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올립니다..

원빈비슷 작성일 10.10.26 01: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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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올립니다....저도 다 아직안읽어봐서 재밋는거만 올린게 아니라 순서대로 올린겁니다...

 

 

 친구 엄마와 귀뚜라미 떼

 

 

초등학교 때, 친구가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하지만 그 집 터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귀뚜라미가 엄청나게 많이 돌아다녀

 

엄마가 하루종일 귀뚜라미 잡느라고 고생이라고 친구는 불평했다.

 

툭툭 튀어다니는, 바퀴벌레처럼 거무튀튀한 색의 불쾌한 곤충이, 그것도 한 두마리도 아니고 떼로.

 

왠지 싫다는 느낌이 들었다.

 

반년 쯤 지나 그 친구의 집에 놀러 갔다.

 

가기 전, 문득 그 생각이 났지만 설마- 했다.

 

단독주택으로, 정원이 딸린 오래된 집이었다.

 

하지만 감탄도 잠깐.

 

현관을 열자마자 방 마루에 한 마리의 귀뚜라미.

 

정말 저것도 큰일이구나 하고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서는 위이잉- 하는 모터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그치자 안에서 친구의 어머니가 나왔다.

 

거실 식탁 위에는 조금 큼지막한 믹서기가 덩그러니 놓여있고, 그 옆에는 과자가 진수성찬처럼 쌓여있었다.

 

믹서기 안을 흘낏 보니까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유리의 내용물은 뭐지? 참깨? 한방약?

 

그 후 친구의 어머니가 어디에선가 돌아왔다.

 

손에는 대량의 귀뚜라미.

 

그것을 믹서기에 넣고 스위치 ON.

 

그리고는 가만히 그 광경을 응시하는 친구의 어머니.

 

「응, 우리 엄마, 조금 머리가 이상해졌거든.」


 

 


친구는 조금 곤혹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더니 태연하게 과자를 베어 물었다.

 

 

 

*새우깡보다 고소한~

 
# 심령스팟 터널

 

 

* 심령 스팟 : 귀신이나 초자연적인 현상이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유명한 장소

 


그날 밤은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심령스팟으로 유명한 그 터널 앞에 도착한 후, 터널 앞에서 차를 세우고 일시 정차.

 

그는 다소 성격이 둔한 편이지만, 왠지 그 터널 근처에서 기분 나쁜 분위기를 느꼈다.

 

물론 단순히「여기는 심령스팟이다」라는 선입견 탓일 수도 있지만.

 

잠시 휴식 후, 천천히 차로 터널 안을 향해 진입개시.

 

이런 체험은 모두 처음이었으므로 두근대는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친구들도 마치 유원지의 탈 것을 눈 앞 둔 아이처럼 설레이는 표정으로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 정도로 외진 곳은 아니다 싶었지만 왠지 후방에는 아무 차량도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천천히 움직였다.

 

무엇인가 굉장한 일이 일어나길 기대하면서.

 

하지만 별다른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터널의 끝까지 도착해버렸다.

 

터널 벽을 관찰하던 친구들도 별로 이상한 것은 보지 못한 듯 했다.

 

한번 더 가보자, 라는 제안이 있었고 모두 찬성했다.

 

차를 터널 구석에서 U턴했다.

 

이번에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모두들 불만이 가득한 심정이었고 될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몇 번이든 왕복해보자 라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

 

그러던 도중 비는 점점 거세져서, 빗방울이 차를 두드리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한 3,4번을 왕복했을까.

 

친구 중 한 명이「우리 이제 그만 돌아가자」하고 말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에 벌써 질렸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왠지 목소리 어조가 이상했다.

 

터널 출구가 보이는 시작한 즈음에서 일단 차를 세운 후 뒷좌석으로 고개를 돌려 보았다.

 

돌아가자고 한 친구는 갑자기 어깨를 움츠리고 덜덜 떠는 모습이었다.

 

또 다른 친구 한 명은 그 모습을 보고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너 왜그래? 뭘 본거야?」하고 물었지만, 그는

 

「됐으니까, 어쨌든 빨리 여기를 벗어나자」하고 말했다.

 

'무엇인가'를 본 것일까.

 

기대 반 불안 반으로 심장이 격하게 뛰기 시작했다.

 

비는 점점 더 세져서 보닛을 두드리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어쨌든 우리는 터널을 빠져 나왔고, 어딘가 잠시 쉴 곳을 찾았다.

 

국도변의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러서 간신히 한숨을 돌렸다.

 

사시나무 떨 듯 떨던 친구도 그제서야 간신히 안정한 듯 했다.

 

「자, 이제 괜찮지? 뭘 본거야?」


 

「모두들 못 들은거야? 그거?」

 

친구는 의아하다는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이상한 신음성이라도 들은 것일까? 아니면 비명이라도?

 

하지만 나는 딱히 짐작가는 것이 없었다.

 

다른 친구도 '뭐가?' 하는 얼굴이었다.

