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꾼 집
우리집은 18평에 누나, 나 ,아버지,어머니 이렇게 네식구가 살고 있었다.
내가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2학년때부터 살던 집이었다. 방은 두칸이었고 누나랑 나는 같은 방을 썼다.
내가 중학생이 되면서 난 부엌에서 잠을 잤다. 누나랑 같이 방을 쓰기엔 둘다 너무 커 버려서 서로 불편했다.
아버지는 그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이사를 결심하셨고, 창원에 위치한..00아파트로 이사를 하기로 하였다.
(최고의 번화가 길건너편 아파트..아실분은 아실듯)
매물이 싸게 나와서 아버지는 저축했던 돈과 대출 받은 돈으로 그 집을 구입하셨는데..
앞에 사람들이 2년 정도 살다가 사정이 생겨서 싸게 팔고 이사를 했다고 하더라.
이사 몇일전날 청소도 할겸 어머니랑 누나랑 그 집을 찾았다. 벽지도 깔끔하고 쇼파랑 가구 있던 곳 밑에 먼지만 치우면 될것 같았다.
어머니는 "도배는 안해도 되겠네."
정말 벽지는 사람이 살지 않은것 처럼 깨끗했다. 다만 몇개의 못만 박혀 있었을뿐...
27평에 방 3칸이었다. 드디어 내 방이 생기는 것이었다. 나도 드디어 혼자만의 공간이 생기는 것이라 너무나 기뻤다.
젤 먼저 내방이 될 곳을 찾아 들어갔다. 생각보다 넓었다..
"캬~ 드디어 내방이구나"
이곳 저곳 둘러 보다가 내 방문 위에방문과 천정의 약간의 틈)하얀 종이에 빨간색으로 적은 부적 같은것이 붙어 있었다.
이건 뭐지...누나방에 들어갔다...누나방도 문위에 부적이 붙어 있었다...안방도 마찬가지였다.
"이걸 왜 붙여 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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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방....|......|....안방.|
|-----------|......|------.|
|....부엌.............거실.......|
|....................................|
|----------.....................|
|.............|..............현....|
|...내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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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저런 구조이다....(발로 그림)(화장실은 누나방과 안방 사이에 생략)
내 방에서 문을 열면 현관과 거실이 보이고 내방 뒤쪽은 세탁기랑 보일러가 있는 뒷베란다였다. 참고로 집은 1층이었다.
"엄마! 방방마다 이상한 거 붙어 있는데.이게 왜 붙어 있지? 찝찝한데 뗄까??"
"부적이면 잡귀 쫓는 거자나...굳이 뗄 필요 있겠니? 그냥 놔둬"
유일하게 부적이 붙어 있지 않는 곳은 거실밖에 없었다.
그날 그렇게 청소만 하고 2틀뒤 주말에 이사를 하였다. 태어나 처음으로 침대란걸 가지게 되었고
컬러모니터의 컴퓨터와 새 책상...정말 날아갈듯 기뻤다.
침대는 머리쪽이 뒷베란다 쪽으로 향하게 위치를 잡았다. 침대 사이즈가 잘 맞지 않아서 그렇게밖에 놓을수 없었다.
침대에 누우면 바로 내 방 문이 보이고 그 위에 부적이 보였다. 좀 거슬리긴 했지만..
침대에 누워서 새 책상과 컴퓨터를 바라보니 언제 그랬냐는듯...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렇게 고된 이사를 마치고 첫날 밤. 너무 피곤한 나머지 일찍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야옹~"
"에이씨...아파트에 무슨 고양이야~!"
난 너무 피곤하여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다시 잠을 청했다.
"야옹~야옹~"
"아이씨 뭐야..."
"야옹~야옹~야옹~"
한마리가 아니었다. 고양이는 시간이 갈수록 모여들었다. 우리집 1층 뒷베란다 밑쪽에 고양이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듣기 싫은 고양이 울음소리...난 귀를 막고 다시 잠을 청했다.
그렇게 밤에 고양이들에게 시달리다가 일어나니...이사 몸살과 피곤함이 겹쳐서 영~ 컨티션이 아니었다.
이사를 했다고 친구에게 자랑을 했고 친구가 집에 놀러 왔다. 조그만한 토끼 한마리를 들고 왔다.
"이거 뭐냐?"
"선물"
"왠 토끼냐?"
