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폐가

로제lol 작성일 13.10.17 13:2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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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나와서 알게 된 지인들중에 내가 유일하게 고민도 털어놓고 내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서슴없이 하는 사람이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진혁이형이야..

 

평소엔 저러고 어떻게 살까 싶을정도로 사람 좋다가도.. 본인과 연관된 주변사람한테

 

해를 입히면 물불을 안가리고 덤벼드는 개같.. 아니.. 의리있는 성격이지..ㅋ

 

그형이 대학교 시절 친구들하고 여름 휴가를 갔는데..

 

장소가 바로 진혁이형 외가댁이였어..

 

마침 외가댁에서 멀지 않은곳에 해수욕장도 있었고.. 돈없는 대학생들한테 여러모로

 

천국같은 휴가지였지..

 

인원은 진혁이형을 포함하여 남자만 네명이였는데..

 

자기들끼리 해수욕장에서의 러브러브를 꿈꾸며

 

올라올때 반드시 여덟명이 되서 올라오자..다짐을 하고 내려갔다고해..

(그래.. 꿈은 클수록 좌절하는 맛이 있는법이지..ㅋㅋ)


 

그렇게 여행준비를 마친 넷은 기차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을 했대..

 

원래 계획은 새벽에 출발해서 늦어도 오전중에는 도착하려고 했었는데..

 

친구녀석중에 한명이 그날 아르바이트 대타를 도저히 구할수가 없었다는거야..

 

하는수없이 그친구 아르바이트가 끝날때까지 피씨방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늦은 저녁이 되서야 외가댁 기차역에 겨우 도착할수 있었다고해..

 

그리고 서울에서 무려 대학을 다니는 손주녀석이 온거니까..

 

외할머니가 마을이장님을 구슬려서 그때 당시 새로 뽑으신 승용차까지 끌고 마중을 나오셨대..

 

 

근데 할머니가 생각을 잘못하신게

 

체격이 산만한 장정만 넷인지라.. 할머니와 이장님이 앞에 타면 뒷자리에

 

아무리 구겨타도 세명밖에 탈수가 없잖아..

 

처음엔 트렁크에 태우자고 했는데..

 

그소리를 들은 이장님 표정이 금방이라도 호주머니에서 낫을 꺼낼것 같은거야..ㅋㅋ

 

새로 뽑은 자동차니 얼마나 아꼈겠어..ㅋㅋ

 

그러니까 할머니가 나중엔 손자인 진혁이형보고 무릎에 올라타라고 했는데..

 

그거야 말론 패드립 아니겠냐고..ㅋ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관뚜껑 박차고 일어나실 소리지..

 

그쯤되니까 서로 내 무릎에 올리느니 니 무릎에 타느니 걸어가겠다느니.. 난리가 난거지..

 

 

결국 솔로몬왕보다 공정하다는...

 

가위바위보를 해서 나머지 한명만 버스를 타고 오는걸로 합의를 한거야..

 

그렇게 고요한 긴장감이 흐르고.. 진혁이형 친구중에 하나가 걸린게 된거지..

 

다들 안도의 한숨을 보이지 않게 내쉬었는데.. 그와중에

 

니가 매고 있는 가방만은 도의적으로 책임져주겠다.. 드립을 잊지 않았대..ㅋㅋ

 

그렇게 친구하나를 버려두고 나머지 일행들은 유유히 할머니댁으로 향했는데..

 

도착하고 몇시간이 흐르고.. 막차가 끊길 시간이 다되도록

 

버려진 그 친구 한명이 올생각을 안하더라는거야..

 

그쯤되니까 처음엔 낄낄거리며 길잃은거 아니냐고 장난치던 일행들도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는데..낙오된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봐도 휴대폰이 안터지는건지

 

연결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멘트만 나오더라는거야..

 

그리고 도저히 안되겠다싶은 마음에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 그친구를 찾아나서려던 그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 친구가 할머니댁 마당에 들어서더라는거야..

 

진혁이형이 어떻게 된거냐고 물으니까..

 

어린애들은 알것 없다면서 실실 웃는데 그 웃음이 뭔가 묘~ 하더라는거지..

 

궁금했지만.. 다들 그 친구를 기다리느라고 저녁까지 굶고 있던 상태라..

 

진혁이형은 일단 저녁부터 먹고 좀 더 캐보기로 결심을 했대..

 

그리고 하나둘 저녁먹을 준비를 하는데..

 

늦게 도착한 그 친구가 갑자기 하는말이..

 

할머니댁 위로 올라가면 버려진 음식점터가 있는데.. 오면서 보니까 숯불구이를 할수 있는

 

바베큐통도 있고 바로 옆에 화장실도 있다면서 저녁을 거기로 가서 먹자고 하더래..

 

후라이팬에 구워먹느니 가져온 철망이랑 번개탄도 있으니까.. 그장소가 딱이라고

 

하면서 말이야..

 

저녁준비를 하던 친구들도 그말에 솔깃해서 오랜만에 영양가있는 짓을 했다고

 

그 친구를 칭찬하고 주섬주섬 음식거리를 챙기는 그때..

