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일병이 보급대에서 헌병대로 넘어 온 시기가 제가 상병때인지 일병 때인지 명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보급대내 고문관 비슷하게 찍혀 있던 녀석은 고참들 앞에서 수술용 메스를 들고 씨익 웃은 후 입을 ‘아’ 벌리고 자기 볼에 관통 시켰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입에서 피가 철철 떨어 지는데 웃으며 도망 치는 고참들을 따라 쫓아 다녔다는 이야기도 들리구요.
웃으며 주사바늘로 자기 팔을 찍어대며 자해했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녀석이 점점 골치 아파지자 보급대대장 해결책은 헌병대로 전출 이었습니다.
녀석의 전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발칵 뒤집혔었죠. 희대의 또라이가 우리 대대로 오다니 라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녀석을 처음 본 날 의외의 이미지 였습니다.
작고 마른데다 군인 답지 않은 하얀 피부에 어찌 보면 여성스럽다 고도 할 수 있는 이미지 인데 인광은 번뜩하며 살아 있더군요.
나중에 녀석과 친해지고 나서 좀 웃었던게,
소문처럼 그렇게 웃으며 칼을 찔러 넣고 관통 시키지는 않았답니다.
“그게 말입니다. 고참들이 너무 괴롭히니까 엿 좀 먹여 볼라고 말입니다. 처음 계획은 수술용 메스를 볼에 찔러 놓고 입까지 쭉 잡아 댕길려고 했지 말입니다.”
“뭐? 야이 미친 놈아 그걸 제정신에 어떻게 해”
“아니, 의대 다니는 제 친구가 말입니다, 수술용 메스로 살 찢으면 하나도 안 아프다는 말을 해서 말입니다. 꼬매면 흉터도 안 남는 답니다.”
“야 그게 말이 되냐, 칼로 생 살을 찢는데 안 아프다는게 말이 돼?”
“그러게 말입니다. 칼로 볼을 푹 찌르는 순간 너무 아프지 말입니다. 그래서 그냥 뺐습니다.”
“야, 소문으로는 볼 안으로 칼을 관통 시켰다던데? 너 주사기 들고 자해도 했다매?”
“아닙니다. 저도 생각이 있는 놈 인데 관통을 왜 시킵니까. 주사도 친구가 안 아프다 그래서 찔러 봤는데 한 세방 찌르다 말았습니다. 그것도 엄청 아픕니다. 소문 이란게 원래 다 그런거잖습니까. 그냥 뭐 볼에서 피는 뚝뚝 떨어지지 저는 미친 놈처럼 웃으면서 내무반 헤집어 다녔지. 지들이 공포에 질려서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
하아..............그 정도만 해도 이미 충분히 똘아이 인데 이 놈한테 또라이의 기준이 뭔지.
처음 전입 왔을 때 다른 고참들이 좀 갈궜던 기억이 나는데 저는 이상하게 녀석에게 호감 이 갔습니다. 녀석도 저를 잘 따랐구요,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고참들도 녀석이 생각만큼 또라이가 아니라는 걸 안후 그냥 무난무난 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 이지만 녀석이 보급대에서 또라이 짓을 하게 됬던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거구요.
그러다 녀석이 평범한 사람은 아니구나 하고 느꼇던 계기가.
제가 군복무 시절 공군 참모총장이 헬기를 타고 가다 성남에서 추락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부대가 비상 걸려 발칵 뒤집히고 저희 대대에서 수색 나가서 잔해나 시신 찾고 뭐........
그 날밤 저희 부대안에 참모총장 위령소를 세우고 헌병대에서 복초로 뻗치기를 들어 갔습니다.
그런데 새벽에 소란 스러워서 잠이 깨보니 위령소에서 뻗치기 해야 할 두 명이 내무반에서 덜덜 떨고 있는 거예요.
내무반에서 난리가 났죠. 위령소 비워두고 있는 걸 당직사관이 알면 끝장인데.
왕고가 잠이 깨서 니네가 왜 여기 있냐고 당장 위령소로 가라니까 두명이 못가겠 답니다.
얘기를 들어 보니 두명이 뻗치기를 하다 새벽도 되고 심심하니 이런얘기 저런 얘기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일병 놈이 병장 한테 그러더 랍니다.
“근데 김병장님 저기 BOQ앞에서 걸어 다니는 사람 보이 십니까?”
“누구? 사람이 어딨어? 안보이는데?”
“아니..저기 저BOQ쪽에서 지금 이쪽으로 걸어 오고 있는 사람 있잖습니까?”
근데 말해놓고 보니 이상하더래요.
새벽인데다 그 시간에 거길 돌아닐수 있는 길도 아니고 당시 사관이 지나 갈거면 무전이 왔을텐데 아무 연락도 없었고.
그러다 원래 움직이면 안되는데 김병장이 일병 놈 서 있던 자리로 옮겨 바라보니 정말 BOQ쪽에서 사람이 걸어 오고 있더 랍니다.
그러다 갑자기 뒷목이 싸해지고 닭살이 확 올라 오는게 느껴지더래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위병소 안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자기들 쪽으로 걸오 오고 있는 사람과 똑같이 생긴 사람 얼굴이 영정 사진 속에 있더랍니다.
그래서 둘이 소리를 지르고 내무반으로 도망 왔대요.
그 얘기를 듣고나니 왕고도 당장 나가라는 말을 안하더군요.
사관 순찰 돌기 전에만 다시 나가라는 말을 했고 어스름하게 날이 밝아 올때쯤 다시 나갔던 걸로 기억 합니다.
그 일이 있고 며칠 후 였나 밤에 신일병하고 담배를 피다 제가 말한 적 이 있습니다.
“야, 그거 진짜면 총장님이 억울해서 아직 이승에 머물고 계시나 보다”
라고 했더니 녀석이 뚱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그거 총장님 아닙니다.”
“어? 총장님이 아니라니?”
“아니, 그런게 있습니다. 그냥 잡귀가 장난친거 라고 생각 하시면 됩니다. 총장님은 아닙니다.”
라고 대화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더 묻지는 않았는데 이 놈이 뭔가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각설하고,
한병장 은 오후 즈음이 되자 얼굴이 원래 상태로 돌아 왔습니다.
저녁 무렵이 되자 저도 금방 머리 속에서 잊혀져 갔구요.
그냥 한병장이 다른 뭔가 알레르기가 있나보다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 갔죠.
그 날 제가 사무실에 혼자 남아 야근을 하고 있었습니다.
열두시 무렵에 정리하고 올라 갈 무렵 신일병이 저희 사무실로 들어 왔습니다.
“너 안자고 뭐 했냐? 너도 야근 했냐?”
라고 묻자
“예, 저도 이제 올라 가려구 말입니다.” 라고 대답 합니다.
“그래 그럼 담배나 한 대 피고 올라가자 라고 말하고 녀석에게 한 대 주고 저도 불을 붙였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녀석이 제게 묻습니다.
“이 병장님, 어제 새벽에 한병장님 옆에 있던 여자 보시지 않으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