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 귀신의 장난 3부

백도씨끓는물 작성일 17.11.19 18: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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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화는 준택의 아내에게

지난밤에는 정말 큰일이 났었다며 말을 이었습니다.

 

간밤에 저 아이가 죽다 살지 않았어유?”

 

준택의 아내는 첫째 딸의 얼굴을 한번 보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가, 이모한테 잠깐만 와보련?”

 

첫째 딸이 윤화 앞에 다가와 앉았습니다.

윤화는 딸에게 천장을 보라며 손짓을 했습니다.

아이가 천장을 바라보고 고개를 들자, 준택의 아내는 경악을 했습니다.

딸의 목에 누군가가 목을 졸랐던 흔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손 모양이 선명했습니다.

 

언니, 이거유... 사람이 한 짓이 아니라,

이 집에 사는 귀신들이 한 거에유..”

 

준택의 아내는 너무 무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해서 딸을 안은 채 울기만 했습니다.

그녀는 문득 친정어머니가 생각이 났습니다.

친정어머니가 꿈에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첫째 딸을 부둥켜안으며 고마움과 서러움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윤화는 그날 밤에 산신님께 기도를 드리고 내려왔을 때,

모녀가 이 집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습니다.

특히 첫째 딸에게는 귀신들의 냄새가 어찌나 진동을 하는지,

잠자코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지요.

 

그들을 구해주려고 준택의 아내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일부러 말을 걸었지요.

문제는 귀신의 존재를 전혀 믿지 않을까봐,

산신님께 재물로 바쳤던 사과 3개를 주며

그것을 통해 귀신의 목소리라도 듣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영적인 힘을 잠깐 빌려준 샘이지요.

 

물론, 당장 찾아가서 도와주고 싶었지만

야밤에는 귀신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강해서 자신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준택의 가족이 믿어준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윤화는 새벽에 일찍 찾아와서 한참을 집 밖에서 지켜보았습니다.

문밖에서 준택의 아내와 귀신이 하는 이야기를 모두 듣고 있었지요.

그러다 귀신의 심보가 보통이 아니라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방문을 열었던 것이었습니다.

 

언니, 하루 빨리 이 집에서 나가야 해유...

언제 귀신들이 언니 가족들에게 해를 끼칠지 모른다니께유...

이것들은 굿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만큼 무서운 녀석들이에유..“

 

준택의 아내는 아이의 아버지도 없는데,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저기.. 윤화 아가씨, 그래도 우리는 여기가 아니면 갈 곳이 없어요..”

 

윤화는 아무 걱정 말라며,

 

언니, 그런 줄 알고 제가 우리 할머니께 말씀드렸어유..

우리 집 뒤편에는 방이 하나 있슈...

그곳에서 언니 가족들이 지내도 된다고 하셨슈...

여기 보다 훨씬 좁지만, 훨 안전하지유..”

 

그래도 준택의 아내는 남편의 동의 없이 움직이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윤화 아가씨.. 역시 지금은 무리일 것 같구요..

아이들 아빠가 아무래도 와봐야...”

 

준택의 아내도 몹시 이 집이 찜찜했습니다.

처음 올 때부터 푹 꺼진 지반에 냉기까지 도는 집...

무엇보다 아이가 아픈 것이 귀신의 탓이라고 하니까

집에 정나미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 아빠가 너무 좋아한 집이라서

쉽게 누군가의 말을 듣고 방을 빼기에는 염려되는 부분이 컸습니다.

 

윤화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준택의 아내도 이곳을 나와야 한다며 재촉했습니다.

하지만 준택의 아내는 그것 역시도 스스로 결정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언니 잘들어유. 귀신은 말이여유... 약한 아이나 노인부터 해를 끼쳐유.

그리고 사람의 두려움을 먹고 강해진 뒤에는 건장한 사내도

해를 끼쳐유... 귀신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뭔지 알아유?

인간이 자신의 터에서 행복하게 사는거에유...”

 

준택의 아내는 윤화의 설득에 할 수 없이

아이 셋과 함께 그 집을 떠났습니다.

윤화와 함께 필요한 도구만 들고 그녀의 할머니댁으로 갔지요.

할머니는 준택의 아내를 따뜻하게 맞이해주었습니다.

 

고생 많았네, 고생 많았어.. 어찌 그 집에서 살 생각을 했누...

자리 잡을 때까지 여기서 묵어도 괜찮아..”

 

친절하게 맞이 해준 윤화네 가족이 고마웠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아직 돌아올 시간은 한 참 멀었지만,

행여나 일찍 올까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준택씨와 아내는 한글을 읽을 수도, 쓸 수도 없어서

미처 어디로 떠난다는 내용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준택의 아내는 남편이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노심초사 했습니다.