 

이웃집에 야채를 얻으러 가셨던 할머니께서 돌아오신거야..

 

 

어디가냐고 묻는 할머니께 친구가 말한 음식점터를 이야기하고 그곳으로 간다고 하니까..

 

할머니가 얼굴을 한껏 찌푸리시더니.. 그냥 후라이팬에 구워먹지.. 뭐 얼마나 대단하게

 

먹으려고 그곳까지 가냐고 나무라시더래..

 

평소 진혁이형이 양파를 가르키면서.. 할머니 사과가 참 달아요..한번 드셔보세요..

 

하면.. 어이쿠 내새끼가 달다면 단거지..하면서 냅다 씹어드실정도로

 

손주사랑이 지극했던 할머니가 인상을 쓰면서 나무라시니까..

 

진혁이형도 좀 의아했는데.. 친구들은 아무래도 어르신이 계신 할머니댁보다..

 

자유롭게 술도 먹고 떠들수 있는 그장소가 탐이 났던지라.. 중간에서 입장이 난처하게 된거지..

 

극구 말리는 할머니한테 조심하고 폐안끼치게 조용히 놀다 오겠다고 다짐을 하고

 

집을 나서는데.. 할머니가 진혁이형 옷자락을 붙잡고 조용히 말씀하시더래...

 

다른건 다 좋은데.. 음식점터에 있는 화장실은 들어가지 말라고 말이야..

 

의아한 표정으로 진혁이형이 할머니를 바라보니까.. 입을 다문 상태로 고개를 흔드시곤..

 

다른말씀없이.. 어른말 들어서 해끼칠거 없다고 그리 알라고만 하시더래..

 

궁금했지만 늦게 도착한 친구의 인솔로 이미 저만치 멀어진 친구들을 따라가야해서..

 

더이상 여쭤볼수가 없었대..

 

 

한참을 걸어 드디어 그 버려진 음식점터에 도착을 했는데..

 

본채에는 공사장에서 쓰는 방수용 파란색 천막이 처져있어서..

 

원래의 용도는 알수가 없었는데..

 

마당 군데 군데 파라솔같은게 세워져 있었고.. 그 파라솔 아래에 꽤 근사한 테이블이

 

있는걸로 봐서는 아무래도 그전에 고기집을 했던걸로 보이더래..

 

버려진지 얼마 안된건지 주변에 은은하게 조명등도 켜져 있고..분위기가 그럴싸하더래..

 

그리고 정말 그 친구가 말한것처럼 바베큐용 통들도 여러개 쌓여있고 말이야..

 

자리를 펴고 고기도 굽고 술도 마시고 남자들끼리 있는 장소에서 빠지지 않는다는

 

여자 이야기도 하고 한참을 그렇게 잘 놀았는데..

 

모두들 취기가 어느정도 오른 그때.. 친구중에 한녀석이 용변이 급해진거야..

 

화장실을 가겠다고 자리에서 일어난거지..

 

 

진혁이형은 아까 할머니가 말씀하신게 떠올라서 화장실에 들어가지 말고

 

구석진데 아무데서나 해결하라고 했는데.. 친구녀석이 뭐가 무섭냐며.. 콧방귀를 뀌더니..

 

진혁이형을 조롱하듯이 놀리고서는 불도 안켜진 화장실로 성큼성큼 들어가더라는거지..

 

뭐 큰일이야 생기겠냐는 생각에 진혁이형도 말리는걸 그만두고

 

친구들과 다시 이야기 삼매경에 빠졌는데..

 

화장실에 간 친구가 나올 생각을 안하는거야..

 

진혁이형도 이야기를 하면서 흘끔거리며 화장실에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성격급한 친구 한명이 왜 이렇게 안나오냐며.. 변기에 빠져죽은것 같다고..

 

농담을 하면서 화장실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더래..

 

그리고 그 친구마저 어두컴컴한 화장실로 마치 빨려들듯이 사라졌는데..

 

 

그 찰나의 순간..

 

 

화장실에서 억! 하는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리더래..

 

 

그 소리에 남아있던 진혁이형과 그곳으로 안내했던 친구가 벌떡 일어나서

 

화장실로 향했는데..

 

사물의 윤곽만 보일정도로 어두운데다가 나프탈렌 냄새와 지린내가 코를 찌르더라는거야..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면서 없어진 친구 두명의 이름을 번갈아 부르는데..

 

어디선가 희미하게 살려달라는 친구 목소리가 들리더래..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갔는데.. 두번째로 들어갔던 친구가

 

화장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었다는거야..

 

놀래서 친구를 부축하고 처음에 들어간 녀석은 어떻게 된거냐고 물었는데..

 

대답은 못하고 빨리 여기서 나가자고 소리를 지르더래..

 

어리둥절한 진혁이형이 주변을 둘러봤는데.. 억! 소리에 놀래서 같이 들어온 친구가

 

화장실의 한칸을 바라보면서 우뚝 서있더라는거야..

 

이리와서 같이 부축 좀 하라고 소리를 질렀는데.. 그소리가 들리지도 않는지..

 

멍하게 그칸만 바라보고 있더라는거지..

