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야기 좋게 읽어주시니 기분이 너무 좋네요ㅎㅎㅎ 감사합니다
이번것은 그리 무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좀 신기한 이야기라고 해야할까요?? 시작해 보겠습니다
제가 있던 수색대대에서는 1개의 소대가 2개의 연대에 각각 1개의 GP를 담당합니다
예를 들어 11연대 11GP와 22연대 22GP가 있다 한다면
1개 소대가 11GP에서 4~5개월 근무하고 FEBA에 2개월 정도 내려왔다가 22연대 22GP에 4~5개월 투입되는 형식입니다
11GP는 보급로의 길이 자체는 그리 길지 않는데 경사가 심하고 길자체가 좀 험한 편입니다
11GP의 시설도 22GP에 비하면 좋은편도 아니었죠
22GP는 보급로의 길도 완만하고 GP내의 시설도 좋은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사병이나 간부들도 22GP에서는 뻘짓을 많이 하더군요ㅡㅠㅡ
아 뻘짓을 얘기하기 전에 저의 근무당시 소대장과 부소대장을 소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대장은 제가 수색대대 배치받고 얼마 안돼서 임관한 초짜 소위였습니다
음 머랄까 수색대대 소대장 같지 않은.. 체형도 통통한 편이고 운동신경도 그닥... 암턴 그랬습니다
부소대장은 짬 좀 먹은 중사로 남자를 이끄는 남자 같은 이미지였습니다
운동도 잘하고 작업하는 일처리나 지시가 깔끔했죠 FM과 AM의 적당한 조화랄까요??ㅎㅎ
저 개인적으론 저 부소대장 있을때가 군생활이 재밌었습니다ㅎㅎ
문제는 저 중사 부소대장이 퇴임하고 새로운 부소대장이 온 이후였습니다
신임 소대장은 중사 부소대장이 있을때에는 자기가 직급이 위라도 부소대장의 눈치를 좀 많이 봤습니다
소대장도 자기가 부소대장의 카리스마에 밀린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소대장 부소대장과 소대계원들 다 모여서 회의해보면 작업 배분이나 지시, 계원들 얼르고 혼내는게 확 티가 납니다
그런데 신임 부소대장이 온 이후부터는 소대장은 이 기회에 주도권을 가지려고 하는게 보였습니다
신임 부소대장은 물론 간부로서의 짬은 안돼지만 거의 병장 때 하사관 지원을 해서 짬밥은 나름 먹었고
운동신경도 중사 부소대장 못지 않은데다가 초반에 기싸움에 밀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신임 부소대장은 좀 애같은 면이 있었습니다
지는거 싫어하고 짖궂은 장난, 이상한거 수집하는 것 뭐 이딴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딴생각 하기 좋은 22GP에서 사건이 생겼습니다
우리소대는 22GP에 일반적으로 늦은 봄이나 여름에 투입이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전 사회에서 못봤던 동물들이나 식물들을 여기서 많이 봤습니다
대머리 독수리, 너구리, 고라니 등등-까마귀는 빼겠습니다- DMZ에는 확실히 보호종들이 많더군요
22GP에 투입되고 청소 겸 물류파악 등을 위해 여기저기 뒤질 때였습니다
1종 창고를 정리하던 계원이 깜짝 놀라서 나오더군요 창고안에 구렁이가 있다는 겁니다
들어가보니 길이가 2m는 돼보이는 베이지 색에 조금 더 노란 얼룩이 있는 구렁이가 또아리를 틀고 있었습니다
사람을 공격할 의도도 없어 보이고 괜히 동물들을 해치는 것은 싫어서 산채로 잡아서 밖에 버리자 했습니다
소대장에게 보고도 했고 소대장도 그러자 했습니다
그런데...
신임 부소대장이 이소식을 보고받고 오더니 잡아서 뱀주를 만들자는 겁니다..
제 생각이지만 뱀주도 뱀주지만 요딴걸로 좀 쎄보이려고 한 것 같았습니다
저는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부소대장님, 구렁이 그냥 밖에 버리면 안돼겠습니까?? 제가 미신 이런거 믿지는 않지만 집구렁이는 해치는게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전 부소대장님에게 얼핏 들은 얘기인데 GP내에서 뱀 나오면 죽이지 말라고 했습니다"
부소대장은 한마디로 정리하더군요
"조까!!"
다시 한번 반대 했지만 결국 죽이기로 결정해버렸고 걸레 없는 대걸레머리로 목있는 부분을 꾹눌러 죽이게 됐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뱀주를 담그려면 유리로 된 입구가 넓은 큰병이 있어야하는데 군대에 그런게 어딨습니까??
