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겪은 일3

불꽃캡틴 작성일 15.08.09 13: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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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밑에 이야기에 이어서 시작하겠습니다

 

폐GP에서 부소대장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 작전인원들은 이렇다할 리액션이 없었습니다

 

생각보다 무섭지 않아서 그리고 생각보다 먹먹한 이야기여서 였을까요?

 

다들 매복 직전의 조금 남은 휴식을 구름과자 한대 빨며-사실 안되는 일이죠 압니다 전 안폈어요ㅎㅎ- 대기하고 있었죠

 

폐GP 안에서 대기했다고 했지만 방공호 안으로 들어갔었던건 아니었습니다 들어갈 수가 없었죠

 

방공호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철벽 같은걸로 들어갈 수 없게 용접해놓고 체인 같은것도 걸려 있었습니다

 

GP에는 철책이 외벽과 내벽 두개가 있고 그 안에 방공호가 있습니다

 

작전인원들은 내벽과 방공호 입구 사이 계단이나 기댈만한 곳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그 먹먹한 곳에서의 짧은 대기시간이 지났고 강원도의 해는 생각보다 빨리 떨어졌습니다

 

매복지 투입 시간이 됐고 우리는 세개의 진지를 확보했습니다

 

분대장조에 3명이 왼쪽, 부소대장조의 2명이 가운데였고 제가 있던 부분대장조 3명 왼쪽으로 배치가 됐었습니다

 

각 진지는 7~8m 간격으로 배치됐었고 진지마다 무전을 할 수 있었으며 부소대장조에는 무전병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좀 제 생각에 굴욕적이었던 건데 매복중 조는 것을 방지해서

 

부소대장조 위치에서 각 진지로 포박끈으로 작전병 중에 한명을 팔목에 연결해서 주기적으로 땡겨서 신호를 보냈죠

 

그리고 저의 임무인 전방에 크레모어를 설치했습니다

 

매복지는 폐GP의 왼쪽 수색라인의 8부 능선즈음 위치했는데 그 경사가 좀 가파릅니다

 

때문에 크레모어 설치가 각잡기 힘들었습니다

 

크레모어 폭발시 후폭풍도 생각해야 하구요-최소 30m 앞에 설치해야 합니다

 

그리고 도전선을 연결하고 진지로 가지고 왔습니다

 

FM은 도전선을 격발기에 연결하고 있어야 하지만 자칫 폭발의 위험도 있고해서 격발기와는 연결하지 않았습니다

 

보통 이상태가 매복의 행동지침 마무리입니다 이제부턴 졸음과의 싸움이지요 

 

 

 

 

 

매복이 참 그렇습니다

 

그리 추운 날씨도 아니고 매복지에 있으면 어찌나 잠이 잘 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날도 작전인원들은 부소대장과 분대장, 부분대장의 눈을 피해 꾸벅대고 있었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새벽 3시경 즈음이었습니다

 

저희 진지 쪽 작전병이 절 쿡 찔렀습니다 좀 깜짝 놀랬습니다

 

왜냐면 보통 부소대장 진지 쪽에서 끈으로 땡겨서 잠을 깨워도 각 진지의 장급에게는 전달을 하지 않거든요

 

난 나지막히 "미쳤냐..??"      "정ㅁㅁ 병장님.. 안 들리십니까..??" 작전병 하나가 이상한 눈치를 줍니다

 

"뭐가??"

 

전 전방을 야간투시경으로 확인하면서 물었지만 별다른게 없었습니다

 

그 순간

 

매복지 정면이 아닌 뒤쪽 그러니까 폐GP쪽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무슨 말소리 같은 작은 웅성거림이었습니다

 

사방이 막힌 곳에서 낮게 말하는 목소리가 울리는 듯한..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나는 괴이한 소리는 각 진지의 모든 작전인원을 한순간에 긴장시켰습니다

 

부소대장은 무전병을 시켜 본부중대에 우리 외에 작전병들이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말도 안되는 얘기죠 한개 지역에 서로 합의가 안된 두개의 작전팀이 있다니요

 

본부에서는 지금 그지역에는 너희만 있다 무전이 왔습니다

 

부소대장이 갑자기 무전병의 무전전화기를 뺏더니 본인이 직접 무전을 합니다

 

"치~~ 여기는 올빼미 하나, 올빼미 하나, HQ 들리는지??",           "치~ 올빼미 하나 말하라"

 

"이 지역 정말 우리만 있는지?? 치~",         "확실하다"

 

우리들은 식은 땀이 났습니다

 

분명 무슨 소리가 등 뒤에서 들리고 적군이라면 낙하산 타고 떨어지지 않는 이상 우리 매복지 뒤쪽으로 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부소대장이 무전을 하는 상황에서도 그 낮은 웅성거림은 계속 들렸고 점점 가까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부소대장은 이제 무전용어도 생략합니다

 

"야, 본부 정말 여기 다른 작전인원 없어?? 확실해??",         "확실하다"

 

같은 대답이 돌아오자 갑자기 버럭 화를 냅니다

 

"씨8~!! 그럼 지금 여기서 나는 소리들은 뭔데 개색이들아! 엉??",        "치..모르겠다 그럴리 없다!"