"아...나도 선물 받은건데...너도 한마리 키워라."
똘망똘망한 토끼 눈이 날 쳐다보는데...귀엽기도 하고 ...
"그래 주라~"
난 슈퍼에서 라면박스를 구해서 그 안에 토끼를 넣었고 거실에 놓아두었다..
그렇게 친구는 돌아가고 그날밤 아버지와 어머니는 왠 토끼냐며 냄새가 난다는 둥 낼 가져다 주라고 호되게 야단을 치셨다.
난 순순히 그렇게 하겠다고 말씀을 드리고.. 낼 친구에게 토끼를 보내줄 생각이었다. 그날밤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담날 아침.. 난 박스 안을 보고 너무 놀랬다. 토끼가 죽어 있었다. 다리를 쫙 펴고...난 토끼 다리가 그렇게 긴지 처음 알았다.
토끼를 잡았을때 마치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따. 이렇게 저렇게 토끼 시체를 땅에 묻고 찝찝한 맘에 집으로돌아와...
현관문을 열려고 하는데...집안에서 여자들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라....
'엄마 친구들이 놀러왔나??'
혼자 그렇게 생각하고 현관문에 키를 꽂았다. 갑자기 떠들던 소리가 뚝~ 끊겼다.
'어..!'
난 문을 열지 않았다. 그렇게 문앞에 서있었다...순간 다시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라..
분명 여자 목소린데..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난 키를 돌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다녀왔습니다~"
집안은 조용했다...아무도 없었다...소름이 돋았다...
'내가 피곤해서 몸이 허한가?'
그냥 대소롭지 않게 생각하려 노력했다. 그날밤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열심히 컴퓨터를 하다 어느덧 11시가 되었다.
'아..낼 일교시가 뭐지....'
혼자 낼 학교시간표를 보며 책을 챙기고 난 자리에 누웠다. 얼마나 지났을까...
"야옹~"
"아씨...또 고양이야.."
"야옹~"
듣기 싫은 고양이 소리..난 쫓아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부엌에서 어머니가 이사하면서 버릴려고 모아둔 옛날 수저랑 젓가락을
모아둔 곳에서 숟가락을 하나 들고 뒷베란다로 나가 창문을 열었다. 고양이 한마리가 다소곳이 앉아서는 우리집을 바라보며
"야옹~"
"저리가~!"
난 소리를 쳤다. 솔직히 고양이를 원래 싫어했지만 밤에 번떡이는 눈으로 날 쳐다보는데 굳이 숟가락을 던져서 내쫓고 싶지는 않았다.
소리치면 도망가겠지...
"저리가.. 임마!"
"야옹~"
고양이는 가만히 앉아서 아무렇지 않게 소리내고 있었다.
"에잇"
있는 힘껏 숟가락을 던졌다. 난 겁만 주려고 했는데 고양이 머리에 정통으로 맞아버렸다...
고양이 특유의 그 찢어지는 듯한 고음을 내며 옆으로 넘어지더니...바로 일어나더라...
무슨 일이 있었냐는듯 머리에 피를 흘리며 날 쳐다보는건지 우리집을 보는건지..다시금 울기 시작했다...
그때 저기 끝에서 고양이 두마리가 설렁설렁 걸어와서 그 고양이 옆에 나란히 앉더니 무서운 눈으로 쏘아보며 같이 울기 시작했다.
"아...사람들 깨울까....하필 내 방 뒤에서 저러는 거야..."
피흘리면서도 울어대는 그 고양이들 때문에 약간의 두려운 맘도 있고,
고양이 때문에 부모님들 깨웠다간 왠지 욕먹을것 같기도 하고 찝찝한 맘을 뒤로하고 침대로 와서 누웠다.
그렇게 눈을 감고 얼마나 지났을까....잠이 들었다...
꿈이다. 근데 난 내 방 침대위에 누워 있다. 정말 신기했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
난 똑같이 내 방 침대 위에서 잠을 깼고...원래 사람이 꿈을 꾸면 진짠지 꿈인지 구별을 못하는데...
그땐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걸 확실히 알수 있었다. 뭐 때문인지 난 일어나 내 방 방문을 열었다.
난 얼어 붙었다. 거실에는 관이 하나 놓여 있었다. 난 멍하니 서서 그관을 쳐다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관뚜껑이 스르르~ 열리더니...웬 여자 한명이 정말 힘겹게 관에서 나오더라.
