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가족과 함께 외출을 했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당시 밤 9시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는 역 플랫폼에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플랫폼에는 우리 가족말고 여기저기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조금 떨어진 곳에 이상한 사람이 있었다.
아이처럼 키는 작은데, 얼굴은 완전히 할아버지인 사람이 플랫폼에 주저앉아 있었다.
왠지 신경이 쓰여 슬쩍슬쩍 바라보고 있을 무렵이었다.
갑자기 그 사람은 손을 앞으로 쫙 펴더니,
꼼지락꼼지락거리면서 끈을 당기는 것 같은 동작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몇 번이고 계속 반복하는 것이었다.
이상하다 싶어 나는 보이지 않는 끈이 있을 법한 곳을 바라보았다.
선로 너머에는 반대쪽 플랫폼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
그런데 여자는 할아버지가 끈을 잡아당길 때마다 몸이 흔들흔들 조금씩 앞으로 끌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여자가 서 있던 플랫폼에 전철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 할아버지는 세차게 끈을 당겼고, 여자는 그대로 플랫폼을 향해 돌진했다.
나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주변 사람들은 놀라서 일제히 나를 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반대쪽 플랫폼에서 수많은 비명이 울려퍼졌다.
아버지가 상태를 보러 반대쪽에 다녀와서 해 준 말은 이랬다.
[웬 여자가 전철에 부딪혀서 다쳤나봐. 피가 꽤 나기는 해도 의식도 있고 아마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더라.]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할아버지의 모습은 사라진 후였다.
다른 사람들은 아마 그 할아버지를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나는 전철을 탈 때마다 ,
플랫폼 어딘가에 혹시 할아버지가 있지는 않는지 찾고 한다.
그리고 만약, 반대편 플랫폼에 할아버지가 끈을 잡고 나를 바라보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가끔씩 두려워지는 것이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