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의 여가수 4

hyundc 작성일 13.12.16 13: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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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여자 라뇨?"

라고 제가 당황 해서 물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생뚱 맞다거나 처음듣는 말인 듯한 느낌이 아니라 흐릿하게 알고는 있었는데

누군가 다시 한번 확인 시켜준 느낌, 그런 느낌 이었죠.

 

 

당황한 제 반응에 아랑곳 하고 않고 스님이 껄껄 웃으며 이야기 하더군요.

 

 

"처사 혹시 절 해봤소?"

"? 절이요? 아 물론……절 안해 본 사람이 어딨습니까?"

라고 얘기 하니 자기를 따라 오랍니다.

식은땀 삐질삐질 흘리며 들어가니 큰 염주를 하나 주더군요.

 

"여 지금 달린게 108개요. 절 한번 할 때 마다 하나씩 세면서 하면 까먹지 않고 108배 할수 있으니까

지금부터 시작 해요. 난 옆에 있을게" 라더군요.

 

처음에는 뭐 108배 쯤이야 신문에서 보니 너도나도 다 하더만

이라는 생각으로 시작 했습니다.

저는 108배를 하고 있고, 옆에서 스님은 목탁을 치면서 염불 같은걸 중얼중얼 거리고 있고.

 

108배가…………………….쉽지 않더군요. ;;; 젠장.

배땡기고, 다리 떙기고, 나중엔 너무 힘들어서 똥마렵…………………

 

나중에 들어 보니 절 하는 근육이 또 따로 있어서 처음 절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이 힘들다고 하더이다.

 

근데 이게 또 코메디인게 하다가 염주를 어디쯤 돌린지 몰라서 헤메고 헤메고 하다

에라 모르겠다, 나중에는 대충 몇 개 했겠지 라며 건너뛰고 뭐 그렇게 절을 마무리 했습니다.

정신이 다 혼미해 지더군요.

 

암튼 그렇게 절을 다하고 법당에 풀썩 주저 앉아 있는데 옆에서 염불을 외우시던 스님도

염불을 중단 하시더군요.

 

그러더니 대뜸 저를 쳐다보고

 

 

"됐소, 이제 가소" 라고 말 합니다.

 

? 이거 뭐 밑도 끝도 없이 가라니.

 

 

그래서 "? , 예 그그럼…..안녕히" 라고 얘기하며 나오다 깜박 생각이 나길래 지갑을 뒤졌더니

현금이 당시 한 8~9만원? 그정도 있더군요.

그래서 그걸 그 앞에 있던 불전함에 넣고 나왔습니다.

 

 

밖은 완전 깜깜해져 있고,

차까지 내려오는 산길이 무서워 후다닥 뛰어 내려와서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웬지 집으로 되돌아 가는 길의 마음이 허허 롭습니다.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집에 와서 옷을 갈아 입고 이것저것 하다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 놔….그 여자가 꿈에 또 나왔………………….

이 돌팔이 시키……………

내가 껄렁껄렁 다닐 때부터 알아봤다 내가.

아휴 돈 아까워.

 

 

 

그런데 그날 꿈은 다른 날과는 사뭇 조금 달랐습니다.

 

제가 저희 집 마루 소파에 앉아 있었고 그 여자가 나타나서 같이 놀고 있는데 역시나 뒤편에서

저희 외 할머니가 버럭 소리를 치십니다.

똑같이 그 여자는 도망을 가고,

평상시 라면 그 정도에서 잠이 깻겠죠.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게 멍하게 앉아 있는데 제 방에서 외할머니가 걸어 나오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계속 소리를 지르 십니다.

 

"망할년이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썩을년 같으니" 라는 오만 육두문자를 내 뱉으시면서

제 옆으로 걸어 나오시더군요.

 

저는 반가움 반 황당함 반

그 때 꿈속에서는 외 할머니가 돌아 가셨는데, 이런 자각 자체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거실로 걸어 나와 앉으 시더니 저를 부르 십니다.

