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들렀습니다.
들렀으니 짧은 에피소드 하나 던져 놓고 갈게요. 근데 뭐 이게 쓰다보면 또 길어 질지도 ........ㅋ
군시절 자대 배치(헌병대) 받아가니 석달 위 고참중 한명 눈빛이 이상하더군요.
신내린 사람들은 눈빛으로 표가 나는데 딱 그런 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보자마자 ‘어? 저 인간 신 내렸네?’ 라고 바로 알 수 있었어요.
그런 부분과 상관 없이 사람은 착하고 좋은 사람 이었습니다.
신경쓰지 않고 지내다 보니 꽤 친해졌었죠.
시간이 지나 제가 병장 이호봉 즈음 내무반에 뜬금없이 동전 귀신이 유행 했습니다.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달력 뒷판을 뜯고 자음과 모음 써놓고 숫자도 쓰고 예스, 노우도 써놓고 세명이 빙 둘러앉아 손가락을 동전 위에 나란히 얹어 놓고 귀신을 부르면 동전이 자기가 알아서 스르륵 움직이는 그런 형태의 놀이 였죠.
지금 생각 하니 우습네요.
다 큰 혈기 왕성한 남자들이 둘러 앉아 그 짓이나 하고 있었다니.
여튼,
고참 하나가 재밌는 놀이 하나 배워 왔다고 한번 시작한 뒤 내무반에서 유행 하게 됐습니다.
아까 말한 신 내린 것 같다는 고참이 한병장 이었는데 첫 날 자기도 손가락 올리는 세명중에 껴서 하겠다는 걸 제가 말렸습니다.
“한뱀, 한뱀은 그거 하지 마십시오”
“왜?”
“느낌이 안좋습니다. 그냥 구경이나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잘 모르지만 웬지 그 고참이 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말리자 안 하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제가 야근을 마치고 열한시경 내무반에 올라가자 또 예의 동전귀신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불도 다끄고 촛불하나 켜놓고 세명이 동전위에 손가락 올려 놓고 나머지 는 그 주위에 빙둘러서 구경하고 있고.........
속으로 또 시작 이네,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뭔가 다른 날과 공기가 좀 다릅니다.
보통 때는 귀신한테 질문 하면서 키득 거리기도 하고, 장난도 치고 그런 분위기 였는데 그날은 웬지 다들 표정이 싸하게 굳어 있더라구요.
오늘은 왜 저래? 라는 생각으로 그 판을 들여다 보니 어라? 한 병장이 그 판에 손가락을 얹고 끼여 있는 겁니다.
속으로 ‘어이구 저 인간은 저런거 하면 안되는데’ 라고 생각 했었죠.
그때 다른 질문 자 하나가
“혹시 여기 당신이 따라 다니는 사람이 있습니까?” 라고 믈으니 동전이 ‘네’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저도 분위기에 압도되어 환복도 하지 않고 옆에 서서 구경 하기 시작 했습니다.
“원혼 때문에 따라 다니는 건가요?” 라고 묻자 아니 랍니다.
그러더니 동전이 자음과 모음을 부지런히 움직이더니 ‘사랑’ 이라는 글자 조합을 오갑니다.
“누군지 말해 주실수 있나요?” 라고 묻자 동전이 움직이 더니 ‘한’ 이라는 조합을 만듭니다.
우리 시선은 일제히 한병에게 쏠렸고 한병장 얼굴은 새하얗게 변하기 시작 했습니다.
그 상태로 잠시 침묵이 흐를 때 눈치 없던 고참 하나가 말 했습니다.
“난 당신의 존재를 못 믿겠는데 혹시 당신의 모습을 보여 주거나 증명해 주실수 있나요?” 라고 말해 버리고 맙니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우리는 모두 토끼 눈이 되어 그 고참을 원망 어린 눈초리로 바라 보고 있었고, 한 고참은 그 질문을 한 고참에게 “야이, 미친 새끼야” 라고 욕을 했습니다.
