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회외박 나가서 겪은 썰

MC레이제 작성일 13.02.11 23: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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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이야기는 100% 실화임을 전제로 쓰는 글 입니다.

 

저는 08년 군번으로 미군부대로 유명한 경기도 모 지역에서 군생활을 했습니다.

(아래 제가 작성한 '이상한 병사' 글과 동일 배경)

 

군생활 중 가장 고달픈 시기라면 시기라고 할 수 있는 일병 일호봉 시절..

그땐 정말 하루가 멀다하고 당하는 자질구레한 갈굼과 폭언, 각종 작업 및 짬처리 등으로 단 몇 시간만이라도 부대 밖을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던 시절이었죠.

 

우선 나가고 보는게 목적이었던 그 때

이등병 백일 휴가 이후 처음으로 부대를 벗어 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바로... '면회외박' 이었죠!!

 

일단 나가는 것도 목적이었지만, 당시엔 여자친구가 있던 터라

'누구와'나가는 것도 중요했기 때문에 선,후임들의 요청을 뿌리치고 당당히 면회 외박을 신청했습니다.

 

여자친구와는 백일 휴가 이후 거의 3달 만에 보는 것이라 참 설레더라구요

특히나 백일 휴가 때는 제대로 '거사'를 치르지 못해 안타까웠던 터라 그 반가움은 두배였습니다.

 

일단 부대를 벗어났다는 해방감과 여자친구와 1박을 할 수 있다는 행복감에 위병소를 나서는 순간 제 심장은 미친듯이 쿵쾅 거렸습니다.

지역특성상 위수지역이 좁았던 터라 멀리 나가진 못했고 일단 무조건 그나마 그 지역에서 가장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곳을

돌아다니며 맛있는 것도 먹고 영화도 보며 어떻게 시간이 간 줄 모르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사실 외박의 경험이 미진했기에 숙소를 잡아 놓고 돌아다녀야 했지만, 그저 나왔다는 즐거움과 여자친구를 모처럼 만나게 된 설렘으로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을 찰나에 해가 뉘엿뉘엿 지면서 주변이 금새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저것 하다보니 막상 더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아시잖습니까.. 여자친구와의 면회외박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치르기 위해 그때서야 부랴부랴 시내 곳곳의 숙소를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근처엔 저희 부대외에 많은 군부대가 있었고 더구나 주말이었기에 빈방을 찾는건 정말 하늘의 별따기 더라구요..

결국 저흰 부지런히 이곳저곳 들쑤시며 돌아다녔지만 밤 10시가 넘도록 방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굴렀습니다.

여자친구는 그냥 아무 '찜질방'에나 들어가자며 제촉했지만, 그건 제가 도저히 안되겠더라구요..

찜질방이라니.. 3달만에 그 지옥같은 곳을 벗어나 여자친구와 단 둘만의 행복한 기분을 느끼기도 모자란 때에~

더구나 가장 근본적인 목적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안 될 말이었습니다.

 

무조건 빈방을 찾아 진짜 '장'급 여인숙도 마다하지 않고 돌아다녔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여자친구는 추워죽겠는데 빨리 못찾으면 집에 가네 마네 짜증나 죽겠다 살겠다 해대며 제촉을 해대지

방은 구해지지 않지 죽을 맛이었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하다 결국 부대 근처까지 오게 되었고 부대 입구로 들어가기 직전 옆으로 샛길이 나 있는 걸 보았습니다.

사실 군생활 한지는 6개월이 넘었지만, 밖을 잘 나오지 않고 경계 근무를 서면 사각지대기 때문에 그런 길이 나 있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선임들 한테도 들은바가 없었구요.

일단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작정 여자친구 손을 잡고 그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아스팔트로 포장한 길이었고 웬지 따라 걷다 보면 뭔가 나올 것 같은 직감이 들더라구요.

 

한 15분을 걸어 들어가니까 정말 거짓말 같게도 빨간색 바탕에 작은 입간판, 흰색 두 글자 '여관'이 보이더군요..

