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상편-

티요레21 작성일 16.06.05 10: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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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조금 스압일지도 모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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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떠돌며 일자리 하나 제대로 얻지 못하고 그냥 저냥 살다보니

어느새 나이는 28살이나 되버렸다.

변변한 직업조차 갖지 못한 내가 딱했던지 아는 형의 소개로

어느 모텔에서 일을 하게 됐다.

일이라고 해봤자 카운터 보는 것과 손님들 잔심부름 그리고 주차하는 정도였지만 말이다.

그래도 월수입 150에 모텔에서 손님들이 주문하는 맥주를 판 수익금정도를 합치니 한 달 180~220은 되는듯했다.

뭐 하는 일에 비해 많이 받는 건 사실이다.

14시간 야간근무를 매일 서야했지만 손님이 별로 없어 심심할 정도로

시간은 안 가고 사장님이라고 해봤자 일주일에 한번 올까말까 했으니

만약 남는 시간에 공부를 하건 뭘 해도 최고의 일자리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사건이 있기 전에는…….

 

내가 일하는 모텔은 인천 어느 동네(말해도 상관은 없겠지만 그래도 지금도 영업을 하는 곳이기에 가계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유흥가와 나이트클럽이 있는 곳에서 도로하나 사이에 있는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모텔이었지만

도로 하나라는 차이에서인지 그렇게 장사가 썩 잘되던 곳은 아니었다.

술 취한 사람들이 유흥가 술집이나 나이트 문 앞을 나서면 바로 보이는 곳이

모텔거리였는데 도로하나까지 건너면서 올 필요는 없을 테니 말이다.

늘 지루한 일상을 보내던 내게 이 모텔은 솔직히 말해서 따분했다.

그날도 밤 9시에 출근해서 10시까지 깔깔대며 컴퓨터에 설치한 TV를

보고 있었다.

그때 객실 전화벨이 울렸다.

맥주 아니면 수건 갖다 달라는 거겠지 생각하며 수화기를 들었다.

 

"감사합니다. 000 카운터입니다."

 

수화기 저편으로 짜증 섞인 말투가 들려왔다.

 

"여기 609호 인데요 밖에서 누가 자꾸 초인종을 누르는데 도대체 누구예요?

어, 이제 안 누르네! 아무튼 확인 좀 해봐요. 아 짜증나네. "

 

난 컴퓨터 모니터(일반적인 사무용이 아니라 인터넷검색이나 사장 몰래

스타 하는 컴퓨터였다.)옆에 객실 관리 프로그램이 깔린 컴퓨터 모니터로

시선을 향했다.

 

"아. 예.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때까지 난 별 일 아닌 줄 알았다.

수화기를 내리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누르긴 누가 눌렀다고 장난하나"

 

객실프로그램에서는 전후 30분 동안 다른 방에서 문이 열린 적도 없거니와

사람이 올라가거나 내려간 적도 없었다.

물론 손님도 없었다.

문이 열리면 객실프로그램은 자동으로 띵동하는 소리를 낸다.

그리고 호실이 적힌 곳이 방문 열리는 것을 표시해준다.

지하에서 올라갔다 하더라도 지하에 발을 들여놓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게 되면

자동으로 감지하고 카운터에 신호음이 나온다.

난 별 일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1분도 안돼서 객실전화가 울렸다.

이번엔 606호였다.

 

"예 감사합니다."

 

말도 끝나기 전에 수화기 저편에서 큰소리로 화를 냈다.

 

"감사고 나발이고 밖에 초인종 누르는 놈 누구냐고 짜증나게

나 지금 옷 다 벗고 있어서 귀찮으니까

옷 입고 내가 나가서 조지기 전에 와서 알아서 해요"

 

상대방도 반말 존대발이 섞어 가면서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게

뭔가 제 발 저린 듯하다.

불륜이나 저지르는 것들이 라며 속으로 비웃었다.

609호와 606호는 마주보고 있는 방이다.

609호와 606호가 있는 라인쪽 CCTV에서도 사람은 없었다.