정수기 물통이 거론됐지만 그주둥이로 구렁이가 들어가지지가 않아서 제외됐고 결국 그냥 버리게 됐습니다..시바ㄹ
다음 날 작전 나가는 분대가 구렁이를 버리게 됐고 다행히 그건 제가 있는 분대가 아니었습니다
그날 저는 야간 근무였는데 같이 근무 서는 소대원에게서-육손이라 불리는 녀석이었는데 나중에 이야기 하겠습니다-
꺼림찍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자기가 살던 시골에서 이웃집에서 구렁이가 나왔는데 죽이진 않고 잡아서 내다 버렸답니다
그런데 며칠 후 그집 부엌에서 불이 났고 한달 후 쯤에는 도둑도 들었다는 겁니다
전 안그래도 구렁이 죽인게 걸렸는데 그 후임이 그런말을 하니 기분이 더 안좋았습니다
그렇게 근무가 끝나고 저희분대는 오전취침을 취했고 다른분대가 작전을 나갔습니다
자고 일어나 씻으러 세면장에 들어갔는데 작전 나갔던 분대원들 중 두명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씻고 있더군요
그런데 세면장 안은 무언가 비릿한 냄새가 좀 났었습니다
"작전 갔다왔냐??", "충성!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오냐~~~ 읭?? 뭐.. 씻냐??", "그게... 산양..해.골 입니다.."
"뭔 소리야?? 그건 또 어디서 난거야??", "구렁이는 버렸는데 버리고 오는길에 주웠습니다.."
"아 시바 뭔소리야?? 알아듣게 얘기해봐", "그게...."
얘기는 이렇습니다
구렁이를 보급로 아무데나에 버리긴 그래서 수색라인 수색하면서 그 쪽에 버리려 했답니다
그런데 그 수색라인이 GP투입하고 처음가는 곳이었는데 그 전 소대는 길이 않좋아서 수색을 못 갔습니다
겨울이고 상당히 경사가 있는 곳이라 날 풀리고 저희소대가 처음 간거죠
그 수색라인을 거의 다 내려가서 구렁이는 대충 휙 던져 버렸답니다 그런데...
구렁이가 떨어진 부근에 무언가가 있더랍니다 죽은 산양이었습니다 이미 부패가 좀 진행된..
부소대장은 뭔생각이 든건지 저걸 가지고 가자 했답니다
작전인원들이 극구 반대했지만 그럼 머리라도 가져가자며-대가리에 뭐가 든걸까요..- 머리만 들고 온 겁니다
흔히 사막에서 죽은 동물머리 이미지에서 나오는 것과는 다르게 약간의 털가죽과 머리 안쪽의 뇌같은게 썩은거 등등
냄새도 토할것 같이 고약하고 징그러운 것을 굳이 말이죠...
"아 도데체 왜 그러신다니?? 좀 물어봐주라...ㅅㅂ", "........."
씻고 나오니 휴게실에서 부소대장은 산양머리를 어디다 걸지 고민하며 신나 있더군요
GP입구에 걸까 하다가-이게 제정신입니까- 소대장의 강ㅋ력ㅋ한 반대에 결국 자기방에 겁니다ㅡㅡ;;
저는 어디에 놓던지 제발 별일만 일어나지 말아달라고 빌었더랬죠
자... 습습후후... 호흡 좀 하구요.. 이제부터 GP내에 사건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다음 날 GP에 물이 안나오더군요..
GP 아랫쪽에 급수장이 있는데 거기 모터가 고장난 겁니다 너무 기가막히는 타이밍이었죠
그렇게 저희는 3일간을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화장실 내릴 물도 아까워 GP근처 땅을 파고 큰일을 봤습니다
보급로 정비작전 나가서 삽질하다가 지뢰 발견도 했습니다
삽질 하다가 "깡!!" 소리나서 자세히 보니 M-16대인지뢰 라더군요.. 삽질하다 뒤질뻔 했죠
비가 올 때 낙뢰에 맞아 내벽에 달려있던 크레모어도 터졌습니다
강원도 똥바람에 GP상부에 있던 이동식 농구대도 앞으로 넘어졌습니다
이 모든일이 산양머리 GP에 가져오고 한달안에 벌어진 일들이었습니다
저 중에 하나만 일어나도 GP내 분위기가 쎄한데 저렇게 연달아 터지니 다 산양머리와 구렁이의 저주라 수근댑니다
그중에 제일은 전에 말씀드린 폐GP 사건이었죠;;;
상황이 이쯤 되자 행보관님도 GP방문 하실때마다 질알질알 하십니다 뭔 일이 이렇게 자꾸 나냐고..
그리고 어느 날 계원회의 때 1종계원이 산양머리 원래 위치에 놓고 오자 제안합니다
부소대장도 누군가가 말해주길 기다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바로 그러자 결정이 났죠
다음 날 작전소대가 원래 위치에 가져다 놓고 제사도 약식으로 했다 합니다
미신이든 어쨋든 기분은 한결 괜찮아지더군요
이후 GP내에서는 사건이랄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저주에서 벗어난 것일까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제가 전역을 하고 언젠가 TV를 보는 중이었습니다
네이셔날 지오그래픽인가?? 동물의 왕국인가 그런 방송이었는데 뱀에 관한 내용이더군요
구렁이가 나왔는데 제가 그 때 봤던 약간 노란 구렁이더군요
비단구렁이라는데 이게 열대우림 기후에 사는 종이라고;;; 우리나라엔 없는 종 이더군요;;;
구렁이가 영물이라는 말을 듣긴 들었었는데 그 때 그 구렁이는 영물이었을까요??
뒤돌아 생각하니 참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