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끄적여 타 사이트에 올렸는데 정작 제가 자주 찾는 짱공에는 안올려 놨네요.
살다 보면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분명 내가 겪은 일인데,
그래서 그 당시 혼란 스러움 이라던지, 공포 라던지 그런 일련의 감정들에 대한 장단고저를 고스란히 기억 하고 있는데,
시간이 흐르고 흐르다 보니 '그 일이 정말 내게 일어난 일인가?' 라고 생각 하게 하는.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저에게 일어난, 더 자세히 말하자면 제 주변에서 일어났던 실제 이야기 입니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 이지만 (벌써 십여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정말로 제가 겪었던 이야기 이며,
혹여 그 당시 사람들이 보게 될까봐 여러가지의 가명 처리나 상황은 왜곡 시키는 면이 있을지 모르나 대부분 구체적으로 벌어 졌던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쓸 예정 입니다.
미리 말씀 드리자면 이 글은 '공포'나 '귀신'에 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귀신이라니요.
제 나이쯤 되면 누군가 '귀신을 봤어' 라는 말에 헛헛하고 공허한 웃음 밖에 나지 않습니다.
세상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실존하기 때문에 '내 눈으로 보지 못한' 신비로운 이야기 보다는 '내 눈으로 목격한 실존적인' 이야기만 신뢰 하게 됩니다.
그런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리적으로는 절대 설명할수 없는 기이한 일들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 납니다.
이제 제가 하게될 이야기는 제가 겪은 사실에 기반하여 말씀 드릴 작정 입니다.
될수 있는대로 '허구' 라던지 '공상' 이라던지 아니면 글의 재미를 위한 피학적 거짓말은 최대한 거세하도록 하겠습니다.
삶의 또다른 테두리
저는 한때 밤무대에서 노래를 한적이 있습니다.
흔히 이야기 하는 '밤무대 싱어' 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지요.
어떻게 저런 직업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생략 하도록 하겠습니다.
인간의 삶이란 참으로 다이나믹 하지요.
어찌됐건 그런 직업을 가진적이 있습니다.
당시 8인조 였던 저희 팀은 계약을 맺었던 가게에서 '통보'를 받고 삼개월 가량 일없이 놀았던 적이 있고, 그 사이에 기타와 베이스가 팀을 떠나 새 멤버를 영입 했습니다.
새 멤버가 왔으니 연습을 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은후 우리는 우리가 가진 레파토리로 연습을 했고 그렇게 비즈니스가 돼서 떠난 곳은 춘천에 소재 하고 있던 나이트 클럽 이었습니다.
삼개월 정도 일없이 쉬다 보면 지방이니 뭐니에 대한 반박도 하기 어렵고,
나름 '공기 좋은 곳에 가서 쉰다고 생각 하지 뭐' 라는 일종의 자포자기 심정도 있었던 터라 군말 없이 춘천으로 향했습니다.
내려 간날이 4월 중순 이었는데, 춘천은 4월 임에도 불구 하고 꽤나 날이 매섭더군요.
새벽에 업장 마감을 하고 저희는 악기 세팅을 끝내고 나서 날이 밝아 저희 숙소로 짐을 옮겼습니다.
숙소는 가정 집을 주더군요.
강원대학교 근처에 위치 하고 있었습니다.
구조는 큰방 1, 중간방2(중간방에 딸린 다락방 1), 작은방 1 거실과 부엌 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숙소에 대한 첫 느낌이나 흔히 얘기하는 '스산한 기운' 이런건 모르겠습니다.
너무 피곤 했고, (잠을 못자고 밤새 악기 세팅을 했습니다)
빨리 눈을 붙이고 그날 저녁부터 무대에 올라가야 했기 때문에 일단 부리나케 개인 물품들만 정리를 하고 난후 김밥을 먹기 위해 멤버 들이 거실로 모였 습니다.
김밥을 먹다 우리 전팀이 지금 가게에서 왜 떠났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마스터 형님은 "글쎄, 그거야 나도 모르지" 라고 대답을 했는데 저희팀 막내 여자 싱어 아이가 그러 더군요.
"근데요, 제가 그 팀 인터넷 카페에 들어 봤는데요………………" 라고 말을 하더니 말 꼬리를 흐리 더군요.
"그래? 근데 왜 내렸데? 그 팀 꽤 잘하는 팀이잖아?" 라고 드럼 치는 형이 말을 하자 마지못한듯 여자 싱어 아이가 말 했습니다.
"그게………..숙소에서 자꾸 귀신이 나온다고……………그래서 더 이상 못있겠다고 올렸던데요"
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때 그 여자 싱어가 그런 말을 하자 저희 모두 참으로 어이 없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드럼 치는 형이 그러더군요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귀신이 밥 먹여 주냐?"
저 한마디에 저희는 모두 고개를 끄덕 거렸습니다.
돌이켜 생각 해보자면 정말 맞는 말이고 무서운 말이지요.
그날은 그냥 그렇게 지나 갔습니다.
석달 동안 일없이, 벌이없이 놀다보면 누구나 그러 하리라 생각 합니다.
