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었을까? 귀신이었을까?

MC레이제2 작성일 18.07.20 1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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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무섭지 않고 짧은 이야기인데 무려 14년이 지난 지금도

 

저로썬 참 미스테리하고 소름끼치는 일로 남아 이렇게 적어봅니다.

 

지난 2004년 여름 당시 고1이었던 저는 자정에서 새벽1시로 넘어가는 시간,

갑자기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져 집 앞 슈퍼로 나섰습니다.

 

아이스크림 몇 개를 사고 슈퍼를 나와 다시 저희 아파트 방향으로 걷는데, 아파트 화단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 밖에서 보면 아파트 각 세대의 베란다들이 보이고 1층 쪽은 나무랑 잡풀들이 우거진... 대충 설명드리자면 그런 구조가 이 슈퍼에서 나오면 바로 보입니다.

 

평소엔 잘 쳐다보지도 않는 곳인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그 쪽으로 시선이 향하는 겁니다.

 

근데 바로 그 순간 제 눈에 좀 희한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좀 오래된 일이라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대충 20대 초~중반에 긴 생머리, 나시형태로 된 보라색 원피스를 입은 어떤 여자가 1층 베란다와 베란다 사이 엘리베이터 홈에 바짝 붙어서 저를 쳐다보고 있는겁니다.

 

여기서 엘리베이터 홈이란 보통 가운데 엘리베이터를 기점으로 양 옆에 세대가 입주해 있는 형태 아파트가 있는데 이게 아파트 외관에서 보면 엘리베이터가 위치한 부분이 쑥 들어가 있는곳이 많습니다.

바로 그 부분을 설명드린 것입니다.

 

아무튼 여자는 그냥 말 그대로 무슨 숨바꼭질 하는 아이가 들키지 않기 위해 벽에 딱 달라붙어 있듯이 태연한 표정으로 그렇게 서서는 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로 제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눈동자만 굴리며 계속 제게 시선을 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실 그 여자를 지나치는 그 순간엔 아무런 감흥이 없었습니다.

 

근데 그렇게 지나치고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이상했던게 그 시간에 그런 장소에서 혼자 있는 것도 그랬지만 쫓기는 사람처럼 벽에 딱 달라 붙어서는 미동도 없이 눈길만 주던 모습이 왠지 너무 소름끼치더라고요...

 

그냥 저 혼자만의 단순한 착각일 수 있고 저처럼 밤잠을 못 이루다가 산책을 나왔을 수 있지만 그냥 제 기준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인건 분명했습니다..

 

산책이라면 바로 옆에 공터도 있고 주변에 공원도 많았는데 굳이 낮에도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장소에

그렇게 서 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죠..

 

결정적으로 전 흔히 '귀기'를 느낀다거나 무언가를 잘 보고 그러지 않습니다.. 살면서 가위에 눌린적도 손에 꼽을 정도고요... 지금도 마찬가지죠~

 

근데 뭐랄까.. 그 순간에 직감하지 못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딱 눈이 마주치는 순간 일반적인 사람과는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았습니다.

 

소름이라고까지 표현할 정도는 아닌데... 아무튼 아주 이상한 기분이었습니다.

 

그 일 이후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본 여성분이 물론 사람이 확률이 더 높았겠지만.. 만약 귀신이었다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피칠갑을 하고 머리를 풀어헤친채 하얀 소복을 입은 정형화된 귀신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하는 도중 그냥 무심코 지나친 사람 중 하나가 어쩌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뭐 그런 말도 안되는 상상말이죠...

 

그리고 여담이지만 이 아파트에서 사는 동안 이 일 외에도 아파트 앞 놀이터 그네가 사람도 없고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날 혼자 왔다갔다 한다던가 하는 장면을 종종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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