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커다란 뱀을 물리친 소녀 이기

자뭅 작성일 14.10.20 14: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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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월국東越國민중군뙤中郡*에 있는 용령庸嶺이라는 고개는 높이가 수십 리나되었다. 

그 서북쪽의 움푹 팬 곳에는 커다란 뱀이 살고 있었다. 
그 뱀의 길이는 칠팔 길에 굵기가 십여 아름이나 되어 그 크기만으로도 사람들이 항상 두렵게 여기고 있었다. 
동야도위東冶都尉와 그가 다스리는 성의 아전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그 뱀에게 잡아먹혔는데, 소와 양으로 제사를 지내면 그 화를 면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뱀은 사람들의 꿈과 무당의 입을 빌려 열두세 살 정도의 계집아이를 먹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도위와 영장들은 걱정이 태산과 같았다. 그러나뱀의 횡포는 그치지 않았다.
그래서 모두가 나서서 남의 집에 사는 하녀나 죄인의 딸을 데려와 기른 뒤에 8월 초에 제물을 바칠 때 그 계집아이를 뱀이 사는 굴에 넣어줄 수밖에 없었다. 
러면 뱀이 기어 나와 집어삼키는 것이었다. 이러한 일이 해마다 계속되어 벌써 아홉 명의 계집아이가 희생되었다.



그해에도 미리 제물로 바쳐질 계집아이를 모집하였으나 더 이상 구할 대상이없었다. 
한편 장락현將?縣의 이탄?誕이라는 사람의 집에는 딸만 여섯이 있고 아들이 없었다. 
그 집 막내딸의 이름이 기寄였는데, 이기가 모집에 응하고자 하였다. 그렇지만 부모가 그 말을 들어줄 리 없었다. 

그러자 이기가 설득하였다. “부모님께서는 좋은 상을 타고나지 못하셔서 딸만 여섯을 두었고, 아들은 한 명도 없습니다. 딸이란 비록 있다고 해도 자식이 아닌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딸로서 제영처럼 아버지를 구제해낼 공도 없고 아직 나이도 어려 능히 공양해 드리지도 못하면서 그저 밥과 옷이나 축내고 있습니다. 살아 있다 해도 부모님께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니 일찍 죽는 것만 못합니다. 그러니 이 몸을 희생하여 작은돈이나마 생긴다면 그것으로 부모님을 공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어찌 훌륭한 일이 아니겠습니까?”부모는 이를 불쌍히 여기며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기는 몰래 집을 빠져나가 사라져버렸다. 그녀의 가족들도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  ???? 제영은 한漢나라 문제文帝때 무고를 당한 아버지를 대신하여 노비가 되겠다고 자청하였던 효녀이다. 제영이 잘못을 고칠 기회를 주지 않고 장애인으로 만드는 육형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요청하자 황제는 그녀의효성에 감동하여 부친의 죄를 사면했을 뿐만 아니라 대신들과 상의하여 육형 대신 장형을 새로 만들었다.



이기는 좋은 검과 뱀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개를 한 마리 준비해달라고 하였다.
그리고 8월 초가 되자, 뱀이 사는 굴 앞의 사당으로 갔다. 
이기는 검을 몸에 숨기고 개를 데리고 먼저 쌀떡 수십 개를 조청을 발라 굴 앞에 놓았다.
드디어 뱀이 나타났는데 머리는 큰 곡식 창고만큼 컸고 눈은 두 자쯤 되는 거울만 하였다. 
뱀은 쌀떡에서 나는 냄새를 맡고서 먼저 떡부터 먹어치웠다.
이기가 때를 놓치지 않고 개를 풀어놓자 개가 뱀에게 달려들어 물고 늘어졌다.



이기는 뱀의 뒤로 가서 칼로 마구 찔렀다. 뱀은 온몸을 뒤틀며 날뛰더니 사당의마당에 굴러 나와 죽어버렸다.

이기가 굴 안을 들여다보았더니 이미 죽은 아홉 명의 계집아이 뼈가 남아 있었다. 
이를 모두 거두어 나온 이기가 고함을 쳤다.


“그대들은 겁도 많고 약하였구나. 뱀에게 물려 밥이 되다니. 슬프고 불쌍하도다.”
그러고는 느릿느릿 걸어서 되돌아왔다.


월왕越王이 이를 듣고 이기를 왕후로 삼았고, 이기의 아버지를 장락령將?令으로 임명하였으며, 어머니와 언니들에게도 모두 상을 내렸다.

이로부터 동야東冶에는 더 이상 뱀과 같은 요사스런 물건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기를 칭송하는 노래가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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