 

"아이구 귀여운 내 새끼 일루 와 봐라" 라며 저에게 손짓을 하십니다.

 

저는 너무 반가워서 "할머니 집에 언제 와 계셨어요?" 라며 옆으로 다가갔더니 할머니는

제 얼굴을 연신 어루 만지시면서 눈물을 흘리 십니다.

 

"어휴 이 이쁜 놈이 언제 이렇게 많이 컷누"

라며 눈물을 흘리시며 웃으시는데 저도 가슴이 너무 뭉클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저에게도 외할머니가 아주 특별한 존재 셨거든요.

 

그러더니 "일루와 봐라" 라며  갑자기 제 손을 잡으시고는 제 어머니 방으로 들어 가십니다.

 

"저 문갑 서랍 함 한번 열어 봐라" 라고 말씀 하시는데,

 

그 문갑은 예전 제 어머니가 시집 오실 때 할머니가 쓰던 문갑을 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 외갓집이 나름 한소리 하던 집안이라 아주 고급 스럽게 만들어진 자개 문갑을 가지고 계셨는데

 

저희 모친이 시집오실 때 외할머니게 달라고 졸라서 들고 오셨던 문갑 이었습니다.

 

암튼, 문갑의 작은 서랍을 열었더니 은으로 된 반지 하나가 있더군요.

 

"앞으로 그거 꼭 끼고 댕겨라, 알았지?" 라고 말씀 하시더군요.

 

"나 반지 끼는거 싫어 하는데 이거 꼭 하고 다녀야 돼" 라고 묻자

 

"까불지 말고 그거 꼭 끼고 다녀라. 그리고 이제 그 일은 그만 해도 된다"

라고 밑도 끝도 없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 일이라니 할머니?"  궁금 해진 제가 물어 봤죠.

 

"아무튼 이제 그만 해도 된다. 그만하면 업 씻김은 다 끝난거라" 라고 말씀 하시더군요.

 

그때 제가 속으로 아니 지금 노래 부르는걸 이야기 하시나?

그런데 할머니가 그걸 어떻게 아시지?

 

라는 혼란 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가 봐야 이제 거기는 니 자리가 없을거다.  이제 너도 니 길 가야지" 라고 말씀 하시며

계속 제 얼굴을 쓰다듬으시더군요.

 

밑도 끝도 없는 얘기에 황망하긴 하지만 외할머니가 얼굴을 쓰다듬으며 웃으며 이야기 하시는데

마치 제가 초등학생으로 되돌아간 느낌이 나더군요.

 

추운 겨울에 밖에서 한참 뛰어놀다 집으로 들어가면 집에 계시던 외할머니가 제 얼굴을

그렇게 어루 만져 주셨 거든요.

 

 

 

"나는 이제 시간이 없어서 빨리 가야 된다. 그리고 ***야 나중에 시커먼 사람이 찾아오면

너는 절대 아무것도 모른다 그래라" 라고 말씀 하시더군요.

 

"? 누가 찾아와요? 시커먼게 뭔데?"

 

"아무튼 명심해라. 너는 절대 모른다고 딱 잡아 떼야 된다. 알았지? 어이구 내 새끼"

 

 그러다 잠이 확 깼습니다.

침대에 앉아 있다 화들짝 잠이 깻어요, 마치 경련이 와서 잠이 깨는 것 처럼 말이죠.

 

이게 꿈인지 뭔지 너무 생생해서 한동안 멍하게 침대에 앉아 있다가 어머니방 으로 들어가

외할머니가 말씀 하신 문갑의 서랍을 열어 봤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곳에 반지가 있더군요.

꿈에서는 하얗게 반짝반짝 하던 반지 였는데 마치 황동색 처럼 뻘겋게 변색 되어있는 반지가 하나 있습니다.

 

일단 그걸 꺼내 보니 은으로 만들어진 반지에 양각으로 알수 없는 무언가의 글씨가 써져 있더군요.

