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키보드를 두드릴려니 굉장히 더디고, 잘 안되고 그러네요...
간만에 쓰는거니 그려러니하고 봐주셨으면 고맙겠어요.
군대 있을 적 짧은 이야기를 하나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들은 이야기라 기억을 더듬어야 하는지라 전달이 잘 될런지
모르겠네요.
제가 일병 시절 야간 사격이 있던 날입니다.
여름 장마철 중간을 지날때 즈음 이었습니다.
군대에서는 일부러 장마철이 되면 실탄 소비겸 또 화재 예방겸 사격을 집중 실시하도록 상급부대에서
지령이 내려오곤 하는 모양입니다.
역시 장마철이라 그런지 오후 내내 어둡던 하늘이 저녁 배식이 끝나고 나서 급격히 어두워지더니 비를
뿌리기 시작하더군요.
"아 씨,발 옛날 생각나는구만."
분대별로 사격자세 훈련장에 비를 피해 모여 앉아 저녁을 먹던 도중 소대 최고참인 김병장이 신경질적으로
한마디 내 뱉더군요.
"아 그거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딱 맞아 떨어지지 않냐?"
"그러고 보니 그렇지 말입니다."
같은 분대 심상병이 거들고 나서는 것이었습니다.
저야 당시 짬밥이 바닥을 칠 때라 소대 왕고와 초실세 상병의 대화에 의문을 제기 한다는 건 상상도
못하는 때였죠.
"진짜 그 때 생각하면...."
저는 그냥 묵묵히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며, 밥만 퍼먹고 있었죠.
"소대장님. 오늘 완전 그날하고 똑같지 말입니다!"
저만치 비를 피해 탄피를 분류중인 소대장을 향해 김병장이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습니다.
그걸 들었는지 잠시 멈칫 하더니, 씨익 웃어보이고는 이내 하던일을 하더군요.
"야 쟤도 말야 막 임관하고 나서 어리버리 했지. 그 때 이등병 새끼처럼 허둥지둥 하는거 보고 사실
웃기긴 했는데....어디 웃을 수 있었냐.."
이야기인 즉 이랬습니다.
초실세가 이등병이고 왕고가 일병이던 시절...
그 때도 장마철이었고, 이 맘 때쯤 이라고 했습니다.
야간 사격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저녁밥을 먹고 이어지는 사격연습 해가며, 사격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네요.
야간에 비까지 오는지라 사격 진행이 굉장히 더디게 진행되었답니다.
그 때문에 밑에 쫄병들은 PRI(사격술 예비훈련)를 무한 반복 하느라 죽을 맛이었다죠.
아직 군대 안 가본 남자들은 이 이야기를 아마 사격장에서 회상해 볼것이라 255% 장담합니다.
그렇게 피터지고 알배기고 이갈리는 사격술 훈련을 반복하며 영원할 것 같던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실세와 왕고의 순서가 왔답니다.
그 때가 대충 10시를 넘어선 시간.
원래의 일정대로라면 이미 대대에 도착해 정비를 하고 있을 시간이었다죠.
총기 검수대에서 10발이 들어간 탄창을 두개씩 지급받고 어깨에 총을 올린채 사로에 입장하여, 먼저
들어간 조의 사격이 끝나길 기다리던 때 였답니다.
이상 징후는 바로 그 때 부터 시작이었다죠.
"그 때 중대장이 에프엠 중에 에프엠이었지. 미,친놈이 왜 저러나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깐 뭔가
눈치 챘던거야."
왕고가 미간을 약간 찡그리고, 말을 이었습니다.
먼저 입사(사격을 하기 위한 구덩이에 들어가 있는 상태)한 앞 조의 사격을 기다리며, 뒤에서 무릎앉아를
하고 있던 도중에 익숙하지만 왠지 어색한 소리가 사격장 전체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답니다.
'에에에엥~~~'
"앞으로 사격이 시작될 예정이오니 근처에 있는 민간인은 모두 이곳에서 신속히 이동 대피 해주시길
바랍니다."
