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어느 시골 버스에서..

MC레이제 작성일 13.03.05 22: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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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저희 시골 본가댁에는

 

딱 하루 2~3번 다니는 버스가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저희 할아버지께서 평소 친하게 지내시던 그 버스의 운행기사 한 분에게 전해들은 실화입니다.

 

70년대 중반

요즘은 사라져 역사속으로 감춰진 '버스안내양'이라는 직업이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자동문이 아닌 수동문 버스에서 승객들의 승,하차를 도와주거나 토큰,버스표등을 확인해주는 역할을 하는

직업이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날이 저물고 운행을 마칠 시간이 다 되어 버스에 남아있는 승객도 한명없고

 

안내양과 기사분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종점을 향해 시골 산길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못가 희미하게 저 앞에서 한 손으론 봇짐같은 것을 짊어지고 한손으론 지팡이에 의지한채

힘겹게 걸어가는 어떤 할머니의 뒷모습이 보이더랍니다.

 

시골에선 날이 저물어도 으례 동네간 왕례를 위해 가끔 그런 노인분들이 계셨지만,

시골 시간으론 제법 늦은 시간 드문 시골 산길을 그것도 한보따리의 짐을 짊어지고 걸어가고 계신 할머니의

뒷 모습이 뭔가 애처로워 보여 안내양과 잠깐의 상의를 거쳐 차로도 꽤 걸리는 길이고 한참을 가야 읍내가 나왔기 때문에

버스정류장은 아니었지만 시골인심을 발휘해 차를 세워 할머니를 무료로 태워드리기로 했습니다.

 

일단 안전하게 할머니가 걸어가시는 옆에 조심스레 차를 정차한 후 문을 열고 할머니를 불렀답니다.

귀가 잘 들리지 않으신 것 같아 안내양이 내려 할머니를 붙잡고 목적지를 여쭙고 버스 승차를 권유드리고자

가까이 다가갔는데..

 

?'일단 뒷모습으로 확인했듯이,

 차림새나 외관에선 이상한 점이 없었으나..

안내양을 돌아본 얼굴이 상당히 무섭게 생겼었다고 합니다...

버스 불빛에 비친 얼굴이 마치 이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시골 어르신들의 일반적인 정겹고 주름이 많으시고 푸근한 인상이 아닌

뭔가 굉장히 날카롭고..특히..요즘 한 개그맨이 하는 일본의 전통 분장처럼

너무나 창백한데, 입술이 유독 새빨갛고 눈도 충혈되어 있으신데다 뭔가에 화가 난 사람처럼

쏘아보는 눈빛이 너무 강렬했다고 합니다.'

??

순간적으로 돌아보는 할머니의 얼굴에 흠칫 놀라긴 했지만,

버스 운전기사와 나눴던 이야기도 있고 시골 어르신에 대한 배려로 다시 버스 승차를 권유드렸는데

할머니는 그냥 별 말씀없이 그냥 순순히 안내양을 따라 버스에 오르셨고 탑승 하자마자

봇짐속에서 뭔가를 꼬깃 꼬깃 꺼내시더니 안내양에게 건내줬다고 합니다.

얼핏보니 지폐 몇 장이었고 좋은 의도로 태워드렸는데 굳이 돈을 주셔서 일단은 받아들고

안내양들이 돈을 보관하는 지갑안에 넣었습니다.

할머니는 다시 말없이 버스 맨 뒷자석 오른쪽 창가에 앉아 넋을 놓은 사람처럼 창밖만 주시했답니다.

 

그리곤 이후 별 말씀도 없으셔서

일단 운전기사와 안내양은 합의하에 읍내로 모셔드리고 돈은 다시 돌려드리기로  

그냥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읍내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간 후 ..읍내에 다 달았는데..

 

?'안내양과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의식하지 못한 사이..

뒷자석에 할머니는 어디에도 없으셨다고 합니다..

분명 차를 세우거나 정차 한 일도 없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더 놀라운건,

할머니께서 탑승하실때 쥐어주신 꼬깃 꼬깃한 지폐 몇장을 확인하기 위해

지갑을 열었는데..

그 안에는 몇 장의 나뭇잎이 포개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쓰고 보니 쓸데 없이 길어지고 별로 재미도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도 운전기사분은 그때 일을 생각하면 혼자서 겪었다면 꿈을 꾸거나 피곤해서 헛걸 봤다고 치부할 수도 있었지만

분명 당시 안내양이란 직업을 가진 분과 함께 겪은일이고

가끔 지금도 야간에 시골 산길을 운행할때면 그 때 생각이 나서

등꼴이 서늘하다고 하신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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