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었던 때 살았던 맨션에서 있었던 사건이다.
벌써 10년도 더 지난 옛 이야기지만, 낡은 목조 맨션에는 어느 방이나 학생만 살고 있었다.
합판의 베니어 벽에는 구멍이나 낡은 것을 감추기 위해 치덕치덕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그 중 오래 전에 붙여진 포스터는 습기 때문에 부풀어 오른 것인지,
왼쪽 모서리 부근이 벽에서 많이 뜯어져 있었다.
천장에 있는 환기용 구멍에서 들어오는 얼마 안 되는 바람에,
그 떠오른 부분이 희미하게 바삭바삭 흔들리곤 했다.
9월에 접어들었음에도 한여름 이상으로 푹푹 찌는 늦더위.
딱히 무엇을 하지도 않고 그저 뒹굴고 있었지만, 힘들면서도 마음은 편한 날이 계속되었다.
(당시 나는 에어콘 같은 걸 살 수 있을 정도의 형편이 되지 못했다.)
어느 날 더위가 너무 심해 [천장의 구멍에서 더운 바람이라도 들어오나?] 싶어서
차라리 그 창을 막아 버리기로 하고 의자를 발판 삼아 구멍에 손을 댔다.
그렇지만 구멍에서는 바람 따위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은 열 수도 없는 단순한 장식이었다.
작은 금이 이리저리 가 있는 하얀 플라스틱 판을 천장에 나사로 고정한 것이었다.
더운데다 힘까지 빠진 나는 묘한 것을 알아차렸다.
[벽에 있는 포스터가 가끔씩 바스락거리며 흔들리는 것은 왜지?]
포스터가 흔들리는 것은 선풍기를 쓰는 여름의 일만은 아니었다.
여태껏 환기구로부터 나온 바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환기구는 가짜니 바람이 나올리 없다.
쥐일까?
이 맨션은 오래된 목조 건물이지만 쥐가 나왔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비뚤어지게 붙어있는 포스터가 왠지 마음에 걸렸다.
똑바로 붙이면 되겠지만 왠지 모르게 건드리는 것이 불안했다.
포스터의 왼쪽 귀는 계속해서 큰 움직임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기분 나쁘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 마침내 나는 겨울이 되기 전에 이사를 하게 되었다.
포스터는 후배에게 부탁해 모두 태워 버렸다.
이사할 때 카메라로 사진을 찍던 친구가 있었는데,
사진을 현상했더니 우연히 포스터가 붙어있던 그 곳을 찍은 사진이 1장 있었다.
그 사진에는 포스터 바로 뒤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정확히 10엔 동전 정도의 크기로, 포스터의 젖혀진 귀 부근에
검고 주름살투성이의 남자가 코 윗 부분만 내민채 이 쪽을 보고 있었다.
여러분의 방은 괜찮은가?
혹시 벽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지는 않는가?
번역 : VKR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