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의 일이다. 친구 두영(가명)이와 나는 여름 방학을 조금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다.
사춘기, 참 여러 생각이 많이 드는 시기아니던가? 당시에 나는 '고등학교'라는 존재가 너무도 답답하고, 감옥같은 존재라 생각하여서 그 억압의 아이콘을 가기 전, 여름내내 자유롭게 여행을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두영이와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배낭에는 간단한 옷과 물통, 그리고 비상용으로 용돈 10만원을 챙겼다. 그리고 두영이와 방학 첫 날부터 열심히 패달을 밟았다.
우리는 갈 곳이 정해져있지 않았고, 그 당시에 어려서 일단 서로의 친척집을 잘 파악하여 여행했다. 정말 재미있고, 즐거웠던 여행이었다. 사실 멀리는 못 가고 집에서 멀리 떨어져 봤자 15Km~20Km 정도의 거리였다.
친척집에서 머물만큼 머물어서 본격적으로 힘들지만 보람 찬 여행을 하려는 찰라, 우리는 다음 주가 방학 중에 단 한번 학교에서 모이는 날이라는 것을 알게되어 아쉬움으로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리는 집으로 가는 길을 잘 몰라서 지나가는 사람이나, 차를 몰고가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야 했다. 그래서 길을 가르쳐주는 사람들은 산에 난 새로운 도로를 거쳐가면 빨리 집으로 갈 수 있다고 하였고, 우리는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에서 힘들게 패달을 밟았다. 산에 난 도로라서 그런지 오르막길이 매우 짜증났다. 좀 걷다가 내리막이 보이면 타고, 또 오르막이면 내려서 걷다가 다시 내리막이면 자전거를 타고 그랬다. 이상하게 가면 갈 수록 매우 인적이 드문 도로였다. 지나가는 차라곤 가끔 트럭, 가끔 자가용 몇 대가 전부...
그러던 중,
두영이가 손가락으로 앞을 가르키는 것이었다.
"저거 사람 아냐?"
벌써 시계는 저녁 9시를 가르켰고, 가로등 사이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인적이 드문 곳에 사람이 보이니까, 장난 삼아 "혹시 귀신이 아닐까?"하고 둘이서 우스겟소리를 하며 낄낄거렸다. 바로 그때, 그 여자가 우리에게 말을 거는 것이었다.
"아이고 학생들.. 내가 쑥을 캐다가 길을 잃어서 그런데, 뒤에 좀 태워주면 안되겠나?"
그 여자와 우리의 거리가 가까워 질 때, 나는 왠지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생긴 걸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되겠지만, 그 아줌마의 그 짙은 문신한 눈썹과 억지로 불쌍한 표정 짓는 모습이 왠지 싫었다. 그리고 차례로 그 아줌마의 겉모습들이 내 눈에 들어왔는데, 엄청 긴 손톱, 흙을 파헤쳤는지 웃옷과 손에는 흙투성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충격을 받았던 건 그 아줌마의 바지...그 바지는 다름아닌 병원바지였다. 무슨 병원인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그 병원이라고 적힌 글자가 똑똑히 들어왔다. 그 병원바지가 눈에 들어올 때 즘, 더욱 마음 속의 불안이 나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했다. 두영이도 발견했는지 모르는 척 하려고 했지만, 그 아줌마가 어느새 두영이의 팔목을 잡았다.
"학생아 버스 타는데 나올 때까지만 좀 태워줘라."
당시 느낌이 기분이 나쁘고, 무서워서 그랬는지, 아줌마의 말투가 약간 공격적인 것 처럼 느껴졌다. 나는 살짝 팔꿈치로 두영이의 굳어있던 몸을 슬쩍 치며, 도망가자는 신호를 냈다. 그런데 두영이는 마치 몸이 마비가 된 듯 움직일 생각을 않는 것이다. 온몸에서 땀이 주르륵 주르륵 흘렀고, 아줌마는 계속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태워달라는 것이다.
"말좀해라, 학생아!"
얼어있는 두영이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겁먹어 있는 듯했다. 그래서 내가,
"저..저기 아줌마 제 자전거 뒤에 타세요..."라고 말했더니, 그 아줌마는 두영이의 손을 놓으며 내 뒷자리에 앉으려고 다가 오는 것이다. 순간 나는 그 아줌마를 확 밀어버리고, 쓰러진 자전거를 동시에 주워 달렸다.
"두영아 빨리 도망가자!"
놀란 두영이도 재빨리 자전거에 올라타 달렸다. 그런데 쓰러진 아줌마가 벌떡 일어나 우리 뒤를 따라 달려오는 것이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뒤따라오는 두영이가 소리를 치는 것이었다.
"빨리 가라, 내 뒤에 바로 있다!!!!!!!!"
뒤 돌아 보는 순간 두영이 바로 뒤에 그 아줌마가 뛰어오는 것이다. 우리는 자전거를 탔는데, 그 아줌마는 미치도록 뛰어 오는것이다.
"이 시X새끼들아, 어딜도망가노!!!!!!!!!!!!!"
아줌마는 욕을 하며 우리는 쫓아왔다. 너무 무서웠다. 정말 귀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내리막길이어서, 우리는 더욱 힘것 패달을 밟았다. 옆을 보니 조금만 더 내려가면 번화가가 나올 것 같았다. 우리는 뒤도 안 돌아보고 내려갔다. 그런데...
이 정도 도망쳤으면 안 쫓아 오는 줄 알고 뒤돌아봤더니, 아줌마가 두발이 아닌 네발로 아직도 쫓아오고 있었다. 아까보다 속도가 더 빠른 것 같았다. 그런데 더욱 무서운 건 그 아줌마의 얼굴은 지친기색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두영아 우리 바로 뒤에 있다!!!!!!!!!!!!!!!"
나는 너무 무서워서 고함을 마구 질렀다. 두영이도 무서웠는지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우리가 도망치고 있는 와중에 자동차 크락션소리가 바로 뒤에서 났다.
"빵빵!!!!!!!"
코란도가 뒤에서 라이트를 켜고 우리를 비추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뒤를 돌아봤다. 아줌마는 없었다. 우리 뒤에 있던 차주인이 말했다.
"여기 밤길에 자전거 타기 위험합니다."
우리 둘은 자동차를 보며 안심했고, 약간은 덜 무서웠다.
"학생인 것 같은데, 여기 위험해요. 내가 내려가는 길에 라이트 비춰줄게"
등산을 갔다가 온 등산객들로 보였는데, 아저씨와 아줌마들이 우리 걱정을 많이 해주셨다. 우리는 천천히 내려갔다.
두영이는 혼이 빠졌는지, 계속 집에 가고 싶다..라고만 말했다. 나도 너무 놀라서 한숨만 나왔다.
무심결에 두영이 등을 보았는데, 나는 무척 놀랬다. 두영이의 등과 허리에 그 아줌마가 어찌나 세게 잡았는지 옷이 찢어져 있는 것이다.
"두영아 니 옷..."
진짜 무서웠다. 두영이는 다시는 이런 여행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
다행히 등산객을 만나 무사히 내려왔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차를 바라보는데, 우리는 또 한번 충격이었다. 코란도 뒤에 달려있는 타이어에 그 아줌마가 매달려 우리를 바라보고 웃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그 아줌마가 그대로 내리지 않고 붙어서 가길 바랬다.....
우리는 두 말 없이 빨리 집으로 돌아갔다.
정말 무서운 여름 방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