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글은 아닙니다만,
저를 항상 따라다니는 일이 있어 신기함과 가끔씩 섬뜩한 느낌이들어
올려봅니다.
# 사건 1
그 일이 시작이 되었던건 고등학생 때인거 같아요.
정말 찢어지게 가난해서 산 중턱에 다 쓰러져가는 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집 바로 위에는 묘가 있었고, 집으로 오는 길에도 묘가 꽤 있었습니다.
주변으로는 인가가 정말 없어서 저희 집과 개 장수 집(개고기 파는집)이 있었고,
가까운 인가라고 해봐야 나무 숲 건너 한 10분은 걸어가야 나오는 마을이 다였습니다.
학교가는 버스를 타려면 걸어서 1시간 30분을 가야 할 정도로 시골이였죠.
계양산 중턱이라고 하면 아시려나...
그 때는 가을을 지나 초겨울이 되던 쌀쌀한 밤이었어요.
평소와 다름없이 방에서 게임을 하던 저는 집 밖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절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에 뭐지 싶어서 팬티 바람에 집을 나갔습니다.
집 주변에 아무도 없어 밤에는 팬티하고 셔츠만 입고 잘 돌아다녔었죠 ㅎ;;
어찌됬건 후다닥 밖을 나가보니 어머니가 아랫집에 불이났다며 이거 어떻하냐고
막 그러시는 거에요.
아랫집이 개잡는 집이라 불로 개를 태워서 털을 벗기는 곳이 있었는데
그 불이 크게 나버린 거죠. 아랫집 아저씨는 집에 없고
불만 2-3미터 넘게 훨훨 타는데 어찌나 거세던지 주변이 훤한 대낮같았습니다.
엄마한테 얼른 신고하라고 하고는 저는 집 주변 물양동이로 물을 나르며
불을 껐습니다.
아무래도 산중턱이고, 올라오는 길이 험하다보니 소방차도 늦게 왔는데
미친듯이 물을 나르며 부었던 덕분인지 다행이 크게 번지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으로 큰 불을 직접 목격하고 끄던 날이었는데
근데 그게 화재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던 날인거 같습니다.
# 사건 2
어찌어찌 대학졸업을 하고 소기업에 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장기출장으로 안산을 가게 되었는데요.
7층짜리 건물에서 고시원생활을 처음하게 되었습니다.
고시원이다보니 3층에는 캬바레가 있고, 지하에는 나이트가 있어서
새벽 3시에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면 음악소리가 울려서 쿵쿵쿵쿵하는 소리와
엘리베이터 소음으로 귀에 이어폰을 끼고 겨우 세-네시간 자던 시절이죠.
그런 재밌는 생활을 하던 어느날, 그날도 어김없이 새벽 4시에 퇴근해서
잠을 자던 날이었습니다. 잠결에 매케한 연기가 느껴졌는데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자고 있었죠. 방송으로도 3층 캬바레에서 불이 났는데 진화하고 있으니
가만히 방에서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잠결에 일어나기도 귀찮고 곧 출근이라
그냥 잠을 자는데...
같이 일하던 과장님이 문을 두드려서 절 깨웠습니다.
얼른 나가야한다고 지금 여기있으면 안된다고.
귀중품만 얼른 챙기고 문을 여니 연기가 확 밀려들어오더군요. 하아..
수건에 물 적셔서 얼른 비상문으로 나갔습니다. 나가는 데 고시원관리인이
왜나가냐고 고레고레 소리지르는 건 덤이었구요.
어쨌든 나가보니 3층에서는 불이 아직 살아있었고
살수차 3-4대가 유리창 깨고 물뿌리고 있고 아주그냥 아수라장이더군요.
날이 살짝 밝아오긴 했지만, 일단 새벽이라 저를 데리고 나온 과장님과 함께 대중탕에 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불이 더 커져서 계속 타고 올라왔으면 큰일 날뻔했겠더라구요.
못해도 연기를 많이 들이마셔서 입원 하지 않았을까...
다행이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하는데...
고시원의 미친 대응력 때문에 다른 고시원을 알아보던 기억도 나고
그 정도 일가지고 뭔 소란이냐며 비웃던 동료들과 임원분들이 생각나네요.
뚝빼기 깨..
# 사건 3
수원으로 출장가서는 고시원일도 있고해서 절대로 원룸을 고르겠다고
위에를 설득해서 원룸살이를 했습니다.
그날 따라 밤 늦게 퇴근해서 새벽 1시쯤 불다끄고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하고 있었는데요.
밖에서 누가 차를 건드렸는지 경고벨 소리가 삐융삐융삐융하고 나더군요.
금방 그치겠거니 했던 그 소리가 1분이 지나고 5분이 지나도 계속되서 이상하고
짜증나는 마음에 뭐야 하고 창문을 열었더니 밖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웅성대고 있고
연기가 나더군요. 나가 봤더니 차량에 불이 붙어서 매케한 연기가 나고 있고 사람들은
파자마 바람으로 나와서는 어떡하냐고 하고 있고...
소방차오는 것까지 보고 저는 들어갔습니다.
근데 다음날 인터넷 뉴스를 보니 여자가 타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때 소름이 쫙...
저는 차량 안을 제대로 들여다 보지도 못했고 불이 너무커져서 차량을 뒤덮은 지라 그냥
차에서 불이났었구나 했는데... 어쩐지 사람들이 어떡하냐면서 우는 사람도 있더라니...
그 때부터는 고시원 사건의 트라우마와 함께 불에 대한 인식이 강해졌습니다.
# 사건 4
이건 정말 못잊을 일입니다.
성남으로 출장갔었는데요.
마찬가지로 원룸생활을...
그날은 잔업이 없어서 금요일 다같이 칼퇴근하고 팀장님하고
몇몇 회사 동료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헤어졌는데요.
그날밤에 팀장님이 전화가 왔습니다.
너 지금 어디냐고 회사 다시간건 아니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집이라고 하니 한숨을 푹 쉬면서 옆 건물에서 큰 불이나서
그 불이 우리 회사 건물로 옮겨붙었다고 하더군요.
와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이건 뭔..
그 불이 시작된 시점이 바로 저희가 퇴근하고 몇분 않있다가 일어난거라하더군요
다음날 짐챙기러 가보니 건물하나가 전소 됬습니다.
12층 정도 되는 건물이 쌔까맣게 타버렸고
그 열로 저희가 있던 건물까지 쌔까맣게 타버렸고
웃긴에 저희가 있던 층으로 소방관들이 진입해서는
창문을 깨고 옆건물을 진입했던 층이었습니다.
가보니 온통 물 난리에
올라가는 비상계단도 물이 폭포처럼 흘러내리고.
사건 4가 마지막 출장이었는데요.
참... 제 주변에 이상하게 출장을 갈 때마다 화재와 불이 쫓아다니는 거 같습니다.
이게 제 신변에 무슨일이 생기려는 징조인지
아니면 절 누가 지켜주는 건지 모르겠지만,
혹시나 다른 출장을 가게 되서 또 제 가까운 곳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무당이라도 찾아가봐야하나 고민입니다.