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거머리

무한한창의성 작성일 10.06.30 14:5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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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은 지난여름에 일어났다.
나는 대학교 3학년이었고 복학생인 정후 선배가 제의한 일이었다.
농활이란거 한번 가 보자고,
농활이라는게 아마 농촌 봉사 활동의 준말이던가..?!
난 대학에 들어와 한번도 간 적이 없었다.
그런 건 봉사활동 서클 애들,
혹은 학생회 애들이나 다니는걸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스터디 그룹의 리더인 정후 선배가
정색을 하고 말하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었다.
거절했다가는 레포트나 과제물 제출할 때 악영향이 미칠테니..
눈물을 머금고 정후 선배를 따라 나섰다. 2박 3일정도로 짧게..
그리고 인원수도 5명밖에 안 되는 농활이라
이름 붙이기도 쑥스러웠다.
하지만 우리는 정후 선배를 따라 D라는 곳으로 떠났다.


"거기 밥은 줘요?"

우리 스터디 그룹의 막내인 민경이가 물었다.
이 녀석은 새내기로 몸집도 얼굴도 너무 어리게 생겼다.
누가 봐도 대학교 1학년이라고는 믿기 어려웠다.
내가 보기에는 중학교 2학년 정도?
그래도 우리들을 쫄랑쫄랑 따라 다니는것이
정말 막내 동생처럼 귀여웠다.
특히 나는 같은 여자여서 그런지, 더 정이 가는 녀석이었다.
민경이 말고는 나,정후 선배, 그리고 나와 동갑인 창민이와 2학년인 준석이었다. 모두 같은 과이고 자격증 공부를
위해 만든 스터디 그룹 이였다.

"밥이라니, 새참도 주신다더라."

정후 선배가 민경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사실 그런데가서 폐 끼치면 안 된다고 쌀이며 부식 등을 열심히 챙긴 선배였다. 인원수도 적기에 우리는 선배 차에
다 같이 타고 가는 중이었다.
선배는 한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담배를 피우며 운전을 하고 있었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정후 선배, 제발 담배 좀 꺼 줘요.... 콜록콜록...."

"아, 미안...."

선배는 내 말에 황급히 담배 불을 껐다.
갑자기 준석이 앞자리로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근데 왜 갑자기 농활 얘기는 꺼내신 거 에요?"

"아, 그건.... 그냥.... 내년이면 졸업인데 노느라
봉사 활동 한 번 못해 본 게
후회가 되어서.... 마지막 여름 방학인데 말야...."

"선배답지 않게....."

나는 웃으며 정후 선배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그런데 선배는 반바지 밑으로 들어 난 다리에
웃기게도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선배, 변태야? 웬 여자 스타킹을 신었어?"

내 말에 정후 선배는 얼굴이 벌개져 대답했다.

"얌마, 우리 농활 가는데 벼농사 짓는 데란 말이야.
여름에 논으로 들어가면 거머리한테 피 빨리는 거 몰라?
그 예방용이다!"

너무도 당당한 정후 선배의 말에 우리는 웃음을 터트렸고
이윽고 목적지에 다다랐다.

 

 

 


D란 곳은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집도 몇 채 안 되는..
어쩐지 분위기도 삭막한 거 같고 왠지 모르게 서늘한 느낌이..
차에서 내린 우리는 모두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잠시 서 있었다.
그 때 입을 연 사람은 우리를데려 온 정후 선배였다.

"자, 이렇게 서 있지 말고.... 3일밖에 안 있을건데
될 수 있는 한 많이 거들고 가야지. 이장 어른 댁에 인사하러 가자."

 

이장 어른 댁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 사람은 예순 정도의 남자로 우리를
보는 눈이 별로 곱지 않은 거 같았다.
그래도 우리는 최대한 공손히 인사를 드렸다.

"서울에서 온 학생들이라고?"

"예, 많이 가르쳐 주세요. 열심히 일하고 가겠습니다."

"우리 마을은 그 흔한 회관 하나 없으니 우리 집에서 묵게나....."

"아, 감사합니다. 먹을 것은 챙겨 왔으니
신경 안 쓰이게 하겠습니다."

정후 선배가 허리를 굽혀가며 대답을 하는데
부엌에서 한 여자가 나왔다.

얼굴은 중학생 정도로 앳된 얼굴인데
이상하게도 거의 만삭에 가깝도록 배가 불러 있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보다가 이장에게 물었다.

"며느리이신가 보네요."

"아니, 막내 딸이여....."

"아.... 네...."

그 애는 우리를 빤히 바라보더니 다시 부엌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헛간에 짐을 풀고 일을 하러 나갔다.

