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겪은 일1

불꽃캡틴 작성일 15.08.08 19: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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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팅만 하다가 제 얘기 하나 올려봅니다

 

저는 00군번으로 우리나라 동북단 수색대대를 나왔습니다

 

아시다시피 수색대대의 주임무는 GP주둔경계입니다

 

가끔 작전으로 비무장지대 수색라인에 수색과 매복 작전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여름에는 해안가를 낀 연대쪽 GP에서 근무했고 겨울에는 산쪽의 GP에서 근무했습니다

 

군대 다녀온 분들 다 자기 군대가 빡쎘다 하던데 저도 빡쎘다 하겠습니다ㅋ

 

다만 군생활 빡쎈 대신 내무생활은 나름 편했습니다

 

저는 줄 잘서서 일병 2호봉에 부분대장 달고 1년 이상 생활했으니까요

 

게다가 저희는 근무중에 실탄과 수류탄을 착용하고 근무했었는데

 

혹 내무생활 중 가혹행위 같은걸 당한 병사가 욱해서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기 때문에

 

근무를 제외하면 어지간한건 터치 안했습니다

 

실제로 옆사단에서 가혹행위 같은일이 있었고 그 가혹행위 피해자가 일을 벌여 그 사건으로 그GP는 폐GP가 됐습니다 

 

그 곳과 관계된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습니다

 

암턴, 그 때 겪었던 일을 말해보겠습니다 

 

 

수색대대 와서 처음 GP투입되고 2개월 쯤인가 야간에 지독한 안개로 전방시야가 좋지 않아 B형 근무를 하고있을 때였습니다

 

전 안개인지 구름이 지나가는 건지 처음보는 현상에 약간 무서웠었죠

 

새벽 2시 쯤 됐을까 갑자기 전방에서 "타타타타타탕" 총성이 들렸습니다

 

제가 있던 GP는 북과 3Km 정도 떨어져 있어서 농담으로 북에서 뛰어오면 귀순도 가능하다 그랬을 정도로 가까운 편입니다

 

갑작스런 상황에 B형 근무에서 A형 근무 전원투입이 되었습니다

 

씨8씨8 거리는 병장선임들 부터 갑자기 예민하게 질알하는 상병선임들까지 현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죠

 

전 한달정도 있으면 전역하는 병장과 상부 4번초소에 투입됐습니다

 

전방의 왼쪽이 1번초소 중앙이 2번, 오른쪽이 3번이었고 4번은 후방 GP입구 쪽이었습니다

 

전 졸라 긴장되고 약간 무섭기까지 해서 바싹 쫄아 있었는데 이 말년은 무척이나 여유롭습니다

 

"아 뽀글이 먹어야 하는데..", "낮에 노느라 졸리다" 등등 이런상황에 여유롭다는게 살짝 멋있기도 했고 부럽기도 했습니다

 

"야 무섭냐?? 난 여태 전원투입 두세번 겪으니까 별로 안무섭네ㅋㅋ"

 

"긴장 풀어 임마ㅎㅎㅎㅎ",       "예 알겠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취사실에 만들다 만 뽀글이 좀 가져와라",        "네? 잘못들었습니다?"

 

"뽀글이.. 가져오라고..",           "지금 전원투입인데.."

 

"야 씨8 나 배고프다고..",        "그래도.."

 

"어차피 간부들 다 상황실에 있어서 한명 빠져 나가도 몰라 언넝 다녀와라",        "........."

 

"이 새끼가.. 1분 준다 1분후에 내 손에 젓가락 없으면 알아서 해라..",           "예.. 알겠습니다.."

