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여름 밤 친구A와 친구B와 오랜만에 소주를 한잔 했습니다.
친구B가 공익으로 군대를 늦게 다녀와서 유일하게 예비군훈련을 다녀온 날이였죠.
재미있게 노가리를 까다가 군대이야기가 나오고
어느순간 군대괴담 배틀이 시작되었습니다.
공익B는 어차피 공익이라 군대괴담이 있을리 없고 친구A와 저의 괴담배틀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바다에서 배를 타는 군인이였습니다.
바다라는 환경이 워낙 변덕스러워 직업군인들은 은근히 미신을 믿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 분들이 지나가는 말로 신병은 절대 간판(배의 간판)에서 혼자 바다를 오래 보게 하지 말라는 말을 종종 하십니다.
어차피 병아리군병들은 선임들이 따라다니기는 하지만 가끔 정신없을 때에는 신병을 못챙길 수 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저는 왜 바다를 혼자 보지 말라고 하지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신병이 바다를 혼자 보게 되면 자살을 하게 되는 사건이 예전에 종종 있었다고 합니다. 과학적으로는 배멀미와의 사투, 협소한 공간에서 오는 압박감, 시간 개념의 상실등이 이유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직업군인이 그게 아니라고 하시면서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바다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고 합니다. 특히 배는 철로 되어있어 음기가 강하여 심신이 약한 자들에게 물귀신이 메달린다고 합니다.
예전에 신병 한 명이 들어왔는데 비리비리하고 배멀미도 엄청 심해서 선임들도 갈구기 시작했고 하루하루가 뭔가 불안한 신병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새벽 12시에 당직을 교대하고 복도를 걷는데 무언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놀러가자... 여기 있어서 뭐해. 어서.. 가자 어서...]
여자 목소리라고 해야하나 남자목소리라고 해야하나 소름끼치는 소리에 직업군인은 그 소리를 찾아갔다고 합니다.
후미간판으로 문이 열려있고 밖으로 나가자 배의 안전선에서 불안하게 떨어질랑 말랑 신병이 서있다고 하는 겁니다.
급하게 뛰어가서 뒷덜미를 콱! 하고 잡았는데 신병의 입에서...
- 다된건데!! 혼자 안 있어도 된는데!!
여자목소리로 말하더니 자신을 째려봤다고 합니다. 직업군인은 너무 무섭기도 하고 정신을 차리게 하려고 싸대기를 날리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신병은 눈동자가 돌아왔고 어리버리한 눈으로 관등성명을 댔다고 합니다.
직업군인은 함장에게 보고해 신병이 몽유병으로 처리되어 육지로 재발령이 나고 사건은 마무리되었습니다.
나의 군대괴담에 친구B는 무섭다고 지랄했지만 역시 언제나 강력한 친척에 무당님도 계신 친구A는 그게 뭐가 무섭냐며 자신의 군대괴담을 풀기시작했습니다.
"강원도 GOP괴담인데.."
그 녀석이 한마디만 했을 뿐인데 더운 여름인데 불구하고 오싹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