 

"아야얏....."

창민이가 비명을 질렀다.
옆에 있던 나는 창민이에게 첨벙거리며 뛰어갔다.

"무슨 일이야?"

창민이는 자기 다리에서 무언가를 떼어 내 내 눈앞에 들이밀었다.
그의 손 바닥 위에 있는 것은 거머리였다.
길이는 새♡손가락 만하고 검은빛을 띤 지렁이 같이 생긴 것이었다.
피를 듬뿍 빨았는지 배가 통통했다.
창민은 그 것을 짓이겨 버리고는 다시 잡초를 뽑기 시작했다.
우리가 맡은 일은 논에서 벼 외의 잡초를 골라 뽑아 내는 일이었다.
여기 사람들은 논에 들어오면서 거의 완벽하리만큼 비닐 옷과 장화로 무장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여름이라 더운 데다가 답답해서 그냥 논으로 들어왔다.
대신 이렇게 거머리한테 피를 빨리고 있었다.
창민의 다리는 벌겋게 부었다.
나는 정후 선배의 눈치를 봐가며 거머리를 피해
조금씩 논 가장자리로 나오고 있었다.
농활이라고 노래를 부르던 정후 선배는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아주머니가 말했다.

"아가씨, 아니 학생."

"네?"

"달거리는 제 때 하나?"

"달거리요? 아.... 예...."

별 이야기를 다 묻는 다고 생각했다.
그 아주머니는 50대 중반 정도로 햇빛에
검게 그을린 체격 좋은 분이었다.
아주머니는 다시 나에게 말했다.

"얼른 여기에서 달아나, 여기 있다가는 큰일날꺼야.
우리야 갈 때가 없으니 돈 때문에 그냥 버티고 있는거지만
그리고 우리들은 늙어서 '그것' 들이 노리지 않지만 학생들처럼
젊은 사람들은 아마도 그냥 놔 두지 않을 꺼야."

"네?"


나는 그 얘기가 무슨 말인지 물으려 했다.
그 때 어느 남자가 아주머니를 불렀다.

"임자, 새참 안 내오고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아유, 알았어요....."

아주머니는 일어나 가버리셨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서 마냥 서 있었다.

 

 

 

"에고, 힘들어...."

다들 죽는소리를 하며 헛간으로 돌아왔다.
저녁밥을 지어먹어야 하는데 모두들 힘이 빠져서 주저앉아 버렸다.
그나마 일을 쉬엄쉬엄한 내가 밥이라도 지으려고
쌀을 가지고 수돗가로 나왔다.
아까 본 그 여자애도 쌀을 씻고 있었다.
그 옆에 앉아 물을 받고 있는 데 힘겨워 보이는 표정으로
쌀을 씻던 그 애가 쌀을 흘리기 시작했다.

"어.....!!"

나는 얼른 그 쌀들을 주워 담아 대신 헹구어 주기 시작했다.
그 애는 파리한 얼굴에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대학생 언니."

"그냥 언니라고 해. 근데 너 이름은?"

나는 웃으며 물었다.

"혜숙이에요."

"아, 그렇구나. 몇 살이야?"

"15살이요."

나는 그런데 왜 그리 배가 불러 있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어쩌면 병일지도 모르고 숨기고 싶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열심히 쌀만 씻었다.

"이제 제가 할 게요."

그 애가 쌀이 든 바가지를 잡으려 하는 순간
핀이 튕겨져 나가며 머리가 풀어졌다.

"어...."

나는 내 머리를 묶고 있던 리본을 풀러 그 애의 머리를 묶어 주었다.

"언니....."

"아, 괜찮아. 나는 또 있어. 아아, 근데 분홍색이 잘 어울리네."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 애도 웃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애가 입을 열었다.

"..... 저.... 언니... 도망가세요.... 여기 계시면 큰일나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그 애의 얼굴빛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어서요...."

그 한마디를 끝으로 그 애는 집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나는 쫓아가려다 그냥 멈춰 서고 말았다.

 

 

 


"선배, 왜 하필 여기로 오자고 한 거야?"

저녁밥을 배부르게 먹고 나서 내가 물었다.
선배는 담배를 찾다가 내 물음에 대답했다.

"엥? 너 갑자기 무슨 소리냐?"

나는 오늘 낮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선배가 심각한 얼굴로 대답했다.

".....동기 녀석 중에 여기로 농활 왔던 놈이 있었거든.
인심도 후하고 좋은곳이었다고 말했던 기억이 있어서.....
그게 아마 3년 전이던가? 그런데 지금은 여기 이상해 졌네....
하긴 그때 애들 몇몇 이곳에서 실종되어서 말이 좀 많았었지"

"뭔가 안 좋은 기분이 들어.... 이상해...."