 

진혁이형은 그 상황에 너무 화가 나서 부축했던 친구를 내려놓고 같이 들어왔던 친구한테

 

달려가서 어깨를 치고 뭐하는짓이냐고 윽박을 질렀는데.. 그 친구가 미동도 안하더래..

 

그래서 진혁이형도 그 친구가 보고 있던 화장실칸을 바라봤는데..

 

그칸에.. 처음으로 콧방귀를 뀌며 화장실에 들어왔던 친구가..

 

변기에 고개를 푹 수그리고 앉아있더라는거야..

 

다들 제정신이 아니고.. 진혁이형만 멀쩡하니까.. 일단

 

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친구를 어깨에 들쳐매고 화장실 밖으로 나왔대..

 

그리고 다시 친구들이 있는 화장실로 들어가려고 하니까.. 밖으로 나온 친구가..

 

들어가지 말라고 진혁이형 옷자락을 붙잡더라는거야..

 

정신을 차리고 같이 들어가도 모자랄 판에 울면서 그 소리를 하니까..

 

진혁이 형이 화가 난거지..

 

잡힌 옷자락을 거칠게 뿌리치고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서 우두커니 서 있던 그 친구

 

멱살을 잡다시피 해서 질질 끌고.. 변기에 고개를 수그리고 있던 친구 어깨를 잡았는데..

 

친구 어깨가 산사람의 어깨와는 너무 다르더라는거야..

 

딱딱한 돌덩이를 만지는것같은 그런 느낌 말이야..

 

흠짓 놀란 진혁이형이 손을 거두는데.. 그때까지고 고개를 쳐박다시피 수그리고 있던

 

그친구가 서서히 고개를 들더니..

 

평상시에 촐랑대던 말투와는 전혀 다른 묵직한 목소리로..

 

 

'나..가.. ' 라고 하더래..

 

 

그당시엔 정말 친구고 뭐고 간에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는데..

 

진혁이형이 의리빼곤 시체인지라.. 무서움을 애써 참고 그 소리를 하는 친구 어깨를

 

세게 내리쳤대.. 정신차리고 빨리 나가자고..

 

그랬더니.. 이번엔 진혁이형을 노려보면서..

 

 

' 나..가지 않으면 죽...어 ' 그소리까지 하더라는거지..

 

 

안그래도 옆에 반쯤 정신이 빠진 친구 멱살을 잡고 있는데다 나머지 친구 하나까지

 

무서운 목소리로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니까..

 

진혁이형은 정말 울고만 싶었는데..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워지면서 웅성거리는 말소리가 들리더니..

 

화장실 밖에서부터 후레쉬 불빛이 비추더라는거야..

 

그리곤 할머니가 진혁이형을 애타게 부르면서 화장실로 들어섰는데..

 

진혁이형은 그때처럼 할머니 얼굴이 반가웠던적이 없었대..

 

 

할머니를 필두로 동네사람으로 보이는 여러명의 사람들이 화장실에 들어섰는데..

 

막상 진혁이형쪽으로 다가오는 사람은 할머니 한분 뿐이였고..

 

나머지 사람들은 후레쉬로 진혁이형과 친구들을 비춰줄뿐 더이상 앞으로 나서려고 하질 않더래..

 

말로만 우짠다냐.. 하면서 도와주진 않았는데..

 

그나마 진혁이형 혼자 몸으로 정신나간 친구둘을 챙기는것보단

 

할머니라도 도와주는게 수월하긴 했나봐..

 

멱살잡고 있던 친구를 할머니한테 넘기고 나가라는 소리를 했던 친구녀석을

 

일으켜세우려고 하는데 그 친구가 후레쉬를 비추고 있던 동네 사람들을 쳐다보더니

 

입에서 짐승같은 괴성을 내지르더라는거야..

 

그리고 변기 바닥으로 픽하고 쓰러졌는데.. 그 소리를 들은 동네 사람 몇이

 

혀를 쯧쯧하고 차더래..

 

 

할머니와 진혁이형이 기를 쓰고 친구 둘을 화장실 밖으로 빼냈고..

 

그제서야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친구들에게 물을 끼얹기도 하고 정신차리라고 흔들기도 하고 그러더라는거야..

 

진혁이형은 땀으로 범벅이 되서 땅바닥에 주저앉아있었는데..

 

제일먼저 진혁이형이 구출해서 데리고 나간 친구가 물을 주더래..

 

바로 그 친구가.. 차마 화장실에 들어오진 못하고 할머니댁으로 냅다 달려서

 

동네사람들을 데리고 온거지..

 

할머니는 주름진 얼굴에 눈물이 가득해서는 그러게 왜 어른말을 안들어서..

 

이사단을 내냐고 진혁이형 등짝을 내리치셨다고 하는데..

 

혼내는게 아닌 진심으로 걱정되서 내리치는게 느껴져서 아프지는 않았대..

 

그렇게 십여분이 흐르고 우두커니 서있던 친구도 어느정도 정신이 돌아오고..

 

변기에 수그리고 있던 친구도 어버버 거리면서 어느정도 안정을 찾는것처럼 보이더래..