'에에에엥~~~'
메가폰의 싸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고 예의 그 틀에 박힌 멘트가 사격장안에 울려퍼졌다네요.
"니들도 알지? 사격전에 한 번 예의상 경고 때리는거."
"잘 알지 말입니다."
"근데 이 미,친놈이 사격 중간에 한 번더 키는거야. 이런데 민간인 같은게 어디있다고...것도 야간에..."
그렇게 경고 싸이렌을 울리고 나서 사격 지휘탑에서 메가폰으로 사격 시작을 알리는 예령(10개의 사격 사로
가 있고 그것을 반으로 나눠 좌선 우선으로 지칭 합니다. 양 5개의 사로가 준비가 되면 좌선 우선 사격
준비를 보고하게 되어있죠)이 울리자 각 사로 보조를 하는 병사들에 의해 준비가 끝남이 알려졌고,
좌선 우선을 각기 지휘하는 소대장들의 준비 완료(좌선 우선 사격 준비 끝)이 보고 되면 바로 중대장의
사격 명령에 의해 사격이 시작될려는 차례였다네요.
그런데 사격 명령이 좀처럼 떨어질 기미가 안 보이더랍니다.
급기야 좌우선 소대장들이 중대장의 눈치를 살피고, 1사로에 있었다던 왕고는 눈치를 보며 지휘탑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네요.
"딱 보니깐 중대장이 존나 고민하고 있었어. 어두워서 잘 안 보이는데 느낌은 진짜 확실했다."
이윽고 짬밥이 되는 우선에 선 소대장이 지휘탑으로 올라갔고, 약 2분 정도 후에 아래로 내려와 지휘를
하기 시작했다는군요.
"좌선 사격 준비 보고."
다시 한 번 준비 보고가 이루어 지고 좌우선 사격 준비 끝 보고가 올라가자 중대장은 사격 명령을
내렸답니다.
"사격 시작!"
'탕! 탕! 타탕!!'
사격시작의 신호가 울리고, 그와 동시 비까지 오는 야간이라 총 소리가 굉장히 긴 여운을 남기며 사라져
갔다는군요.
그렇게 10개의 사로에서 불규칙적으로 총소리가 엉키다가, 이내 끝날때 즈음하여 늦게 쏜 여발의 총소리가
한 두 발씩 들리던 그 때 였답니다.
"씨,발 그 때 존나 이상한 소리가 나는거야. 분명히 총소리긴 한데...태어나서 처음 들어봤어 그런소리는..
사람 목소리로는 절대 흉내 못낸다."
하면서 왕고는 휘파람을 가늘게 불듯이 소리를 내 보이더군요.
"무슨 여자 우는 소리 같은게 휘히힝 났는데, 거깄던 사람 다 소름 돋았을 걸? 나도 닭살이 쫙 돋더라고."
그렇게 일반 탄환 10발을 전 사로가 다 사용한 듯 각 사로에서 좌우선 사격끝이라는 보고가 이어지고
중대장의 지시가 이어질 차례였답니다.
그러나 금방 이어질 것 같은 지시는 내려지질 않았고, 사로안에 들어가 있는 병사들의 웅서거림이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했습니다.
"방금 들으셨지 말입니다?"
"너도 들었냐?"
하는 식의 대화가 말이죠.
그렇게 웅성거림이 멎을 무렵 중대장은 다시 한 번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답니다.
"각 사로 부사수 우상탄 확인 후 사수에게 탄창인계."
남은 10발 사격을 마저 끝마치려는 모양이었답니다.
지시가 떨어지고 사로 밖에서 탄피를 받는 부사수들이 탄창을 인계하자 여기저기서 철컥 하는 탄창 결합
소리가 들렸고 좌우선 사격 준비끝 보고 까지 마치게 되었답니다.
"준비된 사수로 부터 사격!"
'탕! 타탕! 탕!'
