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지배 6부

백도씨끓는물 작성일 18.01.09 17: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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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지배 6

 

깊은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의 정체,

그것은 구로다였다. 어찌나 얄밉게 비웃는지 화가 났다.

그러면서도 무서웠다. 망령과의 싸움이란 결코 쉽지 않았다.

이렇게 산들 누군가가 알아주는 것일까?

그저 아무런 간섭하지 않고 주어진 것을 당연히 받아드리고

잘 먹고 잘 살면 될 것을...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죽어 간 동포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은 지울 수 없었다.

태규는 계속 생각했다. 이렇게 무서운 현실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수백 번 되풀이 해봐도 정답은 하나였다.

 

망령을 없애는 것이다...”

 

눈을 떴다. 정신이 돌아왔다. 그런데...

몸을 좀 움직이려고 하니, 아버지가 태규에게 입힌 상처가 뜨겁도록 아파왔다.

이를 꽉 깨물고 일어났다. 이상하게도 구로다의 방에서 쓰러졌는데,

눈을 떠보니 자신의 방이었다. 해가 질 무렵, 갑자기 불안함이 밀려왔다.

아니, 그것은 공포였다. 덜컥 겁이 났다. 당장 방에서 나왔다.

순간, 음산한 기운이 온 몸을 뒤덮었다. 조심스럽게 아래로 내려갔다.

 

수많은 방들의 문이 하나 같이 열려 있었다. 뭔가 이상했다.

옷가지들이 나와 있었고 물건들이 나뒹굴었다. 흡사 도둑이라도 맞은 것 같았다.

그런데 마당에서 흐느끼는 소리다 들려왔다. 관리인이었다.

태규는 서둘러 관리인에게 향했다.

누군가로부터 칼로 난도질을 당했는지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그녀는 간신이 숨이 붙어 있었다.

 

.. .. 일본귀신이... 귀신이.. 사모님과 아씨까지...”

 

관리인을 흔들었지만 심한 출혈로 인해 숨이 멈췄다.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오전에 산에 다녀왔던 인부들이 모두 죽어있었다.

관리인의 말을 듣고 그제야 걱정이 된 태규는 집안을 샅샅이 뒤졌다.

 

어머니!!... 예진아!!!...”

 

도통 보이지 않았다. 태규는 무서워졌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구로다의 방으로 걸었다.

방 주위에서 태규를 조롱하듯 요상한 콧노래소리가 흘러나왔다.

태규는 반쯤 이성을 잃었다.

구로다의 방에서 가까워질수록 방문 앞에 쓰러진 두 사람이 보였는데

어머니와 동생 같았지만 아니길 바랐다. 걸어가는 동안 아니라며 수 없이 외쳤다.

 

그러나 구로다의 방 앞에 당도했을 때는

이미 무참하게 칼에 찔린 두 모녀가 싸늘하게 죽어있었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상황에서 매우 복잡한 심경이 태규를 감쌌다.

뜨거운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이제는 되돌릴 수가 없구나.

가슴이 먹먹하다 못해 찢어지도록 아프다.

내 맹세컨대, 절대 귀신놈을 용서하지 않으리...”

 

태규는 방의 손잡이를 돌렸다. 하지만 예전처럼 잠겨있었다.

문을 두드리고 당장 열라며 소리쳤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때, 아까부터 귀에 거슬리던 콧노래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왔다.

 

하아아아..아아아.... 아아아하아아... 크하하하하.. 후토시가?”

 

이제는 살인귀가 되어버린 아버지 김주용이 다가왔다.

그의 기모노에는 새빨간 피가 튄 자국이 있었고

새하얀 손과 얼굴에도 묻어 있었다.

 

이제는 살인귀가 되어버린 아버지 김주용이었다.

그의 흰 기모노에는 새빨간 피가 튄 자국이 가득했다.

새하얀 손과 얼굴에도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아아... 하나 밖에 없는 아들아. 이 아비의 뜻을 따랐다면,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텐데... 어리석도다, 어리석어...

네 녀석이 구로다 장군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지만 않았어도

너의 어미와 여동생은 죽지 않았을 것인데...

하필 그때 찾아와서 모든 걸 보았기에 살려둘 수가 없었다.. 하하하...”

