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로

zkdhk 작성일 15.09.10 0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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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친구와 둘이서 트레일러로 알루미늄보트를 끌고 하치로(아키타현 하치로 호수/秋田縣八郞湖)로 배스낚시를 하러 갔었어요. 4일 예정으로.

그런데 도착 전날부터,굉장한 비로 유입하천 등의 강물이 탁류가 된거에요.

첫 날은 서쪽에서 낚시를 했지만 수확이 별로여서 둘째 날 부터는 중앙 간선로라고 하는 하수구 같은 곳에서 낚시를 했어요.

가랑비가 내려 쌀쌀한 가운데서도,하루 종일 낚시를 해서 제법 낚았지요.

저녘 무렵 돌아가려고 할 때, 강 한가운데에 사람이 서 있는게 보였어요. 200m 정도 앞에, 어렴풋이.

저녘 무렵이라 꽤 쌀쌀하기도 해서, 낚시나 그물질 같은걸 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봉처럼 우뚝 서있는 거에요.

친구와 왠지 기분 나빠, 같은 말을 하면서, 될 수 있는 대로 피해가며 가장자리를 따라가듯이 보트를 움직이였지요.

[위험해!]

앞에 앉아 있던 친구가 소리치며, 보트를 멈추고 손으로 신호를 보내 왔습니다.

뭐야? 하고 생각해 살펴보니, 아까 서있던 녀석이, 그 시점에선 회색으로 보이는 작업복을 입은 남자처럼 보였어요. 그 녀석이 똑바로 욕탕에 들어가는 것처럼 가라앉고 있는 거였어요.

자살인가? 아니면 뭔가 하고 있다가 쓰러진건가?

구해야돼! 일이 성가시게 되버렸네...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빙글빙글 돌았어요.

속력을 최고로 해서 접근해 가던 중에 살펴보니, 그 남자는 이미 가슴까지 물에 잠겨 있었어요.

50m 정도까지 접근해서 이쪽을 향해 등을 돌린 남자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위험해, 서둘러!

[어이, 당신! 정신차려!]

친구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가라앉고 있는 남자는 반응이 없었죠.

 

...어라?......

여기, 그렇게 깊었나?

다음 순간, 사사삭...하고 프로펠러가 모래에 닿아 선외기(船外機)의 엔진이 멈췄어요.

완전 얕았던 거에요, 이 일대는.

아까 돌아갈 때에는 물가에서 낚시를 하면서 갔기 때문에 그 일대가 샌드바(모래로 된 여울)인 것을 눈치채지 못했지만요.

어쨌든 엔진을 들어올려서 에레키(일렉트릭 트롤링 모터. 낚시에 쓰이는 저속 이동용의 전동 모터)를 물 속에 약간 집어 넣고 남자가 가라앉은 장소로 접근했어요.

[기다려! 멈춰!!]

[왜그래?]

[좀 이상해. 떨어지는 편이 좋아...]

되돌아본 친구의 얼굴은, 핏기가 가셔있었어요.

[그렇네, 그러자.]

호러 영화라면, 여기서 시동이 걸리지 않는게 정석이겠죠.

아니나다를까, 아까까지 움직이고 있던 에레키가 전혀 반응을 하지 않는거에요.

 

정말로 짧은 순간 동안, 얼굴을 마주보거나 지금 있는 곳의 바닥을 보거나 하고 있는 사이에 남자는 가라앉았는지, 사라진 건지 보이지 않았어요.

무서워서 확실히 그 주변을 살펴보거나 주위를 찾아보는 짓은 할 수가 없었죠.

친구는 초조해 하면서 노로 바닥을 밀어서 그 장소에서 보트를 떨어뜨려 놓으려고 했어요.

저는 조금이라도 깊은 곳으로 나오면 신속히 엔진을 내려서 시동을 걸 준비를 했지요.

탁해진 강바닥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서둘러 시동을 걸었습니다.

걸려라, 걸려라, 부탁이니까, 걸려줘.

시동기를 있는 힘껏 잡아당겼어요.

의외로 단번에 시동이 걸렸죠.

[됐다! 얼른 이 썪을 시궁창강에서 탈출하자고.]

친구는 강한 척 하고 있었지만 얼굴이 창백했어요. 물론 저도 그랬고요.

 

보트를 이곳에 올 때 지나왔던 항로까지 이동시키고, 최고 속도로 보트를 달리게 했어요.

