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하편-

티요레21 작성일 16.06.05 09: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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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으로 불빛이 보였다.

차가 한대 들어오고 있었다.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는 여자를 반쯤 걸머지듯 한 남자가 엘리베이터로

비틀대며 오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타는 모습이 CCTV화면에 잡히면서

난 멍하니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지하에서 남녀 두 명이 타고 엘리베이터가 닫힐 무렵 다른 한 여자가

다급하게 타는 모습이 보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카운터로 다가오는 남녀 한 쌍이 보였다.

여자는 술이 많이 취한 듯 눈을 감고 몸을 흐느적대며 남자 몸에

기대어 있었고 남자는 여자를 걸치듯이 하고 오고 있었다.

힘이 많이 드는 듯 여자를 바로 고쳐 잡으며 객실 키를 달라고 요구 했다.

키 대신 난 손님에게 엘리베이터를 가리키며 물었다.

 

"뒤에 타신 여자 손님은 일행인가요?"

 

남자손님의 황당해하는 표정이 보였다.

 

"아니 아까 두 분 엘리베이터 타시고 문 닫히기 전에 바로 뒤따라

타신 분 일행. 아니시냐고요."

 

내 말에 그 남자는 엘리베이터를 뒤돌아봤다가 다시 나를 쳐다보는 얼굴에

아까보다도 더 황당하다는 듯 한 표정과 짜증난다는 표정이 스쳤다.

 

"아저씨 별로 안 무서우니까 그런 농담하지 말고 키나 줘요."

 

난 대답 대신 엘리베이터로 갔다.

여자가 무거웠던지 카운터 앞쪽에 있던 의자에 여자를 앉히고

그 남자 손님은 뭐라고 구시렁거렸다.

1층에 있는 그 손님들이 타고 온 엘리베이터를 쳐다봤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문 열림 버튼을 눌렀다.

 

스르르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문.

 

엘리베이터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멍한 눈으로 난 다시 카운터로 돌아갔다.

이 뭔 정신병자 같은 놈이냐는듯 한 눈빛의 남자의 눈길이 느껴졌다.

 

"죄송합니다. 지하 CCTV가 잘못됐나 보네요.4만원입니다."

 

건네주는 키를 내미는데도 받지 않고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그 사내는

뻗어있는 여자 때문인지 어쩔 수 없다는 듯 빼앗듯이 건네받고는

지갑에서 4만원을 꺼내 카운터로 던지듯이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이내 의자에서 아무렇게 뻗어있는 여자를 추슬러

엘리베이터로 힘들게 사라졌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감과 동시에 내 몸은 아래로 내려갔다.

무너지듯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난 그렇게 주저앉아 버렸다.

두려움에 온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왜 나에게만 보이는지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같은 상황 속에서 왜 나만 귀신이라고 느끼고 왜 나만 정신병자처럼 되야

하는지 억울하고 분하고 무서웠다.

어떻게 서서 의자에 앉았는지조차 모르게 난 제 정신이 아니었다.

12시에 온다던 사장은 12시 30분이 지나도 오지를 않았다.

사장이 나타난 건 1시가 다 되 서였다.

지하주차장으로 사장의 차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차의 헤드라이트가 꺼지고 이내 사장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엘리베이터 앞에 잠시 서서 올라가는 버튼을 누르는가 싶더니

옆 계단으로 올라왔다.

계단을 타고 올라오는 사장의 발소리가 들렸다.

그것과 동시에 사장 차에서 나오는 한 여자가 보이고

방금 사장이 눌러놓은 엘리베이터에 잠시 서 있다가 타는 모습이

보였다.

1층 비상구문을 열고 사장이 약간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엘리베이터는 그대로 지하에 있었다.

 

"경호야 손님 좀 들어왔냐?"

 

30대 후반처럼 보이는 정장차림의 사장이 얼굴 발개진 채로 다가와

물었다.

난 대답 대신 객실 프로그램을 보여줬다.

잠시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얼굴을 들어 웃는 모습으로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장사얘기는 내일이나 담에 올 때 하고 나 오늘 자고 갈 테니까

키 하나 줘라."

 

방금 차에서 내린 여자는 귀신이 아닌 거 같다.

스위트룸 객실 키를 꺼내면서 난 머뭇거렸다.

이런 내 모습에 먼저 선수 친 건 사장이었다.

 

"왜? 뭐 할 말 있냐? 나 지금 술 좀 취했으니까 내일 일어나서 얘기하고

일단 키 줘 올라가서 좀 자야겠다."

 

키를 건네받고 엘리베이터로 향하면서 사장이 웃었다.

 

"뭘 보더라도 그냥 모른 척 해 좋은 게 좋은 거고 알지?"

 

귀신 예기가 아니다.

엘리베이터에 있는 여자 얘기였다.

사모님이 아닌 걸 알고 있었다.

내가 있는 20 여 일 동안 3차례정도 이런 일이 있었다.

