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어스름이 나지막히 내려앉은 저녁노을의 가을들판사이로 웅성웅성 모인 많은 사람들은 제각기 알수없는 형언할수없는 눈빛을 교차하며 갈대숲사이 창백하게 식은 육체의 시신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모두가 처음부터 이런 비극적 결말의 서곡을 알지못한체 잘못된 오해와 편견의 실타래가 엉키고 엉켜서 주체할수없는 분노는 광기의 강물이되어 흘러넘쳐버리는 시커먼 물살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파헤치는 비극의 실마리는 전혀 뜻하지않는 작은사건으로 시작되었다.
작은 시골의 한적한 마을은 가끔식 오밤중 사람의 인기척 소리와 함께 두서없는 발걸음이 종종울려퍼지곤 했는데 이런 밤일수록 사람들은 출입을 삼가하고 특히 아이들 단속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을 종종볼수있었다.
지금으로치면 나병인 문둥병환자는 언제나 공포의 대상이었고 특히 어린아이들 납치해서 몰래먹는다는 풍설은 가뜩이나 기피대상인 이들에게 마치 하늘이 내린 형벌을 짊어지고가는 죄인아닌 죄인취급과 차별은 이미 그 정도를 넘어서고있었고 이러한 이유로 나병환자들이 낮에 돌아다니는것은 상상도 할수없었다.
유일하게 그들이 외출하는 저녁 깊은밤은 암묵적인 통금이었고 어느순간부터 작은발자국 하나가 늘어난것을 알아채는 사람은 없었고 그것이 이들이 그 끝을알수없는 파국을 향해가는 출발점이었음을 알지못했다.
어린내가 처음 그 소년을 마주친것은 강둑에서 한창멀리 떨어진 들판 그곳에서 가시덤불과 한차례 사투를벌인덕분에 크고작은 생체기로 온몸이 긁히고 찢어진상처로 만신창이로 주저앉은 나를 한움쿰쑥을 찧어서 발라주며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하던 첫인상은 참 시끄러운녀석이다, 라는 감상을 준것이다.
그렇게 한동안 그 들판에서 우연히 마주친 그 시끄러운녀석과의 만남은 그리길지못했는데 때마침 불어닺친 늦가을의 세찬비바람속에 작은동네는 마을이장의 손자가 사라지면서 일각에 전운이 감도는 비상사태속에 다짜고짜 다리밑 판자촌으로 붉게충혈된 마을어른들이 손전등과 낫을 손에쥔체 다가서고있었다.
당시 오갈곳이없는 넝마꾼과 나병환자서너명이 모여있던 그곳은 양쪽이 서로 불안한 눈빛을 교차하며 선뜻 다가서지못한체 머뭇거리는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야 이장과 마을사람들은 조용히 그곳을 벗어나 돌아가버렸다.
하지만 아무말도없는 긴장감속에 그렇게 불안한 이튿날이 지나고 아직도 의심의 눈을 거두지못한 탁탁한 공기만 흘렀다.
다리근처 농지는 마을에서도 그 소출이많고 비옥한대지로 최고의 땅임에도 하필 그 근처다리에 자리잡은 넝마쟁이와 나병환자들로 기피대상이자 모두꺼려하는 장소로 계륵과같은 모호한 위치를 점하고있었다.
하지만 우연찮게도 그 농지의 소유주인 최노인의 입에서 모두를 당황하게만드는 경악스런 진상이 밝혀진다.
그 다리에서 이장손자의 신발로 보이는것을 보았고 평소 낮에 불을피우거나 외출을하지않는데 요 근래 계속해서 다리밑 아궁이의 연기가 피어오르는것을 보았다는말에 마을은 분노와 광기에 사라잡힌 불나방떼처럼 낫과 삽, 곡갱이를 손에 쥔체 바쁜걸음으로 그 다리밑으로 향했다.
칠흑같은 깜깜한 어둠속 붉게상기된 충혈된눈으로 주위를 번뜩거리며 아무말도없이 멈춰선체 묵묵히 노란불꽃을 끓임없이 토해내는 다리밑판자촌을 둘러싼 사람들의 손에는 세상 그어디곳보다 빨간 선홍빛핏물이 깊게스며들고 있었다.
