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지인의 실화입니다.
편의상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하겠습니다.
난 20대 중반 때 서울 변두리의 한 마케팅 업체에서 잠깐 일했었어
말이 업체고 회사지 직원이라곤 나 포함 달랑 세명이었고 급여가 많다거나 일이 전문적인 수준도 아니라 뭔가 회사라고 하기엔 상당히 열악한 체계였지 대표란 사람은 업무 특성상 맨날 어디 외부 미팅이 잡혔다며 사무실에 있는 날은 거의 없이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았고..
무엇보다 근무환경이 아주 최악이었어 사무실이 반지하에 위치했기 때문인데 솔직히 처음 면접보고 합격 연락 받았을 때도 그냥 안가려고 했어 다른 무엇보다 반지하라는 근무환경이 너무 싫었거든...
일단 여름이라 가뜩이나 찝찝한데 습하며 환기가 잘 안되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반지하 공간은 별 보도 듣도 못한 벌레며 심지어 쥐가 돌아다니는 경우가 있어서.. 깔끔떠는 내 성격상 도저히 적응할수가 없는 환경이었어
근데 어쩌겠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당장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던터라 다른 곳에서 연락도 없고 그냥 울며겨자먹기로 일을 시작했어 하지만 그때 아무리 상황이 궁했어도 거기서 일하는 게 아니었어...
열악한 환경이 문제가 아니라 이후 벌어진 내 생에 가장 무섭고 끔찍한 경험 때문이야 앞서도 말했지만 사무실엔 직원이 나 포함 세명이었는데 나머지 둘은 여자였어~ 나보다 먼저 일을 했으니 선배격이었지만 서로 일적인 부분 이외에는 별다른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았고 그냥 딱 업무시간 끝나면 땡하고 퇴근하는 분위기라 이 사람들하고 친해질 계기랄것도 것도 없고 그냥 비즈니스 동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
문제의 사건은 일어난 날... 그날도 여직원 둘은 일을 마치자마자 도망치듯 사무실을 빠져나갔어
나도 뭐 애사심 따위 없었고 오래 다닐 마음도 아니었기 때문에 여직원들 나가면 바로 정리하고 퇴근하곤 했는데 희한하게 그날 따라 일과중에 일을 다 못 처리하는 상황이 벌어지더라고 그래서 결국은 입사 후 처음으로 야근이란 걸 하게 됐어 일종의 잔업이었지
잔업을 한 지 한 1시간쯤 지났나?
한참 일하다가 몸이 뻐근해서 기지개를 켜고 담배나 한 대 필겸 사무실엔 나 혼자밖에 없겠다, 나가기도 귀찮아서
사무실 창문(안에서 보면 사람 발목 정도만 보이는 높이의 창문이 나 있었어)을 열고 담배를 하나 꺼내 물어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고 하는데 그런 느낌 있잖아...
누가 나를 쳐다보는 느낌.... 내가 직접 보진 않아도 내쪽으로 향하는 시선을 감지하는거.. 아무튼 그런게 느껴지더라고 이상하게 머리가 쭈뼛서면서 등골이 서늘한게 오싹한거야..
순간적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려다 말고 무심코 그 창문쪽을 쳐다봤지 후.. 차라리 그 때 그 창문쪽을 보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그곳을 쳐다보던 난 얼마후 그대로 기절했고 다음날 눈을 떴는데 근처 병원이었어
내가 깨니까 옆에 사장이 서 있었는데 아마 연락을 받고 온 것 같더라 근데 난 일어나자마자 사장한테 막 따지듯 물어봤지 도대체 그것들 뭐냐고...
그랬더니 사장이 엄청 당황스러워 하는게 역력하더라고~
어떻게 된거냐고?
그날 내가 왜 그 창문을 보고 기절했을 것 같에? 그리고 사장한테 따지듯 '그것들' 뭐냐고 물어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지금부터 그날 그 망할놈의 기억을 더듬어서 내가 기절하기 직전 상황과 그 뒷 이야기를 설명해줄게
시점은 내가 담배에 불을 붙이려다 창문쪽을 쳐다봤을 때 부터야 정신을 잃기 직전 기억이 딱 그 직후까지 였거든
창문쪽을 쳐다보는데 뭔가 희끄무레한 동그란 거 두 개가 둥둥 떠 있는거야
초저녁이고 말했듯 사람 발목정도만 보이는 공간이라 처음엔 근처사는 애들이 공놀이를 하다 공을 떨궜나 싶더라고 근데 썅... 이 두 개의 동그란게 서서히 사람 모습처럼 보이는거야
그리고 그건 분명!!!! 핏발이 선 창백한 피부에 머리는 산발해가지고선 눈에 초점도 없고 입은 헤벌레 벌리고는 웃고 있는 두 여직원의 얼굴이었어 여기까지만 놓고보면 뭐 엎드리거나 낮은 자세를 취하고 두 사람이 나한테 장난을 쳤다고 가정할 수 있는데...
