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소개 해 드릴 이야기는 귀신,초자연적인 현상이기 보단 군 시절 직접 겪었던 이상한 병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경기도 소재의 모 장갑차 부대에서 2년간 군복무를 했었습니다.
굉장히 시설이 좋았던 신교대와는 다르게 자대배치라고 받은 곳은 딱 보기에도 허름한 소대원 전체가 한 내무반에
생활하는 전형적인 구막사 형태였습니다.
이등병이고 갓 자대배치를 받은 터라 가뜩이나 정신이 없는데 그 넓은 내무반에 한,두사람도 아니고 여기저기서
어디서 왔으며 사회에서 뭘했냐는 둥 여자친구 있느냐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느냐 마구마구 질문이 쏟아져
눈앞이 캄캄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도 유독 저의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뚱뚱한 몸매, 초점이 없는 눈 무엇보다 짙은 눈밑의 다크써클 잔뜩 웅크린채
혼자 중얼거리며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대화를 나누듯 중간에 피식피식 웃기도 하는
딱 보기에도 괴기한 모습의 사람..
저보다 5달 위의 나이로는 동갑내기 일병 선임이었습니다.
그 정신없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뇌리에 깊숙히 박힌 그의 첫인상은 정말 이상함 그 자체였습니다..
차차 자대배치 후 부대생활에 적응을 해 나가면서 알아가게 된 그 선임의 기괴한 행동은 더욱 기가막혔습니다.
한번은 그 병사가 몸도 뚱뚱하고 비대한데다 둔하기까지해 각종 훈련이나 작업에서 열외,낙오되는 사례가 빈번해지자 소대장이 살을 빼게 하기 위한 일환으로 PX제한을 걸었고 함부로 PX를 가지 못하게 되자 갓 들어온 이등병들에게 생필품을 사주겠다는 명목으로 돈을 몇 푼 쥐어주고 남는 돈은 다른 선임들 모르게 먹을 걸 사오라고 시키는 등의 수법으로 모은 먹을거리들을 세면백에 넣어놨다가 알람을 맞춰놓고 일정시간만 되면 화장실 가는척 대변기 칸으로 들어가 몰래 음식물을 먹다가 불침번에게 걸린 일이 있었습니다.
즉시 그 선임의 분대장과 소대장 귀에 이야기가 들어갔고 화가난 소대장이 관물대를 강제로 열었는데 거기선 그동안 모아놨던 각종 먹을거리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심지어..우유나 요플레처럼 장기간 실온에서 보관할 시 상하게 되는 음식물들도 포함 되어있었습니다..
막사가 앞서 서술했듯이 구막사라 내무반 안으로 쥐도 들어오고 바퀴벌레등 각종 벌레가 꼬였는데 상당부분 그 병사 관물대 안에서 썩고 있던 음식물들이 주요 원인가운데 하나였던거죠..
(워낙 내무반 자체가 평소에도 쿰쿰하고 쾌쾌한 냄세가 가시질 않았고 냄세의 출처도 군필자 분들은 아시겠지만, 위생 검열이나 선임,분대장들의 갈굼으로 관물대나 내무반을 깨끗히 해야 했고 희한하게 선임이나 분대장들이 검사할때는 다른곳에 짱박았던지 그 병사의 관물대 안에서 먹을게 발견되지 않아 쉽게 알아차릴 수 없었다고 합니다.)
소대장은 당장 군장구보를 명령하며 내무반 밖으로 끌어내려했지만, 아래로 후임도 제법 있던 그 선임은 마치 어린 아이가 떼를 쓰거나 악을 쓰듯이 관물대를 붙잡고 눈물,콧물,침을 질질 흘리고 괴성까지 지르며 버티던 모습은 안쓰럽고 처량하다기 보다는 왠지 모르게 소름끼칠 정도로 혐오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이 병사는 이상하게 성(性)적인 것에 집착이 심했습니다.
예를들어 성적인 관계는 커녕 평생 군대오기 전까지 여자랑 대화도 한번 제대로 못해봤을 사람이
군대에서 일명 싸지방,(사이버지식정보방)만 가면 다른건 안하고 오로지 "에이즈","에이즈 치료제"등만 검색하고 탐독 했습니다.
이유를 물으면 어눌한 말투로 그냥 그쪽에 관해서 궁금하다는게 전부였죠..
또 일반적으로 사람이 소변을 누면 길어야 1분이면 해결하고 나오는데 이 병사는 소변을 누면 길게는 15분에서 짧게는 10분정도 까지 소변을 보기위해 소변기 앞에 서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고참이나 간부들이 마찬가지로 물어보면 소변보기가 힘들어서 오래 서 있는 거라며 둘러댔다는데
실상 알고보면 소변 보는 척 하면서.... 자기만족 적 행위를 해왔던 겁니다..
(솔직히 2년동안 남자들만 모여사는 군대라는 조직체계에서 자기만족적 행위 한,두번도 안해봤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게 은밀한 장소도 아닌 세면장 화장실 소변기 앞에서 그런 짓거리를 한다는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더군요..