 

"저기 손님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지금 이 모텔에

사람이 나오거나 올라간 분들이 없는데요."

 

"지금 장난 치냐? 지금도 누르고 있자나 안 들려? 야 안 들리냐고?"

 

수화기너머로 들려오는 욕설과 반말에 순간 욕지기가 치밀어 올랐을 때

말소리에 함께 초인종 소리가 작게 들렸다.

순간 소름이 확 돋았다.

수화기를 내림과 동시에 금고를 잠궈 놓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으로 올라갔다.

역시 아무도 없었다.

식은땀이 났다.

엘리베이터 대신 6층 계단에서 달려 내려왔다.

1층까지 내려오는 동안 아무도 없었다.

다시 카운터로 가서 확인을 해보았지만 역시 아무것도 감지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긴장했던 것과는 다르게 그날은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초인종 사건이후로 다시 무료한 일상이 시작되었다.

그 이후 긴장하며 근무를 섰지만 몇 일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단지 나의 착각과 손님들이 잘못 들은 거라고 혼자 위안을 삼고 있을

뿐이었다.

그 일이 지난 일주일정도 지났을 무렵

난 손님이 시킨 맥주를 들고 6층으로 올라가려고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면서 무의식적으로 난 시계를 쳐다봤다.

11시20분.

오늘도 시간 더럽게 안 간다고 구시렁거렸다.

엘리베이터 올라가는 버튼을 누르고 문이 열리자 난 늘 하던 대로

맥주 쟁반을 엘리베이터 안 키 박스 위에 놔두고

엘리베이터를 타면 바로 보이는 커다란 거울을 보며 머리를 다듬고 있었다.

콧노래까지 불러가면서 말이다.

내리기전 옷매무새를 고치고 601호로 가서 손님에게 맥주를 주고는 돌아 나왔다.

엘리베이터 내림버튼을 누르고 문이 열리자

난 내려가기 위해 1층을 누르고 문이 닫히길 기다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절반쯤 닫혔을 때 갑자기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다시 열렸다.

내가 올라가는 버튼까지 같이 눌렀나? 라는 생각을 하는 찰나

등 뒤로 소름이 돋았다.

뒤를 돌아볼 수가 없었다.

분명 아무도 없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등 뒤의 커다란 거울을 볼 자신이 없었다.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난 괜찮다. 애써 진정을 시키며 문 위의 층수 번호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5층 3층

갑자기 딩동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3층

스르르 열리는 엘리베이터가 그날따라 괴기스럽게 느껴졌다.

문 열린 3층 복도는 언제나처럼 어두웠고 별다른 점을 볼 수가 없었다.

분명히 난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다.

 

'그래.3층 손님이 나가려고 눌렀는데 다른 엘리베이터를 탄 거야. 그런 거야.'

 

등 뒤로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것을 느꼈다.

문이 닫히고 1층까지 어떻게 내려왔는지도 모를 만큼

엘리베이터는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다.

1층에서 문이 열리자 난 곧바로 카운터로 달려갔고 난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쿵쿵 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을 때 누군가가 손으로 카운터를 두들기고 있었다.

 

"아저씨 장사 안 해요? 피곤하신가보네 얼마예요?"

 

순간 시계를 쳐다봤다.

11시35분.

몇 시간은 지났음직한 순간이 불과 15분정도밖에 안 되는 시간이었다니.

손님에게 돈을 받고 객실 키를 주었다.

그 남자손님은 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졌다.

그날과 마찬가지로 엘리베이터가 저 혼자 열리고 3층에서 문이 열렸을 때

3층과 6층 아니 모텔 전 객실에서 나온 방은 없었다.

외출 방 또한 없었다.

그리고 내가 기절하기 전 생각났던 건

내가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버튼을 두개 다 누르면

엘리베이터는 전부 닫혔다가 다시 열렸지

중간에서 다시 열리지는 않는 다는 거였다.

며칠 전의 초인종사건과 방금 겪은 엘리베이터에서의 일.

