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탕]미달의 미스토리, 악마를 믿습니까 편

미식의달인 작성일 15.06.06 07: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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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년 전에, 제가 잠결에 짱공유에 쓴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뭔가 미숙한 점이 많아서 재각색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재탕이죠. 하하...

제가 쓴걸 리메이크 한다고 해서 딴지 걸 사람들은 없겠지요?

 

훈련소 동기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예전에 말입니다. 우리 동네에는 ‘땡심이’라는 알코올 중독자 아저씨가 살았습니다.

 

나이는 마흔 중반, 직업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기계에서 나오는 오물을 제거해주는 일을 했습니다. 술을 먹지 않은 날에는 굉장히 멀쩡하고, 아들 밖에 모르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날은 가뭄에 콩 나듯 적었습니다. 늘 술이었죠.

술을 먹으면 못 말립니다. 집안에 있는 모든 걸 때려 부수고, 하나 뿐인 아들에게도 폭력을 가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참다못한 아내는 집을 떠난 지 오래고, 조용할 날이 없는 그야말로 불행한 가정이었습니다.

 

땡심이 아저씨의 아들은 저와 친했습니다. 저보다 2살 많은 형으로 굉장히 착하고, 마음이 따뜻한 형이었습니다. 그러나 어김없이 아버지의 폭력이 휩쓸고 지나가면, 집 밖에서 벌벌 떨며 눈물을 흘리는 형이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그런 형이 불쌍해서, 앞으로 아버지가 술을 먹으면 우리 집으로 와서 지내라고 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형은 새파랗게 질려서 우리 집으로 도망 왔습니다.

우리 가족들은 형을 안정시키려 했지만, 형은 이성을 잃고, 벌벌 떨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 아저... 씨.. 우리 아버지가 많이 이상해요...”

 

“와? 성민아 무슨 일이고?”

 

형의 얼굴이 심하게 상기 되었습니다.

 

“아.. 아버지가.. 집에 아무도 없는데.. 누구랑 이야기하면서 술을 마시잖아요..”

 

원래 땡심이 아저씨는 술을 혼자서 조용히 먹는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취기가 오르면 폭발해서 집안 이곳저곳을 부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날은 마치 연극을 하는 것처럼 컵 두 개를 갖다놓고는 혼자서 주거니, 받거니... 마치 상대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나누며 마셨다고 합니다. 더욱 이상한 것은 술만 먹으면 난폭해지는 사람이, 그날따라 매우 온순하고 상냥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형은 평소와 다른 그런 아버지를 보며 안도하고 있었습니다.

 

“성민아 이리 좀 와봐라”

 

“네...?”

 

“이 시끼야!? 어서 인사드려!!! 이 아버지를 도와줄 선생님이셔!!!”

 

형의 눈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그 방에는 형과 아저씨 둘 뿐인데 말이죠.

 

“아.. 아버지.. 아무도 없는데요. 누가 있단 말이에요?”

 

그러자 땡심이 아저씨가 형을 무섭게 노려봤습니다.

 

“뭐 이 새끼야? 지금 장난하는 걸로 보이냐? 이 선생님이 아버지를 도와주러 먼 길에서 오셨는데.. 너란 새끼는 아들이 돼서... 뭐가 어째?”

 

땡심이 아저씨는 형의 뺨을 후려치며 말했습니다.

 

그런데 형이 아저씨를 보는 순간, 아저씨의 표정이 이미 정상은 아니었습니다.

 

평소와 다른 말투, 새로운 술주정인가?

뭔가 지금과 다른 공포감을 느낀 형은 우리 집으로 달려왔던 것이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뭔가 탐탁지 않아서 동네 아저씨들과 땡심이 아저씨를 설득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성민이 형의 말이 모두 맞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와 동네 주민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성민 아버지.. 계십니까?”

 

“아이고... 우리 집에는 어떻게 오셨어요... 오늘 귀한 손님들이 많이 오시네. 잘 오셨습니다. 제가 소개 해드릴 분이 계신데... 어서들 들어오세요. 허허...”

