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선배가 해준 ‘센텀시티 회사원 괴담’을 재구성 했습니다.
대영은 대학을 졸업하고 부산 센텀시티에 있는 IT 회사에 어렵게 취직을 했다. 그리고 의도하지 않게 입사 첫날부터 야근을 하게 됐다. 첫 직장이라서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무엇보다 퇴근을 하고 싶어도 아무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아서 소심한 대영은 그만 분위기에 휩쓸려 같이 일을 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지... 어렵게 취업했는데 잘 보여야 안 되겠나?’
사실 돌아가는 일을 전혀 모르지만 인수인계 관련 된 서류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빨리 퇴근 좀 하라고 기도를 했다. 그러나 그렇게 멍하니 있으니까 자신도 모르게 살짝 잠이 들었는데...
다리에 힘이 풀리는 느낌에 깜짝 놀라서 일어나보니 어느새 사무실에는 자신 혼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밤 12시가 넘은 시점에서 깨우지 않은 회사 동료들에게 왠지 서운 했다.
‘아니 이 회사 사람들 좀 그렇네? 제대로 가르쳐 주는 것도 없고 말도 안 해주고... 내가 환영회까지는 안 바라지만 이건 좀 그렇다..’
그렇게 가방을 부랴부랴 싸고 사무실에서 나오는데 복도가 너무 캄캄한 것이었다. 대영은 엘리베이터를 향해 허탈감에 터벅터벅 걷는데... 같은 건물의 맞은 편 쪽에 자동으로 전구가 ‘팟’하고 켜졌다. 유리로 된 건물이라 워낙 어두워서 단 번에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웬 붉은 원피스를 입은 키가 작은 여자가 대영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영은 ‘이 시간에 나만 퇴근하는 게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한 숨을 쉬며 엘리베이터를 타며 버튼을 누르려고 하는데 그 여자가 서서히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오는 것이었다. 그녀가 걸을 때마다 복도의 자동전구가 켜졌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그걸 보고 있던 대영은 서둘러 닫힘 버튼을 눌렀다. 이유는 복도의 자동조명이 갈수록 빠르게 켜졌기 때문이다. 갑자기 그 여자가 마구 달려온다는 무서운 생각이 든 대영은 조급하게 1층으로 내려갔고 다시 한 번 사무실 쪽 층수를 확인했다. 그런데 그녀가 엘리베이터 쪽에 도착해서 1층 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왠지 자신을 바라보는 느낌을 가진 대영은 오싹한 마음이 들었다. 왜냐하면 한 동안 그녀가 1층 쪽을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영은 찝찝한 기분을 뒤로하고 빨리 택시를 잡으려고 했지만 밖은 사람도 전혀 지나다니지 않을뿐더러 차도 없었다. 뭔가 지쳤지만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차가 있는 곳까지 마구 달렸다.
다음 날, 지친 기색으로 출근을 했다. 김대리라는 인간이 사무실에서 코를 곯고 잘 자고 있어서 일부러 깨우지 않고 집에 갔다며 얄미운 소리를 했다.
“긴장감 없이 일을 하지 않으면 인턴기간 사장님이 모가지 내친다이? 그러니까 어렵게 취직했으면 노력을 좀 해라”
그 말이 시작되고 대영은 아주 일 폭탄을 맞았다. 대영은 웹 기획 쪽의 일을 했는데 김대리는 엄청 많은 서류를 주고 앞으로 몇 개의 아이템을 제시하고 거기에 대한 기획서를 만들라고 두서없이 말했다. 한 성격하는 대영이지만 어렵게 취직한 회사이기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쥐꼬리 월급이라도 받아가려면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그렇게 출근 2일째의 나날을 보내고 점심시간이 왔다. 첫날이야 김대리랑 먹었지만 2일째는 아무도 밥 먹으러 가자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혼자서 빵을 먹으며 지난밤에 있었던 일을 곰곰이 되짚어 봤다. 그 여자는 누구였을까? 상식적으로 그 여자가 너무 빨리 달려왔던 것이 아닐까? 물론 달리기가 빠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달려 올 명분이 없지 않은가? 대영은 오싹했다.
무서운 생각도 잠시... 엄청난 업무량에 퇴근시간을 또 넘겨 야근을 했다.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인수인계에 또 많은 일에 끝이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어느 덧 11시 30분이 되었고 대영은 아무도 남지 않은 사무실에서 한 숨을 쉬었다.
“하아.. 다 했구만? 또 혼자 남았네. 오늘은 지하철 끊기기 전에 가야지... 취업했다고 좋은 것이 아니구나.. 월급 나오면 좀 기분이 좋아질까?”
대영은 짐을 챙겨 서둘러 나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으며 정면을 바라보는데 맞은 편 쪽에서 자동조명이 켜지며 어제의 붉은 원피스를 입은 아가씨가 또 보였다. 그리고 서서히 대영이 타려고 하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오는 듯 했다. 대영은 뭔가 오싹한 기분이 들어서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빠르게 걸었는데... 맞은편에 있던 아가씨도 빠르게 달려오는 것이었다. 어제는 몰랐는데 달려오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쿵쾅쿵쾅...”
꺼림칙해서 재빨리 엘리베이터 문을 닫고 1층으로 내려갔다. 여차하면 쫓아올까봐 언제든지 도망갈 태세를 하고 자신이 일하던 사무실 쪽 엘리베이터를 올려다봤다. 대영은 소름이 돋았다. 어제처럼 그 아가씨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대영은 많이 놀랐고 당황스러웠다.
“저.. 저런... 또라이년... 뭐하는 년이고? 미친년... 빨리 가야지...”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실루엣이 무섭다고 해야 할까? 대영은 지하철역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그날따라 왜 이렇게 사람이 없는지 대영은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만약에 이럴 때에 그 여자가 달려 나온다면... 아찔했다. 생각만 해도 무서웠다. 그런데 갑자기 어딘가에서 웃음 소리가 났다.
“으흐흐... 으흐흐흐... 으하하하하...”
안 그래도 사람도 없는 지하철에 기분 나쁜 웃음이 울렸다. 대영은 혹시나 그 여자가 자신을 따라왔을까 사방을 둘러봤지만 보이지 않았고 때마침 지하철이 와서 긴장한 마음으로 탔다. 그리고 긴장이 풀려 자리에 앉았는데 대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대영이 탔던 지하철의 맞은 편에 붉은 옷을 입은 그 여자가 웃으면서 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몸이 굳어서 한동안 풀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