그때 우리는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 것 이라는걸 알수 없었고,
설령 그때 알았다고 한들 별다른 수가 있었을까요?
그렇게 춘천에서의 생활이 시작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 집' 에서 저희 멤버 8명에게 벌어졌던 미스터리한 이야기 입니다.
사실적으로 벌어 졌던 이야기 들만 나열할 예정이니 말초적 재미가 떨어 질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흥미를 위해서 이야기를 부풀리거나 말도 되지 않는 공상과학적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첫번째 멤버 기타
녀석을 처음 봤을 때 인상에 남는 것은 눈 이었습니다.
저보다 몇살 어렸기 때문에 저에게는 꼬박꼬박 형님, 형님' 이라는 칭호를 썻었는데 처음 연습을 하기 위해 녀석과 마주 쳤을때 눈빛이 안 잊혀 지더군요.
흔히 '신 내린 사람' 의 눈빛은 일반인들과 조금 다릅니다.
설명 하기 어렵지만 형용하기 어려운 눈빛이 납니다.
그런데 녀석의 눈빛이 그렇더군요.
하지만 말을 해보니 털털하고 나름 깍듯한 예의도 지니고 있어서 별 생각 없이 친해 졌던 녀석 입니다.
녀석은 레스폴을 다루는데 톤도 잘 뽑아 냈고 실력도 좋았습니다.
레스폴(깁슨) 이란 기타가 톤 뽑아 내기 은근히 까다롭고 어렵기 때문에 밤무대에서는 잘 쓰지 않기 마련인데 녀석은 묵직하고 정확하게 톤을 뽑아 내더 군요.
기타 실력도 손에 꼽을 정도로 잘 치던 녀석 이었구요
여튼,
눈빛은 금방 잊혀 졌습니다.
심성도 나쁘지 않은 것 같고, 실력도 곧잘 있고 일 끝나고 녀석과 닭발에 소주 마시는 낙으로 살았으니 눈 빛이 대수 겠습니까?
그런데 날이 갈수록 조금 이상한게,
녀석이 술만 먹으면 어디론가 사라 지는 겁니다.
둘이 마신후 "형 먼저 들어가 계세요 전 좀 어디 들렀다 갈게요" 라는 말과 함게 사라 지길래 처음엔 어디 피시방 들러서 게임이나 하다 오나 보다 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리고 아침이나, 오후에 잠이 깨보면 어제 입고 있던 옷 그대로 잠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옷이 어딘가 긁혀서 올이 나가 있다거나, 등에 낙엽을 잔뜩 뭍혀 있는건 예사고 머리는 항상 헝클어져 있고 손등도 어디서 긁힌 자국과 피가 말라 붙어 있는 자국 같은게 보이 더군요.
그래서 제가 어느날 물어 봤습니다.
'너 술먹다 가는곳이 피씨방이 아니었냐?'
'도대체 어딜 갔다 오는 것이냐?' 등을 물어 봤는데 녀석은 묵묵부답으로 일관 하더군요.
이게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심해 지길래 마스터 형에게 넌지시 이야기를 했습니다.
당시 저희 팀 마스터 형님은 나이대가 꽤 많으셨습니다.
거의 아버지 뻘 이었지요.
요즘도 가끔 가요무대에 심심찮게 나오시더군요. ㅋㅋ
여튼,
마스터 형님도 알고 있었다고 말씀 하시더군요.
형님도 처음에 별거 아닌걸로 치부 했는데 점점 심해 지는 것 같다며, 지금 니가 제일 친하니 옆에서 잘 주시하라고 넌지시 얘기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기타를 불러 "앞으로 일과 끝나서 숙소에 들어오면 날 밝을 때 까지 기타 너는 외출 금지다" 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녀석은 순순히 알겠다고 했고 저는 형님의 그 한마디로 일단락 되었다고 생각 했습니다.
문제는 그날 새벽에 일어 났지요.
보통 일 끝나고 새벽에 숙소로 들어 와서 야식을 시켜 먹는날이 많았는데 그날도 숙소에서 야식을 시켰습니다.
닭발, 닭똥집, 그외 먹거리와 쏘주 등등.
한참 갖은 농담과 함께 야식을 먹다가 마스터 형님이 그러시더군요
"기타 넌 먹고 방에 들어가서 빨리자 또 나가지 말고"
저는 그때 다른 멤버랑 낄낄거리며 농담을 하다 마스터 형님이 그 말씀을 하시길래 기타를 돌아 봤더니 녀석의 표정이 굉장히 이상하게 변해 있더군요.
뭐랄까.
넋이 나간 사람처럼 표정은 무표정 한데 눈 빛은 초점없이 묘하게 빛이 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웃긴건 입에 닭발 양념을 다 묻힌채 닭발을 먹고 있더군요.
그냥 먹다가 입에 좀 묻은게 아니라 아무 생각없이 닭발을 입에 갔다 쑤셔 넣느라 뭍은듯 하게 입주위에 양념이 다 묻어 있었습니다.
