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날 회식의 타겟이 저였던 듯한 느낌을 지울수 없습니다.
건배가 저한테 몰려서 왔었 거든요.
여튼,
새벽 네시인가 다섯시 경 이었는데
그때 남은게 저, 여자 마스터, 드럼 이렇게 셋 정도 남았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어디로 사라 졌는지 보이지 않고 난 왜 도망갈 생각을 안했는지,
어쨋거나 방에 들어 가는데 술을 안 샀다고 저보고 먼저 방에 들어가 있으라는 거예요.
둘이 가서 술을 사오겠다고
그런데 술을 사가지고 들어 오는건 여자 마스터가 혼자 돌아 오더군요.
잉? 아니 왜 혼자......아잉.......이건 너무 노골적...............아잉.........쑥스럽게 스리...........
뭐 속으로 이런 주접을 떨며 왜 혼자 왔냐고 물어 보니 들어오다 모텔 주인이 혼숙은 안된다고 막길래 옥신각신 하다 드럼은 자기는 힘들어서 그냥 가겠다고 집에 그냥 갔답니다.
그때는 그말을 그대로 믿었죠, 침 질질 흘리면서
그런데 그때가 굉장히 추운 겨울 이었는데,
추운데 있다가 따뜻한데 들어가니 졸리더군요.
술도 이미 꽤 취했겠다.
둘이 쏘맥주 몇잔 마시는데 술이 확 오르는게 너무 피곤한 겁니다.
그래서 침대에 기대서 술을 마시다 보니 어느새 스르륵……….
순간순간 나는 기억이 "침대에 올라 가서 자라" 는 마스터 말도 기억 나고
"옷 벗고 자라" 는 마스터 말도 기억나고 그렇 습니다.
그 날 그렇게 잠이 든 꿈에 첫날 스테이지에서 봤던 그 여자 싱어가 나타 났습니다.
그 모텔방 그대로를 배경으로 저는 멀뚱히 그 자리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모텔 화장실에서 그 여자가 걸어 나오는 거예요.
저는 놀라움반, 반가움 반 이런 마음으로
"아….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하고 이런 저런 대화를 했습니다.
남녀가 처음 만나게 되면 통상적으로 하게 되는 대화를 했던 것 같아요.
"그 날 왜 처음 스테이지만 올라 오셨어요?" 라거나
"그런데 왜 노래는 안 하세요?" 라거나 이런 식 의 대화를 했던 것 같아요.
그녀는 말대답을 하지 않고 빙그레 웃으면서 고개를 끄떡 이거나 수줍게 웃는 등의 제스쳐를 취하는데 정말 너무 매력적 이더군요.
그렇게 저는 무언가 얘기를 하고 그녀는 옆에 앉아서 싱긋 웃으며 제 얘기를 계속 듣는 중에 갑자기 그녀가 저를 굉장히 의미심장한 느낌으로 쳐다 봅니다.
그러더니 얼굴을 제 쪽으로 스윽~~ 들이 미는 거예요.
그러면서 잠이 후닥 깼습니다.
일어나 보니 낮 열두시가 다 되가고 있더군요.
잠시 멍 했습니다.
'여긴 어디? 난누구?'
그리고 방금 이었던 일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갑니다.
꿈속에 모텔방도 너무 생생하게 현실적이고.
잠시 멍하게 있다가 정신을 추스리도 앉아 있다가 모텔에서 나가야 겠다는 생각에 옷을 찾는데
어라? 제가 옷을 다 벗고 있는 겁니다.
방에는 저 혼자 남아 있구요.
기억을 더듬어 봐도 분명 여자마스터와 결정적인 실수를 한 것도 없는데 왜 다 벗고 있을까? 이상하게 생각이 됩니다.
어쨋건 빨리 방에서 나가기 위해 옷을 찾는데
이게 뭐야?
아무리 뒤져도 제 속옷이 없는 거예요.
방안을 이잡듯 샅샅이 찾아 봐도 제 속옷이 안나 옵니다.
그래서 별수 있나요, 노 팬티 차림으로 집으로 갔죠.
별 생각 없이 집에 일단 갔다가 그 날 저녁에 다시 가게로 나갔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는데 웬일인지 다른 멤버들은 그냥 그려려니 하고 어제(오늘?) 일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하는 거예요.
보통 그런 상황이 됐으면 '어제 둘이 별일 없었냐?' 등의 짖궃은 말들이 오가야 정상인데 말이죠.
그려려니 하고 무대 올라가기 위해 제 마이크를 들고 무대 올라 가는데 마이크를 쥔손의 느낌이 이상해서 제 손을 쳐다보니
어라? 웬일로 제 오른쪽 엄지 손톱이 짧게 깍여져 있었습니다.