 

부소대장도 지금의 이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다른곳에 질알 맞게 화를 내고 있었죠

 

그러던 부소대장은 무전을 끊고 나에게 전방 크레모어를 제거하라고 무전을 보냅니다

 

매복 중 한번도 철수하기 전에 크레모어를 설치를 해제하지 않았었는데

 

도전선을 감으면서 크레모어 있는데까지 가면서 별생각이 다 들더군요

 

그리고 크레모어에서 도전선을 분리했을 때

 

"뚜벅!!"

 

군화소리였습니다 밤이라 그랬을 수도 있지만 좀 거리가 있는곳에서 난 이소리는 너무나 잘 들렸습니다

 

부소대장은 다시 나에게 무전을 했습니다

 

"정ㅁㅁ 병장... 이제 후방이 전방이다",          "네??"

 

"다시 안말해 똑바로 들어 씨8.. 이제 후방이 전방이라고.. 크레모어.. 전방에 설치해.."

 

미친짓이죠

 

매복진지라는 것은 위쪽에서 유리하게 아랫쪽을 감시 공격하기 위함인데 그 조건을 무시하고 불리한 위치를 잡는 것이니까요

 

작전인원들은 진지에서 나와 진지 아랫쪽에 자리잡고 능선의 끝부분을 바라보고 엎드려 쏴 자세를 취했습니다

 

저는 크레모어를 설치하러 능선을 향해 기어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다 부소대장 때문이야.. 전에 작전 나가서 산양 해골을 가지고 오질 않나.. 씨8 되는일이 없네..'

 

속으로 무지하게 욕했죠-이부분은 나중에 얘기 하겠습니다-

 

기어가는 동안에도 낮은 웅성거림과 전투화의 소리는 AM라디오처럼 계속 들렸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작전인원이 있는 위치에서 크레모어 후폭풍을 고려해서 설치하려면 능선끝까지 올라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등 뒤에서 지금도 생각해도 털이 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철컥", "철컥", "철컥철컥", "처얼컥"

 

소총 장전소리...

 

병기계라 소총 닦으면서 수없이 들었던 장전소리가 등 뒤에서 나니 온몸의 털이 파바박 바짝 섭니다..

 

부소대장은 저 능선 너머에 무언가가 있다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크레모어를 설치하러 가는 나를 혹시나 모르는 상황에서 엄호하기 위해 장전을 지시한 것 같았습니다

 

나는 능선의 끝에 다다랐을 때 크레모어를 양손에 들고 지지대로 크레모어를 땅에 밖으려는 순간

 

들려오던 웅성거림은 볼륨 업 시킨 것처럼 커졌고 전투화 소리는

 

 

 

 

 

 

 

 

 

 

"다다다다다다다타타다타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타타타다다다다다다타다다타다"

 

 

 

 

여러명이 폭풍구보하는 소리의 압박에 밀려 죽 미끄러져 내려갔습니다

 

다행히 이런상황에 놀라서 방아쇠를 당기는 인간은 없었습니다

 

나는 어정쩡하게 작전인원인 자리잡은 2~3m 앞에 양손에 크레모어를 들고 옆드려 있는 상황이었죠

 

이제 분명 저능선 위 10m안에 그 소리의 주인공이 있는것 같았습니다

 

이 미칠것 같은 긴장감에 부소대장은 눈물인지 땀인지를 위장크림위로 범벅을 하고 처절한 무전을 시도했습니다

 

"야 시8 본부!! 저 폐GP능선에 뭔가 있다고~!!! 개색이들아~~!!응답햇 시8!!!"

 

저 지랄같은 무전에 의외의 답변이 들려왔습니다

 

 

 

 

 

 

 

 

 

 

 

"치지~지..짘..치짘..."

 

"높..은.....산..... 기이...픈..곳.... 적막...한.... 산...하... 눈..내린..전선..을... 우리..느은.. 간....다......"