일단 입간판 불이 켜져 있는 걸로 보아 영업을 한다고 생각하고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처음 문을 열고 들어갔을때의 그 느낌이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그 왜 있잖습니까 아파트 지하실이나 하수도 같은데 들어가면 확 풍겨오는 곰팡이 냄세 비스무레한거..

그 쾌쾌한 냄세가 코끝을 찌르는 겁니다.

솔직히 좀 불쾌했지만 돌아가기도 뭣하고 돌아갈 곳도 없고 일단은 카운터로 보이는 반투명 유리 아랫부분 닫겨진 창을 두드렸습니다.

사람이 있긴 있더라구요

 

"뉘슈"

 

한 60대 초반의 백발 머리가 반 이상을 뒤덮은 쪽진 머리의 할머니 한 분이 눈을 동그랗게 뜨시고 고개를 쭉 내밀며

물어보셨습니다.

 

다른건 둘째치고 '빈방'의 존재 여부를 우선 여쭤보았습니다.

그런데 별 대꾸도 안하시고 3만원이라고 하시는 겁니다.

주말에 군 부대 근처 숙박시설이 시설이 구리다곤 하나 3만원밖에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처음 들어왔던 생각은 금새 잊어버리고 뭔가 횡재한 기분이 들어 말바꾸기 전에 얼른 3만원을 들이밀었습니다.

 

돈을 받자 역시 세면백과 키를 역시 별 대꾸 없이 툭 던져 놓으시며 쌩하게 작은 유리 창문을

닫으시더라구요..

 

뭐 어찌됐건 찜질방이나 최악의 여자친구를 보낼 수도 있다는 걱정이 해결되었으니 나름 가벼운 마음으로

키에 적혀있는 호수를 찾아 복도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영업을 하고 있는 여관의 복도 치고 상당히 어둡더라구요.

진짜 끝에 보이는 녹색배경의 비상구 간판만 간신히 보일 정도로 어두웠습니다.

솔직히 싼편이고 잠자리 마련한 것만으로 그때 당시엔 저는 별 불만이 없었지만 여자친구는 제 팔짱을 꽉 잡고는

무섭다느니 그냥 돌아가지느니 또 찡찡대더라구요

그냥 가볍게 무시했죠~ㅋㅋ

 

일단 어떻게든 더듬더듬 거리고 여자친구 핸드폰 라이트에 의지해서 키에 적혀있는 '301'호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생각보단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침대도 있고 TV도 있고 이불류나 기타 여관 및 모텔의 숙박시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객실의 형태였습니다.

어둠에 익숙해 있던 눈이 객실의 전등에 적응 하는 순간 갑자기 밝아진 탓에 조금 찡그렸던 것 빼면 크게 나쁜 점은 없었습니다.

 

그런와중에도 여자친구는 여기 기분나쁘다, 찜찜하다 그냥 지금이라도 환불받고 돌아가자 등등

제촉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저는 정말 어르고 달래서 우선 일단 피곤하니까 먼저 씻으라고 욕실로 들여보냈습니다.

그리고 여자친구가 샤워기 물트는 소리.. 어느정도 씻고 있는 듯한 소리가 들려 침대에 그대로 대자로 뻗어 누웠습니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정말 적막감 도는 그런 상황 있잖아요~ 귀에서 삐- 소리 날정도로,

여자친구 샤워하면서 쓰는 샤워기 소리만 작게 들리는 그런 적막감 도는 상황에서

 

"웬 30후반~40대 초, 중반 되는 아저씨들의 욕설과 고성, 왁자지껄 웃고 떠드는 소리가"

팍 들리는 겁니다..

분명 어두운 복도를 헤집고 더듬더듬 올라갈 때만 해도 쥐죽은 듯 고요했던 내부였고 절대 근처 방 어디서도

그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객실에 들어와서도 들리지 않았는데..