검은 원피스를 입고 일어선 그녀는 거실에서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고 있었다.
그녀가 내 방쪽을 바라볼 때 난 그녀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웃고 있었다. 허나 그녀는 바로 고개를 돌리며 뭔가를 찾고 있었다.
내가 안 보이는게 분명했다. 난 내 방에서 계속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계속 뭔가를 찾고 있었다.
근데 그 웃는 모습...그얼굴 미동도 하지 않았다...마치 탈을 쓴것처럼.. 억지로 지어내는 미소...그 표정은 한순간도 변하지 않았다.
거실을 계속 돌아다니는 그 여자...그때의 그 공포...나를 보지는 못하지만...난 그 공포를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난 잠에서 깼다...참 더러운 꿈이다...말그대로 기분도 더럽고 짜증이 났다...
그렇게 학교를 다니면서 간간히 고양이 소리를 들으며 이젠 익숙해지던 2달 정도 지났을 무렵...그날 밤도 난 꿈을 꿨다..
그 더러운 꿈.. 난 똑같이 꿈속에서도 내 방에 있었다. 그날 역시 난 그것이 꿈이라는것을 바로 알았고 난 내 침대위에 있었다..
'설마 있겠어....없을꺼야....'
난 내 방 문을 조금 열고 빼꼼히 거실을 쳐다봤다. 관은 없었다. 하지만 그 여자는 있었다. 그때와 똑같은 표정으로
여전히 거실을 배회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부모님 방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더니...문앞에 달라붙어서 한참을 있더라..
얼마나 있었을까...다시 뒤를 돌아 누나방쪽으로 걸어가더라. 누나방쪽으로 가는데...내 방 시야에서는 누나방 방문이 보이지 않는다.(방구조 참조)
그래서 난 궁금한 마음에 내 방문 밖으로 머리만 살짝 내었다. 그 여자는 누나방 방문에 붙어 여전히 서있었다.
그 순간 그 여자와 내가 눈이 마주쳤다. 처음 보았다...그녀의 표정이 변하는 걸...그녀의 입고리가 살짝 올라갔다.
'내가 보이는 거다!!'
그리고는 환희에 찬 미소로 내방 쪽으로...
마치 일본 기모노를 입는 여자들이 걷는 걸음으로 내방 쪽으로...
"타다다다다"
난 너무 놀라서 잡고 있던 문고리를 놓치며 내방 안쪽으로 넘어졌다. 그녀는 내 방 방문틀 앞에 서서 들어오지는 않고...
가만히 서서 그 짜증나는 표정으로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고 눈동자만 계속 돌리고 있었다. 뭔가를 찾고 있는것 같았다.
미친듯이 눈동자를 돌리고 있었다. 난 얼어서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그렇게 눈동자를 굴리던 여자는 다시 입고리를 내리며 억지미소를 띄며 뒤돌아 다시 거실을 돌고 있었다.
난 기어가서 문고리를 잡고 문을 닫았다.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채 난 잠에서 깼다..
'싫다...그 얼굴 ...두번 다시 보기 싫다...."
꿈에서 일어났을때의 그 기분 정말 이루 말할수 없이 괴롭다...
그후 또 몇달간 아무 이상도 없다가 정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던 일이 일어났다...
그렇게 한동안은..그여자꿈은 꾸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당시 교보생명(그당시는 명칭이 대한교육보험회사을 다니셨고
아버지는 두산중공업(그당시 한국중공업)을 다니시고 두분 다 바쁜 맞벌이 부부였다.
그런 꿈이야기를 한다 해도 공부나 하라며 잔소리가 날아올게 뻔했다.
아버지는 그때 노키아 휴대폰을 가지고 계셨다. 그당시 휴대폰은 130만원 정도 했었고
어디에서나 전화를 할수 있다는 것에 무지 신기하고 그런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는 아버지는 왠지 멋져 보였다.
아버지가 퇴근하고 밥을 먹고...아버지는 산책을 하신다고 밖으로 나가셨다.
어머니는
"아들..집전화기 어디 갔어?"
"모르겠는데요."
"한번 찾아봐"
어머니는 무선 전화기를 종종 집에서 어디 뒀지는 까먹는 경우가 허다했다..