남자가 있던 장소를 지나쳐갈 때, 친구는 지그시 그 주변을 보고 있었지만 저는 무서워서 볼 수 없었어요. 어쨌든 최고 속도로 보트를 움직였어요.

보트를 내린 장소와 제 차가 보이기 시작해서 살았다라고 생각했어요.

[저기, 저거, 위험한 거였지? 설마, 진짜로 사람이었다든가 하는 일은 없겠지?]

[당연하지, 프로펠러가 바닥에 닿을 정도의 깊이라고. 인간이 아냐.]

[음~그래도 처음 봤다고, 진짜는]

그런 조금은 농담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진정되기 시작했어요.

 

그 후, 약간 냉정을 되찾고 나서 눈치 챘습니다. 아침보다 조금 강물이 준 것 같은 거에요.

[조금 물이 줄어있어서 보트 올리는거 힘들겠네.]

[얼른 올리고 돌아가자.]

그 날, 트레일러를 쓸 수 있을만한 장소가 없어서 비교적 단차가 적은 곳에서 줄을 내렸어요.

보트를 물가에 대고 서둘러 장비를 차 안에 집어 넣었습니다.

그 사이에 강 쪽은 가능한한 보지 않으려고 했어요. 특히, 남자가 있던 곳 부근은, 절대로.

 

가벼워진 보트의 뱃머리를 물가에서 끌어 올려 흘러가지 않도록 해 두고, 자, 다음은 태클(낚시 도구의 총칭)을 쌓는 것 뿐.

덜걱, 덜걱...

[앗, 제기랄~! 박스(낚시 도구상자) 쏟아버렸어! 어라? ...]

[뭐하는거야, 빨리 주우라고!]

[깨져있어, 이렇게나 크게...]

[어...]

친구의 플라노(낚시 도구상자)를 봤습니다.

손잡이와 버클 부분에, 몇 군데인가 균열이 가 있었어요.

[...뭐야, 이건...]

아마도, 저도 친구도 같은 것을 생각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서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죠.

뭔가가 시작되거나, 올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우리 둘 다 아무 말 없이 흩어진 루어를 끌어 모아서 차안에 집어 던졌습니다.

대체 우리가 뭘 했다고?

낮 동안 우리 말고도 낚시를 하고 있던 녀석은 있었잖아.

혹시, 우리가 뭔가 잘못했다면 좀 봐주라고.

부탁이니까... 하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보트를 올리려고, 차에서 강 쪽으로 돌아서자, 제 보트 바로 옆구리 쪽에 그 남자가 서 있었어요.

아마, 제가 그 곳에 서면 무릎 정도밖에 오지 않는 깊이인 곳 이었죠.

가슴 부근까지 물에 잠겨서, 상류 쪽, 아까 잠겨 있던 곳을 향하고 있었어요.

 

저와 친구는 얼어붙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남자가, 천천히 비스듬하게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기묘한 움직임이었죠.

 

다은 순간, 퐁, 하는 느낌으로 남자가 제 보트에 올라 탔습니다.

다리가 도중에 잘려 있어서, 뭐라고 해야 좋을지, 나무가 자라난 것처럼, 보트에 달라붙어 있었어요.

 

[이제, 보트는 필요 없어.]

목소리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어요.

저와 친구는, 차 안으로 뛰어 들어 그 곳에서 도망쳤어요.

 

달리고, 달려서, 어쨌든, 산 루랄(호텔 이름)까지 와서 주차장에 엉망진창으로 주차를 한 뒤, 레스토랑으로 들어갔습니다.

맥주를 주문하고, 둘이서 얼굴을 마주봤습니다.

[이제 보트 잃어버려도 상관없어. 거기론 안돌아가.]

[그래, 너한텐 미안하지만, 나도 무리다.]

그 날 밤은, 전기, TV를 켜놓은 채로 잤어요.

 

다음날, 역시 보트가 아까워져서 돌아와 봤습니다.

보트는 어제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어요.

어젯밤,레스토랑에서 슬쩍한 소금을 보트에 뿌렸습니다.

트레일러에 태우고 숙박 예정을 취소한 뒤 그대로 돌아왔습니다.

왠지 기분 나쁘기 때문에 그 보트는 팔아버렸지요.

어느 가게인지는 말할 수 없지만요...

 

끝.

 

 

 

 

 

출처 : 2ch 오컬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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