그러자 준석도 말했다.

"하지만 이 곳.... 농사 짓기는 아주 좋은 곳 같아요.
땅도 비옥하고.... 잡초도 별로 없고 게다가 해충이라고는
거머리 말고는 아예 없던 데요?"

"아아, 준석 선배.... 농사일에 대해 너무 잘 안다."

민경이 말했다. 그러자 준석이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우리 집 농사 짓잖니, 벼농사로 4남매 다 대학 보낸 집안이다.
어차피 이번 농활 끝나면 집에 가서 또 거들어야 해."

"이런.... 준석이 죽어 났네?!"

우리는 왁자 지껄 신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기운이 없어보이던 창민의 얼굴색이
점점 파랗게 질려 가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온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창민아!!"

"창민 선배!!"

"창민아, 왜 그래?"

우리는 창민을 둘러쌓다.
창민은 식은땀을 흘렸고 입술은 까맣게 타 들어가고 있었다.
정후 선배가 말했다.

"준석아, 안채로 들어가서 이장 어른 좀 모셔 와봐!"

"예!"

준석은 안 채로 뛰어 들어갔다.
우리는 어찌 할 바를 모르고 발만 구르고 있었다.

 

 

 

이장 어른이 오더니 창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우리에게 안채로 그를 옮기라고 말하고는 돌아섰다.
우리는 창민을 들쳐업고 안채로 들어갔다.

밝은 불빛 아래서 본 창민은 정말 무서웠다.
특별한 외상은 없어 보였는데 아까 그 거머리에게 물린 자국만은
거무죽죽하게 곪아 가는 거 같았다.

"이장 어른, 어떻게 된 거에요? 구급차를 불러 주세요."

"잠시만.... 다들 멀지 감치 떨어져 있게나"

그 때 우리는 보았다.
창민의 피부 밑으로 무언가 스물스물 움직이는 것을.....
혈관을 따라 그의 피부가 꿈틀꿈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우리는 비명을 질렀다.

"아-악!!"

"꺄아아_악!!"

민경이는 거의 실신 상태였고 나도 순간 정신이 어찔했다.
이장 어른은 한숨을 쉬더니 자기 딸을 불렀다.

"혜숙아, 여기 칼 좀 가져와라."

혜숙이가 날카로워 보이는 작은칼을 가지고 들어왔다.
이장 어른은 그것을 받아 불에 달구기 시작했다.
칼끝이 검게 타 들어가자, 그는 그 것으로 창민의 팔 혈관을 땄다.

왈칵 피가 나는 대신 거머리들이 우글우글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수십 마리, 아니 수백 마리는 되어 보이는
거머리들이 창민의 몸에서 꿈틀거렸다.
우리는 숨을 죽였다.
이장 어른은 혜숙이에게 대야를 하나 가지고 오라고 하고는 자신의 동맥을 끊었다.
그리고 그 피를 대야에 받아 창민의 팔 아래 두었다.
피 냄새를 맡았는 지 거머리들이 그 대야 안으로
몰려들어가기 시작했다.
몇 분 안 되어 큼직한 대야가 거머리들로 가득 찼고
그는 옆에 있던 석유병을 들더니 기름을
거머리들에게 뿌리고는 불을 당겼다.
피 비린내와 고기 타는 냄새가 방안을 가득 메웠다.
우리는 비위가 상해 입을 틀어막고 고개를 돌렸다.

"우욱....."

거머리들은 모두 불에 탔고 우리는 모두 겁에 질렸다.
창민은 몸의 피를 모두 빨렸는지 온몸이
백지 장처럼 푸른빛이 돌았다.

"....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정후 선배가 겨우 입을 열었다.
이장 어른은 담배 쌈지를 찾아 하나 말아피우더니
힘겹게 입을 열었다.

"어떻게든 살리려 했는데 죽어버렸군......
전에는 이 곳도 그러지 않았었는데..... 실은 다 우리 잘못이라네..... 수확량을 늘리겠다고 너무 많은 제초제와 농약을 썼거든....."

그 때 민경이가 비명을 질렀다.
거머리가 무서우면서도 궁금했는지 대야 옆으로 갔다가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녀석에게 물린 것이었다.

"민경아!!"

"이런.....!!"

민경이는 손목을 물렸는데 그 것이 손목을 타고
팔뚝으로 스물스물 올라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민경이는 그 고통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나는 급한 마음에 아까 이장 어른이 한 것처럼
하기 위해 내 동맥을 끊기 위해 칼을 들었다.
그러나 이장 어른은 나를 만류했다.