중대장의 사격 지시가 떨어지자 바로 총탄음이 이어지며 붉은 섬광들이 전방에 유성처럼 빗발 쳤더랍니다.
"그때 정말 볼만했지. 군생활 하면서 예광탄 써본게 그때가 처음이었거든."
예광탄이란 야간에 쓰는 탄알로 사용하게 되면 빛꼬리가 붙어 어느쪽으로 날아가는지 가늠할 수 있게끔
하는 탄알입니다.
그렇게 그 불빛들을 바라보면서 속으로 탄성을 지르고 있을 무렵 메가폰으로 당황함이 역력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답니다.
"사격 중지!! 사격 중지!!"
중대장의 다급한 사격 중지 지시가 떨어지고, 그 와중에도 계속 되는 여발에 완전히 침묵하는데는
수십초가 걸렸답니다.
양사로 지휘를 맡은 소대장이 사격중지를 확인하고 중대장에게 보고 하자 중대장은 소대장들을 불러
지휘탑으로 올라오라 지시했다더군요.
소대장들이 올라가고 한참이 지나서도 내려올 생각을 안하자 사로에 있는 병사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나는 예광탄 날아가는거 신기해서 그거 보느라 몰랐는데, 사격 하던 고참들은 다 본 모양이더라고."
"뭘 봤더랍니까?"
그 때까지 침묵을 지키던 윤상병이 대뜸 묻더군요.
"뭐겠냐?"
"........."
"니들도 대충 들어서 알잖어?"
그랬습니다.
소문으로만 들어오던 사격장 괴담을 체험자에게 직접 듣게 되었던 겁니다.
"지금은 전역해 없어서 너그들은 모를텐데...최병장이라고 겁대가리 존나 없는 똘아이가 하나 있었어.
어느정도냐면 다른 소대 밥 비리비리한 고참은 건들지도 못하고, 왕고쯤 되고 말년쯤되야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었거든. 덩치 존나 크고, 힘이 얼마나 쎈지 지보다 고참도 낙오 할라치면 그 인간이 막 다그치고
그랬었다."
그야말로 중화기에 딱 어울리는 남자가 연상이 되었습니다.
"근데 그새끼가 막 뭘 봤다고 큰 소리를 떠드는거야. 내 앞에 옆에 있는 사로에서 쐈거든. 나 그새끼
그렇게 벌벌 떨던거 처음 봤다. 세상에 무서울거 한개도 없을 것 같은 새끼가 벌벌벌 떠는데 괜히 나까지
소름이 돋더라고. 분위기 존나 살벌했지..."
그렇게 웅성거리는 중에 지휘탑에 올라갔던, 소대장 한명이 내려왔고 중지된 사격을 마저 끝내겠다는 말을
한 후 다시 사격은 진행이 되었답니다.
잔탄이 몇 발 안남은 상황에서 사격은 금새 끝이 났고, 이제는 왕고의 차례가 되어 입사로를 준비하는
도중 뒤이어 들어올 사격조가 입장을 했답니다.
"3소대장!"
지휘탑에서 중대장의 메가폰 소리가 들려왔답니다.
"오늘 사격 여기까지니깐, 밑에 탄피 점검 마치면 애들 정렬시키고 대기하도록. 2소대장은 지금 올라온
애들 돌려보내."
그 말을 듣자마자 왕고는 속으로 앗싸 싶었답니다.
아직 반도 못 끝내서 부대 복귀하면 또 새벽별 보고 잠들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도 못한 조기종료로 한시간이나마 더 잘 수 있겠거니 생각하니 무척이나 기뻤다죠.
그러나 그런 마음과는 별개로 사격장의 분위기는 정말 엄청나게 무거웠답니다.
"고참들도 다 기뻤을 텐데 맘대로 기뻐할 분위기가 아니었지. 나는 짬밥도 안되는데 쳐 웃다간
뒤지는거지...뭐 그럴 틈도 없었어. 중대장이 사격 빨리 끝내고 튈려고 한건지 그 때부터 진행을 빠르게
하더라고."