그걸 화장실로 들고가 칫솔에 치약을 묻혀 살살 닦아보니 다시 고유의 반짝반짝한 은색이 살아 나더군요.

반지가 원으로 이어져 있는게 아니라 끝이 떨어져 있어 크기를 조정 할수 있게 만들어진

반지라 손쉽게 제 손가락에 맞게 조정 할수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에 어머니게 여쭤보니 그 반지는 예전에 시집올 때 외할머니가 어머니게 주셨던 반지라고 하시더군요.

 

"너 끼고 다녀." 별로 신경 쓰시지 않고 간단하게 말씀 하십니다.

 

"그런데 여기 써있는 글씨는 뭐예요?" 라고 여쭤보자 그 글씨는 '옴바니반메홈' 이라는 글자 랍니다.

 

해석 하자면 '처음부터 끝까지 평탄하게 이루어지게 하나이다' 라는 뜻 이라고 하네요.

 

맞는지 틀린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당시 기억에는 그렇다는 군요.

 

그때부터 그 반지를 끼었습니다.

할머니 꿈 얘기는 모친에게 하지 않았죠.

그런 말씀 드려 봤자 혼만 날게 뻔하기 때문에.

 

그리고 꿈속에 외할머니가 해주신 말씀을 곱씹고 있었습니다.

 

내 갈길 가라는데 그럼 이제 무대 일을 그만 두고 다른 일을 찾아야 하나?

그래도 내가 남자 메인 싱어인데 그만 둔다고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기 시작 했습니다.

 

그때쯤 예전 직장에서 모시고 있던 사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예전 제 첫 직장에 제 사수 였는데 아주 친했었죠.  죽도 잘 맞았고.

 

"너 뭐하고 사냐?" 라고 묻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 제 번호는 아떻게 아셨어요?" 라고 물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지금 자기가 있는 회사에 들어와라 대우는 알아서 잘 해주마,

뭐 이런 대화를 나눴고 생각해 보겠다는 얘기를 한후 전화를 끊었습니다.

 

제가 밤무대 일을 시작 했던게 하던 사업 다 말아 먹고 자포자기 한 심정 이었을 때

 

'그래 이미 한번 꼬꾸라진거 이 참에 주류사회에서 한번 벗어나서 특이한 삶을 한번 경험해 보지 뭐'

라는 생각으로 어찌보면 삶의 일탈 같은 행동 이었습니다.

 

또 제 삶에 목표중 하나가 나중에 글쓰는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에

'젊었을 때 이런저런 경험도 해 보는거지 뭐' 라는 심정도 강했구요.

하긴, 그때 경험이 있으니까 인터넷에 이런 글도 싸질를수 있긴 하네요.

되고 싶던 글쟁이는 고사하고 전혀 원하지 않던 회사 경영자가 되어 있으니 삶이란 참 아이러니 합니다.

 

각설하고,

 

문제는 이미 그 상태에서 내가 발을 빼고 싶다고 발을 싹 빼기는 힘든 시점 이었습니다.

 

어쨋거나 저는 팀에 메인싱어 였고 어떻게 보면 메인 싱어는 팀의 얼굴이라 다음주면 다른 업소로

출근을 해야 하는데 메인 싱어를 함부로 바꾸기는 힘든 노릇이죠.

대부분의 팀 색깔은 그 팀 메인 싱어로 결정 되기 때문에 얼굴마담 같은 노릇도 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내린 결론이 서서히 일을 봐주다 새 업소에서 안정이 되면 그만 둔다고 말해야 겠다.

고 가닥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새 레퍼토리를 맞추는 연습 때문에 팀원들이 모이기로 약속이 되 있어서 이래 저래

나갈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때 마침 팀에 마스터 형님에게 전화가 울립니다.

 

별 생각 없이 약속 시간 확인 하려고 전화 했나? 라는 생각에 전화를 받으니 전화 건너편에서

 마스터 형님의 목소리가 흘러 나옵니다.

 

 

 

 

 

 

" 잘 쉬고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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