. 전 흔쾌히 수락을 했습니

다. 몇달 후 전 군대를 가게되었고 이등병생활때 정신이 없어서 그 친구와의 약속을 이런저런 핑계로 못하고있다가

일병 3호봉(일병에게 호봉이란 존재하지 않지만)쯤 되었을때 그 친구의 집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전화를 받는

겁니다.

"야 휴가 나온거냐? 졸 부럽다."

"아, 그냥 그렇게 되었어."

"일병 정기휴가 너랑 맞춰서 나가려고 헀더니. 먼저 선수쳤네."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변함없이 밝은 목소리더군요. 뒤에 고참이 기다리고 있어서 전화를 끊고 전화박스를

나가는데 그 친구 군대주소를 물어보지 않을 것을 알았습니다. 결국 고참뒤에서 기다리면서 고참이 전화를 끝낼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고참이 전화가 끝나자 다시 그 친구 집에 전화를 했죠. 그런데 아무도 받지 않더군요. 난 그새

술마시러 나갔나 싶어서 나중에 전화해서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막사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그 후 여러 훈련들이

겹쳤고 눈치우느라 뻉이쳐서 어느사이엔가 또 전화를 하는걸 잊어버리고 말았죠. 상병이 되어서 조금 여유가 생기자

문득 그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내가 무심했나 싶어서 그 친구집에 전화를 했더니 어머니가 받더군요.

"어머니 안녕하세요. 저 ㅇㅇ친구 a입니다."

"어...그래 무슨일이니?"

"a군대 주소좀 알까해서요. 편지를 쓰고 싶은데 주소를 모르겠네요."

"....."

"여보세요?"

"..a는..a는..."

어머니 목소리가 잘 들리질 않더군요. 계속 말을 못이으시는 어머니의 목소릴 들으면서 그때 감자기 감이 오더군요. a에게

무슨일이 생겼구나 a에게 무슨일이 생겼구나. 저는 대충 잘지내시라고 말한다음에 여동생에게 전화를 해서 중학교 졸업앨범

연락망에서 나랑 조금 친했던 애들 번호를 다 불러보라고 한 후 그 번호로 전화를 무작정 했습니다. 다행히 한 친구와 연락이

되어서  ㅇㅇ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죽었더군요. 탈영을 해서 여관에서 자살을 했답니다.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하자 탈영을 해서 여자친구를 여관으로 끌고가 죽이고 자살을 했더군요. 하하...그때 심정이란...그렇게 전화를 끊고

멍한 상태에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속으로는 참 그친구가 *같고 불쌍하고 복잡하더군요. 그러다가 드는 생각이

제가 행정병이었는데 아침에 매일 군대 사건사고보고 라고 해서 전군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인트라넷을 통해 전해지는걸

깨달았습니다. 저는 검색을 해보기로 했죠. 여자친구를 죽이고 자살한 사건이 있더군요. 제가 일병3호봉때 일어났었던

나와 통화를 했던 ㅇㅇ. 아무도 몰래 집에 들어와 전화를 받았던 ㅇㅇ. 나와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했던 ㅇㅇ.

집에서 칼을 들고나와 여자친구를 죽인ㅇㅇ. 그리고 술에 취해 자신의 손목을 그은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