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글터 게시판에서 눈팅만 하다가 이제사 처음으로 글을 적어봅니다 ^^;
때는 2007년 12월 경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는 2006년 2월군번으로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죠.
하지만 국방개혁 2020이니 뭐니 하는 것으로 인해 원래 제가 있던 부대가 해체와 동시에 통합이 되어 버려서 말년 병장
짬밥에 타 부대로 전입을 가게 되었습니다(서글펐습니다 ㅜ.ㅜ).
전입할 부대에 도착하니 제가 소대에서 투고의 위치에 있게 되더군요. 난감했습니다만 병장 짬밥 먹고 애들하고 친해
지려고 별 지라ㄹ병을 다 했었습니다.
노력이 인정 받은 것인지 한 달 정도 지나고 12월이 다 되어갈 때 쯤에는 애들이 선임 대우를 확실히 하더군요 ^^
그 즈음해서 경계 초소 근무에서 사수로 첫 근무를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참... 복도 지지리도 없는 건지 첫 근무 나가기 시작한지 1주만에 총기 피탈 사건이 인근 부대에서 터지더
군요. 해안 경계였던 탓에 저는 무슨 서해안으로 무장 공비라도 온 줄 알았답니다.
설명드리자면,
그 때 당시에 인천 인근에 위치한 해병대에서 총기 피탈 사건이 발생해서 몇 명이 죽고 피의자가 전국 팔도로 도망 다니고
했었던 바로 그 사건입니다. 그 유명한 "진돗개" 상황이 실제로 일어났죠.
저희 부대가 해안 경계 부대 였고 바로 인근에 위치한 부대인 탓에 제법 힘들었답니다 ^^;; (잠을 안재우더군요 -_-;;)
몇 번 초소였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2xx 번대 초소 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막 근무를 마치고 소초로 복귀할라는 찰나에 지령이 내려 오더군요. '이런 이런 사건이 생겼으니 경계를 유지하라'
속으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경계 근무의 경우 겨울에는 해안 바람 때문에 근무 마칠 때 쯤 되면
힘들어 뒈지는데 경계를 유지하라니... 그런 얼토당토 않는 소리를!!! -_-;;
20분 정도 뒤에 야간 순찰자로 소대장이 오더니 총기 피탈 사건때문이니까 전방 감시 잘하고 있으라고 하고는 다른 초소로
휭~~ 가버리시더라구요. 부사수는 또 제가 투고라고 거의 막내 녀석을 같이 엮어놓고 이래저래 짜증만 나더군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대기 초소 근무자와 교대 할 시간이 다가오는데 부사수 녀석이 sl (서치라이트 - 800만 촛광의 강력
한 조명으로 해안 경계에서는 해당 시간마다 틀어서 전방 해안을 감시하게 되어 있습니다.) 틀 시간이다 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sl을 틀려고 하는데 작동이 되지를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초소와 대기초소 사이에 위치한 발전기가 있는 창고에 누군가가 갔다와야 했는데 저와 부사수는 마땅치 않으니
대기 초소 애들더러 가라고 하려고 대기초소로 연락했습니다.
(이하 저는 박병장, 부사수 : 정이병 / 대기 초소 사수 : 김상병, 부사수 : 최일병)
"일병 최xx"
"이 자슥이.. 입니다는 어디다가 빼먹었노... 뭐 됐고.. 야 니 사수 바꿔봐"
" 없소"
"없소? 니 어디 아프나? "
뭔가 이상했습니다. 대기 초소에 있을 최일병은 소대내에서 모범장병으로 소문난 녀석이었거든요.
저를 비롯한 그 녀석의 선임들은 모두다 그녀석을 좋아했습니다. 절대 선임한테 반말을 틱틱 내뱉거나 그럴 녀석이 아니었죠.
어쨌든 각설하고 빨리 sl을 켜야 했으므로 저는 녀석한테 바로 말했습니다.