 

「별로 딱히 생각나는 건 없는데···아무튼 나는 운전하느라 정신을 다른 데 쏟기도 어려웠고, 빗소리도 시끄러웠고..」

 

「너도 들린거야?!」갑자기 그 친구는 소리를 질렀고, 놀랬다.

 

심야였으므로 패밀리 레스토랑에는 거의 사람이 없었지만, 아르바이트 점원이 상당히 놀란 얼굴로 이쪽을 뒤돌아 보았다.

 

그러나 난 아직 그 친구가 뭘 말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뭐가 들린건데? 분명히 말하라구」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슬슬 짜증이 나기도 해서, 조금 강한 어조로 물었다.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흐른 후, 그가 입을 열었다.

 

「비야, 빗소리.」


 

 

 
「우리들은 쭉 터널 안에 있었잖아! 그런데 어떻게 비가 차에 내릴 수 있냔 말이야!」

 

# 유산상속

 

 

혼수상태에 빠진 노인, 아이타니 지로.

 

의사는 가족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전했다.

 

지로의 형, 아이타니 이치로는 지로를 크게 비웃었다.

 

「너가 먼저 죽으면, 아버지 유산은 모두 내거야!」

 

그날 밤 혼수상태였던 아이타니 지로가 살해당했다.

 

누군가 병실에 누워있던 지로의 심장을 예리한 칼날로 도려낸 것.

 

이치로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기뻐서 날뛰었다.

 

「꼴좋다, 지로! 누가 저 녀석을 죽였는지 몰라도 무지 고맙군!

 

이제 나한테 아버지의 막대한 유산이 떨어지겠지!」


이치로는 너무 기쁜 나머지 심장마비를 일으켜, 그 자리에서 죽었다.


그리고 얼마 후.

 

미망인이 된 지로의 아내와 이치로의 아내는 변호사의 입회 아래 얼굴을 마주했다.


두 여인은 아직 젊다.

 

둘 다 노인의 재산을 목적으로 결혼했겠지.

 

이치로의 아내는 남편의 납골 단지를 들고 있고 지로의 아내 역시 오동나무 상자를 소중히 안고 왔다.


「그럼, 우선 선대의 유언장을 확인 하겠습니다.

 

전 재산은, 이치로와 지로 중,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아남은 사람에게 상속한다고...」

 

변호사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이치로의 아내가 말했다.

 

「안됐지만, 유산은 다 내거야.

 

우리 남편이 죽은 건 당신 남편이 살해당한 후니까.

 

아무튼 당신 남편은 위독했으니까 살해당하지 않았더라도 죽었겠지만. 

 

그렇죠? 변호사님.」
 
변호사는 수긍했다.


「네. 그럼 선대의 재산은 이치로씨의 부인이 전액 상속하는 것으로...」


그 때, 방 안에 큰 웃음이 울려 퍼졌다.

 

지로의 아내의 웃음이었다.

 

「멍청아. 유산은 내거야.

 

왜냐하면 우리 남편은 아직 살아있거든.

 

특수한 배양액과 정기적인 전기 자극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아직 살아 있다구...」


이치로의 아내와 변호사의 안색이 변했다.

 

지로의 아내가 안고 있던 오동나무 상자.

 

틀림없이 납골 단지가 들어있으리라 생각했던 그 상자 안에서 아주 작게, 어떤 소리가 들렸으니까.

 

 

 

두근, 두근, 두근, 두근...
# 아내가 사고로 죽었다

 

 

아내가 사고로 죽었다.

 

나는 잠시 망연자실했지만, 간신히 냉정함을 되찾았다.

 

아내를 보내기 위한 이런저런 의례를 위해 바빠지기 전, 현실을 마주보기로 했다.

 

아들은 몇 년 전부터 자기 방에 틀어박혀있다.

 

방에 열쇠를 잠그고 한 걸음도 나오지 않는다.

 

요 몇 년 간 얼굴을 본 적도 없다.

 

그저 아내가 식사를 방 앞에 놔두고, 또 빈 그릇을 받아 씻는 매일의 반복이다.

 

바깥 세상의 체면에 그렇게나 신경을 쓰는 아내는 그 누구에게도 아들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고

 

나에게도 다른 사람에게 아들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했다.

 

내가 일하러 집을 비운 시간이면 아들이 종종 날뛰는 일도 있는 것 같아서,

 

나는 가급적 아내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아들을 자극하지 않고자 했다.

 

그러나 아내가 떠난 지금, 이제는 아들도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

 

나도 슬슬 한계가 다가왔다.

 

언제까지나 아들 놈을 저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는 것이다.

 

마음을 굳게 먹은 나는 아들의 방 앞에 섰다.

 

열쇠로 잠근 문을 풀고 아들에게 이야기했다.

 

대답은 없었다.

 

나는 아들 방의 문을 비틀어 열었다.

 

아들은 침대에 누워있었다.

 

 

 

이미 죽은 지 몇 년이 지났는지, 벌써 미라화한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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