 

아버지와 동네 사람들은 일단 들어갔습니다. 아무래도 방안에는 아저씨 혼자였습니다. 일단 아저씨를 지켜봤습니다. 아저씨는 허공에 대고 동네 사람들에게 누군가를 소개 시켜주었습니다.

 

“이분이 말입니다. 먼 길에서 저를 도와주러 힘들게 저를 찾아오신 분입니다. 소주 사러 가는 길에 저를 기다리고 계시더라고요.”

 

사람들은 모두 미친 사람 취급했습니다.

 

“성민 아버지 정신 좀 차립시다. 술을 곱게 드셨으면, 곱게 주무셔야지요. 성민이가 얼마나 겁에 질려 하는 줄 아십니까?”

거기에 동네에서 부동산을 하는 홍씨가 쐐기를 박았습니다.

 

“보소, 술 그만 먹고 빨리 잠이나 자이소!!! 지금 술먹고 이기 뭐하는 짓이라? 아무도 없구만 정신이 나갔나? 이러니까 성민이 엄마가 도망간 거 아이가?”

 

바로 그때, 땡심이 아저씨는 버럭 화를 내려 소주병을 벽에 던졌습니다. 쾅하는 소리와 소주병이 깨졌습니다.

 

“야이 시XX아!!! 여기 선생님께서 너희 때문에 심기가 불편하시자나?!! 어이쿠.. 선생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놈들이 잘 몰라서 그렇습니다...”

 

부동산 홍씨는 흥분을 했는지 더욱 땡심이 아저씨를 몰아 세웠습니다.

 

“새끼야, 지금 뭐하는거고? 느그 마누라가 참말로 불쌍하다.. 이 보소, 이 자슥 상대하지 말고 고마 가입시더!”

땡심이 아저씨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가, 마구 웃기 시작했다.

 

“이봐요, 홍씨..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너희 마누라 말이야? 앞집 대학생 놈이랑 떡을 쳤다고 하네? 허허허?”

그걸 들은 사람들은 너무 말을 막하는 것이 아니냐고 했습니다.

 

“마, 니.. 미.. 미칬나? 어디 남에 가정을 파탄내려고 하노?”

 

그 자리에서 싸울 뻔 한걸 우리 아버지와 동네 사람들이 말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유리가 ‘퍽’하고 깨지는 것이었습니다. 엄청나게 큰 소리로 깨져서 싸우던 사람과 말리는 사람들 모두가 조용해졌습니다. 그런데 땡심이 아저씨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우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고... 선생님... 흑흑.. 너희 때문에 선생님이 노해서 가셨잖아?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라고...”

 

주민들은 아저씨를 미친 사람 취급하여 집으로 모두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마을에는 두 가지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첫째는 부동산 홍씨가 이혼을 한 사건이었습니다.

 

정말 앞집 대학생과 부인이 바람이 나서 들켰습니다. 땡심이 아저씨의 말을 듣고 뭔가 찜찜했던 홍씨는 앞집 대학생에게 슬며시 떠봤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홍씨가 눈치를 챈 줄 알고, 모든 사실을 말했습니다. 결국 홍씨는 이혼을 하고 동네 사람들 부끄러워 이사를 갔습니다.

 

두 번째는 땡심이 아저씨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입니다. 유서를 남기고 말이지요. 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 성민아. 아버지는 술주정뱅이라서 할 수 있는 일이 없구나. 그래서 영혼이라도 팔아서 너 하나 잘 되게 하려고 했지만 기회는 모두 날아갔다. 술을 사러 가는 그날, 나는 직감적으로 그 양반이 악마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말했다. 시키는 데로만 하면 너 하나의 미래는 보장해준다고 말이지... (중략).. 나는 그 분의 놀라운 힘을 보았다. 과거 와 미래,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두 다 알고 있었어. 그래서 나는 그에게 영혼을 팔려고 했단다. 하지만 어리석었어... 어차피 이렇게 간만 보고 그렇게 떠나 갈 것을... 만약 너 앞에 나타난다면 이 아비처럼 영혼을 팔려고는 하지 말거라. 이 못난 아비는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아.. 생을 마감한다...”

 

굉장히 안타깝고, 마음이 안 좋은 이야기였습니다.

세월이 꽤 흘렀습니다.

성민형은 지금 잘 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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