갑자기 녀석이 섬뜻해 보이기 시작 했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낀게 아니라 멤버들이 동시에 다 그렇게 느꼇는지 갑자기 싸한 침묵이 찾아 오면서 멤버 모두 일제히 녀석을 쳐다 봤습니다.
녀석은 아랑곳없이 양념을 입에 뭍히면서 입에 '우겨놓고' 있었구요.
갑자기 마스터 형님이 말씀 하시더군요.
"야 오늘 재 밖에 못나가게 해라. 재 어딘가 이상하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녀석이 벌떡 일어 나더니 현관 쪽으로 걸어 가는 겁니다.
그러자 드럼 치는 형님이 같이 일어나 녀석의 뒷덜미를 낚아 챘어요.
"야 임마 너 나가지 말라는 말 못들었어?"
그때 드럼 치는 형님이 한덩치 하셨습니다.
얼굴도 우락부락 하게 생겼고.
형님이 그렇게 녀석을 집 안쪽으로 밀쳐내자 녀석은 또 멍하게 드럼치는 형님을 바라보다 부엌쪽으로 가더군요,
저희는 멍하게 서로를 쳐다보며 '저 놈 뭐야?' 라는 생각을 할즈음 갑자기 부엌에서 와장창 소리가 나길래 저희 모두 일어나 부엌쪽으로 달려 가 봤습니다.
그러자 녀석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고 부엌 창문에 있던 쇠창살이 뜯겨 나가 있더군요.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그 쇠창살이 약한것도 아니고 (단단한 경질소재의 쇠 파이프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허무하게 짓이겨 놓을 성질의 것도 아니고………….
저희는 난리가 났죠.
닭발이고 나발이고 모두 신을 신고 녀석을 찾아 밖으로 뛰쳐 나갔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 졌더군요.
마스터 형님은 벙져 있고,
한시간여를 녀석을 찾아 동네를 헤매다 포기하고 들어 왔습니다.
녀석이 날이 밝아도 들어 오지 않아 저희는 난리가 난 상태 였는데.
오후가 되니 너털너털 녀석이 들어 오더군요.
제가 골목에 있다 녀석과 마주 쳤는데 꼴이 아주 가관도 아닌겁니다.
옷은 다 긁혀 있고 머리는 산발이고 온몸에 낙엽이 붙어 있고 낛은 나가 있고.
일단 마스터 형에게 '녀석이 돌아 왔으니 걱정 마시란' 전화를 남기고 녀석을 데리고 커피숍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된거냐? 어디갔다 온거냐? 정신이 있냐 없냐? 를 마구 따져 물었죠.
그랬더니 녀석이 긴 한숨을 내쉬고는 상담할 고민이 있다며 털어 놓은 말은 이랬습니다.
일과가 끝나고 술을 마실 때 마다 조금씩 절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처음에는 조금씩 조금씩 생각이 나다 점점 그 생각이 걷잡을수 없이 커질때쯤 기억이 딱 끊어 지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자기가 절 에 와 있다는 거죠.
거기가 무슨 절인지, 거기에 어떻게 왔는지 아무 기억도 없이요.
그렇게 절 바로 위쪽 숲속에서 잠들어 있다는 겁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낙엽더미 위에서 말이죠.
그래서 "어제 큰 형님이 나가지 말라고 소리 지른게 기억 안나냐?" 고 물어 보니 기억에 없답니다.
자기가 쇠창살을 뜯어 낸것도 기억을 못 하더군요.
그리곤 말 합니다.
"형님 저 춘천와서 꿈을 꾸는데 계속 같은 꿈을 반복 해서 꿔요" 라고 말을 합니다.
꿈속에 어딘가를 걷고 있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자기가 바다 위를 걷고 있답니다.
하염없이 그 위를 걷다보면 수평선 부근인데 그 수평선에 알록달록한 의자가 일렬로 쭉 늘어서 있고 자기가 그 의자 있는 곳 까지 걸어 가면 갑자기 까마귀 들이 일제히 수천 마리가 하늘로 날아 간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있는 의자에서 뭔가 빛이 솟구치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거기 빨간색 파란색 등의 알록달록한 끈이 매져 있는 방울이 놓여 있다고 하더군요.
그 방울을 잡으려고 손을 내밀다 그 장면에서 항상 잠이 깨는데 그 꿈을 춘천 내려오는 날부터 계속 꾼다는 군요.
가뜩이나 저도 춘천 내려와서 이상한 꿈 때문에 시달리던 터라 찜찜하긴 했는데 그 친구의 꿈은 말만 들어도 너무 이상 하더군요.
뭔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제가 녀석에게 말했습니다.
"그럼 이제 술을 먹지 말자. 너 술먹어서 이상해 지는 거야" 라고 제가 말했습니다.
그러자 녀석이 한동안 한숨만 푹푹 쉬면서 고민 하더니 기절초풍할 말을 하더군요.
"형님 제가 이상한 취급 받을까봐 차마 이얘기는 안할라 그랬는데요…….."
어휴 이거 간만에 뭔가 쓰려니 힘드네요.
조금 쉬고 다시 돌아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