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어렸을때는 이런 날 무서운이야기 하면서 놀던게 가장 큰 행복이었는데,
나를 먹어가면서 점점 사회 때가 타야 했다고 하나?
점점 그런 순수함이 사라져 가는 것 같습니다 ㅋ
그래서 오래간만에 어렸을 때 기분도 낼 겸 제가 20대 중반 한참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던 때 겪었던
무섭고도 소름끼쳤던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2013년 여름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무지하게 더웠던 그때 저는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위한 취준생 신분이었죠.
여기저기 취업사이트랑 교수님 추천 업체 등을 살펴보며 면접을 보러다닌던 때였습니다.
뭐 대한민국에 모든 취준생 시절을 겪었던 분들이나 지금 겪고 계신분들이나
다 마찬가지시겠지만,
면접 공고가 나고 연락을 받으면 업체 약도를 보면서 찾아가야 하는 일이 그렇게 만만치 만은 않습니다.
특히 저같은 길치는 아무리 상세주소가 나와 있다고 해도 막상 실제 장소를 찾아가려면 애를 먹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1시간 먼저 나서거나 시간적 여유를 두고 면접장소에 향했습니다.
그날도 저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 역 부근의 면접장소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부근에 도착하니까 시간이 무려 40분이나 남아버렸던 겁니다.
뭐 근방에 아는 사람이 살고 있지도 않았고 PC방에 들어가자니 또 애매하고, 카페나 도서관도 그렇고... 도저히 시간을 죽일 마땅한 방법이 생각나질 않았죠.
그 와중에 땀은 억수같이 쏟아지지... 그 몰골에 면접을 봤다간 안보니만 못한 것 같아서 일단 땀을 식힐 장소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때 제 눈에 들어온 한 신축건물이 있었습니다.
면접장소 바로 맞은편이었고 건물 안에 혹시 화장실이라도 있을까 해서 땀도 닦고 생리현상도 해결하고 이래저래
좀 버티다 보면 시간이 맞겠다 싶어 무작정 들어갔습니다.
신축건물답게 1층 로비에는 안내 데스크가 있었고 경비원분도 한 분 계셨으며 사람들이 분주히 오고가는 게 그냥 일반적인 도심 속 건물 내부의 풍경이었습니다.
근데 공교롭게도 1층 화장실이 수리중이었고 전 차선책으로 경비원분의 눈치를 살피며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아무 버튼이나 눌렀습니다.
워낙 소름끼치는 일이라 지금도 기억나는게 그 아무 버튼이 8층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는 천천히 올라갔고 8층에 멈춰 문이 열렸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신축건물이라곤 하지만 분주하게 사람이 오가던 1층 로비와 다르게 어두컴컴한 적막만 감도는 복도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뭐지? 아직 입주가 안된 층이었나?"
전 이렇게 생각하고 그래도 화장실은 열려있겠거니 싶어 그냥 내렸죠.
그나마 엘리베이터 불빛에 의지해 조금이나마 확보됐던 시야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힘과 동시에 제대로 암흑세계가 됐습니다.
간간히 보이는 초록색 비상구 안내 불빛과 핸드폰 라이트에 의지해 화장실로 식별되는 장소를 찾았습니다.
다행히 화장실은 열려 있었고 신축건물답게 화장실 조명이 자동으로 켜졌다 꺼졌다 하는 구조더군요.
근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릴때부터 느꼈지만 마치 건물 전체 에어컨을 작동하고 있는 것 처럼 내부가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겁니다...
뭐 워낙 더운곳에 있다가 와서 그러려니 했지만 그런 강도치곤 엄청 서늘했습니다.
아무튼 볼일을 보고 땀도 자연적으로 식고 핸드폰 시계를 보니 면접시간 까지 30분이 남아있었습니다.
물론 화장실이었지만 사람도 없고 서늘한게 잘됐다 싶어 세번째 화장실 끝 칸에 좌변기 덮개를 내리고 앉아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한 10분 정도 지났을 겁니다...
