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무실 이야기 4. (완결)

hyundc 작성일 23.10.06 13: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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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실 우리는 우리가 봤던 게 착각이 아닐까? 하는 가정을 세우고 접근해 봤습니다.  

만일 귀신이라면 저희는 동일한 시간 동일한 장소에서 동시에 목격한 사람들이니까요.

일단 목격했던 인상착의는 둘이 똑 같습니다.

키 172~174 정도 남자, 회색 기지 바지, 청색 반팔 카라 셔츠.

 

혹시 엘리베이터를 착각 했느냐.

그럴리 없습니다.  

옆에 있던 2호기는 그때 B2층에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누가 들어가자 마자 천장 통로로 빠져 나간 게 아닐까?

엘리베이터 높이가 적어도 3미터는 됩니다.  

문이 닫혔다 열린 시간은 고작해야 3~4초 사이 였구요.  

잠깐 문이 열렸다 닫혔던 그 시간에 그렇게 높은 천장으로 빠져 나간다는 건 불가능 합니다.  

솔직히 그때 우리가 뭔가 착각했기를 바랬습니다 만,

아무리 따져봐도 그럴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이때 우리는 패닉에 빠졌는데 그 이유가 귀신이 너무 실체적이고 생생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귀신이면 귀신답게 소복도 좀 입어주고, 긴 머리도 좀 풀어 헤치고

아니면 홀로그램처럼 흐릿하게 보인다거나 뭔가 원한에 찬 표정도 지어주고 해야 하는데

그냥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과 구분 가지 않습니다.  

 

차를 타고 지하 주차장을 빠져 나오다 제가 똘이군 에게 말했습니다.  

 

"야, 이게 무서운 게 만일 우리가 본 게 귀신이면 살아있는 사람과 귀신을 어떻게 구별하냐?"

 

그때 저희 건물 앞, 사람 다니는 도로에 어떤 노인이 패팅을 입고 퍼질러 앉아 빵을 먹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 노인을 가르키며 말했습니다.  

 

"저 봐, 저 노인네가 사람이 아닐 수 도 있잖아? 안 그래?"  

 

그러자 똘이군이 노인을 쳐다 봤다가  갑자기 제 어깨를 덜컥 잡습니다.  

 

"사...사장님. 그런데 저 사람 이 더운 한여름에 왜 패딩을 입고 있을까요?"  

 

어?

 

진짜 그러네?

 

그때가 팔월 한여름 제일 더울때 였습니다.  

 

"으아.....시부럴꺼. 이게 뭐야. 혹시 넌 진짜 사람 맞냐?"  

 

제가 너스레를 떨자 똘이군이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러다 혼자 곰곰히 생각 하더니 뭔가 말 합니다.  

 

"사장님 그런데 이게 안 좋게만 생각할 건 아닌 거 같아요."

 

제가 의아해져 물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 왜 있잖아요. 가수들도 귀신보면 대박 난다 그래서 일부러 귀신보게 해 달라고 빈대잖아요.

아무래도 우리 사업이 대박날 징조 아닐까요?"

 

"그....그런가?"  

 

휴, 다행입니다.  

녀석이 이 건물 무섭다고 출근 못 하겠다고 하면 난감합니다.  

기왕 말 나온 김에 우리 맞은편 회사 박 사장님이 봤다는 귀신 얘기도 해줬습니다.

 

"야, 사실 너 놀랄까봐 말은 안 했는데 우리 맞은편 박 사장님네 있잖아. 거기 박 사장님도 자기 사무실에서 귀신 봤대.

밤에 혼자 사무실에 있다 화장실 다녀 왔는데 누가 자기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더래"

 

제가 그렇게 말하자 똘이군이 슬쩍 겁을 먹은듯한 표정입니다.  

 

"와, 진짜 무서웠겠어요. 자기 사무실에 모르는 사람이 앉아 있으면......"

 

"아니, 그게 저......모르는 사람은 아니라던데."

 

"그럼 아는 사람이 있었대요?"  

 

"아니 그것도 아닌데 그게 저......광수가 자기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더래."

 

제가 말하면서도 이게 뭔가 우스광스러운 기분이 듭니다.  

 

"네? 누구요? 광수요?"  

 

"어? 응 광수."

 

"그러니까 우리가 아는 런닝맨 광수요?"