 

진혁이형은 도대체 무슨일이 있어서 친구 세명이 모조리 정신이 나갔는지

 

너무 궁금했는데.. 할머니가 다그치려는 진혁이형 입을 막더니..

 

일단 너무 늦었으니 집으로 가자고 이야기를 하시더라는거야..

 

동네 사람들도 돌려보내야 하고 말이야..

 

하는수없이 할머니 뒤를 따라가면서 제일먼저 데리고 나와서 그나마 정신이 멀쩡한

 

친구한테 무슨일이냐고 나직하게 물어봤는데..

 

그친구도 입을 굳게 다물기만 하더라는거야..

 

그리고 지옥같은 버려진 음식터를 벗어나서 할머니댁으로 들어서고 나서야..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쉴수가 있었대..




그렇게 모두들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할머니댁 마당에 들어섰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평상위에 쓰러지듯 앉았는데..

 

할머니가 부엌으로 가서 소금을 한사발 퍼오시더니.. 뭐라고 알수없는 말을 내뱉으시면서

 

진혁이형과 친구들 주변에 뿌리시더라는거야..

 

한참을 반복하시더니.. 제일 먼저 화장실에 들어간게 누구냐고 물어보시더라는거지..

 

그말에 변기에 앉아서 고개를 수그리던 그 친구가 눈치를 보면서 손을 쭈뼛쭈뼛 들었는데..

 

그 친구보고 오늘은 혼자 자라고 하면서 할머니댁 귀퉁이에 있는 사랑채를 가르키더래..

 

그 친구가 안그래도 무서운일을 겪은 마당에 혼자 자라는 이야기까지 들으니까..

 

억울한 마음에 뭐라고 토를 달려고 했는데..

 

한참을 물끄러미 쳐다보시더니.. 멀쩡하게 살고 싶으면 그렇게 해야 된다고..

 

근엄하게 이야기하시더래..

 

 

그모습에서 무언가 거역할수 없는 그런 기운이 느껴져서 그친구도 더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고해..

 

그리고 할머니는 친구들에게 궁금한것도 들을이야기도 없다는듯이 방으로 들어가셨고..

 

그때부터 진혁이형은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던거냐고 닥달하기 시작한거지..

 

친구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이래..

 

 

 

 

제일 먼저 호기롭게 화장실에 들어섰던 친구가 어두컴컴한 화장실에서

 

더듬더듬 소변기를 찾았고.. 한참 일을 보는데...

 

화장실칸 한쪽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래..

 

처음엔 밖에서 친구들이 비닐봉지를 부스럭거리는줄 알았는데.. 듣다보니까

 

정확하게 화장실 그칸에서 그 소리가 들리더라는거야..

 

분명 자기들 말고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화장실에서 알수 없는 소리가 들리니까..

 

갑자기 무서운 마음이 확 들었는데.. 희한하게 자기도 모르게

 

문제의 그 화장실칸으로 발걸음이 옮겨지더라는거야..

 

그리고 차마 가까이 다가서지는 못하고 까치발을 한 상태로 손만 뻗어서

 

화장실 문을 확 하고 열어제꼈는데..

 

 

 

아무것도 없더래..

 

 

허탈해진 친구는 바람소리를 잘못들었나 생각하고 뒤를 돌아서 나가려고 했는데..

 

그때.. 바로 뒤에서..

 

 

'으..우웨..에에..엑..'  이런 소리가 들리더라는거야..

 

 

친구는 머리카락이 곤두선다는 느낌을 그때서야 알수있었대..

 

뒤를 돌아보면 안된다는걸 아는데.. 망할 호기심이 발동을 한거지..

 

고개를 돌려서 뒤를 보는데..

 

친구가 고개를 돌린 바로 앞에 왠 아저씨가 변기를 향한채 주저앉아있었는데..

 

그 어두컴컴한 화장실에서도 유독 그아저씨 주변만 허옇게 보이는것이..

 

딱 봐도 사람이 아니였대..

 

그리고 그아저씨가 연신 ' 으..웨...에..웩.. ' 이런 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까.. 그 아저씨 밑으로 씨뻘건 핏덩이가 웅덩이처럼 고여있더라는거지..

 

온몸이 저릴정도로 빳빳하게 굳어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저씨가 친구의 인기척을 느꼈는지..

 

천천히 고개를 움직이더래..

 

그리고 드디어 정면으로 친구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아저씨 입에서 씨뻘건 핏덩이가 꾸역꾸역 쉴세없이 흐르고 있었다는거야..

 

그리고 목뒤가 뻐근한 느낌이 들고..

 

 

그이후로는 아무런 기억이 없대..

 

 

왜 변기에 앉아있었는지.. 자기입에서 무슨소리가 나온건지..

 

 

아무것도 모르겠다면서 말이야..

 

 

그리고 두번째로 들어갔던 친구는 화장실 그칸에 앉아있는 친구를 발견하고

 

이름을 부르려고 했는데.. 그 친구가 앉아있는 자세가 뭔가 이상하더라는거야..