그렇게 잠시 고고한 공포가 흐르는 침묵이 지속 되고 있었는데 갑자기 건너 편 침상쪽에서 뭔가가 후두둑 하고 떨어 집니다.
다음날 행사가 있어서 투입 되는 인원들은 정복을 다림질 해서 관물대 앞 옷걸이에 걸어 뒀는데 그 중 한 벌이 아무 이유도 없이 밑으로 떨어진 겁니다.
주위에 아무도 없었는데 말이죠.
그때 놀라서 소리 지르고 사람도 있고 가관 이었습니다.
떨어진 옷을 보니 한병장 옷 이 더군요.
모두 극도의 공포심이 몰려 있던 그때 갑자기 한병장이 “에이 씨, 안해 안해, 세상에 귀신이 어딨어?” 라며 동전에서 손을 확 뗘 버립니다.
각자 한마디씩 하며 농담으로 분위기를 삭히자 부풀어 오르던 공포감이 사그러 지기 시작 했습니다.
그러다 이런 저런 이야기로 하루를 마무리 하고 하나, 둘 잠자리에 들 때 저는 담배나 한 대 태우기 위해 밖으로 나갔습니다.
근데 거기 한 병장이 혼자 쭈구리고 앉아 있더군요.
“한 뱀 안 주무 십니까?” 라고 물었는데 대답도 없이 멍하게 땅만 보고 있습니다.
그러더니 시간이 좀 지나자 그제서야 뒤에 제가 서있는 걸 알더군요.
“뭐 하십니까, 한뱀 쫄려서 그런 겁니까?” 라고 제가 슬슬 농담을 했습니다.
그러자 “어? 어...아니 그게 아니고.......야 저기......아까..” 라며 뭔가 말을 하려다 맙니다.
“아까 일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 옷 떨어진거 가지고 뭐 그렇게 놀라 십니까. 신경쓰지 마십시오” 라고 웃어 넘겼습니다.
그러자 “아니다. 나 들어갈게” 라며 내무반으로 혼자 들어 가더군요.
그 날 그렇게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에 잠시 잠이 깻습니다.
이상하게 새벽에 잠이 깼는데 바로 잠이 안오 더군요. 자려고 눈을 감고 있는데 어디선가 작게 ‘찰싹, 찰싹’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정확한 표현으로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속으로 이게 무슨 소리지? 잠결에 잘못 들었나? 빨리 자야지 뭐 이런 생각을 하다 문득 실 눈을 뜨고 앞을 바라 보는데,
그때 한 병장 자리가 제 침상 맞은 편 쪽 이었습니다.
한 병장 머리 맡에 어떤 여자가 앉아 한 병장 얼굴을 손으로 찰싹 찰싹 때리고 있는 겁니다.
어두워서 표정은 보이지 않는데 마치 웃고 있는 얼굴을 한 듯한 느낌도 들고.
그러다 저도 기억이 없어요.
사실 그때도 그렇게 생각 했고 지금도 그렇고 그때 제가 본게 꿈 이었는지 실제 제가 깨서 본건지 명확히 말하기 힘듭니다.
그렇게 아침이 밝았습니다.
멍하게 일어 나서,
일어 났을때는 새벽에 제가 본걸 기억도 못하고 있었어요.
졸병들은 기상시간이라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 한 병장도 벌써 일어 나서 침상쪽을 바라 보고 앉아 있더군요.
근데 내무실을 왔다갔다 하는 졸병들 표정이 이상한 거예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몽롱한 상태로 세면백을 들고 씻고 왔는데 그때까지 한병장은 자기 관물대 쪽으로 뒤돌아 앉아 꼼짝을 안하고 있었습니다.
“한 뱀 출근 준비 안하 십니까?” 라고 물어 보다가 기절 할뻔 했습니다.
한병장 입술이 어마어마 하게 커져 있는거예요.
이게 마치 현식적이지 않고 만화 캐릭터처럼 입술만 거의 서,너배 정도 커져 있는 겁니다.
그 상태로 망연자실하게 앉아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더군요.
아.....역시 짧게 쓰는글 실패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