물론 올 때마다 여자는 바뀌었지만 말이다.

대답 대신 멍한 눈으로 그러겠다는 표시로 고개만 끄덕였다.

엘리베이터로 사라지는 사장과 다시 혼자가 돼 버린 나.

사장은 이 모텔에 이상한 일이 있다는 걸 모르고 있다.

알았다면 이런 곳에서 자고 싶은 생각 따윈 들지도 그리고

장사하고 싶은 생각도 안날 테니 말이다.

전이었다면 여자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객실로 들어가는

사장을 부러운 듯 바라봤을지도 모른다.

엘리베이터가 모텔 꼭대기 층인 7층에 올라가는 게 표시 된 게 보였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비춘 CCTV에서 사장과 여자가 내리는 게

보였다.

그리고 난 이내 또 다시 공포심에 맞닥뜨렸다.

사장과 여자가 내리고 난 뒤 곧 이어 뒤따라 내리는 여자를 보았다.

그리고 그 여자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CCTV 화면 가운데 그렇게 가만히 서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눈 한번 깜빡할 수가 없었다.

내가 저 모습을 놓친다면 저것이 무슨 짓을 할지

또 어디론가 내가 볼 수 없는 곳으로 사라져버려 언제 또

나타날지 그게 두려워져서 난 화면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때 객실 전화가 울렸다.

스위트룸 사장이 들어간 방이었다.

모니터에서 눈을 때지 못한 체 난 받기 싫은 전화를 억지로 받아야 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사장 목소리에 욕지기가 튀어나올 뻔했다.

 

"맥주 좀 갖다 주라 경호야."

 

전화가 끊기지 마자 모니터 안에 있던 그것이 서서히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상체만 좌우로 흔들며 CCTV쪽으로 서서히 몸을 틀었다.

흐릿한 CCTV 화면을 마주한 체 대치하던 그것과 나.

더 이상 내 정신은 온전한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날 쳐다보며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알 수 없는 그 표정과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그 모습

어서 올라오라고 손짓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 흐릿한 몸짓

난 자리를 박차고 나와 미친 듯이 카운터 뒤쪽에 있는 냉장고 옆

창고 겸 탈의실로 향했고 지포라이터에 쓰려고 놔둔 휴대용 휘발유통3개를

찾아 걸레통에 미친 듯이 뿌리기 시작했다.

2층으로 올라가 객실 침대에 하나씩 던지며 불을 붙였다.

이미 난 내가 아니었다.

아무도 없는 객실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불길 속에서

그 무언가 들이 춤추는 건지 고통스러워하는 건지 모를 몸짓과

소리를 들었다.

미친 듯이 불길이 일고 있는 2층을 벗어나 난 모텔 밖으로 내달렸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2층에서 시작된 불은 미친 듯이 모텔을 잡아먹고 있었다.

아무도 빠져나오지 못한 듯 나오는 사람들이 보이지가 않았다.

손님들도 사장도 누구도 나오는 걸 볼 수가 없었다.

경찰차 소린지 소방차 소리인지조차 모를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난 이내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어 기절을 했던 모양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기억하는 상황이다.

눈을 떴을 때 난 병원이었고 이내 경찰서로 옮겨졌다.

난 위의 얘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귀신 얘기와 일어난 사건들을 듣던 경찰들은 어이없어 하였다.

약간은 어두운 경찰서 취조실.

그리고 낡은 책상 사이의 나와 내 앞의 경찰.

담배 한대를 권하고 내가 받아들자 그도 역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며칠 동안 이곳에 있었는지조차 몇 번을 같은 얘기를 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날 취조하던 경찰이 말을 했다.

 

“그곳은 빈 건물이야. 아무도 없었다고. 네가 말한 사장? 손님? 여자?

건물 어디에도 사람 흔적은 없었어. 너 진짜 거기 얼마동안 있었고 불은 왜 지른 거냐?”

 

두려움에 떨던 난 갑자기 나에게 모텔을 소개시켜준 형이 떠올랐고

경찰에게 형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그 경찰은 지친 듯 그런 나를 놔두고 나가버렸다.

얼마 후 다시 돌아온 형사는 꽤나 열 받은 표정이었다.

 

“야 네가 준 전화번호. 없는 전화번호잖아. 1년 동안 개통도 안했던 번호였다는데

이 새끼 이거 완전 정신병자 아냐“

노발 대발 하는 그 형사의 말에 난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꼈다.

결국 난 방화범이 돼 버렸고 구치소로 향했다.

구치소에서 난 모텔에 관한 예기는커녕 그 비슷한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모범수로 풀려나기까지 4년8개월이 걸렸다.

내가 봤던 그 사람들 손님들 그리고 사장은 뭐였는지

그리고 내가 겪었던 그 일들은 뭐였는지.

그 4년8개월이라는 시간동안을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밖에서 생활은 힘들었다.