 

태규는 아버지를 용서 할 수 없었다. 이 비극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

안주머니에서 단검 하나를 꺼내어 들었다.

 

이케나이코(나쁜 아이), 이케나이코... 너 정말 나쁜 아이구나?

그래서 이 아비를 해칠 샘인가? 혼토니 오모시로이...”

(정말 흥미롭군...)

 

김주용은 기모노의 끈을 풀며 옷을 풀어헤쳤다.

그리고 자신의 배를 내밀며 찔러보라며 칼로 찌르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태규는 차마 아버지를 찌르지 못 했다.

 

어서 잠긴 문을 열어주세요. 망자의 물건을 없애고...

아버지도 죗값을 치르고... 그렇게 합시다..”

 

김주용은 미친 사람처럼, 아니 미친 것이 틀림없었다.

자신의 아들을 어리석은 사람을 보듯 한참을 바라보다가 숨이 넘어갈 듯 웃었다.

 

으하하하하.. 아하하하하... 어찌 그리 어리석나?

이 정도로 아호(바보)’일 줄이야...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모든 것을 포기하라고?

지금 내 힘으로 시체들을 처리하고 다시 예전처럼 지내면 그만이다.

그러니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네 놈이 포기해라!!!”

 

김주용은 들고 있던 일본도로 태규를 내려쳤다.

운 좋게 뭔가에 걸려 넘어지며 피했다.

하지만 사각지대에서 더 이상 도망 갈 곳은 없었다.

김주용은 칼을 치켜세워 들어

또 다시 요상한 표정으로 인상을 찡그리며 태규에게 다가왔다.

 

운이 좋은 놈이구먼... 그러니까 이 아비 말을 들었어야지.

저승에 먼저 가거라. 너만은 나를 이해해주길 바랬는데...”

 

김주용은 인정사정없이 칼을 높이 들어 태규를 향해 다시 내려칠라는 찰나,

누군가가 김주용의 허리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난죠?(뭐냐?)”

 

그를 잡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아직 죽지 않은 태규의 여동생이었다.

태규의 동생은 오빠에게 빨리 도망치라고 애원했다.

김주용이 짜증을 내며 몸을 세차게 흔들었다. 출혈이 심했던 동생은 다시 쓰러졌다.

그리고 태규를 향한 칼날이 여동생을 향해 날아갔다.

그것을 막기 위해 태규는 단검으로 김주용의 옆구리를 냉큼 찔렀다.

 

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살기를 띤 표정을 지으며 태규에게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입에서도 피를 내뿜었다. 태규는 겁에 질렸다. 자신도 믿을 수 없었다.

 

바카야로... 바카야로.. 바카야로...”

 

몸을 한 없이 떨더니, 화가 난 김주용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내 김주용의 옆구리에서 연기같은 것이 피어올랐다.

비명소리 때문인지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집이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주용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매우 고통스러워했다.

태균은 지금 도망가지 않는다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쓰러진 동생을 부축하여 망령의 방 앞을 빠져나오려고 했다.

그러나 밖으로 나가는 모든 문이 자동문처럼 일제히 닫혔다.

김주용이 펄쩍펄쩍 뛰며 날뛰었다.

오로지 동생을 살리기 위해 닫힌 문을 열려고 했으나

안간힘을 써도 열리지 않았다.

 

바로 그때 김주용이 머리를 풀어 헤치고 태규를 쫓아왔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려왔는데 그 모습이 정말 혐오스러울 만큼 흉측했다.

산발이 된 붉은 머리, 피 묻은 얼굴... 눈에는 광기가 가득했다.

하는 수 없이 태규는 2층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하지만 어느새 김주용이 태규의 뒤를 바짝 쫓아왔다.

 

으헤헤헤... 흐헤헤헥... 어딜 도망가는 거냐?”

 

태규에게 칼을 휘둘렀지만 다행이 맞지 않았다.

하지만 집요하게 계단까지 쫓아왔다.

김주용의 손이 태규의 몸에 닿을 때마다 태규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러다가 결국... 김주용의 손이 태규의 팔을 잡았다.

 

스칸다.. 고이츠! (잡았다, 요놈!)”

 

뒤를 돌아보자, 김주용이 징그럽게 웃고 있었다.