 

 

 

 

 

뜬금포 같은 노래는 진군가였습니다

 

누군가 졸린 듯 힘없이 쉰목소리로 부르는 노래

 

부소대장은 깊은 빡침과 분노 두려움에 무전기에 대고 악을 썼습니다

 

"노래 쳐부르는 쌕이는 어떤 색이야?? 넌 복귀하면 뒤졌어 씹샊이야~!!"

 

사자후 같은 부소대장의 일갈에 무전기 너머도 능선 너머도 조용해졌습니다

 

그렇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무전기 너머로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올빼미 하나! 올빼미 하나! 여기는 HQ! 응답하라!"

 

"야이 씨!! 본부 너 누구야?? 어떤새끼야?? 악! "

 

"장ㄴㄴ 하사님!! 저 김ㅇㅇ 소대장입니다!! 도데체 어떻게 된일입니까??"

 

"어떻게 되긴 뭐가 어떻게 됩니까?  아까 노래부른 새끼 누구에요??"

 

"노래라뇨?? 지금 매복작전팀 AM 3시 이후부터 무전이 안돼서 저희도 비상이었다 말입니다!"

 

"예?? 뭐라고요? 저희 지금껏 계속 무전하면서 있었는데요?"

 

"네?? 허.. 저 상황실로부터 3시에 보고 받고 지금껏 상황실이었습니다 무전 온 적 없어요!"

 

"........................"

 

"일단 빨리 복귀 하세요 저희는 큰일 난줄 알고 중대에다가도 보고했습니다 조금있다 중대장님도 GP방문하실겁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습니다 저는 다리가 후들거려 일어설 수도 없었습니다

 

부소대장은 무전기에서 나오는 다급한 소대장의 말들을 흘리며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그렇게 10여 분이 흘렀나?

 

부소대장의 복귀하자라는 말에 다들 자리를 뿌리치듯 일어나  정리를 시작하고 아무말 없이 걸으며 GP로 복귀했습니다

 

복귀하자마자 부소대장은 소대장과 단둘이 무언가를 미친듯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작전인원들은 그게 무슨 내용인지 알것 같았지만 누구도 그상황을 다시 입에 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시간 정도 있다가 중대장님께서 오신다는 상황병으로부터의 전달이 있자

 

-GP방문은 사단장도 미리 연락이 없으면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소대장은 부소대장과의 대화를 마치고 나와 소대원들과 특히 작전인원들과 말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매복 중 갑작스럽게 무전기 배터리가 방전된거고 무전병이 좀 혼나겠지만 절대 불이익 가지 않게 해주겠다 그런것들 이었습니다

 

중대장님은 방문하시고 부소대장을 크게 나무랐다가 적당한 훈시와 함께 다시 돌아가셨습니다

 

그날 우리 소대는 근무자를 제외하고는 일체의 작업이 없었고 작전인원들은 약간의 미열을 동반한 몸살을 2~3일 앓았습니다   

 

뭐 몇 개의 자잘자잘한 일들이 있었지만 큰 탈 없이 GP철수를 했습니다

 

그리고 FEBA에 대기하면서 있는데 며칠 후 부소대장이 저와 저의 분대장을 불렀습니다

 

그자리에는 뜬금포 같은 치킨과 소주가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그냥 먹으라는 겁니다 

 

이게 뭔가 하다가 군인이 뭘 생각합니까? 일단 먹고 봤습니다 이번 GP고생했다 머 이런 별거 아닌 이야기 하면서 말이죠

 

소주를 각 1병씩 마셨을 때일까요 부소대장이 매복작전 이야기를 슬쩍 꺼냅니다

 

다른애들한테 말하는 것보단 너네는 알아야 할것 같다 하면서 말입니다

 

아 진심 간만에 맛난거 먹다가 체할뻔 했습니다 

 

"나 얼마전에 행보관님이랑 술한잔 했다 먹다가 우리 매복한 날 이야기 나와서 행보관님한테는 술김에 그날 일 이야기했어"

 

"난 씨8 조온나 혼날 줄 알았거든 개소리 한다고.. 그런데 의외의 말을 들었다?"

 

우리는 귀가 쫑긋했습니다

 

 

 

 

 

 

 

 

 

"그날 나오던 그 군가 기억하냐?? 그거 그 폐GP에서 사건 터지고 중대 상황실로 걸려 온 마지막 무전에서 나온 노래란다.."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말도 안되는 그 진저리 나는 상황도 이 먹먹함의 연속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도 났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을 누군가에게 이해 받는 듯한 느낌..

 

글쎄요 이 이야기도 딱히 무슨 결론이 있진 않습니다

 

어떤 일들이 있었고 그 일들은 이런 느낌이었다 라는거

 

그냥 그렇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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