"학생, 소용없네."

"왜요?"

"여자는 죽지 않아, 하지만....."

"네?"

나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여자는 죽지 않아.... 라니..... 그는 자신의 딸을 가리켰다.

"저 애처럼 되는 거야...."

"네?"

나는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 할 수 없었다.
민경이는 팔을 붙들고 그 자리에 쓰러졌고 그런 민경을
혜숙이 옆에서 부축했다. 정후 선배, 준석은
아무 말도 못하고 상황만을 지켜 볼 뿐이었다.

"저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아니, 그것보다 민경이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그 때 민경이 통증을 참지 못하고 몸부림을 치다가
혜숙의 배를 후려갈겼다. 혜숙은 배를 움켜잡고 비틀거렸다.
그리고 혜숙의 치마 자락이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아........!!!"

"이런, 지금 낳으려고 하는 건가?"

이장 어른은 얼굴빛이 변하기 시작했다.
나는 얼른 이불을 깔고 혜숙을 눕혔다.
아마 출산이 시작될 모양이었다.
준석은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서 있더니 물을 끓여
오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정후 선배도 그 뒤를 따르려 했으나
혜숙이 정후 선배의 옷자락을 잡았다.
선배는 꼼짝없이 그 옆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혜숙의 속옷을 벗기며 물었다.

"대충이라도 설명해 주세요... 어떻게 된 일이지...."

어린 산모는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장어른은 차마 딸곁에 오지 못하고 민경을 돌보고 있었다.

"아까 말한 대로야.... 우리는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너무 많은 농약을 썼지..... 다른 해충들은 박멸을 했는데
그 거머리들만은 농약을 견뎌내더군...
그리고 살아남은 거머리들은 너무나 강해졌지....
피를 빨게되면 인간 몸에 들어가서 모든 피를 빨아드려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근데 수컷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암컷 거머리들이 전멸하고 만 거야....
그래서 그 수컷 거머리 들은
자신들의 종족보존을 위해 다른 암컷을 노리기 시작했지...."

나는 바삐 움직이던 손을 멈췄다. 설마.... 설마....

"그 다른 암컷이.... 설마....?"

"그렇다네, 인간 여자를 노리게 된 거지....
여기야 워낙 촌구석이고 다들 늙어빠진 사람들이라 별 문제가
없었네.... 나도 이 애가 거머리들 때문에 임신하게 되었을 때는
이 곳을 떠나려 했지만 여기 논은 다른 데 논에 비해 4, 5 배의
수확량을 올린다네...."

"말도 안 돼요, 그렇다면 최소한 따님을
병원에라도 데려 가셨어 야죠..."

"그럼 우리의 비밀은 발각 나고 아마 정부에서
그 거머리들을 없애기 위해 이 논들을 빼앗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동네 사람들은 쉬쉬했지....
나도 입을 다물기로 했고....
우리에게는 별 해가 없었거든...."

"그렇다면 아까 제 후배녀석은 왜 죽은 거예요?"

"그건 젊은 사람이기 때문이야....
노쇠한 우리의 피는 이상하게도 잘 빨지 않더군.....
3년 전에도 학생들이 농활을 왔다가 몇몇이 물리는 일이 있었네....
우리는 농활을 바라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쫓았다가는 오해를 받을 수 있으니 할 수 없이 받은 거였지.
하지만 거머리들이 그 학생들을 물어 죽였고 우리는 남은 학생들과 유가족들에게 꽤 많은 돈을 주어
타협을 본 뒤 그 학생들을 논에 묻어 버렸네...."

혜숙에게 등을 잡아뜯기고 있던 정후 선배가 말했다.

"그렇다면 그때 실종되었다는 학생들은....."

 

 

 

 

그때 이장 어른이 말했다.

"헉, 설마....."

"왜 그러세요?"

"이 여학생 초경도 안 치른 거 아닌가?"

"네? 무슨 말씀이세요?"

하긴 민경은 늘 어린 애 같았으니까....
하지만 너무나 처참했다.
온 피부가 꿈틀꿈틀 거리고 있었다.
특히 안면 부위에 무언가 안 쪽에서 스물스물
기어 가고 있는 것이 보일 때
나는 비명을 지를 뻔했다. 맙소사.....

"이 학생 아직 수태 능력이 없어서 다른 남자 학생들처럼
그냥 먹히고 마나 보네...."

"세상에....!!!"


"까아아아---악!!!!"

혜숙은 마지막으로 힘을 주었다.
초산인데도 한 30분 정도 밖에 안 걸렸다.
정후 선배의 옷자락은 너덜너덜 해졌고
나는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것은.....