왼손을 보니 왼쪽 엄지 손톱도 깨끗이 깍여 있는 거예요.
다른 손톱들은 여전히 다 길고.
저는 엄지 손톱만 자른 기억 안나는데 좀 이상한 겁니다.
왜냐하면 그날 집에 갔다가 다시 나오려고 샤워를 하는데 한쪽 머리 카락이 조금 뭉텅하게 잘린 느낌이 들었거든요.
확실하지는 않은데 웬지 이상하게 머리카락이 비정상적으로 '잘려 나갔다는' 느낌 말이죠.
제가 엄지손톱이나 머리를 그렇게 자른적이 없어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냥 그려려니 했습니다.
내가 뭘 착각하고 있겠지 뭐, 라고 생각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 마스터도 그날 회식 이후로 저를 좀 데면데면 하는 듯한 느낌도 들고 말이죠.
뭔가 죄 지은 사람처럼.
암튼,
그 일은 그렇게 대충 넘어가고,
그날 일하는 중에 제 본팀에서 비즈니스가 됐으니 엑스트라 그만 뛰고 빨리 팀에 합류 하라는 마스터 형의 전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팀 여자 마스터한테 얘기를 했죠.
우리 팀이 새로 비즈니스가 돼서 더 못 나올 것 같다, 내 대타를 빨리 구했으면 좋을 것 같다 고 말하니 그럼 내일부터 나올 남자 싱어가 있으니 걱정 하지 말라는 겁니다.
뭐야? 남자 싱어가 있었는데 여태까지 안 불렀던 거야?
뭔가 기분이 찜찜 합니다.
그래도 표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저도 엑스트라 뛰는 동안 즐겁게 잘 일했으니 좋은 마음으로 잘 마무리 합니다.
대충 그날 일을 끝내고 제 마이크를 챙기고 사람들 하고 인사를 하고 있는데 여자 마스터가 잠시 룸으로 부르더군요.
저는 당연히 페이를 정산 하려는 줄 알고 룸으로 들어 갔습니다.
그런데 뜬금 없이 한다는 말이 페이를 계좌로 부쳐 줄 테니 제 인적사항을 좀 메모지에 적어 달라 더군요.
이게 좀 많이 이상하게 느껴 집니다.
밤무대에서 그런 일은 없거든요.
보통 엑스트라는 일페이로 현금 정산을 하거나 저처럼 조금 오래 했다면 다른 멤버들 처럼 월페이나 보름 페이로 같이 현금 정산을 받는게 원칙인데 계좌로 입금 하라는 말이 너무 찜찜 합니다.
거기다 인적 사항을 쓰라는게 더 이상 한거 예요.
그래서 제가 "좀 이상하네요? 인적 사항까지 써야 하나요?" 라고 말하니
여자 마스터가 말 합니다.
"이상하게 생각 하지 마시고 계시는 동안 너무 잘해 주셔서요 말씀 드린 것 보다 조금 더 드릴려고 그러는 거니까 걱정 하지 마시구요. 인적 사항 같은건 나중에 ***씨 팀 깨지면 저희 메인 싱어로 부르고 싶어서 남겨 두고 싶은 거예요" 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뭔가 말이 이상했지만 페이를 더 쳐준다는 말에 장구벌레 같은 단순함이 발동해서 또 헬렐레 적어 줍니다.
이름을 쓰고 있는데 옆에서 여자 마스터가 말을 겁니다.
"근데 ***씨 생일이 몇일 이세요?"
그래서 별 생각 없이 웃으면서 모월모일 이다 라고 말해주니 몇시에 태어났냐고 물어 봅니다.
별생각 없이 자시에 태어 났다고 말해 줬죠.
그러더니 저보고 제 이름 쓴곳 옆에 한문 이름을 써 달라는 거예요.
한문으로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 하다고.
"엥? 한문 이름이요?" 라는 황당한 표정으로 제가 말하자
"네 뭐 별건 아닌데 제 제일 친한 친구랑 이름이 비슷하셔서 혹시 친척 이신지 알아 볼까 하구요"
라고 말하 더군요.
그래서 또 그런가? 라는 마음에 한문으로 이름을 써 줄려고 펜을 종이 가까이 가져 가는 순간,
갑자기 누군가 제 뒤통수를 있는 힘껏 세게
'퍼억'
하고 내려치는 느낌이 납니다.
그리고 갑자기 전기에 감전 된듯이 온몸이 소름이 쫘악 올라 오더군요.
결국 3편 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