"뭐 어쨌든... 니 사수하고 같이 발전실가서 전력 on/off 어떻게 되어 있는지 확인 좀 하고 off 되어있으면 전원 좀 올리고
온나."
그랬더니 이 녀석이 정말 짜증난다는 듯이 대답하더군요.
" 아 씨x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니는 니 일이나 잘해 씨x"
-틱
그리고는 끊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야! 이게 미쳤나? 왜이래 이거?"
저는 정말 황당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부사수 한테 혼잣말을 하다가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초소 밖으로 나와 대기 초소 애들
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야! 대기초소! 대기초소! 당장 튀어 나와!"
그렇게 목청이 터져라 외치길 3번 정도 더했을까요? 대기 초소 근무자들이 대기 초소가 아니라 발전기가 있을 창고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박xx 병장님! 왜 그러십니까?!!!"
발전실 앞에서 대기 근무 사수인 김상병이 나한테 외치더군요. 더 짜증이 난 저는 대 놓고 그냥 초소 앞까지 튀어 오라고
말했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는지 김상병이 부사수인 최일병을 재촉해서 초소 앞까지 부리나케 뛰어
오더군요.
"야 아까 대기초소에서 전화 받은 거 최xx 너 맞지? 너 미쳤냐? 뭐? 나보고 니나 잘해라 씨x놈?"
저는 너무 화가나서 근무 중인데도 다가가서 발로 까버릴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김상병이 저를 진정 시키려고 나섰고 어떻게 된 영문인지 설명을 해달라고 했죠.
그래서 속시원히 욕을 섞어 가며 설명을 해줬습니다. 그랬더니 이게 왠일?
김상병과 최일병 둘이 서로를 멀거니 쳐다보더니 얼굴색이 사색이 되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러고는 김상병이 이야기 하더군요.
"박xx 병장님. 원래 저희 근무 교대 하기 전에 발전기 끄게 되어있잔습니까? 그런데 이 총기 피탈 사건 때문에 근무가 길어
져서 이번에 다시 키려고 저희 둘이 대기 초소에서 5분도 더 전에 나왔었습니다?"
순간 분위기가 이상해 지더군요. 5분도 더 전에 나왔으면 대기초소에서 내 전화를 받은 건 누구지?
그 생각을 하니 온 몸에 전기가 통하는 듯 짜릿해 지며 모골이 다 송연해 졌습니다. 그래도 얼른 그 생각을 떨쳐 버리곤
"야! 뭔 헛소리야 그럼 대기 초소에서 내 전화를 받은 건 누구야?"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럴 수 밖에요. 대기 초소에는 아무도 없었으니...
더 놀라운 사실은 대기 초소로 돌아간 김상병과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탁
전화를 받으니 김상병이었습니다.
"박xx 병장님... 진짜 누구 왔다가 간 것 같은데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 하는 것이 어지간히 충격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무슨 소리야? 왜?"
"그..그게... 자기 전화기 수화기가 제자리에 놓여 있질 않고 책상 위에 놓여져 있던데요?"
-쿵!
김상병의 이야길 듣고 나니 심장이 덜컥 내려 앉는 것 같더군요. 저와 김 상병 둘 다 아무말도 못하고 수화기만 잡고선
하염없이 떨기만 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는 별 다른 일이 일어 나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을 다시 흘러 제가 전역을 약 한 달 정도 앞두고 있었습니다.
바로 다음 날 전역하는 소대의 왕고 전병장이 소대장 한테 부탁해서 저를 부사수로 붙여 달라고 했답니다.
전입오고 나서 둘이 많이 친해졌던지라 저도 기분이 좋았죠.
그리고 근무를 같이 서고 있는데 전병장이 가기 전에 제가 하는 무서운 이야기나 듣고 가고 싶다며 계속 해달라고
말을 했습니다(그때 당시 제가 인기를 얻었던 비결 중 하나가 재밌는 이야기와 무서운 이야기 였습니다 ^^;;).