 

변기에 다리를 벌리고 앉은채로 허리를 숙이고 있는 자세였는데..

 

평상시 알고 지내던 친구의 모습이 아닌 이질적인 느낌이 들더래..

 

그래서 그게 뭘까 하고 자세히 보려는데..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 친구가 벌떡하고 일어서더니..

 

 

자기를 보고 웃었는데..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고 눈도 마찬가지로 초승달처럼 변하는데..

 

눈꼬리 부분에서 길게 주루룩하고 피눈물이 흐르더라는거야..

 

근데 그게 더 무서운게.. 분명 친구의 얼굴인데.. 그 친구의 얼굴과 겹쳐져서

 

하얀 형상같은게 얼굴위로 둥실 하고 떠오르더라는거야..

 

마치 겹쳐져있던 두개의 몸에서 얼굴만 붕 떠오르는것처럼 말이야..

 

 

그모든게 아주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인데..

 

자기가 느끼기에는 몇년은 족히 흐른것처럼 느껴졌대..

 

그 모습에 너무 놀란 친구가 뒷걸음질 치다 발을 헛딛고 넘어지면서 비명을 질렀는데..

 

무슨영문인지 다리를 움직일수가 없었다는거야.. 다친곳은 없는데 말이지..

 

그래서 손으로 바닥을 기다시피해서 움직이는데 그때 마침..

 

진혁이형이랑 나머지 친구가 화장실로 뛰쳐들어온거야..

 


그리고 진혁이형이 바닥에 쓰러져있는 친구를 구하러 달려갔을때..

 

뒤따라 들어온 나머지 친구도 똑똑이 봤대..

 

변기에 앉아있는 친구 너머로 누군가의 형상이 뿌옇게 비치는걸 말이야..

 

그걸 보는순간 그친구도 바닥에 본드라도 붙인것처럼 움직일수가 없었대..

 

진혁이형이 멱살을 잡는것도 느껴지고 모든게 보이는데 그자리에 굳은채로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대..

 

그러다 동네 사람들이 나타나고 나서야 조금씩 몸이 풀렸고 화장실을 벗어난 후에야

 

굳어있던 다리도 풀리고 정신도 돌아오기 시작했다는거야..

 

 

 

그러니까 세친구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모두 똑같이 사람이 아닌 무언가를 본건데..

 

그 목격한 형태가 동일하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는거지..

 

이야기를  털어놓자마자 무거운 침묵이 깔렸는데.. 누구하나 먼저 그 침묵을

 

깨트릴수가 없었대..

 

혼자만 본거면 헛것을 봤다고 치부할수 있겠지만.. 셋 모두 똑같은걸 목격한거니..

 

진짜 뭐라도 보긴 본게 된거지..

 

 

그쯤되자 할머니가 화장실에 가지 말라고 했던 말씀이 무슨 사정이 있는게 아니겠냐..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날도 너무 늦었으니 일단 오늘은 자고..

 

내일 날이 밝자마자 여쭤보자고 의견을 모았대..

 

그리고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는데..

 

제일 먼저 화장실에 들어갔던 친구는 혼자 자야 되니까.. 울상이 된거야..

 

결국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사랑채 밖에서 지켜주기로 하고 나서야..

 

꾸역꾸역 방안으로 밀어넣을수가 있었대..

 

 

그리고 차례대로 불침번을 서고 그날 저녁은 무사히 지나갔는데..

 

다음날 할머니가 차려주신 아침을 먹으면서..

 

사랑채에서 잤던 친구가 불평을 하더라는거야..

 

 

자기만 방에 들여보내놓고 무슨 재밌는 이야기를 그렇게 하냐면서 말이야..

 

 

그말에 진혁이형과 나머지 두명의 친구가 서로를 쳐다봤는데..

 

전날 저녁에 불침번을 선건 각각 '한명씩'이였다는거야..

 

그러니까 혼잣말을 하지 않고서야 도저히 떠들수가 없었던 상황인거지..

 

그 상황을 모르는 그친구는 밤새 니네가 웃고 떠드는 소리에 잠한숨 못잤다고..

 

근데 덕분에 무섭진 않았다고 좋아했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나머지들은 절대 웃을수가 없었대..

 

 

그리고 할머니한테 전날 있었던 일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말문을 여는데..

 

대뜸하시는 말씀이..하룻밤 무사히 넘기고 별일 없으면 된거라고.. 알아서 좋을것 없다고

 

단칼에 잘라버리시더래..

 

할머니가 그렇게 단호하게 나오시니까.. 진혁이형도 궁금하지만 별 방법이 없었던거야..

 

그리고 워낙 청춘이다보니까 전날 무서운일이 있긴 했어도..

 

휴가를 그렇게 어둡게만 보낼수 없다는 생각도 좀 들고 말이야..

 

한편으로는 여름날 흉가체험 한번 신나게 한거다 싶은.. 객기 어린 마음도 들더래..

 

제일 먼저 화장실에 들어가서 혼자 자게 된 친구녀석만 얼굴이 좀 어두웠는데..

 

해수욕장가서 늘씬한 미녀들을 보고 기분전환하자는 말에 화색이 돌더라는거야..