 

전 몰래 초소에서 빠져나와 취사실로 내려왔습니다

 

저희 GP구조는 상부에 경계초소가 있고 내부 가운데에 내무반과 취사실 등이 있고 하부 외곽으로 방공호가 있습니다 

 

상부에서 하부로 내려오는 계단은 전방 상황실쪽에 하나 GP입구쪽에 하나 이렇게 두군데입니다    

 

평면도 상으로 이곳 GP는 원형형태이고 내부 방공호도 전방쪽에 더 많은 병력이 배치돼 있었습니다

 

취사실은 후방쪽에 있어서 제가 있던 초소와 가까운 위치입니다

 

취사실 앞쪽에 방공호에도 2명이 투입돼 있었는데 저를 보고 질알질알 했습니다

 

이등병이 빠져서 상황중에 혼자 돌아다닌다고..ㅠㅡㅠ

 

"김XX 병장님이 꼭 뽀글이를 먹어야 된다 해서...",    "아 씨8 김말년.. 와 짬밥 똥구녕으로 처먹었네.. 니 맘대로 해라"

 

그렇게 허락(?)을 받고 뽀글이를 만들고 취사장을 막 나왔을 때였습니다

 

내부 방공호 반대편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습니다

 

하부 방공호 내부에는 방음을 위해서 계란판을 모든 벽면에 붙여 놓고 있는데 그게 긁힐 때 나는 소리였습니다

 

"드륵.. 드륵.. 드륵.. 드륵"

 

천천히 한칸씩 긁으면서 전방 방공호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동하는 소리였습니다

 

근데 이소리를 듣는 순간 뭐랄까요 온몸에 털이란 털은 다 서버린 느낌..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취사실 앞쪽에 있던 투입인원들도 이소리를 들었나봅니다 저보고 다시 취사실로 들어가라는 눈짓을 보냅니다

 

아마도 간부들이 순찰 도는것이라 생각해서 걸리면 조옷돼니 짱박히라는 뜻 같았습니다

 

얼른 정신 차리고 취사실 안쪽에 숨었습니다 그리고 소리에 집중했습니다

 

"드륵.. 드륵.. 드륵.. 드르륵.. 드르르륵.."

 

 

 

 

 

 

 

 

 

 

 

 

 

 

 

 

"트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갑작스럽게 빨라지고 커져버린 소리에 놀라서 들고있던 뽀글이마져 놓쳐버렸습니다

 

"으엇!"

 

방공호 투입인원들도 놀랐나 봅니다  나는 숨죽이고 어떤상황인지 머릴 굴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깥쪽에 있던 근무자들 말소리가 들립니다

 

"씨.....발.... 머야... 이거 머.." "박OO 상병님!! 악!! ㅀ오ㅠㅗㅇ라ㅗㄴ."

 

선임 하나가 기절한 것 같았고 부사수도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릴 해대서 저는 뽀글이고 뭐고 취사실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상황을 보니 방공호에 있었던 박OO 상병은 쓰러져 있었고 부사수는 부르르 떨면서 헛소릴 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상황실에 무전을 보내 투입인원 중 박OO 상병이 기절했다 알렸고 소대장과 상황병 하나가 이내 달려왔습니다

 

전 상황 설명을 했으나 믿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그것보다 이등병이 전원투입 상황에 혼자 돌아다닌 것에 소대장은 더 빡친것 같았습니다

 

"일단 박OO 상병 내무실로 옮겨라 그리고 너랑 김XX 병장 이따가 보자 미친새끼들.."

 

저와 그 부사수는 박OO 상병을 내무실로 옮기고 무장해제 시키고 매트리스에 눞혀 모포를 덮어줬습니다

 

기절한 사람이 무겁긴 하지만 완전무장 상태는 진짜 너무 무겁더군요 

 

전 헉헉대면서 그 부사수 선임을 얼핏 봤는데 완전 공포에 얼어 있더군요

 

뒤늦게 그 상황이 생각이 났나 봅니다

 

동공이 확장돼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갑자기 저를 봅니다 그리곤

 

"너도.. 들었지?? 나랑 박OO 상병님만 들은거 아니지?? 그치??",           "네.. 그렇습니다.."

 

"씨8...씨..바...",          "근데.. 뭐가 어떻게 된겁니까?? 전 소리만 들어서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소리가.. 다야.. 그 소리가 다였다고.....",         "네??"

 

"씨8.. 우리도 처음 드륵드륵 소리 들릴때까지만 해도.. 간부인줄 알았다고.. 그래서 그쪽을 보고 있었는데.."