"아빠 휴대폰으로 전화해바"
"네."
난 아버지 휴대폰으로 집에 전화를 했다.
"띠리리링~띠리리링"
난 소리가 들리는 쪽을 찾아갔다. 거실 쇼파 쪽에서 들렸다. 분명 소리는 나는데 보이지가 않았다.
구석구석 훑어보는데..쇼파 등받이와 쿠션틈에 집전화기가 끼어 있었다..
"엄마..전화기 여기..."
"딸끄락"
난 휴대폰을 귀에 대고 어머니에게 말하는 도중에...전화를 받았다. 내 눈앞에 쇼파에 꽂혀있는 집전화를...
누가 받았다...다리에 힘이 풀렸다...
"누.....누...누구세요.."
"니 게 여 애 이 어.."
내 눈앞에 있는 수화기에서 뭔가 알아듣지도 못할 말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난 멍하니 휴대폰을 귀에 대고...정신나간 사람처럼 서있었다. 그순간...그 소리....
내가 몇달전에 현관 앞에서 듣던...알아들을 수 없던 여자소리...그 소리였다
.
난 휴대폰을 쇼파위에 던지고는 내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내 책상에 앉아서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이건 꿈이 아닌데....현실인데...대체 뭐야..무슨 일이야..'
'분명 이건 현실이 아닐꺼야...내가 잘못 들었나..
아닌데..분명히 누군가 받았는데..혼선된 걸 수도 있자나...'
순간 어머니가 문을 열고 들어 오셨다. 난 순간 깜짝 놀랬다.
"왜? 아들.."
"아..아니..예요."
"왜 그렇게 놀래?"
"아...아니..예요.."
"전화기는??"
"거...거실 쇼파에 있어요.."
난 곧바로 침대에 누워서 이불을 뒤집어 썼다. 잠들기가 무서웠다. 또...그여자가 나올것 같았다...
그렇게 무서움에 떨다가 잠이 들었다. 역시..
'또야...빌어먹을'
난 내 방안에 있었고...집은 조용했다.
'안나갈꺼야..빌어먹을..빌어먹을...절대 문 안 열꺼야....'
혼자 그렇게 침대에서 중얼거리고 있는데.. 그 지옥같은 시간은 계속되고 좀처럼 난 현실로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빌어먹을 꿈에서 빨리 깼으면....'
그렇게 계속 혼잣말을 되풀이하다 마음이 조금 진정된 나는...문앞으로 다가가 문을 살짝 열었다.
난 뒤로 넘어졌다.. 그 여자는 내 방문에 바짝 달라붙어서 눈동자를 계속 굴리고 있었다.
'아...저 재수없는 얼굴....'
그리곤 몇초후 그녀는 뒤로 돌아 거실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녀는 처음으로 거실쇼파에 사뿐히 앉았다.
그녀는 입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니 게 여 애 이 어"
낮에 듣던 그 소리...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그 기분 나쁜 조잘거림을 시작했다. 심장은 미친듯이 뛰고...난 꿈에서 깼다...
'아...이러다 죽을 거 같다....'
그날 저녁 난 아버지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했다.
"저기...우리...언제 이사가요??"
"이사온지 얼마나 됐다고 이사타령이야"
"나 ...이 집에 살기 싫어요..."
"갑자기 밥먹다 말고 뭔 헛소리야"
"이 집..이상해요...계속 이상한 꿈만 꾸고...무서워요.."
아버지는 어이 없다는듯..밥만 드셨고.. 어머니는..
"맨날 컴퓨터한다고 늦게 자니깐 그렇자나...그시간에 책이나 좀 보던가...일찍좀 자!!"
역시 내 이야기를 무시했다. 난 공부를 못하지 않았다. 반에서 10등 안에는 들었었다.
하지만 우리 누나... 전교에서 1~2등을 하는 사람이라 내 성적 따위는 어머니 아버지에게 큰 기쁨을 드리지는 못했다.
'아...난 정말 죽을것 같은데.....왜 날 바보 취급 하는거야...'
그후 그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몇달간은....
6개월 정도가 지난 어느날...6개월이란 시간은 그 모든것을 잊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고..
고양이 울음소리따윈...그때마다 이어폰을 끼고 자는 걸로 해결했다. 누나랑 부모님께 고양이 소리 안들리냐고도 물어봤지만...
