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금산입니다.
이번에는 제가 겪었던 가위에 대해서 적어볼까 합니다.
의식은 있는데 몸이 안 움직여지는 걸 느꼈을 때의 그 공포감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죠.
저희 할머니께서는 숙박업소를 경영하고 계십니다.
제가 태어나기 전에도 있던 곳이라 많이 낡기도 했고,
틈틈히 보수공사도 하고 있는 곳이죠.
이 곳 1층은 손님들이 쓰는 영업장이고
2층은 가정집인 구조였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2층 안방에서 생활하셨고 할머니는 1층의 카운터에 계셨었죠.
어렸을 때 이 곳에서 산 적도 있어서 낡긴 했지만
정도 많이 들고, 제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소중한 곳입니다.
2002년도에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가고 나서도
할머니, 할아버지를 1~2주에 한 번씩 주말에 찾아뵙고 자고 가곤 했습니다.
그 만큼 제 조부모님과 정이 많이 들었었고
3년 전 겨울,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참 많이 울었습니다.
제 가까이 계시던 분이 돌아가신게 처음이었거든요.
그렇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2층 안방은 비었습니다.
주인을 잃은 안방의 공허함과
항상 놀러가면 그 자리에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안 계실 때의 그 그리움이란..
2010년 8월 쯤이었습니다.
제가 입대하기 열흘 정도 남겨놓은 시점이었죠.
저는 동생과 함께 할머니를 찾아뵙고
같이 저녁을 먹었습니다.
할머니는 손님을 받으셔야 해서
1층 카운터에서 주무시기 때문에
저랑 동생은 2층 안방에서 잡니다.
저녁 아홉시 쯤 되어서 동생이 심심하다며
집에 있는 노트북을 가져온다고 나갔습니다.
할머니 댁에서 집 까지 1시간 정도 거리에 있었는데
올 시간이 되도 안 와서 집에 전화를 해보니
시간이 너무 늦어서 아버지가 그냥 집에서 자라고 했다더군요.
어쩔 수 없이 혼자 자게 되었습니다.
동생도 없고 심심해서 불은 켜놓고 누워서 TV를 보다가
어느샌가 잠이 들었습니다.
꿈을 꾸는데
배경이 저희 대학교더군요.
저희 대학 본관 옆에는 돌계단이 있어서
이 돌계단 밑으로 내려가면 식당들이 많아
점심 때 식사하러 내려가곤 했었습니다.
아무튼 꿈에서 이 돌계단을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돌계단 끝에 다다를 때 쯤..
어떤 아주머니를 보게되었습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점은 그 아주머니가 썬캡과 마스크를 쓰고, 전체적으로 굉장히 알록달록한 차림을 했다는 것과
등 뒤에 메고 있던 배낭에는 작은 깃발 여러개가 꽂혀 있었다는 것..
아무튼 그런 차림의 이상한 아주머니가
돌계단 내려오는 저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가
아주머니를 지나치려하자
갑자기
"학생.. 이거 가져가.."라며
한 손에 쥐고 있던 만원짜리 지폐 몇 장을 제게 주려는 겁니다.
꿈 속이지만 뭔가 위화감이 들었습니다.
'이건 절대로 받으면 안된다.'
저는 괜찮다고 말하고는
황급히 그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식당가 쪽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 때.. 갑자기 뒤에서
다다다다다닥!!
하는 소리에 뒤돌아본 순간..
제 눈 앞에는
얼굴을 바짝 붙힌채
마스크를 벗고 입 찢어져라 웃고 있는 아주머니가 있었습니다.
그 순간
잠에서 깼습니다.
눈을 뜨자
깜깜한 어둠..
적막한 어둠을 깨고
째깍 째깍하는 시계 소리만이 빈 방에 울려퍼지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분명히 TV와 전등을 켜놓고 잠들었는데..' 라는 생각과 함께 옆으로 누워 있던 몸을 돌리려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순간적으로 감이 왔습니다.
'아.. 이게 가위라는 거구나.'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눈을 움직여보자 제가 돌아누운 쪽에 어렴풋이 방구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움직이면 가위가 풀린다는 방법을 들어본 저는
그 날 따라 유난히 시계소리가 크게 들리는 방 안에서
손가락을 움직이는데 온 신경을 집중시키고 있었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등 뒤에서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스..하.. 스..하.."
저는 아무 생각없이 동생이구나하고
그래도 동생이라도 옆에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에 다시금 가위를 풀려고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굉장히 무서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 아까 동생은.. 노트북 가지러 집에 갔는데..'
'그럼.. 지금 내 뒤에 있는 건..'
그 때의 그 느낌은 뭐랄까
끝이 안 보이는 레일을 따라 올라가던 롤러코스터가
지상을 향해 한 없이 내리꽂히는 기분이었죠.
온 몸에 소름이 끼치다 못해 전율이 흘렀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어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제 입에서 나오는 건
"으.. 아.. 아으.." 하는 신음소리 뿐..
등 뒤에서 나던 소리가 점점 다가와
이젠 직접 귀에 대고 귀속말을 하듯 숨소리를 내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습니다.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벗어나고 싶다. 벗어나고 싶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울 무렵
밖에서 구세주같은 자동차 경적소리가 들렸습니다.
순간 저는 온 힘을 다해 손가락을 움직였고
결국 검지 손가락을 까딱이는데 성공하자
가위는 거짓말처럼 풀렸습니다.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전등을 키고 TV를 켜서 볼륨을 최대한 높였습니다.
밝아진 방안,
웃고 떠드는 TV속 연예인들,
하지만 아직도 가시지 않은 두려움에 방안을 둘러보는
제 몸은 식은땀으로 가득했습니다.
이대론 도저히 잠들 수 없을 것 같아
앉아서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는 TV를 보고 있던 저는
저도 모르게 다시 잠들게 되었고
아침이 되자 아침식사를 준비하러 오신 할머니께
전등과 TV를 켜놓고 잤다고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간 밤의 일이 생각난 저는 혹시나하는 마음에
"할머니. 혹시 밤 중에 안방에 오셨었어요?" 하고 묻자
지난 밤 유난히 손님이 없어
카운터에서 밤새 주무셨다는 할머니의 말씀에
저는 다시 한 번 온 몸에 돋는 소름을 느껴야했습니다.
지난 밤..
제 등 뒤에서 나던 숨소리는 누구의 것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