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시골 나이트클럽에서 생긴 일

MC레이제2 작성일 13.12.26 22:2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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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이니까 벌써 조금있으면 7년이 다 된 일이네요..

 

한창 대학1년 새내기때 아주 무더운 여름은 아니었고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시점쯤으로 기억이 나는걸 보니 6월 초순 정도였을 겁니다.

 

당시 시험도 끝났겠다 곧 방학을 하니 바다를 보러 가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저희는 공대 특성상(컴퓨터과) 여자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남자들끼리 다니는게 일이었고 그중 마음에 맞는 동기 두 놈과 차를 한대 빌려 충남 태안을 가기로 했습니다.

 

20살 남자 세명이서 계획을 세워봐야 얼마나 거창할 것이며 치밀했겠습니까?

 

그당시에도 네비게이션이 있긴 했지만 요즘처럼 스마트폰 길 안내라던가 실시간으로 길찾는 방법이 조금은 어려웠던 때라 결국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초행길이고 운전도 서툴며 막상 시내만 깔짝대고 몰고 다니다 나름 장거리를 운행하니 쉽지 않았던 겁니다.

 

초여름이라 해도 금방 떨어지고 이대로 가다간 더 길을 잃을까 싶어 그냥 대충 근처 동네라도 찾아서 들어가기로 합의를 보고 국도를 벗어나 이리저리 찾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웬걸.. 최초 계획을 세운 여름 해수욕장은 아니었지만, 나름 운치있는 노천 카페나 음식점,모텔, 유스호스텔 등이 밀집한 곳이 눈에 띄었습니다. 일단 그곳에서 방을 잡기로 하고 가장 허름하고 싸보이는 모텔에 차를 주차시킨뒤 방을 잡았습니다.

해가 제법 기울어 자세히는 확인 할 수 없었지만 근처에 작은 계곡을 낀 유원지 같은 곳이었습니다.

 

길을 잃는 바람에 최초 계획에는 어긋났지만, 어차피 초여름이라 비수기에 바다를 가도 사람도 많지 않았을게 뻔해서 20살에 친구들끼리 온 첫 여행에 대한 설레임에 만족했습니다. 가까운 가게에서 술이며 먹을거리를 사들고 밤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남자 세놈이서 참 재미없게 놀 쯤에 한 친구가 노래방을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돈도 좀 남았고 어차피 다음날이면 집으로 올라와 오래 머물지도 못할 것 같아 나머지 둘도 동의해 일단 나왔습니다. 확실히 비수기에 평일이라 사람이 많지 않았고 오히려 한산한 느낌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그때 갑자기 한 친구가 저쪽에 나이트가 있다며 손으로 가리켰고 젊은 혈기에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부킹에 대한 기대감과 노래방 보다는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곳을 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말이 나이트 클럽이지 도시에서 다니던 곳과는 확연히 다르며 그냥 도시에서는 구석진 동네에 있는 성인 나이트나 캬바레 분위기가 물씬나는 곳이었습니다.

 

저는 유독 다른 친구들에 비해 그곳이 참 마음에 들지 않았던걸로 기억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기 보다는 뭔가 꺼림칙하고 들어가기 싫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거죠.

 

아무튼 막상 가자고 합의는 봤지만 제가 좀 망설이는 것 같으니까 친구중 하나가 어차피 보고싶던 바다도 못보고 길도 잘못 들어서 기분도 잡쳤는데, 자기가 돈을 좀 더 써서 룸을 잡아주겠다는 겁니다..

룸이나 마나 홀에도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곳에서 룸을 잡는다는게 솔직히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기까지 했지만 저도 어릴때고 그냥 놀고싶은 마음이 더 커져서 따라 들어갔습니다.

 

지하를 따라 두어계단 내려가면 입구가 있고 출입문이 옛날 영화관 방음 출입문처럼 푹신푹신한 쿠션 같은게 붙어있는 여닫이 문이었습니다. 안에서는 뭔가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스테이지를 보니 두어 사람 춤 추고 있고 예상했듯이 그냥 아줌마, 아저씨가 몇 분 저 쪽 구석에 심하게 어두워 잘 보이지 않는 테이블 몇 명 정도가 다더라구요..

 

아니다 싶어 나가려던 찰나에 연세 지긋해 보이시는 웨이터 한 분이 저희를 잡는 겁니다.

 

뭐 평일이고 사람도 없는 것 같아도 아직 피크 시간이 아니며 가끔  s급한 젊은 여자들도 많이 찾는다며 저희를 일단 안심시키고 붙잡아 두려는 것 같았습니다. 그 분의 말을 100% 다 믿은 건 아니지만, 일단 겉보기보단 나름 내부 시설도 괜찮고 좀 이른감도 없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친구가 쏘겠다는 말에 저흰 그냥 룸을 잡아달라고 했습니다.

 

요즘 나이트를 잘 안다녀서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 때 당시 서울이나 경기 기준 나이트 룸은 양주에 기본 안주 셋팅해서 맥주 서비스로 20만원 가량 했을 때였습니다. 근데 15만원에 맞춰 주겠다는 겁니다...