연관이 된다면 그리고 그걸 사람이라고 가정한다면

609호와 606호를 차례대로 누른 그 사람은 며칠을 숨어 있다가 아니면

며칠 간격을 두고 다시 와서 엘리베이터 6층에서 내가 타고

뒤따라 탄 다음 3층에서 내렸다는 일이 된다.

그러나 난 6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사람은커녕

그림자 하나 보질 못했다.

그러나 사람이 아닌 그 무엇이라면.

귀신이라고 생각한다면

6층에서 장난친 그 귀신은 나와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갔다는

소리다.

자꾸 객실프로그램에서 3층 객실 과 복도에 설치된 CCTV 화면으로 눈길이 갔다.

담배 한대를 물고 자판기에서 커피한잔을 뽑으며 나도 모르게 마른침이

계속 나왔다.

카운터로 돌아가야 했지만 난 이대로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다.

 

난 귀신이란 존재를 믿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촌에서 살았고 이곳저곳 떠돌면서 이상한 체험들도

했었지만 이런 일 두 번에 겁먹고 기절까지 해버릴 상황이 올 줄은 몰랐다.

그렇다고 내가 간이 작은 건 아니다 라고 해봤자 우습지만.

어릴 때는 흉가나 공동묘지에 찾아가 친구들과 담력시험이라는

우습지 않은 것도 해봤지만 그때는 분명 모든 상황을 알고 예측하고

갔던 일이었다.

귀신은 없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그러나 지금 일어나는 일은 귀신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 할 수가 없다.

자판기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을 때 객실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어쩔 수 없이 카운터로 돌아가 전화를 받았다.

맥주주문이다.

 

309호

 

왜 하필 309호를 손님한테 줬을까.

불안한 마음을 감추기 위해 난 욕지기를 했다.

방금 열렸다 닫힌 엘리베이터 앞 보이던 3층이 눈에 선했다.

어두컴컴한 복도가 눈앞에 드러났다.

맥주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거울 따윈 보고 싶지 않았다.

어서 가져다주고 내려가고 싶은 마음밖엔 들지 않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며 애써 불안한 마음을 감추려했다.

딩동 소리와 함께 3층에 멈춰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난 급히

309호 초인종을 눌렀다.

손님이 나오고 맥주를 건네받고 맥주 값 만원을 받은 후 난 황급히 내려왔다.

분명 아무 일도 없었다.

카운터로 돌아온 나는 머리털이 쭈뼛 서는 동시에 눈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객실 프로그램에 객실 문이 열리면 문 열린 시간과 호실이 따로 체크되어 나온다.

내가 309호 문을 연 시간 바로 밑에 306호 문이 열렸다고 표시가 되어있었다.

바로 같은 시각 같은 분에.

그날 306호에는 손님을 받지 않았다.

306호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난 309호에 올라갔을 때를 생각해보았다.

분명 맥주를 주고 돌아 나올 때만 해도 아무 일도 없었다.

아니 난 머리털까지 새워가며 신경을 곤두세우며 갔었다.

뒤에서 누가 쳐다본다거나 문 열린다는 낌새초자 없었다.

난 분명 아무 느낌도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을 때도 그때처럼 황당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리 우연이라고 내 자신을 설득하려고 해도

납득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담배를 입에 물었다 뺏다 하면서 난 객실관리프로그램만 쳐다보았다.

2층 3층 5층 6층 까지는 4호실을 제외하고는 11호실까지 10개의 객실

7층에 4호실을 제외한 스위트룸 8호 9호를 합친 8개의 객실까지 하나하나 쳐다보았다..

7층은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손님을 받지 않는다.

지금 손님이 있는 룸은 8개 밖에 없다.

일요일 밤.

평소 같았으면 장사가 왜 이렇게 안되냐며 푸념이라도 늘어놓고

스타나 하겠건만 어차피 카운터에서 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는

스타크래프트밖에 안되지만.

자꾸 306호가 문 열림 표시로 떠있는 모니터가 내 신경을 자극했다.

올라가서 확인을 해야 되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따르르릉 따르르르릉

갑작스레 걸려온 전화벨 소리에 흠칫 놀랬지만 객실이 아닌 외부전화였다.