 

 

 

 

 

 

 

 

 

 

"근데.. 갑자기 그렇게 크게 들리던 계란판 긁는소리가 딱 우리쪽 방공호 앞에서 멈췄어"

 

"그 앞엔 아무것도 없었다고.. 아무것도.. 씨8.. 흐흟를ㄴㅇㄴ흥흘....." 

 

저는 무섭기도 놀라기도 해서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서 멍 때리고 있었는데.. 상황은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소대장은 제가 있었던 4번 초소로 올라갔었나 봅니다 그런데 김XX 병장도 쓰러져 있더랍니다 

 

일단 소대장이랑 상황병이 김XX 병장을 두들겨서 깨웠다 했습니다

 

"김XX!! 야 이새끼야!! 정신차려 으응?? 김XX",           "으..으음..?! 소..소대장님..??"

 

그렇게 기절해 있다 정신을 차린 김XX 병장은 소대장 품에 안겨 엉엉 울더랍니다

 

소대장이 왜 그러느냐 묻자 주저주저 하길래 빨리 말하라고 다그쳤다 합니다

 

"지금.. 제가.. 하는.. 말.. 믿지 못한다.. 하셔도.. 어쩔수흐 엄..씁..니다... 흨흑... 그치만.. 진짭니다.. 흑.. 진짜에요.."

 

김XX 병장은 저를 취사실로 내려보내고 GP입구 쪽을 보며 있었다 했습니다

 

어차피 전방이 뭘 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창가에 입김 불고 손 옆면 눌러서 발가락 그리는..

 

머 그딴 행동을 하며 제가 올라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이새끼 왜이렇게 안와.. 씨바.. 뽀글이 다 불겠네.." 하면서 초소 입구를 보는 순간

 

 

 

 

 

 

 

 

 

 

자기 바로 앞 땅밑에서 무언가가 쑤욱 올라 오더랍니다.. 히끄무리한게..

 

얼핏 보이는 모습이 하얀소복을 입은 머릴 풀어헤친 여자였는데 그 잠깐의 순간에도 이건 말이 안되는 상황이라

 

이게 뭘까?? 통빡을 굴리다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느끼는 순간 덮치는 두려움과 무서움에 정신을 잃었다 했습니다

 

지랄맞긴 해도 거짓말은 안하던 김XX 병장이라 소대장도 그렇게 울면서 말하는 김XX 병장에게 더 뭐라 하진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있고 얼마 후 짙은 안개가 걷힌 후에도 우리 소대는 한참을 전원투입 상황으로 있다가

 

해가 뜨고서야 전원투입 상황이 해제됐습니다

 

그리곤 그 총소리는 북쪽 GP에서 쏜 걸로 보고가 됐습니다

 

이유는 안개가 걷히고 전방이 너무 잘 보였는데 북한군이 시체 같은 것을 발목 하날 붙잡고 끌고 가더랍니다

 

월남하려다 총에 맞아 죽은 것 같은데 그 시체가 여자 같았다고 합니다

 

고배율 망원경으로 봐도 상 크기는 1cm도 안돼 잘은 안보이는데 질질 끌려가는 시체의 머리쪽이 엄청 길었다 합니다

 

암턴, 그 사건이후 저와 김XX 병장은 일주일간 완전 군장 상태로 근무를 섰고 이 일은 암묵적으로 조용히 묻혔습니다

 

이런걸로 상부에 보고해 봤자 득 될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그리곤 GP에서 김XX 병장이 전역 때문에 철수를 했고 두달 후 우리 소대도 철수를 했습니다

 

1년이 좀 지나 저는 병장을 갓 달고 그 GP에 다시 투입 됐습니다

 

예전 일 때문에 좀 무서웠지만 병장 가오도 있고 티는 안냈습니다

 

다만 이등병 때에는 잘 몰랐었지만 병장이 돼고 생각해보니 그 드르륵 소리가 딱 멈췄던 곳

 

그 바로 위가 상부 초소였다는걸 그곳에 다시 투입되고 알았습니다

 

하부 방공호에서 소리를 내던 그것은 그 위치에서 상부초소로 올라갔던 것일까요

 

그 소리를 내던 것은 그 때 월남하려던 사람의 혼이었을까요

 

정말 가끔이지만 알수 없는 일들은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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