뭐 그닥 귀기울여서 듣지 않으면 잘 안들리니 신경 안쓴다고 하더라. 내 방에선 더럽게 잘 들리는데...
암튼 어느날...아버지가 술에 잔뜩 취해서..새벽 1시쯤 집에 들어오시더니 거실쇼파에 바로 쓰러져 버리시더라.
어머니는 팔짱을 끼고 쳐다보다가 방으로 들어가 버리셨고..나도 그냥 방으로 들어가서 잠을 청했다.
갑자기 눈이 번쩍 뜨였다. 꿈이다...그 빌어먹을 꿈...다시금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공포감이 엄습해왔다.
역시 가만히 앉아서는 그 꿈이 깨지 않았다. 난 일어나 방문을 잡아당겼다. 믿지 못할 관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아버지는 그 여자 무릎을 베고 누워 계셨고...그 여자는 그런 아버지를 내려다 보면서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아버지 머리를 쓰다듬으며...뭐가 그리 즐거운지...히죽~히죽~ 기분 나쁜 웃음을 짖고 있었다..
그리고는 내방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또 그 조잘거림을 시작했다. 난 방문을 닫아버렸다..
"어제 도대체 어떤년이랑..."
"뭔 헛소리야!!"
"우당탕탕"
난 놀래서 잠에서 깼다. 밖에선 어머니 아버지가 싸우고 계셨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막 화를 내셨고 아버지 역시 그런 어머니에게 소리를 지르고 계셨다.
'현실도 지옥이구나....'
그렇게 어머니 아버지의 싸움은 일주일이 계속되었고 아버지는 집을 나가셨다.
그렇게 두분은 별거생활을 하시고 15년만에 이혼을 하셨다.
한참이 지난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어머니는 그때 밤마다...아버지가 거실에서 다른 여자랑 껴안고 있는 꿈을 꾸셨단다.
그게 계속 되다보니..그것이 현실인지 꿈인지 구별 못할 정도의 의부증이 생겼고...
아버지는 집에 오는 것이 싫어서 계속 늦게 오시던지 외박을 하셨다.
어머니의 폭언과 싸움은 계속되었고 참다 못한 아버지는 집을 나가신 거다. 아버지는 시골 할머님 집으로 들어가셨고...
그렇게 두분은 10년 넘게 얼굴 한번 보시지 않고 누나를 결혼시키고 작년에 내 결혼식을 마지막으로 이혼을 하셨다.
솔직히 그때는 난 아버지에게 무슨 사고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불행중 다행이라 해야 하나...아버지에겐 아무 일이 없었고 그후로 아버지는 그 집에서 볼 수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아버지는 집을 나갔고..달마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생활비를 보내주셨다.
난 고등학교에 진학했고..누나는 대학에 진학해서 변리사 공부를 하다 외국으로 1년짜리 어학연수를 떠났다.
집에는 어머니랑 나 둘뿐이었다.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은 많아졌다.
어머니가 한날..
"너도 혼자 있고 심심할텐데...우리도 개 한마리 키울까?"
나도 심심하고 혼자 있을때..기분도 찝찝하고...있으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어머니는 담날 요쿠셔테리어 한마리를 가지고 오셨고...신나게 데리고 놀다가...그날밤...
"끼잉...낑낑"
난 그 소리에 잠에서 깼다.
개가 앓는 소리를 내면서 현관문을 벅벅 긁고 있었다.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것 같았다.
내가 방문을 열자마자 내 방쪽으로 뛰어들어와서는 책상 밑으로 들어가 숨어 버렸다.
'뭐야...왜 이러는 거야..'
그렇게 개와 나는 혼숙을 했다..;;
아침에 학교 갈려고 현관문을 열었을때 그 개는 미친듯이 밖으로 뛰어나와 달아나 버렸다. 미처 내가 잡을 틈도 없이...
그렇게 하루만에...또 친구를 잃었다. 그후 난 거희 이틀에 한번꼴로 그 여자를 만나야 했다.
그녀의 모습을 확인하지 않으면 난 그 꿈에서 깰 수가 없었다. 허나 그녀는 내 방앞에 서있지 않았다.
항상 어머니 혼자 주무시는 방에 달라붙어서...떨어지질 않았다
난 걱정이 됐다...혹시 엄마한테 안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난 다음날 밤에도 그 꿈을 꿨다...문을 여니...어머니 방앞에서 또 뭐라고 조잘거리고 있었다.