태규는 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좀 전에 찔렀던 단검을 뽑아서

2층 계단에서 김주용을 강하게 밀어버렸다.

김주용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그대로 굴러 떨어졌다.

긴 계단을 구를 때마다 김주용의 관절이 꺾였고, 마지막에는 목이 꺾였다.

그리고 한참을 손과 발을 발발 떨다가 멈췄다.

무슨 영문인지 닫혔던 문이 활짝 열렸다. 그제야 동생도 정신을 좀 차렸다.

 

태규는 먼저 동생을 병원에 데려가서 당장 치료부터 했다.

그리고 자신은 다시 집에 혼자 와서 마지막 구로다를 제거하려고 했다.

하지만 구로다의 방문은 열리지 않았다. 뭔가 어떤 힘에 의해서 잠긴 것 같았다.

 

그런다고 내가 포기 할 줄 아느냐?”

 

태규는 창고에서 기름을 가져왔다. 구로다의 방에 그것을 끼어 얹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아무리 불을 붙여도 불이 붙지 않았다.

종이뿐만 아니라 그 어떤 것도 불이 붙지 않았다. 괴상하고 기묘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도끼로 방문을 찍어도 흠하나 나지 않았다. 귀신에게 홀린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집 안의 시체부터 치워야만 했다.

아버지 김주용은 정말 죽은 것 같았다. 무섭게 눈을 뜨고 죽었는데,

아무리 눈을 감겨 주어도 눈을 시퍼렇게 뜨며 태규를 바라봤다.

태규는 아버지 김주용과 어머니를 포함하여 총 9구의 시신을 처리해야 했다.

당연히 한 번에 처리하지 못해서 3일에 걸쳐서 뒷산에 묻었다.

아버지, 어머니, 관리인과 인부들을 각각 다른 곳에 매장했다.

 

동생이 어느 정도 회복 했을 때는 친척집에 맡겼다.

그리고 아버지가 일본이 좋아져서 모두를 데리고 일본으로 갔다고 했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단지 이상한 것은 아버지가 일본으로 갔다고 하니,

경찰서장이 매우 반가워하며 전화를 끊었다.

 

태규는 그렇게 혼자 이 집에서 지내며

하루하루 김주용이 저지른 살인의 흔적을 치웠다.

그리고 매일 이 집을 없애려고 불도 질러보고, 도끼로 찍어도 보고 별 짓을 다했다.

하지만 이상한 힘에 의해 전혀 실행되지 않았다.

7년간 소용없음을 느끼자, 결국 관청에 집을 철거하겠다며 신고를 했다.

그러나 담당자는 듣는 둥 마는 둥 몇날며칠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그래서 간부에게 전화를 해서 아버지 김주용인 척을 했다.

 

이보게 장군수... 나 김회장일세, 오랜만이야..

잠깐 볼 일도 볼 겸 한국에 들어왔다네...

내 사람 하나 장군수 쪽으로 보낼 것이야.

두둑하게 챙겨두었으니, 빨리 해결해 주시게.

그 자리는 국유지로 전환해도 좋네, 서류는 알아서 해주시고 말이야

잘 부탁함세.”

 

들킬까봐 조마조마했지만, 장군수는 잘도 속아 넘어갔다.

사람 하나를 시켜 아버지 김주용의 돈을 챙겨 장군수에게 배달했다.

돈을 받자마자, 일은 빠르게 진행 되었다.

 

그리고 철거 당일이 되었다.

태규는 철거를 제대로 진행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서

마당 앞 인부들의 숙소에서 그들을 지켜보기 위해 숨어있었다.

그러던 중 한 남자가 매우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홀로 도착하여 집 안을 두리번거렸다.

남자는 신기한 듯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주섬주섬 기모노와 뭔가를 챙겼다. 태규는 기가차서 웃음이 났다.

 

허참.. 좀 도둑인가?”

 

그런데...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집 안으로 들어간 그 사내가 구로다의 갑옷과 일본도를 가지고 나오는 것이었다.

 

그가 바로 박정웅,

지금 김부장 앞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박사장이었다.

 

끝나지 않는 지배 7부에서 계속.... 

 

PS : 외주 업무를 하나 하고 비몽사몽으로 쓴 상태입니다 ㅎㅎㅎ

     재밌게 읽어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

     7부에서 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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