처음 나에게 모텔을 소개해줬던 형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없는 번호라는

메시지만이 들렸다.

부산으로 옮겼고 배를 탔다.

1년이라는 시간이 더 흐르고 나서 두려움도 많이 사라졌다.

다시 인천 그곳을 찾기로 마음먹고 애써 마음을 다 잡으며

배에서 내리자마자 기차를 타고 올라갔다.

전에 일하던 곳이 가까워질수록 심장은 터질듯이 쿵쾅 거렸다.

지금은 낮이다. 아직 저녁이 되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며

스스로 다독였다.

다시 찾은 그곳은 변한 것은 거의 없는 듯 보였다.

그 모텔만 내가 있었을 때의 모습이 아니라 더 높고 더 깨끗한 모습

으로 날 반겼다.

주인이 나타나 새로 지었나 보다.

약간의 이질감과 밝은 톤의 페인트칠을 한 새로 지은 모텔을 보니

안도감이 들었다.

조금 있으면 어두워질 것이다.

난 그 당시 내가 봤던 게 단지 환상이었고 내 스스로 만들어낸 공포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이 두려움을 떨쳐야 내가 나로서 그리고 나 스스로 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이곳을 다시 찾았다.

이제 밤이 되고 어두워진 밤의 모텔을 보고 다시 내려간다면

내 마음이 후련해질 거야. 라고 생각하며 근처 포장마차에서 소주한잔을

마시고 있었다.

맨 정신으로 보기가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포장마차 주인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도 내 마음은 저 모텔에 있었다.

어느새 달이 떠오르고 내 앞에 소주병이 3개정도 널렸을 때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틀 거리는 발걸음으로 계산을 하고 나와 그 모텔을 쳐다봤다.

모텔 한가운대 쯤 창문이 열렸는지 커튼이 흩날리는 게 보였다.

한기가 들었다.

술기운 탓이려니 생각하고 고개를 돌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모텔을 바라보는 순간 흩날리는 커튼 사이로 뭔가 비죽비죽 움직이는 게 보였다.

몸을 돌리고 싶었지만 내 몸은 그대로 얼어버린 듯 눈조차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비죽비죽 움직이던 것은 예전 모텔에 있을 때 CCTV화면속의

그것처럼 내 눈 앞에 있었다.

한참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서있었던 것 같았다.

누군가 날 툭툭치는 느낌에 고개를 들었다.

벌건 대낮이었다.

난 언제부터였는지 길거리에 누워있었다.

날 깨운 청소부는 쯧쯧 혀를 차고는 이내 돌아갔다.

이내 정신을 차린 나는 부리나케 택시를 잡아타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몇 년을 악몽과 싸워야 했는지 모를 시간을 보내야했다.

그 무엇인가가 날 괴롭힌다는 생각에 견딜 수 가 없었고

하루하루 술에 의지하며 배를 탔다.

다시 더 몇 년이 지났는지도 모를 그때도 난 배를 타고 있었고

하루 일이 끝나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모여 술자리를 벌이고 있었다.

배 타던 사람들이 배안에서 할 게 없으니 이 이야기 저 이야기 하다가

자기가 알고 있는 무서운 이야기라는 주제가 흘러나왔다.

그 배에 탄지 얼마 안 된 사람의 이야기였다.

예전 자기 살던 동네가 유흥가였는데 거기서 살인 사건이 크게

일어났었다는 이야기였다.

 

“모텔사장이 불륜녀와 매번 그 모텔로 가서 잔다는 것을 안 사장와이프가

지하주차장에 있다가 사장이랑 불륜녀가 올라가는걸 보고 분에 못 이겨

불륜을 알면서도 묵인해준 야간직원들을 칼로 죽이고

객실 예비키로 모텔에 있는 객실이란 객실은 다 열어서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다 죽여 버렸어.

그나마 손님이 없어서 희생자는 10명 미만이었다고는 했지만

결국에는 그 사장과 불륜녀마저 죽이고 그 와이프마저 자살했다고 하더라.

주인이 없어진 그 건물이 빈 상태로 방치되었었는데

몇 달 뒤 어떤 정신병자가 그 모텔에 20여일을 묵다가 모텔에 불을 지르고

경찰에 잡혔다지? 그 이후로 그 모텔이 2년 정도 불이 났던 상태로

방치되다가 어떤 사람이 건물을 허물고 새로 모텔을 올렸는데 처음 일했던

야간 직원이 7층에서 뛰어내렸어. 뭐 귀신을 봤다나 홀렸다나.

그 이후로 새로 들어오는 야간 직원들마다

한 달을 못 넘기고 나가더란다. 뭐 귀신이 cctv화면에서 자리를 째려본다나? 크크크“

 

그 사내는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나를 연신 쳐다봤다.

난 또 다시 공포에 휩싸여 멍하니 그 사내를 쳐다봤다.

나에게 그 모텔을 소개해줬던 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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