입사 후에 사격을 하기 위해 탄창을 건네받고, 사격 준비가 끝나자 중대장은 좌우선 보고도 없이 사격
명령을 내릴려고 했더랍니다.
그런데 그 때..
"사격 중지! 사격 중지!"
중대장의 더더욱 다급한 목소리가 메가폰을 통해 울려퍼졌답니다.
"미,친놈이 사격을 시작도 안했는데...막 중지하라고 소리치는 거야. 사격 기껏 빨리 할라는 거 같이
설레발 치더니, 시작도 않은 가격을 중지 하라고 떠들어 댄거지. 크크...그 땐 나도 몰랐지..."
메가폰 소리가 들리는 지휘탑을 쳐다보다 사격 타겟이 놓여진 앞쪽을 바라보니 자기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사실 야간 사격 때 타겟은 안 보입니다.
그냥 어둠속에 대고 쏘는 꼴이죠.
그런데 고참이 앞을 바라보았을 때, 저 만치 사격 타겟위치쯤에 투명하긴 투명해도 그 색이 굉장이 선명한
흰색 천 같은 것이 사람이 쪼그리고 앉은 모양으로 너풀거리고 있더랍니다.
"저게 뭐야 씨,발......."
자기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오고, 고참이 들었을 까봐 급히 고개를 돌려보니 이미 고참도 넋 놓고 바라보고
있더랍니다.
"고참이랑 나랑 저게 뭔가 하고 한참을 쳐다봤다. 아무리 봐도 그거더라고...."
그렇게 모두 다 넋을 놓고, 있을 무렵 갑자기 총성이 한 발 들렸답니다.
'탕! 피유후우~~~~훙~~~!!
그리고 이어지는....
'히히히히히히히히히'
그야말로 미,친년이 히히 거리는 그 소리가 총소리 메아리에 뒤이어 선명하게 온 사방에 울려퍼졌더랍니다.
그소리 때문이었는지 여기저기서 사격이 시작되었고, 사격은 중대장의 중지 명령이 여러번 퍼진 후에야
멈출 수 있었다는군요.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 험악하다던 고참이 얼떨결에 그 허연것에 대고 쐈다는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난리도 아니었지...나도 덩달아 쏠 뻔 했어. 그 후가 아주 작살이었지."
그 난리가 있고 나서 약 10초 후엔가 총성이 그 메아리마저 다 사라졌을 때쯤 또한번 그 웃음 소리 같은
것이 온 사방에 퍼지기 시작했답니다.
'히히히히히히'
"미,친년 웃음소리가 딱 맞지. 테레비에 가끔 나오잖어. 눈 허옇게 뒤집어 까고 침흘리며 웃는 미,친년들.
딱 그소리였어. 얼마나 소름 돋던지...그 때!"
그 소리가 스피커를 꺼 버린듯이 여운도 없이 딱 사라지더랍니다.
동시에 앞에 있던 그 허연것이 너풀너풀 사격장 위를 미,친듯이 펄럭이면서 여기저기 막 날아다녔다고
하는데....
"중대장이 개난리를 쳤지.....메가폰으로 너는 뭐냐 누구냐 막 이러는데...지금 니들이 들으면 웃기지?
씨,발 그 상황 되봐라...난 오줌 쌀 뻔 했다. 다 얼어가지고 소리치는데 지금 저기 쏘가리(소대장)목소리가
젤 크더라 크크크. 존나 쫄아가지고는...."
그렇게 고참은 한참을 큭큭 거리며 웃더니,
"니들도 알지 이 이야기는?"
그 말에 일동은 수긍을 해 보였고, 말년고참의 다음 이야기는 아직은 제대로 들어본적이 없는 이야기를
해 준다고 마치 자기만 아는 모양으로 우리에게 집중을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난리통 겪고 나서 중대장도 쫄았는지 사격 중지 하고 일단 철수 시킬려고 했지. 하일라이트는 그 때
부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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