 

말을 하는 중에도 똘이군 표정이 한심하다는 듯한 늬앙스를 풍기는게 느껴집니다.  

 

"그러게? 우...웃기지?"  

 

"하아.......런닝맨 광수요?"  

 

그만 물어봐라 이눔 자식아.

 

하여간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본, 혹은 똘이군과 같이 봤던 상황 중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짠지.

이게 지금 현실에 맞는 일인지 혼돈에 휩싸이게 됐습니다.  

 

 

아,  

 

이야기가 한 가지 더 남았네요.  

위 이야기한 시점에서 얼마되지 않았을 때 입니다.  

 

그 날 비도 오고 해서 낮에 제가 편의점에서 맥주 두캔을 사들고 사무실로 올라 갔습니다.  

똘이군에게 맥주나 한잔 하자고 하니 사무실에서 마시지 말고 옥상가서 마시자 더군요.

옥상 정원이 있는데 제법 잘 만들어져 운치가 있다고 해 같이 올라 갔습니다.  

우리는 옥상에 올라가 정자처럼 만들어 놓은 곳으로 갔습니다.  

 

옥상에 인조 잔디로 바닥재도 되어 있고 제법 정원처럼 꾸며 놨더군요.

정자 아래서 비를 피하며 맥주캔을 땃습니다.  

원래 사람이 없는건지 비가와서 사람이 없는건지 옥상에 똘이군과 나, 그 옆 쪽으로 있는 흡연공간 같은 곳이 있었는데

어떤 20대 처자 한명이 담배를 피고 있더군요.

스키니 진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고 머리는 어깨즈음에 겨우 닿는 정도 길이 였습니다.  

그 날 여름이어도 비가 쏟아 붓는 날이어서 제법 쌀쌀했습니다.  

 

어쨋거나 똘이군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어요.

그러다 여자가 담배를 다 피우고 일어나서 가더군요.

피가 퍼붓는데 뛰지도 않고 천천히 입구 문쪽으로 걸어가요.  

 

그러더니,

문으로 가지 않고 그냥 벽쪽으로 스윽 사라졌어요.  

ㅋㅋㅋㅋ.

그런거 있잖아요. 그냥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벽안으로 스윽 들어가는거.  

그걸 보자마자 똘이군은 말한마디 없이 잽싸게 문으로 먼저 튀었습니다.  

뭐 저도, 놀라서 억 소리 낼 틈 없이 그냥 냅다 튀었죠.  

 

그냥 이런 이야기 입니다.  

이번 이야기 쓰면서 다른 이야기까지 섞어서 가공을 해볼까 생각도 했는데 그냥 간단히 에피소드만 들려 드리는게 나을것 같습니다.  

 

이 얘기들 외 몇 가지 더 있는데 그 이야기까지 하자면 더 길어질 것 같아 그냥 마무리 합니다.  

이 이야기들은 올 여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야기 들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저는 그 사무실을 쓰고 있습니다.  

낮에는 특별히 무섭거나 그렇진 않은데, 똘이군과 저는 가능하면 어두워지기 전 사무실을 나갑니다.  

아무래도 밤에는 있지 못할 것 같습니다.  

 

돈 벌어서 사무실을 빨리 옮기던가, 귀신하고 계속 같이 놀던가 하겠죠 뭐.

아 참, 앞 사무실 박 대표님은 사무실을 뺏습니다.  

말도 하지않고 이사가서 귀신때문에 나갔는지는 모르겠네요.  

어느 날 보니 사무실이 비어 있더라구요.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엘리베이터에서 귀신 본 다음날 관리실 가서 혹시 엘리베이터 cctv 볼 수 있냐고 물어 봤었습니다.  

규정상 보여줄 수 없다면서 왜 그러냐고 묻더군요.  

그런데 이걸 귀신때문이라고 어떻게 말 합니까, 그냥 좀 궁금한 사람이 지나갔다고 눙쳤죠.  

안된다는 말을 듣고 돌아 서는데 관리실 안쪽에 앉아 있던 어떤 아주머니가 "어머, 저기 또 귀신 나왔다보다." 라고 옆자리 사람에게 작은 소리로 말하는건 똑똑히 들었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이 정도 입니다.  

아직 계속 사무실에서 생활하고 있으니 앞으로 어떤 일들이 생길지 모르겠네요.  

그런 일이 또 벌어지면 이 이야기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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