많은 걸 바라고 간 건 아니었지만 그정도면 괜찮겠다 싶어 그냥 룸을 잡아 버렸죠..

 

들어갔는데  노래방 객실 하나 정도같은 곳이었습니다. 어차피 세명이라 넓은 곳은 필요없었지만, 그 나이 많아 보이시는 웨이터 분께 예의상이라도 팁을 좀 드릴테니 괜찮은 아가씨 있으면 부킹좀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드리고 저희끼리 노래방 온 것 마냥 몇 시간을 논 것 같았습니다.

 

슬슬 양주도 한잔, 두잔 세명이서 나눠마시니 양도 별로 없고 기대한 저희가 멍청했다는 생각에 몇 시간 더 놀고 그냥 숙소로 가서 잠이나 자려고 했습니다.. 그때....누군가 룸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겁니다.

처음엔 웨이터가 팁 받으러 왔다던가 부킹녀들을 꽂아주러 왔나보다 생각했는데 웨이터는 보이지 않고 웬 여자 두 명이 자연스럽게 마치 처음부터 들어오려고 준비라도 했다는 듯이 문을 쓰윽 열고 들어왔습니다.

 

근데 그 순간 제가 문이 열리면 바로 정면에서 볼 수 있는 가운데 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지금도 잊혀지질 않습니다.

그 하수구나 정화조 같은데 지나가면 나는 특유의 퀘퀘한 냄세가 그 둘이 들어옴과 동시에 확 풍겨져 들어왔는데 그게 그 나이트 자체적인 내부 냄세와는 또 다른 냄세였습니다. 진짜 기분더러운 냄세였습니다.

 

그렇다고 그 여자 둘이 심하게 못생겼거나 몰골이 더럽다거나 안씻고 다니게 생겼다거나 한 건 절대 아니었습니다.

침침한 룸 내부에서 봐도 그냥 심하게 예쁘지도 못생기지도 않은 20대 초,중반의 평범한 그또래 여자들 처럼 생겼었습니다.

화장도 그렇게 짙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민낯도 아닌 딱 평범 그 자체였죠

 

사실 남자 셋이 있는 룸에 여자가 두명 밖에 안 들어와 술김에 기분 더러워서 착각했을거라 생각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분명히 그 냄세는 정말 그 두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 확 풍겨져 들어왔습니다.

 

아무튼 저희 셋다 처음엔 좀 벙이 쪄있고 얼떨떨한게 웨이터가 그냥 룸 앞까지 끌고 바쁜일이 있어 가버렸구나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그래도 들어왔으니 예의상 술도 좀 따라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걸어보는 등 나름 노력을 했습니다.

 

근데 이 두 여자는 시종일관 첨 들어올때부터 무표정으로 일관하더니 자리에 앉아서도 저를 제외한 나머지 제 두 친구만 떠들어댈 뿐이지 주는 술만 홀짝홀짝 마시며 노래방 모니터 화면을 주시하고 있는 겁니다.

 

사실 남자들끼리 노는것 보다야 백번 괜찮은 일이었지만, 그렇게 대단히 내세울것도 없어보이는 여자들이 나가지도 않고 술만 축내고 있으니까 저희끼리도 슬슬 열이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냄세... 아 그 미친듯한 썩은내는 코가 마비될 정도로 더 심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차마 무슨 냄세 안나냐고 물어볼 수도 없고 일단 저는 화장실 가는 척하며 아예 자리를 피해버렸습니다.

나머지 친구놈들도 저랑 같은 생각이었는지 뭐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화장실로 피신 아닌 피신을 해버렸습니다.

 

그때 친구중 하나가 저를 따라 나오는게 보였습니다.

 

일단 서로 담배 한다 나눠 피면서 뭐 저런 촌x들이 다있냐 등등 시덥지도 않은 이야길 하다 냄세 이야기를 하는데

친구도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고 그 엿같은 냄세 때문에 머리가 다아프다며 그냥 술 몇잔 더 먹이고 내보내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룸을 들어갔는데.....

 

아까 들어와 있던 여자들은 온데간데 없고 남아있던 친구넘 하나가 뭔 노래방 모니터 화면에 바짝 다가서서 마이크에 다 대고 노래를 하는건지 뭔 이상한 주문을 외우는 건지 중얼중얼 거리는 겁니다.

 

저희는 그넘 한테 뭐하는 거냐며 붙잡았는데 갑자기 이넘이 개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겁니다..

정말 당황했죠 얼굴에 물도 부어보고 뺨도 때려보고 생 난리를 다 쳤습니다.. 진짜 무섭더라구요

제가 그러는 사이 친구 하나는 룸 밖으로 나가서 사람 불러오겠다며 나갔지 아까 냄세나는 x들은 어딨는지 보이지도 않지 그냥 막 미치기 일보직전이었습니다.

 

다행히 처음에 봤던 연세 좀 지긋해 보이시는 웨이터분이 달려오셔서 얼음으로 온 몸을 마사지 하듯이 비비고 자기 나름대로 뭔가 응급조치를 하는 것 처럼 하시더니 금새 친구가 뭔가 토하듯이 뱉어내고 핵핵 대며 안정을 찾는 것 같았습니다.