난 어머니가 걱정이 되어 내 방 밖으로 나와 거실에 섰다. 그 여자가 고개를 휙 돌리더니.
다시금 입고리를 올리며 뭐라고 조잘거리면서..나에게 달려왔다. 난 눈을 질끈 감았다.
몇초가 지났을까...실눈을 살짝 뜨니 내 얼굴 바로앞에 그 창백한 얼굴을 맞대고 내 볼에 닿는 그 여자의 피부는 미칠듯이 차가웠다.
그 여자는 쉴새없이 입을 조잘거렸다. 그리곤 내 귀에 그 입을 가져다 대었다.
그 여자가 하는 말은 너무 빨랐다. 그 상황을 피해보려 눈을 감았다..
'뭐라는 거야..젝일...'
눈물이 날것 같았다.
그때...그 말을 들을수 있었다.
"니가 여기 왜 있어! 니가 여기 왜 있어!"
저 말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되풀이 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다른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들여보내죠! 들여보내죠! 들여보내죠!"
....
...
"일어나! 학교 가야지..."
어머니였다...지친몸과 드러운 기분으로 난 학교로 갔다.
방과후..버스 정류장에서 옆학교 상급생과 시비가 붙었다. 난 싸움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날 이성을 잃고 싸웠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시비를 붙은건 내 친구였지만 나도 같이 동조해서 싸웠다.
그렇게 큰싸움이 아니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상대방 학생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난 경찰서에서 조서를 꾸미고...
그 일은 법원으로 넘어가 법적 처벌을 피하려면 싸움에 참여했던 3명에게 6천만원씩 1억 8천을 배상하라고 했다.
어머니는 괜찮다며 나를 다독였고...난 그게 더 죄송해서 죽고 싶은 맘밖에 없었다..
'나 같은 놈은 죽어야 돼'
난 내 방 방문 손잡이에 전선줄을 걸고 목에 전선줄을 감았다.
얼굴이 뜨거워지고 피가 역류하는 느낌...순간 문밖에서
"들여보내죠! 들여보내죠!"
찢어질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죽으면 엄마는...엄마는...'
난 머리위 방문 손잡이를 붙잡고 감긴 전선줄을 풀고...깊은 숨을 토해냈다.
..............
어머닌 그 집을 시세보다 천만원 낮춰서 급처를 하고 6천만원을 합의금으로 주었다.
난 학교를 자퇴해야만 했고 다른집 전세로 이사를 갔다...그렇게 난 그 집과의 악연을 마무리 했다.
그리고 일주일후...우리가 집을 판 사람에게서 어머니에게 연락을 했다.
우편물이 자꾸 이쪽으로 온다고 우편물 온거 찾아가라고...어머니는 저에게 찾아오라며 시켰고..
하루 이틀 미루다가...그 근처에 갈일이 생겨서 그 지랄같은 집으로 갔다
벨을 눌러도 인기척이 없었다. 한참 벨을 누르는데 옆집 아주머니가 장을 보고 오시는 길이었다.
"안녕하세요.."
"여기 어쩐 일이야?"
"아 우편물좀 찾아가라 해서 찾으러 왔어요"
"그 집에 사람 없을꺼야."
"왜요?"
"이틀전 밤에 난리가 났었어.."
사연인즉...이사온 집 딸이 약간 간질같은게 있어서
애가 잘 놀래니까 옆집 아줌마한테
혹시 자기 없거나 그럴때 애가 발작을 할수도 있으니..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을 했단다.
그리고 이틀전 낮에 옆집이 시끄럽길래 찾아 가니까
집을 좀 손본다고 시끄러울 거라고 양해를 해달라 했대
그리고 다음날 새벽에 앰블런스가 와서 그 애를 태워나갔다고...
실려나가는데...눈이 뒤집혀서 입에 거품을 물고 실려나갔대..
난 소름이 돋더라.....그냥 거기 서있는것도 싫어서 옆집 아줌마한테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그집 바로 밑쪽에...쓰레기들이 잔뜩 쌓여 있더라.
찢어진 장판...널부러진 벽지.
근데...거기서...알겠지??
널부러진 벽지 사이에...
내 방문 위에 붙어 있던 부적이 있더라..
작성자 특수공작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