 

"예 감사합니다. 모텔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사장님이었다.

 

"예. 사장님…….예. 일요일이라 그런지 손님이 별로 없네요. 예. 예,

알겠습니다. 들어가 쉬십시오."

 

의례 형식적인 대화만 오갔을 뿐 장사가 되건 안 되건 별말 없이

지나가는 사장.

혹시 사장님은 이 모텔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고 있는 건 아닐까?

괜히 예기했다가 정신병자 취급받을지도 모를 일이니 함부로 말 할 수도 없었다.

나 혼자 환장할 노릇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지금 의지할거라고는 담배 말고는 없었다.

입에 한가치 물고 불을 붙이려는 순간 주차장 밖으로 불빛이 보였다.

자동차 헤드라이트였다.

주차장 안에까지 들어온 차는 주차장 가운데 떡하니 멈춰서더니

한참 만에 사람이 나왔다.

자동문이 열리며 한 쌍의 남여가 들어왔다.

 

"여기 방하나 주시구요 주차 좀 부탁할게요."

 

"예 일반실 특실 있습니다."

 

"일반실로 하나 주시구요 차키는 여기 있어여."

 

505호실 키를 주려던 나는 순간 난 저 306호로 이 손님들을 줘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버림과 동시에 306호 키를 꺼내들었다.

"원래는 안 드리는데 오늘 손님이 별로 없어서 특실로 드릴게요.

 

306호실로 가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생색까지 내가며 키를 주자 남자손님이 고맙다고 웃었다.

그리고는 자기들끼리 뭐가 그렇게 신났는지 키득거리며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둘을 보며 괜히 욕지기가 나왔다.

귀신 따윈 아무래도 좋다. 저런 것들이나 잡아가라 젠장.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며 사라지는 한 쌍을 보며 아까 못 피웠던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딩동 소리와 함께 306호실 문이 열렸다.

피던 담배를 반도 안태우고 마시던 커피 잔에 꺼버린 후 주차하기 위해

카운터를 나서는 순간이었다.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심장이쿵쾅쿵쾅 뛰었다.

 

"아 젠장 306호 이것들 열었다 닫았다 난리야 "

 

난 애써 306호로 들어간 손님들이 그랬을 거라고 욕을 함으로서

스스로 위안 삼으려 했다.

마지못해 카운터로 다시 돌아온 난 주저앉아버렸다.

301호 302호 303호 305호 문이 순서대로 열린 것이었다.

그리고 주저앉는 그 순간 307호 308호가 차례대로 문 열림 표시가

떴다.

카운터에서는 딩동 소리 외에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307호와 308호가 보이는 CCTV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카운터에 혼자 있다는 생각과 함께 두려움은 점점 커져가기 시작했다.

혼자라는 핑계를 대고 3층으로 올라가길 내 몸은 거부하고 있었다.

그래 바람. 바람 때문 일거다.

아침에 낮 근무자 오면 올라가서 확인해보면 되는 거다.

애써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 가슴을 억누르며

후들거리는 다리를 움직여 뒤에 냉장고로 가서 맥주 하나를

집어 들었다.

단숨에 들이켰지만 술이 약한 나임에도 전혀 취기가 올라오지 않았다.

냉장고에서 맥주하나를 더 꺼내어 카운터로 돌아왔다.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난 술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고 센 편도 아니다.

아니 술을 거의 못한다고 봐야 맞을 것이다.

소주도 반병정도면 취해버리는 몸 이니 말이다.

술을 마시면 안 된다고 머릿속에서 경고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그러나 내 몸은 경고를 무시한 채 맥주 캔을 따버렸고  넋이 나간듯이

마셔버렸다.

무엇인지도 모를 것에 내가 무서움을 느낀다는 것에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급하게 마신 맥주 탓인지 더운 밤임에도 한기가 느껴졌다.

갑자기 309호 에서 열렸던 문.

그리고 3층.

날 가지고 노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무엇인지도 모를 것이 날 가지고 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서웠다.

문이 열리고 닫히고 초인종을 누른 그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말이다.