그것도 소변을 누러 갈때마다... 사람이 평균적으로 하루 10번 미만으로 볼일을 본다고 가정한다면 그 횟수만큼
그짓을 한 겁니다.. )
이외에도 사실 군대라는 조직에 부적응자나 사고유발자 들을 따로 묶어 고문관 내지는 관심병사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은데당연히 그 병사도 관심병사.. 그것도 아주 특별관리되는 관심병사 중 관심병사였습니다..
군생활 기간동안 현역 군인이라면 다 한번씩은 경험했을 그 흔한 외곽근무 한번 선 적이 없었죠
그나마 생활관에서 이루어지는 불침번 근무 정도만 간간히 투입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늘 소대나 중대가 파견 근무를 몇개월씩 나가면 잔류자로 분류되어 다른 소대에 배속되거나 본부소대에서 잠시 머물렀었는데 그때가 아마 요즘처럼 기온이 낮았던 한 겨울이었을 겁니다.
다른 탄약대대가 혹한기 훈련을 몇 주간 떠나 저희 소대가 대신 경계근무 지원을 나간 적이 있었는데 당연히 이 병사는 잔류를 했었죠..
근데 잔류하고 있던 다른 선임의 말이 가관이었습니다.
앞서 서술했듯 그 이상한 병사는 가끔 혼잣말을 촛점 없는 눈으로 누군가와 대화하듯 씨부리다가 중간중간에 웃기 까지 합니다.
그걸 잔류하고 있던 다른 소대 선임이 점호를 마치고 화장실에서 소변을 누다가 봤다고 합니다.
소문으로도 많이 듣고 워낙 그런 병사기 때문에 그냥 지나가는 말로 툭 물어봤답니다.
"야.. 우리 병철이(가명) 뭐가 그렇게 좋은 일있어? 소대원들도 없는데.. 안심심해? 뭐야? 뭔데그래?
같이좀 알자 뭐가 그렇게 재밌어?"
옆에 누가와서 그런 질문을 해도 모를정도로 지껄이다가 갑자기 초점 없는 눈을 꿈뻑꿈뻑 대면서 아닙니다.. 아닙니다..를 연발하더랍니다.
그래서 재차 물어봤더니...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음흉한 웃음을 흘리면서 이런 말을 내뱉었다는 군요..
"아니..그게 아니고 말입니다.. 그게..흐흐흐흐.. 흐흐.. 이렇게 추운날에.. 흐흐.. 밖에서 근무 서면서 고생할 ..2소대(우리소대)원들 생각하니까.. 웃기고 재밌어서 말입니다.. 흐흐..흐흐.."
순간 질문을 했던 다른 소대 선임은 벙쪄서 할말을 잃었다고 합니다..
야단을 칠까 타일러볼까 하다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냥 내무반으로 들어간 뒤 생각이나서 소대 복귀 후 소대원들에게 말해 줬다네요..
또 이 병사는 관물대에 항상 가족사진을 붙여놨는데 여기까지만 보면 힘든 군생활에 가족사진을 보며 위로를 받겠다는 사람이 뭐가 어떠냐고 생각하실 텐데 점호정리중 우연히 보게된 그의 가족사진은..그런 생각을 하면 안됐지만 뭔가 음산해 보였습니다..
진짜 거짓말 안하고 네 가족이었는데 아버지,어머니,남동생이란 사람이 그 병사와 똑같이 생겼습니다..가족이라 닮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버지,어머니,동생도 뚱뚱하고 초점이 없는 눈에 짙은 다크써클 그리고.. 음흉한 미소까지... 또 남동생이라는 사람은 머리를 장발로 기르고 손톱에 메니큐어(요즘으로 말하면 네일아트)같은 걸 하고 있었습니다..복장도 여자 복장같은 걸 입었구요..분명 남동생이라고 했습니다..(지금 생각해보면 같이 군생활 한 기간만 따져봐도 가족이 그 병사를 면회온 적이 단 한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사진 한장으로 판단 할 수는 없었지만,
가족사진이 그런 모습을 하고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건 정말 처음 봤습니다..
아무튼 어떻게 국방부의 시계는 거꾸로 놔도 돌아갔는지 그 병사는 그밖에 자질구레한 일은 많았지만 다행히 그 후 부대내에서 큰 문제는 일으키지 않고 전역을 했고
가끔 지금도 군대 동기나 선,후임들을 만나면 꼭 한번은 그 병사에 관한 이야기로 화제거리가 되곤 합니다..
또 그렇게 회자되지만 전역 후 아무도 그 선임과 연락을 한다던가 행방을 아는 사람하나 없습니다.
그도 그럴게 워낙 문제가 많은 병사였고 선,후임들에게 무시당하고 인정받지 못했는데 누군들 그런 사람과 연락을 하고 싶겠습니까..
어찌보면 그 병사또한 어떤 잘못된 국방체계속에 오지 않았어도 될 현역으로 오게된 피해자일 수도 있지만
그저 그냥 단순하고 모자르고 부족한 안쓰러운 사람이었다기 보단 추운 날씨에 소대원들이 밖에서 근무서며 고생할 생각에 웃겨죽겠다고 말했다는 걸 보면 과연 그게 다였는지가 의심되는 이상한 병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