아저씨는 자신의 등에 업히고 나이트 내에 식당 옆 숙직도 하고 손님 없을때 잠깐 눈을 붙이는 용도로 마련한 작은 방이 있었는데 거기에 쓰러진 제 친구를 눕혔습니다. 다행히 큰 위험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았습니다.

진짜 그때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화장실에 같이 갔던 친구와 제가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서 있으니까 아저씨가 담배피냐고 물어보시고

조용히 밖으로 불러내시는 겁니다.

 

친구와 저는 진짜 이게 뭔 일인가 싶고 참 어이가 없어서 일단 담배한대 피우며 진정한 후 아까 그 여자들과 있었던 일을 대충 일목요연하지 못하게 늘어놓고 물었습니다. 그 여자들 누구며 저희 친구한테 무슨 이상한 짓 하고 도망간것 아니냐 등등..

근데 담배를 한참 태우시며 듣고만 계시던 웨이터 아저씨가 사색이 되시더니

자긴 절대 그런 아가씨들을 들여보낸적이 없다는 겁니다.... 근데 그 표정이 뭔가 좀 많이 놀랐다는 듯한 표정이었고 기분 탓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애써 감추려고 발뺌하려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솔직히 멀리서 온 젊은 친구들한테는 미안한데, 아깐 술 한병이라도 더 팔아볼 요량으로 헛소리 한거고 이런 비수기에 평일은 아무리 피크타임이라도 그런 젊은 아가씨들은 눈을 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는 겁니다..

순간적으로 친구랑 저는 또 뭔가 싶었죠..

 

진짜 거기 더 오래 있다간 정말 뭔 재수없는 일을 더 당할지 몰라 그냥 방에 누워있던 친구 들쳐업고 무작정 도망치듯 빠져 나왔습니다.

 

그 웨이터 아저씨 별 말 않고 그냥 나이트 입구에서 저희를 지켜보고만 있었구요

 

그러고 숙소로 와서 대충 이래저래 시간 떼우니 날이 밝았고 기절했던 친구놈에게 우리가 화장실 간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았는데 이놈이 대관절 무슨 말도 하질 않는 겁니다..

그냥 꿀먹은 벙어리마냥 식은 땀만 삐질삐질 흘리면서 빨리 올라가자는 이야기만 할뿐이요..

 

결국은 그럼 일단 정신도 없고 참 여기 더 있기 재수없다며 차를 몰고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기절했던 친구는 한마디 말도 안하고 멍하니 차 창밖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일단 서로 각자 집으로 돌아가고 날을 잡아 소주라도 한잔하자며 약속이라도 한 것 처럼 조용히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기절한 친구만 유독 저와 나머지 친구는 물론 학과 동기 및 선,후배들도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날 좀 충격을 받아서 그런가보다 하고 진짜 그땐 철도 없었거니와 20살 어린 나이에 대수롭지 않게 넘거버렸습니다.

그러는 사이 개학시즌이 왔고  강의를 들으러 학교에 갔는데 기절한 친구놈이 일주일 가량 학교를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알게됐죠...

 

그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친구가 자신의 방에서 목을 메 죽었다는 사실을요..

 

그 친구 부모님께서는 자살한 자식 뭔 자랑이냐며 외부에 일체 알리지 않으셨고 개강 일주일이 지나서야 평소 친하게 지내던 학과 조교형에게 어렵게 듣게 된겁니다..

장례식도 간소하게 대충 치르고 끝내 하는줄도 몰랐던 겁니다.. 연락은 물론 전혀 받지도 못했구요

 

아닌말로 지금도 가끔 그때 생각을 하며 후회되는게 그날 그 친구를 그렇게 방치할게 아니라 무슨일이 있었어도 자초지종을 제대로 알고 그 나이트 웨이터에게 전,후 사정을 제대로 전해 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듭니다.

 

솔직히 그 일과 친구의 자살이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그 어떤 물증도 없고 저희가 모르는 다른 힘든 일이 그 친구를 압박하고 있었을지는 정말 확신할 수 없지만, 그 죽은 친구를 제외한 저와 남은 한 친구는 요즘도 가끔 만나 술잔을 기울이는데 암묵적으로 그때 그 일이 그 친구를 죽음으로 몰았으며 그 재수없는 x들이 뭔가 친구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심증이 있습니다...

군대가기 전 남아있던 친구와 저는 정말 용기를내 다시 그곳을 찾아가 웨이터를 만나볼까도 생각해봤지만, 그때 길을 잃고 우연히 찾은 곳이고 무엇보다.. 도저히 다시 그곳을 찾아갈 엄두가 나지 않아 몇번 시도만 해보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27살을 앞둔 7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친구의 죽음은 아직도 저와 남은 친구에겐 적잖은 충격이며 그 날 있었던 일은 미스테리 그 자체입니다... 그때 친구는 무엇때문에 입에 거품까지 물고 기절했던 것이며 그 여자 둘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두서없이 길고 재미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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