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에스컬레이터

불순한종자 작성일 13.10.02 20: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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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에스컬레이터

어느 지하철역이든 쉽게 볼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 알지?
물론 없는데도 있기야 하겠지만 내가 이용하는 지하철역에는 다 있단말이야
그런데 내가 유독 자주 이용하는 역에는 계단형식이 아닌 에스컬레이터가 있어
왜 있잖아 바닥에 평면으로 있는 에스컬레이터 말이야
환승역이기도 하지만 종점이라 그런지 다른 환승역보다는 사람들이 없어

이정도면 역에 대해서 설명이 된것같고
내가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그 에스컬레이터에서 일어난 이야기야

그날은 비가 주륵주륵 내리던 날이였어
한동안 비가 안와서 꿀비라고는 했지만 여느 비오는날과 마찬가지로 찝찝하고
괜스레 짜증나는 그러한 날이였지
회사를 마치고 퇴근하려고 보니 6시였어 5시퇴근인 내겐 비오는 것만큼 짜증나는 일이였지

그런 기분을 좀 달랠겸 회사 근처에 사는 친구녀석을 불렀어
원래 비오는 날엔 부침개와 막걸리가 진리지만 그 날은 삼겹살이 너무 먹고 싶더군
그래서 둘이서 삼겹살집에 가서 미친듯이 먹었지
목적은 삼겹살이여서 그런지 소주는 둘이서 두병도 못먹은거 같애
어째든 이런저런 시덥잖은 얘기들을 하고보니 아홉시가 좀 넘었더라고
친구녀석의 여자친구 소환전화에 안절부절하며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기 권하더라고
얄밉긴 했지만 어쩌겠어
다음날이 주말도 아니였고 출근해야하니 나도 이정도선에서 만족하기로 했지

지하철을 타고 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면서 갔지
눈을 뜨니깐 종점역 문이 열리고 있더라구
놀란마음에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 내렸는데 무언가 느낌이 이상한거야
내리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것도 한몫했지만 지하철역이 평소와 달리 이상하리만치 조용했어
밖의 빗방울 소리가 안까지 들리면서 울릴 정도로

그래도 별다른 그런건 없었어 그냥 대충 오늘따라 사람이 없네 ? 이정도였지
그렇게 발걸음을 재촉하고 갈아타려고 가고 있었어 나는 환승을 해야했거든
근데 아까전만해도 나랑 같이 내렸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환승하려는 사람들은 없는지
그 길을 나 혼자 걷더라고 그때부터 영 찝찝했어

그건 그렇고 환승하러 가는 길에 앞서 말한 에스컬레이터가 있어
빨리 집에 가자는 생각으로 에스컬레이터에 타는데 앞에 왠 여자가 한명 서있더라?
순간 다행히 나 혼자가 아니란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어
그 여자는 긴생머리에 연분홍색 치마 흰색 민소매나시를 입고 있었어
뒷모습을 보면서 괜히 앞모습을 상상하며 보고 있었지
근데 이상하게 그 여자가 나랑 거리가 가까워 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거야

다리를 움직이거나 뒤로 걸어오는 제스처는 전혀 없었는데
나와의 거리가 가까워진다라... 있을 수 없는일이잖아
내가 앞으로 걷거나 여자가 뒤로 걷지 않는 이상 우리 사이가 좁혀 질 수 없는데 말이야
그러다 문득 깨달았지
정말 거리가 가까워졌다는걸

분명히 처음 봤을 때 연분홍색 치마였다고 했잖아?
근데 그게 하얀색 치마에 분홍색꽃무늬가 가득 그려진 치마였던게 확인이 된거지
내 눈이 갑자기 좋아져서 멀리있는 무늬를 구별해 내는게 아닌이상
그여자와 나의 거리는 좁혀 진거였어

그 순간 귀에서 빗방울소리가 엄청 크게 느껴지면서 소름이 확 끼치더라고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어 에스컬레이터에서
그런데도 거리는 줄어들 생각을 안하더라고
무서운 마음에 헤어진 친구녀석한테 전화를 마구 했어
근데 또 이새낀 전화를 더럽게 안받네?
어쩌겠어 ? 걍 뒤돌아서 미친듯이 달렸지
집에 어떻게 왔는지 기억도 안나 택시를 잡아타긴했는데
택시안에서 계속 헛소리만 했던것같은데

여튼 집으로 돌아와서 내 방 이불안에 쪼그리고 누워있었어
그러다 잠이 들었는데 그 날 꿈에 그 여자가 나왔어
내 침대 발 아래 그 여자가 뒷모습으로 서있는거야
그리고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그 여자 머리카락을 하늘 거리는데 얼굴이 딱! 하고 있는거지
깜짝 놀라서 잠에서 깼는데 도저히 얼굴은 기억이 안나고 씨뻘건 눈밖에 기억이 안나는거야

미쳐버리겠더라구 뒷모습이 아니고 앞모습이였나 별에 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
그러다 무심코 휴대폰을 봤는데 부재중이 열통인가 ?
어제 그 친구녀석이였어 보자마자 바로 전화했지
친구녀석이 헤어지고 난뒤 나한테 전화를 했는데 내가 전화를 안받았대
그래서 내가 어제 있었던 일이랑 꿈얘기를 막했지
엄청 놀려대더라고 근데 난 친구녀석이 한말을 다 듣고 있을 수가 없었어.....















" 미친x아 술을 얼마나 처먹었다고 취하냐 야 거기 에스컬레이터 8시까지밖에 운행안하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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