그래서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한 달 전에 2xx 초소에서 겪었던 믿지 못할 일들을 전병장에게 이야기 해 줬죠.
그런데 이야기를 듣던 전병장 표정이 밝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다 듣고 나더니 이런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하아... 너도 겪은 모양이구만..."
전병장의 말이 나 말고도 이일과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있다는 투로 들렸기에 저는 재빨리 되물었습니다.
"전병장님. 무슨 말입니까? 저 말고도 그 초소에서 똑같은 일을 경험한 사람이 있습니까?"
총기의 멜빵이 계속 내려오는지 한 번 총기를 고쳐 메곤 전 병장은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그게... 흠... 내가 겪은 일은 아닌데... 지금으로 부터 약 2년전이지... 내가 이등병 그것도 완전 신병일때,
내 사수였던 왕고가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 해줬거든? 그 이야기가 니가 겪은 일하고 거의 완전히 일치하는 것 같애.."
ooh, jesus christ!!! oh my god!!!! god damn!! what the fuck!!! 온 갖 쌍욕이 머리를 스쳐갔습니다.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 속에서 그 대기초소 귀신이 왜 그러는 것인지, 언제 나타나는 것인지, 그 귀신으로 인해 다친 사람은
없는 건지와 같은 이야기들을 들을 순 없었으나 제가 한 가지 깨달은 것은 제가 겪은 일이 단순히 환청을 들었
거나 잘못들은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었습니다.
이 이후로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해서도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었죠. 실제로 제가 겪은 일이 그 초자연적인 현상중에
하나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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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덧붙여 말하면 우리는 보통 이런 초자연적인 현상(심령현상, 초능력 등등)에 대해서 대부분 부인하곤 합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는 것이죠. 무엇보다 증거가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과학적이지 않다고
말하죠.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과학의 근본 핵심은 사실(fact)에 대한 탐구입니다. 과학의 초기에는 이 모든 것들
을 인간 본연의 오감을 통해 접근해 나갔죠(보고 듣고 말하고 했다는 소리입니다).
그리고 이런 수 많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보고 들은 이들도 수 없이 많습니다. 인간의 오감은 사실 탐구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탐구 도구이자 가장 믿을만한 도구들입니다. 현대의 모든 탐구 및 측정 기기들은 이 인간 오감의 연장선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혹자들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겪은 이들의 경험을 부정하고 내팽겨쳐 버리죠. 그리고 심지어
과학의 가장 중요한 방법론중 하나인 "만에 하나" 라는 가능성 조차도 부인해 버립니다.
과학의 신봉자들이란 자들이 과학의 방법론을 무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러니죠.
저는 과학을 science 가 아닌 sciencism 이라고 부릅니다. 일종의 신앙과 같다는 거죠.
모두들 아시다 시피 오래전에는 토테미즘이니.. 애니미즘이니... 샤머니즘과 같은 신앙들이 존재했습니다.
얼토당토 않은 신앙들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십니까? 그렇다면 과학은 어떤가요?
과학은 -sm 이 붙을만한 신앙이 아닌가요? 단지 사실(fact)을 탐구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사실은 사실일 뿐... 이것이 세상의 진리는 아닙니다. 불과 수 세기전만 하더라도 지구는 둥글다 라고 이야기 하면
* 놈 취급받던 세계가 이 곳입니다. 과학이 무슨 지상주의인 양 과학적이지 않다 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어찌보면 인간의 오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과학 또한 세상의 진리를 탐구 하기 위한 한 방편이지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죠. 이것은 제 희망이지만 미래에 영의 존재를 탐지할 수 있는 기계가 발명된다면 20세기와 21세기를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 과학자들은 무슨 말을 내뱉을까요? ㅋㅋ 정말 재미있는 상상이지 않습니까?
그럼 긴 글 읽어 주시느라 수고하셨고 이만 글 줄입니다. (--) (_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