불이나자 뛰쳐나온 사람들은 이미 기다린듯 자신들의 둘러싼 수많은 동네사람들의 손에 쥐여진 연장과 광기어린 학살속에 속절없이 차디찬바닥에 쓰러져갔다.
작은시골에서 일어난 판자촌의 불과 사건은 사람이하의 존재로 여겨지던 당시상황속에 아궁이에서 일은불이 번져서 그곳에갇힌 사람전원이 불타죽은것으로 마무리되면서 일단락되는듯했다.
마치없었던일처럼 차갑게 내려앉은 광기의 침묵이 폭풍처럼 쓸려가고 얼마지나지않아 이 모든발단의 원인인 이장손자는 아무일없었다는듯 발목을 절뚝거리며 마을뒷산 초입에서 발견되었다.
이야기의 내용은 마을뒷산 감나무밑에서 감을 딸려고 무리하게 나무에 올라갔다가 떨어져 다리를 다쳤는데 우연히 자기를 발견한 한 소년의 도움으로 산속에서 며칠간있다가 자신을 뒷산 초입까지 부축해서온뒤 사라졌다는것이다.
순간 그 소년이 누구인지 머리속을 스쳐지났다.
결국 마을사람들의 그 광기의 소용돌이는 아들의 사업실패로 곤궁한 위치에몰린 최노인이 그 농지를 팔기위해서 의도적으로 지어내 이야기에 불과했음을 실토하며 이 모든 경악스런 상황은 모두에게 함구령이 내려졌다.
그리고 그 소년을 찾기위해서 많은 마을사람들이 뒷산을 샅샅히 뒤져도 그림자조차 찾지못한체 시간은 흘러갔다.
그렇게 한동안의 시간이 흐르고 그 소년을 본것은 하교시간 학교창가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껴 돌아본 그곳은 유난히도 깡마르고 피골이 상접한체 여윈 그모습을 대면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알아볼수있었다.
그렇게 몇번을 하교시간에 마주친 그 시끄러운녀석은 너무도 얌전해진모습으로 한층 더 야윈모습으로 그 소년이 머무르는 집을 방문하고서야 알수있었다.
그 마을의 비극이 불러온 참사가 어떤것인지 그 다리밑에서 죽어간 나병환자중엔 그 소년의 부모, 정확히는 양부모겠지만 고아로 여기저기 정처없이 흘러들어온 이곳에서 다리밑 판자촌에 머무른다는것은 언제나 위험했고 이를 직시한 그 양부모는 이 깊은산중 한낮에도 그림자로 가려지는 작은 동굴속에 이 녀석을 두고 왔다갔다했다.
사람의 눈에 띄지말고 낮에 산속에 숨은체 숨죽이면 지내오던 그 시끄러운녀석은 이제 온몸이 말라가며 당장이라도 쓰러질듯 비틀대는 모습으로 회안에 목마른 눈빛으로 밖으로 비춰지는 따사로운 햇살을 쳐다보는 모습이 마지막이였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하교시간 한참을 기다려도 몇번이고 기다려도 보이지않는 그 모습을 체념하며 가을이 겨울로 넘어서며 차가운서리가 내려앉고 아침나절 아궁이에서 피오오르는 하얀김은 더욱 추워지는 겨울의 한철을 재촉하듯이 찬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은 깊어져갔다.
갈대밭에서 발견된 차가운 시신, 분명히 그 시끄러운녀석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제야 한시름 놓은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주의 어른들속을 헤치고 나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덥석 그 소년에게 다가선체 바라보다 조용히 그자리를 벗어나왔다.
어린시절 지금 나병이지만 문둥병은 특히나 공포의 대상이었고 어린아이를 잡아먹는 괴물이라는둥 많은말들은 귀신보다 무섭고 두려운존재로 각인되었지만 그 모든것이 편견과 차별이었음을 알기엔 많은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여기에 모티브를두고 쓴것으로 모든 내용은 일체허구임이며 픽션임을 인지해주지길 바랍니다.
이상 흔힌들어봤을법한 지나치게긴글 읽어주신것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