 

어쩔수없는 사내녀석들이였던거지..

 

 


그렇게 아침을 먹고 시내로 나가는 버스를 타는 도중에

 

마을어른들을 몇분 마주쳤는데..

 

진혁이형 일행을 보면서 혀를 차시는 분들이 더러 계시더래..

 

할매가 하지 말라면 하지 말것이지 왜 그렇게들 청개구리같냐고 하면서 말이야..

 

애꿎은 머리만 긁적이면서

 

그렇게 오매불망 기다리던 해수욕장에 갔는데..

 

 

이게 웬걸...

 

할머니한테 듣기론 분명 젊은이들이 많은 해수욕장이라고 했는데..

 

온통 가족단위로 온 피서객들 투성이더라는거지..

 

그러니까 할머니가 말한 젊은이와.. 진혁이형이 생각한 젊은이들 사이에 갭이 너무나 컸던거지..

 

원망하는 친구들을 달래서 물장구도 치고..

 

재미나게 놀다보니까.. 전날 있었던일은 마치 오래전에 있었던일처럼

 

기억속에서 점점 사라지더라는거야..

 

무서운마음도 덩달아 없어지고 말이야..

 

그렇게 한참을 물놀이하고 놀던 진혁이형 일행이.. 어떻게든 헌팅을 해보려고 했는데..

 

워낙 해수욕장 자체가 알만한 사람들만 아는곳이라..

 

여자들끼리 온 일행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더라는거야..

 

하는수없이 포기를 하고 터덜터덜 할머니댁으로 발걸음을 옮긴거지..

 

 

근데 정말 이상한건.. 첫날 길을 잃었던 그 친구만 유독 헌팅에는 관심도 없더라는거야..

 

 

 

그리고 그날 저녁..

 

전날의 경험도 있고.. 그냥 할머니댁 평상에서 간단하게 수박이나 안주삼아 한잔하자고

 

이야기를 하고.. 한잔 두잔 술을 마시기 시작했대..

 

할머니는 부침개를 안주로 해주시면서..

 

실컷 노는 대신에 어제 갔던 버려진 음식점터에는 절대 가지말라고

 

아주 신신당부를 하고 잠자리에 드셨고..

 

그때부터 또 본격적으로 술판이 벌어지게 된거지..

 

취기가 도니까 왠지 모르게 어제 있었던일이 그냥 있을수도 있는 일처럼 느껴지더라는거야..

 

다들 큰소리 떵떵치면서 아무렇지도 않다고 객기를 부리고 난리가 난거지..

 

그렇게 다들 취할정도로 술을 마시고

 

아무렇게나 평상위에서 잠이 들었는데..

 

시골은 날이 일찍 밝는다고 했잖아..

 

그렇게 날이 밝으려고 안개가 으스스하게 끼기 시작하는 그 무렵쯤..

 

할머니댁 마당에서 누군가가 고함을 치는 소리가 들리더래..

 

 

잠결에 고함소리를 들은 진혁이형이 부스스하게 눈을 떴는데..

 

이장아저씨가 진혁이형 친구 ( 첫날 늦게 도착한 친구 ) 멱살을 잡고 흔들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더라는거야..

 

할배 좀 나와보라고 하면서 말이야..

 

깜짝 놀란 진혁이형이 맨발로 평상 밖으로 뛰쳐나갔고.. 덩달아 깨어난 친구들도

 

무슨일인가 싶어서 이장아저씨를 말리는데..

 

어디서 이런 천둥벌거숭이같은것들이 들어왔냐면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시더래..

 

밖이 소란스러우니까 할머니도 마당으로 나오셨는데..

 

이장아저씨가 친구 멱살을 잡고 있으니까.. 일단 그것부터 좀 놓고 이야기하라고 사정을 했나봐..

 

그때까지도 멱살잡힌 친구는 아무말도 못하고 주눅만 들어서..

 

이장아저씨와 할머니 눈치만 살피고 있었대..

 

그리고 이장아저씨가 할머니의 만류로 진정을 하고 입을 여셨는데..

 

평상에서 진혁이형 일행이 술에 취해 잠이 든 그때쯤..

 

이장아저씨는 다음날 비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수로를 재정비하려고

 

새벽같이 밭으로 향하셨나봐..

 

밭으로 향하는 길에서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문제의 그 버려진 음식점터가 나오는데..

 

그 음식점터로 이어지는 길에서 누군가의 뒷통수가 보이더라는거야..

 

그전날 흉흉한 사건도 있었던터라 이장아저씨가 거기 누구냐고 물어보는데..

 

대꾸는 안하고 뭐에 홀린것처럼 계속 그 음식점터로 향하더라는거지..

 

큰일나겠구나 싶은 마음에 뒤따라가는데..

 

그게 다름아닌 진혁이형 친구였던거야..

 

뒤에서 거기 서라고 한참을 소리쳐도 뒤도 안돌아보고 걸어가는데..

 

그 발걸음이 화장실로 이어지더래..

 

이장아저씨가 죽을힘을 다해 달려가서 어깨를 잡아챘는데..