얘들 아버지를 기다리기 위해 그 집을 가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윤화와 할머니가 가지 못하게 할 것이 뻔해서

그들에게 길에 중요한 물건을 흘린 것 같다

아이들을 맡기고 나왔지요.

 

할머니는 때가 되면 남편이 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내의 걱정은 전혀 덜어지지 않았지요.

착한 남편이 혹시나 집에 왔을 때를 걱정했습니다.

가난한 자신을 두고 아이들을 모두 데려갔다고 생각할까봐,

그리고 그 집의 나쁜 귀신들이 남편을 해칠까봐,

복잡한 심정으로 남편을 위해서 그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집의 대문을 열려고 하자,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남편은 일을 하고 왔는데, 여편네는 어디 간 거여?

자식새끼들은 또 어디 간 거여? 중얼중얼...”

 

준택의 아내는 남편의 목소리에 반가웠습니다.

당장 대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마당에서 연장을 손질하는 남편의 뒷모습이 보였습니다.

준택은 낫을 갈면서 혼잣말을 중얼중얼거리다가...

 

여보.. 왔는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준택의 아내는 평소와 다른 남편의 모습에

화가 난 줄 알고 조심스레 이야기를 했습니다.

 

, 여보.. 마을에 좀 다녀왔어유..”

 

남편은 아무런 대꾸도 않고 낫을 갈았습니다.

그러곤 한참을 있다가...

 

그래, 뭐하고 온 거여?”

 

준택의 아내는 남편의 그런 모습에

지금까지 겪었던 이야기를 차마 말 할 수 없었습니다.

 

저기.. 그냥저냥...”

 

남편은 또 아무런 대꾸도 않고 낫을 계속 갈았습니다.

그러곤 또 한참을 있다가...

 

무당년 집에 갔다왔구만?”

 

준택의 아내는 뜨끔 했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남편이 무당을 싫어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윤화가 해준 이야기는 뒤로하고,

화가 난 남편을 풀어주려고 주제를 돌렸습니다.

 

.. 저기.. 여보, 오늘은 일찍 오셨네유?

무슨 일로 이렇게 빨리 왔데유?”

 

남편은 무심한 듯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낫을 갈았습니다.

그리고 한 숨을 쉬며..

 

자네랑 한 약속을 지키려고 왔지...

.. 자네랑 한 약속... 허허..”

 

준택의 아내는 약속이란 말에 당황을 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편과 약속을 했었나? 생각을 했지만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 여보... 우리가 무슨 약속을 했었나요?

제가 아침에 한 약속이 기억이 안 나서...”

 

남편은 고개를 푹 숙이며 한 숨을 쉬었습니다.

 

에휴.. 정말 잊었단 말이여? 정말 기억이 안나?”

 

남편은 낫을 들고 천천히 일어섰습니다.

준택의 아내는 그런 남편의 모습이 이상했지만

대수롭게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여보, 정말 기억이 안나요..

우리가 무슨 약속을 했었지유?”

 

준택의 아내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뒤를 돌아본 남편은

낫을 들고 부인을 향해 달려들었습니다.

 

내가 약속했잖여, 다음에 만날 때는 니 사지를 찢어버린다고!”

 

놀란 준택의 아내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낫을 간신이 피했습니다.

그리고 순간 남편의 얼굴을 바라봤습니다.

준택의 아내는 겁에 질렸습니다.

그는 남편이 아닌, 소름 돋게 무서운 표정을 한 귀신이었습니다.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이 사람, 아니 이 귀신,

첫째 딸의 목을 조르고, 새벽에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귀신이구나...

축 늘어진 긴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준택의 아내에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준택의 아내는 겁을 먹어 도망가려고 했습니다만,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산다고 했지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정신을 다 잡으려는데,

준택의 아내는 이 집의 실체에 대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낫을 들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귀신뿐만 아니라,

지붕에서, 부엌에서, 창고에서, 마당에서, 뒷간에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엄청 많은 귀신들이

준택의 아내를 향해 오고 있었습니다.

 

준택의 아내는 이렇게 자신도 죽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그때, 진짜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여보, 여보!!!!!!!”

 

대문 밖에서 준택이 놀란 표정으로 서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귀신들이 아내를 해칠까봐,

단숨에 달려와서 아내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리고 둘은 그 집에서 일어나는 믿을 수 없는 현상에

경악을 했습니다...

 

                                                                                                                                 4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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