진짜 저희가 객실에 들어서기 직전까지 서로 작정해서 짜고 입을 닫고 있지 않는 한 안들렸을리 만무한 그런 소리가

들리는겁니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귀를 대보니 분명히 바로 옆 방 같았습니다..

 

그 정도로 소리가 가까웠거든요..

사실 이정도 까지야 뭐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엔..

 

'또 반대편 그러니까 저희가 머문 객실 양 옆으로 다른 객실이 있어서 가운데 껴있다고 가정하면

그 반대편 객실에서는 어떤 젊은 여자가 깔깔 대며 웃고 뭐라고 중얼 중얼 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분명 쥐죽은 듯 고요했고 불빛 한점 새어 나오지 않았던 곳이었는데..

진짜 미치겠더군요 여자친구는 샤워를 하고 있는건지 저와 같이 소리를 들은건지 샤워기 소리는 계속 멈춰있고

혼자 오버하는 거라고 애써 제 자신을 진정시켰지만, 그냥 옆 방에 다른 사람들이 투숙하는거고

우리가 객실을 찾아 복도를 해메던 동안 모두 조용히 하고 있었던 것 뿐이라며 그냥 애써 무시하기 위해

다시 침대에 드러누웠습니다.

 

그때 때마침 여자친구가 샤워를 다 마쳤는지 욕실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여자친구는 뭔가 좀 이상한 표정의 저를 보고 왜그러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표정으로 묻더라구요..

전 혹시 사람들 떠드는 소리 안들리냐고 하니까 놀리지 말라고 무섭다며 미간을 찌푸리더라구요 '자긴 전혀 아무소리도 못 들었다고..'

 

저는 혹시나 여친이 동요할까봐 그냥 장난이라고 애써 넘기고 뒤이어 샤워를 하기 위해 욕실로 들어가 대충 씻는 둥 마는 둥 하고 나왔습니다.

여자친구와 침대에 누워 TV를 보는 둥 마는 둥 자꾸만 신경이 곤두섰지만,

사실 목적도 있고... '거사'를 치르기 위해 애써 잊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분위기를 봐서

적당히 무드를 타다 또 한창 끓는 기운이 있던 터라 바로 거사를 치뤘습니다.

 

근데 솔직히 아까 일이 자꾸만 신경쓰여 거사를 치르는 도중에도 '소리'에 집중하게 되고

제대로 몰입이 되지 않아 빨리 끝내버렸습니다.

 

몰려오는 피로감과 뭔가 공허함, 허탈함에 팔배게를 한채 여친과 잠이 들었습니다.

 

한 참 자고있는데

 

누가 시끄럽게 객실문을 쿵쾅거리며 두드리는 겁니다.

 

진짜 정신없이 뻗어 자고 있다가 정말 한 순간에 눈이 확 떠졌습니다.

 

이게 뭐 그냥 두드리는 것도 아니고 주먹으로 세개 치듯이 쿵쿵쿵 거리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눈을 비비면서 여친의 핸드폰 시계를 보니 새벽 2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화도 나고 이시간에 뭔가 싶어서 젊은 호기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무드등만 켜고

그 여관이나 모텔에 가면 쇠줄로 되어있는 잠금 장치가 문고리와 별도로 달려 있는 곳이 있잖습니까?

그게 걸려 있는 채로 문을 열었습니다.(호기롭게 일어나긴 했지만.. 만에 하나라는 게 있어서 완전히 열진 못했습니다..)

 

놀라 자빠지는 줄 알았죠.. 사람이 정신이 팍 하고 든다는게 그런 기분이란걸 군입대 6개월만에 외박나와서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어둠에 익숙한 눈에 들어온 그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쪽진 머리에 비녀를 꼽고 있고 조선시대 한복인데 그 무당들이 입는 것 같은 색동 저고리 같은 스타일이었고

눈이 옆으로 찢어진 단추구멍같이 작은 눈에 뭉툭한 코, 얇다 못해 정말 조막만한 입술..제가 키가 170이 조금 넘어서 그렇게 크진 않지만, 키가 척 보기에 남자인 저보다 컸습니다.