 

글쎄 이 친구녀석이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면서 이장아저씨를 쳐다보는데..

 

예삿 눈빛이 아니더라는거지..

 

반쯤 감긴 눈이 쉴새없이 껌뻑거리는데.. 딱봐도 뭔가에 단단히 씌였구나 싶더라는거야..

 

어깨를 잡고 못가게 하니까 계속 발버둥을 쳤는데..

 

이장아저씨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양뺨을 아주 세게 내리치니까..

 

이게 픽..하고 맥없이 쓰러지더라는거지..

 


힘좋은 이장아저씨가 그녀석을 엎다시피 해서 그 버려진 음식점터에서 벗어나고

 

길가에 눕혀놨는데.. 아저씨가 담배를 한대 필때까지 정신을 못차리더래..

 

그리고 정신이 들자마자 한다는 소리가..

 

 

 

' 아가씨는요..? ' 이러더래..

 

 


여기서부터는 친구의 말인데.. 어떻게 된건가 하면..

 

처음 할머니댁에 오던 그날로 거슬러 올라가서..

 

 

혼자 낙오된 그 친구가 버스에서 내려 목적지인 할머니댁을 찾아오는데..

 

밤이고 처음오는 장소다 보니까 아무리 약도를 그려줬어도 그집이 그집 같더래..

 

그렇게 한참을 헤매다 그 버려진 음식점터를 지나가는데..

 

긴머리를 늘어트린 웬 여자가 그 음식점터에서 불쑥하고 나타나더라는거야..

 

얼굴이 아주 창백한것만 빼면 평범한 옷차림이였는데..

 

그 친구를 보더니 마치 유혹하는것처럼 묘하게 웃음을 짓더래..

 

근데 또 이상한게 아주 이쁜 얼굴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뭔가 욕구를 자극하는..

 

그런 색기가 흐르더라는거야..

 

한참을 그렇게 마주보고 서있는데.. 그 여자가 길을 잃은거냐고 묻더래..

 

자기가 이동네 살아서 지리를 잘 안다고 알려주겠다고 하면서 말이야..

 

그래서 진혁이형 이름을 대면서 혹시 아냐고 물어보니까.. 손뼉을 치면서..

 

안다고 데려다주겠다고 하더라는거야..

 

그리고 그 친구 옆에 와서 나란히 서는데.. 봉긋한 가슴(-_-;;)하며 잘록한 허리하며..

 

아주 죽겠더라는거지..

 

게다가 이여자가 그 친구 팔짱을 끼면서 심하게 들러붙었는데..

 

그 스킨쉽이 너무 대범하고 자극적이면서도.. 그렇게 좋더라는거야..

 

걷는건지 나는건지 모르게 할머니댁에 도착해서 아쉬워하는 친구에게...

 

그여자가 이따 그 음식점터에서 보자는 말을 하더래..

 

 

그래서 고기를 구워먹자는걸 핑계로 친구들을 데리고 그 버려진 음식점터에 간건데..

 

화장실소동이 있었던거고.. 결국 그 여자를 만나지 못한거지..

 

그리고 그 다음날 술을 한잔 먹은 친구가 알수없는 욕구를 느끼고..

 

다시 그 음식점터를 찾았는데..

 

바로 그 여자가 입구에서 손짓을 하면서 친구를 부르고 있더래..

 

그래서 그 여자 손짓을 따라서 올라가기 시작한거고.. 이장님이 따귀를 때리기 직전까지

 

그여자 뒤를 졸졸 쫓아서 화장실입구까지 가게 된거지..

 

 

 

이야기를 다 들은 이장아저씨와 할머니가 한숨을 푹 내쉬셨는데..

 

이장아저씨는 다른말 없이 할머니한테.

 

영숙어매 불러올테니까 야들 단단히 붙잡아 놓으라는 말만 하고 자리를 뜨셨고..

 

할머니는 진혁이형과 친구들을 평상위에 앉히시고 이야기를 꺼내셨대..

 

조용히 놀다가면 좋았을껄 일이 크게 되었다고 안타까워하시면서 말이야..

 

 


할머니가 해준 이야기는..

 


그동네에도 몇년전에 펜션이다 뭐다 그런 붐이 좀 불어서.. 서울에서 투자한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좀 있었대.. 그쯤.. 서울에서 한 가족이 귀농을 했는데..

 

서울에서 음식점을 크게 하다가 망하고 그 지역으로 들어온것 같더래..

 

근데 그집 아저씨가 사업에 미련을 못 버렸는지.. 펜션도 들어서고 그러면..

 

근처에 음식점도 있어야 할것 아니냐면서.. 순박한 시골 사람들 몇을 꼬드겨서

 

투자를 하게 했나봐..

 

시골이 대출받는 것도 쉽고 금리도 좀 낮은편이라.. 잘 모르는 마을 어른 몇분이

 

대출까지 해서 그아저씨한테 돈을 빌려줬다는거야..

 

근데 펜션을 지었어도 대부분 그쪽으로 여행오는 사람들은 그 지역에 연고가 있는사람이라..

 

따로 방이 필요 없었던거야..