혜숙은 피에 뒤섞인 몇 천 개의 알을 낳은 것이다.....
피가 범벅이 된 그 반투명한 작은 알들.....
우윳빛 알들을 보면서 나는 숨이 멎는 줄 알았다.
혜숙은 땀으로 얼룩진 채 기절하고 말았다.
정후 선배는 그 것들을 노려보았다.

"선배?"

"비켜...."

그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혜숙을 안아
옮기고는 그 알들을 이불 채 들었다.
그리고 마당으로 나가 헛간에서 짚 푸라기를 들고
나오더니 그것들을 말아 불을 부쳤다.

"선배...."

정후 선배는 그 알 들 위로 불붙은 짚 뭉치를 내 던졌다.
피 묶은 이불은 금방 불이 붙었다.

"톡, 토톡....."

알들은 톡톡 소리를 내며 터지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감고 말았다.


민경의 상태를 보기 위해 정후 선배와 나는 방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민경은 창민처럼 검은 입술에 백지장 같은
흰 얼굴을 한 채 숨이 끊어져 있었다.
우리는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그 때 물을 끓이기 위해 부엌에 있던 준석이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선배들, 큰일났어요!!!"

"무슨 일이야?"

"그게....그게...."

준석은 말을 더듬으며 밖을 손으로 가리켰다.
우리는 방문을 열었다.

오, 맙소사......

 

 

거머리 떼였다.
새까맣게 몰려 들어오고 있었다.
피 냄새를 맡고 온 것일까?
아님 자신들의 알이 터져 버린 것 때문에?
우리는 머리 속이 하얗게 되는 것을 느꼈다.
그 때 침묵을 깬 것은 이장 어른이었다.

"어서들 달아나게!! 자네들을 노리고 오는 걸 꺼야.
아마 여학생 때문에 더 할 테니 어서 달아나게!!"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가 휘청거렸다.
하지만 달아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다리가 저절로 움직이는 거 같았다.
정후 선배가 말했다.

"헛간에서 차 열쇠를 가져 올 테니 먼저 담을 넘어!!"

그 것들은 대문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나와 준석은 정후 선배 말대로 담을 넘어 달리기 시작했다.
어두운 논두렁을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달렸다.
밝은 달빛 덕에 우리 뒤를 따르는 정후 선배가 보였다.
우리는 선배와 함께 가기 위해 뒤돌아 섰다.
그 때였다.

"아아--악!!!"

선배가 거머리 떼에게 당한 것이었다.
거머리들이 선배의 온 몸 위에 스물 스물
기어다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선배를 구하기 위해 가까이 가려 하자, 준석이 나를 저지했다.

"안 돼요!!"

"정후 선배가...."

"가까이 갔다가는 선배까지 당할 지 몰라요."

준석은 나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그 때 정후 선배가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얘...들아....이거....."

챙그랑 하는 금속성 소리가 들렸다.
정후 선배가 무언가를 우리 쪽으로 던진 것이었다.
그것은 자동차 키였다.

"아....."

나는 눈물로 앞이 흐려왔다.
선배가.... 선배가.....
하지만 준석은 날쌔게 그 키를 주워 오더니
다시 나의 손목을 잡고는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것들은 너무 빨랐다.
우리가 그렇게 달렸는데도 거의 우리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이윽고 정후 선배의 차에 다다랐다.
준석은 빠르게 트렁크를 열더니 호스를 꺼냈다.
그리고 차의 수유 구를 열더니 호스를 밀어 넣고는 휘발유를 입으로 빨아드리기 시작했다.

"켁!"

그는 빨아올린 휘발유를 거의 우리를 따라 잡은
거머리들에게 뿌려 대며 차 문을 열었다.
나는 얼른 올라탔다.
그는 차에 올라 차 창문을 열고는 라이터에 불을 당겼다.
그리고 거머리 떼에 라이터를 던졌다.

"훅--!!"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붙었다.
그 것들은 타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까 맡았던 거 같은 피 비린내와 고기 타는
노린내를 뒤로 한 채 우리는 그곳, D 를 떠났다.
준석이 겨우 입을 열었다.

"이제 다 끝났어요......"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준석은 모르는 것이 있었다.
내가 차에 오르기 전에 그 거머리에게 물렸다는 것을......

 

 


그 후로 수개월 후....

오늘 나는 준석을 죽이고 왔다....
나의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면 그는 가만있지 않을 테니까....
이제는 아무도 그 일을 모른다....
나는 얼마 후 출산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나의 아기들은 이 도시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ㄷㄷㄷ 거머리 지구 정복할 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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