그건 도저히 말이 안되는게 그 공간은 사람 하나 들어가면 그냥 딱 그자세 그대로 발목정도만 보일 뿐이지 서 있는것 조차 버거울 정도로 아주 비좁은 곳이어서 그 안에서 엎드리거나 심지어 쪼그려 앉는 것 조차 불가능해...
더군다나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 친구들과 난 일적인 것 외엔 사소한 농담조차 나누는 사이도 아니었거니와 더더욱 그런 장난을 칠 이유도 없었지...
그리고 기억을 잃는 와중에도 정확히 기억했던건 몸통도 없고 얼굴 두개만 딱 그 창문 높이에 맞춰서 둥둥 떠 있었다니까...
재수없고 기묘한 몰골과 웃음을 지으면서....
그리고 더 기가막힌건 뭔지 알아?
그 순간 내가 기절했던건 아마 나도 모르는 어떤 '촉' 같은게 발동해서 였나봐
병원에서 눈 뜬 순간 따지듯이 물으니까 사장이 왜 나를 보며 당황했을 것 같에?
사실 내가 일하던 그곳에 여직원은 없었어... 두 달 동안 난 얼빠진 X 마냥 같이 일하는 여직원 둘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일을 했던거지(물론 있다고 믿을 수 밖에 없었지 내 눈엔 존재했으니까...)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사장도 나도 서로 그 부분에 대해서 이이기를 나눈 기억이 없어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서로의 기억이 달랐던 것 같아
사장은 면접때 회사 인원이 없으니 당분간 혼자 일을 할 거라고 분명히 말을 했대 근데 내시점에선 전혀 그런 언급이 없었어...
이후 외근이 잦은 사장과 크게 마주할 일이 없었고 그렇게 난 나대로 여직원들이 있는 상황에서 일을 했고 사장은 사장대로 그냥 나 혼자 성실히 일하고 있다는 생각에 맡겨두고 밖을 돌아다녔던 거더라고...
진짜 어이가 없지? 그럼 둘 중에 하나겠지 내가 정신이 잠깐 나갔었거나 사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었거나...
거짓말은 아니었어 사장은 진짜 그런줄 알았나봐 근데 결론적으로 나도 미친건 아니었지...
당혹스러워 하다 어렵게 말을 꺼낸 사장의 이야기를 듣고 어느 정도 감이 잡혔어
사실 한 5년 전 원래 그 회사 사무실은 지상에 위치했었고 처음에 여직원 둘을 채용해 사업을 꾸렸었대 나름 일도 잘하고 성실해서 오래 두고 쓰려고 사정이 딱한 이 친구들을 위해 숙식도 제공해주고 그랬나봐...
근데 이게 좀 화근이었던게 밤에 회사에서 자다가 건물에 화재가 나서 둘 다 질식사 했대~
그런 일을 겪어서 그런지 그 후 사장의 사업은 희한하게 내리막길을 걸었고 결국 여차저차 그 당시 사무실까지 흘러
들어갔었던가봐..
그나마 운영이 좀 나아지면서 혼자 하기 버거운 찰나에 나를 고용했던 것 같은데 난데 없이 그런일이 일어났고 또 사전에 나한테 이야기 한적도 없는데 여직원 운운하면서 따져물으니까 이 사람도 당황스럽고 꺼림칙하고 뭐 그랬겠지...
이후 난 당연히 그곳을 나왔고 지금까지 사장이나 회사에 대해 들은건 없어
하..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떠오르는 거지만 그날 그 사건을 겪기 전까지 진짜 사람같았던 그것들의 정체는 뭐였을까?
진짜 사장이 데리고 있다 죽은 전 직원들의 망령이었을까?
솔직히 난 그 창문밖 그것들의 모습도 괴기스럽고 무서웠지만 두 달 간 정말이지 사람처럼 일하고 말하고 행동했던 그 의문의 정체들과 상황이 지금 생각하면 더 오싹했던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