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asiastoryroad.com/story200/k-0028.pdf 죽음은 왜 보이지 않는가(죽음의 사자가 자기 일에 전념할 수 있게 된 계기) 영문제목 Why death is invisible 혹은The Woodcuter and Death *비슈누(Visnu): 브라만, 시바와 더불어 힌두 최고 3대신 중 한 명. 유지의 신. 고타마 붓다, 라마, 크리슈나 등도 비슈누의 화신이다.
■ 가난한 구룽족 노인이 있었는데, 숲에서 나무를 해다 팔아서 근근이 살아갔다. 어느 날 마른 땔감을 한 지게 해서 집으로 돌아오던 중 너무 힘이 들어 물을 마시려고 잠시 쉬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벗어놓은 지게를 다시 지려고 하니까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의 가슴은 장작을 덜어내야 한다는 생각에 쿵쿵거렸다. 노인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중얼거렸다. “우리 같은 사람은 어떻게 살라고 이러는지, 참. 죽음도 우리를 데려가지 않으니..” 그는 그 자리에 망연자실해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나타나서 물었다. “왜 나를 부르느냐?” 난생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노인은 깜작 놀라서 부른 적 없다고 대답했다. 낯선 이는 깔깔 웃으며 말했다. “나는 ‘죽음’이야. 네가 좀 전에 나를 부르지 않았느냐?” 그는 자기가 생명이 다 끝나가는 사람을 찾아가는지 한 번 보라고 하면서 노인에게 다 죽어가면서 숨을 헐떡거리는 어떤 여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죽음이 그 여자에게 돌을 던지자 여인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노인은 평정을 되찾고 죽음에게 자신은 그저 지게를 들어달라고 부른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죽음은 기꺼이 도와주었다. 죽음이 떠나기 전 노인은 자기가 앞으로 얼마나 더 살 것 같냐고 물었다. “5년.” 노인은 집에 가서 도끼를 들고 다시 숲으로 갔다. 그는 씨말나무를 골라 그 안에 구멍을 냈다. 그리고 속을 파낸 다음 몇 층짜리 집을 짓기 시작했다. 한 터럭 바람도 들어오지 못하게 짓는 데 꼬박 5년이 걸렸다. 그러자 죽음이 그의 집으로 다시 찾아왔다. 노인은 죽음에게 자기가 만든 걸 한 번 보고 나서 자기를 데려가라고 말했다. 죽음이 동의하자 노인은 죽음을 숲으로 데려가서 나무로 만든 집을 보여 주었다. 우선 제일 꼭대기 층부터 보여주는데, 죽음이 현란한 실내 장식에 놀라는 눈치였다. 노인은 그새 잠깐 볼일 좀 보고 오겠다며 밖으로 나가 문을 잠가버렸다. 그런 다음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 그때부터 세상에는 죽는 사람이 없어졌다. 생물이 늘어나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먹을 게 부족해지고 기아가 횡행했다. 신들은 경악했다. 머리를 맞대고 상의했지만 이 심각한 상황이 어디서 비롯한 것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생명의 유지자 비슈누를 찾아갔다. 신들의 신 비슈누는 싱긋 웃더니 자기가 모든 것을 원상대로 돌려놓겠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으로 변장하고 그 구룽족 노인의 집을 찾아갔다. 비슈누는 잔뜩 주름이 진 그 구룽족 노인에게 사는 게 지겹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살아서 뭣해요? 나는 더 살고 싶은 욕심에 죽음을 가둬버렸는데, 아무도 나를 찾아와서 죽음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오.”하고 대답했다. 노인은 괴로운 표정이었다. 비슈누는 그를 동정했다. 그래서 그에게 힘을 주어 함께 죽음을 찾아 나섰다. 노인은 새로 얻은 힘에 행복했다. 숲에 가서 그는 나무집의 문을 열어주었다. 죽음은 벌써 다 죽을 만큼 늙어서 호호백발이 된 상태였다. 그는 잠이 들어 있었다. 비슈누가 그의 카만달루에서 성수를 꺼내어 뿌렸다. 죽음은 그제야 의식을 되찾았다. 그는 울부짖었다. “오, 신이시여. 나는 생명을 유지시킬 목적이라면 어떤 짐이라도 지겠습니다만, 이건 아닙니다. 이 짓은 죽어도 못하겠어요.”
비슈누는 불쌍한 죽음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왜 용기를 잃었느냐? 생명이 지속되는 한 누구든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하는 법!” 죽음은 그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비슈누는 그의 처지를 동정하여 다시 물었다. “은퇴를 하는 대신, 네가 일을 하는 데 꼭 필요한 게 뭔지 말해 보거라.” 죽음은 가만히 생각하더니 깊은 숨을 몰아쉬면서 말했다. “내 모습이 보여서 이 지경까지 온 겁니다. 그러니 내가 세상을 보되, 세상은 나를 보지 못하도록 만들어주세요.” 비슈누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때부터 죽음이 우리 곁에 다가와도 우리는 그 죽음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