그리고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는데 형태가 쓰는 망치 같은 형태 있잖습니까?  그런걸 들고 그냥 무표정하게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진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너무 놀라서 진짜 악소리나 뭐 소리가 나오질 않아서 어.버.어버버 어버.. 하다가

그냥 뒷걸음질만 쳤습니다.

 

제 머리속에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라구요

이게 뭔가.. 꿈인가.. 아님 뭔가를 따지러 온건가.. 잠이 확 깬 마당에 다시 정신이 혼미해 지는 것 같고

미치겠더라구요...

한 1~2분 그렇게 서 있었던 것 같습니다.

냅다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손잡이 잠금장치 까지 잠궈 버렸습니다..

 

이게 뭘까 도데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그때까지도 불행인지 다행인지 여자친구는 잘만 자고 있더라구요..

그리고 조심스럽게 다시 문을 열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어서

쇠줄 잠금장치가 되어있는 상태로 다시 열었습니다...

 

없었습니다.. 아무도....

문을 닫고 잠그기 까지 아무리 오래 걸려도 몇 분 빠르면 몇 십초 밖에 안걸리고 정말 얼마 안 있다가

열었는데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려고 해도 생각이 되질 않고 가슴은 두근거리고 당장이라도

여자친구를 깨워서 그곳을 빠져나가고 싶었습니다.

오죽하면 지옥같던 부대가 다 그립더군요.. 그 순간 만큼은..

 

도저히 잠이 오질 않아 정말 애꿎은 담배만 피면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때까지도 그게 도대체 무슨상황인지 꿈인지 생시인지

하도 피곤해서 헛소릴 듣고 헛것을 본 것인지..

일단 여자친구가 깨어 나는대로 씻는 둥 마는 둥 대충 챙기게 해서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 나왔습니다.

 

 

빠져 나오는 순간에 사람이 오는지 가는지 무심한 카운터의 쪽 창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더군요..

 

 

그땐 뭐 간밤의 일에 대해 주인에게 따지거나 묻거나 뭘하거나 할 정신도 없었습니다..

안에 주인이 있는지 없는지도 솔직히 의심스럽더군요..

 

여자친구는 자꾸 무슨 일이냐며 왜이렇게 서둘러 나가나며 또 징징 댔지만,

그길로 여자친구 택시 태워서 인근 지하철 역까지 바래다 주고 다시 부대 앞 구멍가게 간이 의자에 앉아

 

담배를 한대 피고 뭐에 홀린 사람처럼 제 나름대로 어제 상황들을 정리해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무진장 애를 썼습니다.

그래도 쉽게 결론이 나지 않고 그냥 멍 한 상태가 지속됐습니다.

 

뭐 외박이고 뭐고 그냥 빨리 부대로 복귀하고 싶었습니다.

줄담배로 담배 한 갑을 거의 소비하고 조기 복귀했습니다..

 

나중에 선임과 간부들 대상으로 혹시 그쪽 지역 숙박업소에서 투숙한 적이 있는지

그런 숙박업소가 있는지 물어보았으나 헛소리 하지 말라는 면박이나 아는바가 없다는 소리만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여자친구한테 후에 전화로 물어봐도 자긴 정말 그런 소리도 못 들었고 진짜 깊이 잠들어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고 합니다..

결국 그 여자친구와도 상병 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졌습니다.

 

그렇게 또 지옥같은 부대생활을 하며 이런저런 일로 잊어갔지만,

가끔 그 뭔가 기분 더럽고 무서웠던 기억이 떠오르더라구요..

 

그리고..

나중에 휴가나 출타 할 일 있으면 한번 다시 꼭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다가

어떻게 말년 휴가 복귀때 가봤는데 애초에 그 자리에 여관같은 건 없었던건지..

아니면 부대생활을 하는 동안 없어진건지..

그 자리엔 여관이란게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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