 

그러다보니 음식점은 말할것도 없었던거지..

 

그렇게 돈만 빌려서 음식점을 차려놓고 수익도 못내고 있었는데..

 

이아저씨가 아줌마만 남겨놓고 서울로 올라가서 사채빚까지 내고 도박에 빠진거지..

 

돈을 빌려줬던 마을 어르신들은 이자도 못받고 고생을 하다가..

 

결국 자식들한테 그 이야기를 털어놨고..

 

서울에서 한걸음에 달려내려온 자식들이 혼자있는 아줌마를 찾아가서..

 

음식점 의자를 집어던지고 난리가 난거야..

 

사채빚까지 내면서 도박에 빠져있던 아저씨는 결국 사기죄로 수배까지 받는 상황에

 

이르렀는데.. 그때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그집 딸이..

 

등록금을 낼수가 없어서 휴학을 하고 엄마가 있는 그 음식점에 내려와있었나봐..

 

그리고 아무도 모르던 어느날 밤..

 

그아저씨가 몰래 시골로 숨어들었는데..

 

마침 그날 음식점 아줌마가 딸만 놔두고..친정으로 돈을 빌리러 간거야..

 

자살하려고 농약을 사가지고 들어선 아저씨가.. 컵에 농약을 따르고...

 

마지막에 아줌마 얼굴을 한번 보려고 안방 문을 열었는데.. 아줌마가 친정에 가고

 

없었던거지..

 

보고싶은 마누라 얼굴도 못보고 갈순 없다..생각한 아저씨가 다음을 기약하고

 

안방에서 그간에 피로때문에 죽은듯 잠이 들었는데..

 

생각치도 못한 변수가 생긴거야..

 

딸이 그집에 내려왔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거지..

 

아무것도 모르던 딸은 잠결에 냉장고를 열고 컵에 들어있는게 뭔지도 모른채

 

들이켰고.. 거실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지게 된거야..

 

아저씨는 잠에 빠져서 아무것도 몰랐는데.. 아침때쯤 나와보니까 딸내미가

 

거실에서 농약을 마시고 죽어있었던거지..

 

그 참담한 광경에 한참동안 넋을 놓고 있던 아저씨도..

 

남아있던 농약을 모조리 마시고 자살을 했는데..

 

얼마나 괴로웠는지 온 마당을 헤집고 밖에 있는 화장실까지 기어나와서

 

변기에 머리를 박고 죽어있는걸..

 

친정에서 돌아온 아줌마가 발견했다고해..

 

 

한 가정에 불어닥친 참으로 비극적인 결말이였지..

 

경찰들도 나오고 보험회사 직원들도 나오고 한참동안 마을을 충격에 도가니속에

 

몰아넣은 큰 사건이였는데..

 

아줌마가 그 사고 이후로 종적을 감춰버렸고.. 마을에서도 좋지 않은 일이다보니..

 

최대한 사건을 축소시켜서 마무리가 되었나봐..

 

그후로 마을에 아저씨와 그딸의 혼령이 자주 나타나곤 했다고해..

 

그래서 영숙어머니라는 동네 무당 아줌마가 위령제를 지내주고 큰일없이

 

지나갔고.. 그 버려진 음식집터.. 특히 아저씨가 비참하게 죽어간 그 화장실터는..

 

마을사람에게 거의 금기시되다시피 했다고해..

 


근데 그전날 저녁 진혁이형 일행이 그 금기를 깬거고..

 

외지사람인데다.. 죽은 그 딸하고 비슷한 또래다보니.. 더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거지..

 

전날 할머니가 화장실에서 아저씨 혼령에게 씌였던 친구를..

 

사랑채에서 자라고 한것도..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귀하게 여기던 달마도가 바로 그방에 있었는데..

 

그게 그 친구를 지켜줄수 있었다고 믿었기 때문이래..

 

근데 멍청하게 이번엔 다른친구가 지발로 딸의 혼령에게 찾아가게 된거고..

 

이장아저씨는 그 때문에 영숙어머니를 부르러 갈수밖에 없게 된거지..

 

 


모든 이야기를 듣게 된 친구들은 또 다시 무겁게 침묵할수 밖에 없었는데..

 

진혁이형도 고향이라고 데리고 온 휴가에서

 

안좋은일만 계속 생기니까 마음이 많이 안좋았대..

 


결국 영숙어머니가 욕을 내뱉으며 오셔서..

 

진혁이형을 비롯한 친구들을 데리고 버려진 음식점터에 갔고..

 

그 마당에 돗자리를 펴놓고 오전 내내 알수없는 기도를 했대..

 

할머니는 급한대로 음식 몇개를 차려서 화장실과 버려진 음식물터 마당에

 

여기저기 뿌려두고.. 영숙어머니와 같이 기도를 하셨는데..

 

그게 효과가 있는건지 어쩐건지..

 

그이후로 두번다시 아저씨와 딸의 혼령을 목격하는일은 없었대..

 

 


그리고..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더이상 진혁이형이 그동네에 갈일은 없어졌지만..

 

그후론 버려진 흉가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는 철칙이 생겼다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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