갑자기 누군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는 인기척을 느꼈습니다.
순간 "뭐지?" 싶었지만,
외부인이 쉽게 들어올 정도면 내부 청소원분이나 건물관계자일수도 있겠다는 당연한 생각에 그냥 보던 스마트폰을 계속 들여다 봤죠.
그런데 첫번째 칸부터 뭔가 부스럭 소리를 내면서 마치 공중화장실을 보면 청소하시는 분들이 휴지통을 비우는 소리를 내는 겁니다.
이 화장실은 아예 휴지가 비취돼 있지도 않았고 모든 칸을 다 확인하진 않았지만 당연히 휴지통은 다 비워져 있었는데도 말이죠...
그때부터 뭔가 기분이 싸한게 점점 그 소리와 인기척에 저도 모르게 집중하게 됐습니다.
급기야 소리는 제 옆칸을 지나 드디어 제가 들어가 있던 세 번째 칸에서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
좀 둔탁하다 싶을 정도로 잠긴 제 칸의 문을 바깥쪽에서 심하게 두드리는가 싶더니
잠시후...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쿵쾅"
마치 문을 부숴버릴듯이 심하게 두드리는 겁니다.
전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 무서운 마음에
"여기 사람...있어요" 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로 그 정체불명의 두드림에 대응했습니다.
그러자 이내 그 쿵쾅거림은 멈췄습니다.
전 일단 당황스러운 마음을 가다듬고, 조심스럽게 화장실 문 잠금장치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50대 정도로 보이는 어떤 아주머니가 오래된 낡은 청소도구 같은 걸 들고
그 자리에 서서 저를 빤히 쳐다보고 계시는 겁니다...
아주머니는 그렇게 미동도 없이 절 매서운 눈매로 응시하고 계셨습니다.
저는 "아... 볼일이 너무 급해서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남긴채
서둘러 죄지은 사람마냥 도망치듯 화장실을 빠져 나왔습니다.
그때 전 당연히 청소아주머니로 생각했고 바쁜 일이 있으신가보다 해서 얼른 엘리베이터 쪽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두워서 못봤던 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착각했던 건지 엘리베이터 입구 벽면 위에 붙은 층계번호가
15층인겁니다.....
"아니...분명 나는 8층 버튼을 눌렀고 멈춘곳도 8층이었는데...."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까 단순 착각을 했다기엔 너무나 기묘한겁니다...
뭔가 이상한 느낌에 헐레벌떡 나왔던 화장실로 조심스레 다시 가봤습니다.
아....
화장실은 문은 당연하다는 듯 잠겨있었고 방금전까지 제가 겪은 모든일들이 무슨 꿈을 꾼 것 마냥 뒤죽박죽 돼버렸습니다.
그 어두운 곳에서 드는 생각은 오직 하나 뿐이었죠.
"아... 너무 무섭다"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며 저는 비상구 계단으로 막 뛰어내려갔습니다.
(엘리베이터도 무섭더라고요)
15층 높이를 전력 질주해서 내려와 1층 로비에 도착한 뒤
숨을 헐떡였습니다..
아까 본 그대로 1층은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왔다갔다 했고 땀에 젖은 저만 이상한놈 취급받기 딱 좋았죠
그리고 그제야 전 보고 말았습니다.
건물 내벽 게시판에 붙은 게시물을요...
"건물 전 층 화장실 보수공사 실시,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어쩌고 저쩌고 신축건물이다 보니 1층부터 차례로 화장실 수리에 들어가 나머지 층은 순차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임시 폐쇄조치 하겠다는 뭐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불과 몇 분 전에 겪었던 일들은 무엇이었으며, 특히 그 청소 아주머니....
그 분은 도대체 누구였는지...
4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때 기억은 제 인생 최대의 미스테리이자 공포로 남아있습니다.
단순히 더운 날씨 때문에 더위를 먹었던걸로 치부해보려고 하기엔 너무나 생생한 기억이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