두려움을 이기려 맥주 캔 하나를 더 꺼내어

바로 벌컥벌컥 마셔버렸다.

싸한 느낌과 함께 찬 것을 급하게 마셨을 때의 두통이 머리를 휘돌았다.

카운터로 돌아가 자리에 앉아 객실 프로그램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갑자기 취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새벽 5시42분.

내가 일한지 20일 가까이 됐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일 생기는지.

호기심보다 두려움이 더 커졌다.

모텔 전 층 복도를 보여주는 CCTV 에 눈조차 가지 않는다.

아니 보고 싶지도 않았고 이 따위 모텔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었다.

방이 다 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난 모텔 간판 불을 꺼버렸다.

애써 프로그램 모니터와 CCTV 모니터를 무시한 채 스타를 실행했다.

제발 전화도 오지 말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교대시간은 9시 아직 3시간가량 남았다.

한참을 스타에 열중하고 있다가 갑자기 들려온 전화벨 소리에

의자가 내동댕이치며 넘어질 만큼 놀라 일어났다.

침을 꿀꺽 삼키며 큰소리로 요동치는 심장소리를 진정시키며

전화를 받았다.

다행히. 아침 알람을 요구하는 손님 전화였다.

알겠다는 소리와 함께 전화를 끊고 그때까지도 발작하는 심장 때문에

가슴을 부여잡고 카운터에 한손을 기댄 체 웅크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욕지기가 나왔다.

내 신경을 곤두서게 만든 그 알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알람을 요구한 빌어 처먹을 손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내일이 되면 사장한테 전화해 이 빌어먹을 모텔을 당장 관두겠다고

다짐했다.

절대로 뭔가 더 안 좋아질 거라는 느낌만 강하게 들뿐이었다.

안절부절 하며 더디게 가는 시간 때문에 스타를 하건

컴퓨터로 영화를 보던 뭘 했는지 뭘 봤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교대시간인 9시 정각 낮에 일을 보는 민주 누나가 도착했다.

난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짜증을 내버렸고

9시에 도착한 민주누나 또한 어의가 없었는지 아무 말도 없이 날

가만히 쳐다봤다.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괜히 애꿎은 사람한테 짜증냈다 싶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306호 알람시간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환히 밝아진 밖을 보면서 용기를 내어 3층으로 올라갔다.

손님이 있는 객실을 피해 난 전 객실을 들어가 살펴보았다.

마지막 방까지 다 살펴보고 난 황급히 엘리베이터로 향했고

1층에 대기하고 있는 엘리베이터 표시를 보자마자 계단을 찾아

1층까지 뛰어 내려갔다.

대충 민주 누나와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밖으로 뛰어 나갔다.

내 중얼 거리는 소리를 들었나 보다.

뒤에서 민주누나가 의아한 듯 물어보았지만 난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나갔다.

 

"경호야. 창문이 전부 닫혀있었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저녁놀이 어슴푸레 져 간다.

다시 일해야 될 시간이 왔다.

낮 동안 잠을 못자 벌겋게 충혈 된 두 눈이 거울에 비춰졌다.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든다.

오늘은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두려운 마음에 발걸음마저 무거워지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지만

어느새 모텔은 금방 가까워졌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나는 민주누나와 인사하고

카운터로 들어가 객실상황을 살폈다.

대실 14개 숙박 2개.

지금 시간 9시.

오늘 사장이 오기로 한날이다.

오늘까지만 하고 그만두겠다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발걸음 가볍게 가는 민주누나를 보니 낮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

밤의 모텔은 이제 공포가 돼가고 있었다.

초인종. 엘리베이터 그리고 자동으로 열리는 문.

뭔가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는 생각은 내 몸과 머리를 따로 놀게

만들었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두려워지게 만들었다.

오늘만 참자 오늘만 참자.

나 스스로에게 위로하듯 말하며 사장이 얼른 오기만을 기다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날 출근을 안했어야 했다.

아니면 사장에게 전화를 걸든지 했어야 했다.

손님마저 오지 않은지 두시간여정도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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